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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인생

평택 xx호텔에서 매월 가지는 아침포럼에서 공병호 경영연구소 소장을 만나다. 그는 지난 9년 동안에 71권의 책을 저술한 인생의 달인(達人)이고 삶의 고수(高手)다. 사람은 건강한 정신이 무엇보담 중요하다고 역설한다. 과거에 억매이지 말고, 미래를 두려워하지 말고, 현재에 충실한 삶이 가장 잘 사는 비결이라고 거듭 강조한다. 끓임 없는 구도(求道)의 정신으로 내공(內攻)을 가진 사람이 되라고 설파한다. 적어도 자기 분야에서만은 확고한 실력을 갖추어야 한다고 간곡한 주문을 한다. 지금도 가슴깊이 간직한 짧은 말은, 교보생명 창업을 한 김용호 회장의 좌우명 -지나간 과거는 단 1초라도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 그는 언제나 치밀하고 짜임새 있는 하루를 보내는 사람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나는 나를 생각해 본다.
모자라는 두뇌에, 짧은 재주로 험상궂은 세상을 용하게도 무리 없이 살아 왔다는 것을 감사한다. 나름대로 열심히 살았다는 생각을 해 본다. 사람은 주어진 자기의 시간을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그 인생의 결과는 달라진다. 소중한 시간을 아무런 분별이나 의식 없이 그저 낭비하면서 사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촌음(寸陰)을 아끼면서 사는 사람도 많다. 처음엔 조그만 차이이지만 세월이 지날수록 엄청난 차이로 변하는 걸 본다. 유야무야(有耶無耶) 하루를 보내는 사람과, 치열하게 하루를 보내는 사람은 세월이 갈수록 그 간격이 벌어진다. 생각의 차이, 습관의 차이가 그렇게 다른 인생을 만든다.

어제 아침에 미국에서 딸아이로부터 전화를 받는다.
이번 여름엔 하버드 대학에서 7주간의 코스인 섬머스쿨(summer school)에 간신히 합격을 했는데 엄청난 비용이 걱정이라는 것이다. 얼마쯤 되느냐고 물었더니 600만원이 조금 넘는다고 한다. 등록을 하고나면 대학도서관을 비롯하여 하버드 대학의 모든 편의(便宜)시설을 이용할 수 있어 더욱 좋다는 것이다. 나는 돈 걱정하지 말고 바로 등록을 하고 학교를 다니라고 했다. 그리고 그날로 송금을 했다. 공부를 하는 마음은 매우 귀중한 마음이다. 자기 시간을 가치 있게 사용하는 것은 소중한 보람을 낳는다. 그런 딸에게 고맙다는 생각을 해 본다.

나는 올해 3월5일로 평생 직업에서 온전히 은퇴를 했다. 하필 그날이 만 71년의 세월을 보낸 생일이다. 흐뭇하고 가뿐하다. 이제 내가 하고 싶은 것을 찾아서 더욱 열심히 살 생각이다. 사람은 세상을 하직할 때까지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해야 하고 그 나이에 맞는 목표를 만들고 열심히 노력하며 살아야 한다.

우리들은 몸을 움직일 수 있는 한 공부는 계속해야하고 아울러 자기 인생도 철저히 즐겨야 한다. 일과 공부를 놀이삼아 하면 즐거움은 따라서 찾아온다. 자기 일에 몰입하고 매사에 낙천적인 성격을 가지면 스트레스도 멀리 도망을 간다.

2010년 4월부터는 일본어를 공부하고 있다. 올해는 일본어를 익혀서 내년 봄에는 일본으로 건너가서 배낭여행을 할 생각이다. 허연 머리에 텁수룩한 수염을 가진 칠순 노인이 배낭을 걸치고 혼자서 최북단 홋카이도(北海島)에서 남쪽 큐슈(九州)까지 일본 전역을 용감하게(?) 다니는 상상을 해 본다. 이웃나라 사람들의 삶을 살피고 그리고 문화(文化)의 기미(氣味)를 배우고 싶다.

사람은 나이에 상관없이 언제나 나름대로 계획을 세우고 살아야 자기 인생을 낭비 없이 신나게 채울 수 있다. 계획을 세운다는 것은 한 번 받은 인생을 귀하게 만들고 그리고 삶의 즐거움을 생산하는 역할도 톡톡히 하는 것 같다. 사무엘 울만의 詩 ‘청춘은 인생의 어느 시기에 있지않고 마음의 상태에 있다’는 것을 다시 생각해 본다.

청춘이란
인생의 어느 기간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마음의 상태를 말한다
그것은 장미빛 뺨, 앵두 같은 입술, 하늘거리는 자태가 아니라
강인한 의지, 풍부한 상상력, 불타는 열정을 말한다

청춘이란
인생의 깊은 샘물에서 오는 신선한 정신, 유약함을 물리치는 용기
안이를 뿌리치는 모험심을 의미한다
때로는 이십의 청년보다 칠십이 된 사람에게 청춘이 있다
나이를 먹는다고 해서 우리가 늙는 것은 아니다
이상을 잃어버릴 때 비로소 늙는 것이다.

2010년5월 석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