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
|
|
 |
|
|
| 오늘 방문자수 |
    |
| 어제 방문자수 |
   |
| 최고 방문자수 |
 |
| 방문자수 누계 |
 
|
|
|
|
|
|
|
|
|
|
|
|
|
|
| 글쓴이 : 박영보 |
날짜 : 10-03-22 22:16
조회 : 2319
|
|
|
|
김치 전
박 영 보
식사가 끝나고 같은 자리에서 리셉션의 시간으로 이어졌다. 시작부터 미국인 MC의 재치 있고 활기 넘치는 사회는 금방 장내 분위기에 불을 붙이기라도 한듯 활기가 찼다. 남자 여자 들러리가 팔짱을 끼고 입장을 하면서 한마디씩의 스피치도 있었다. 친구들은 신랑과 신부에게 하는 축하의 말과 특징적이고 재미 있던 지난 날의 에피소드 같은 말들을 하기도 하여 웃음을 터트리게 하는 일들도 많았다. 신랑 신부의 입장과 함께 아들녀석의 인사말도 있었고 양가의 가족 소개와 가족 대표의 인사를 하는 시간도 빼놓지 않았다.
음악이 나오고 커플간의 댄스나 그릅 댄스의 시간도 있었다. 신부 신랑의 친구들은 그럴 때마다 양가의 부부들까지도 이끌어 내는 것을 잊지 않았다. 댄스 훌로어에서 마주친 신부 어머님의 양 손을 잡았다. 스텝을 슬로우로 바꾸면서 축하의 말과 함께 “섭섭하신 점도 많으시죠?”라는 말씀도 드렸다. “김치전 이야기를 하실 때 눈물이 났어요.” 첫 딸을 시집 보내는 엄마의 마음. 신부 입장때 딸의 손을 신랑의 손에 넘겨주고 돌아와 앉아 눈물을 훔치는 아버지의 마음 또한 그랬으리라.
결혼 식 전날, 아들녀석은 나에게 “나는 한국말이 서투니까 나와 형의 스피치는 영어로 할터이니 아빠는 한국말로만 해 달라”는 부탁을 하기도 했었다. 그러나 짧고 재미 있는 말로 하라는 부탁까지도 했다. 이런 자리에서는 많은 경우 항상 “공사 다망하신 중에 이렇게 오셔서 자리를 더욱 빛내 주셔서 감사하다”는 식의 천편 일률적인 인사말에 식상을 하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눈물이 났다’는 엄마의 마음이 며칠이 지난 지금까지도 마음의 언저리를 벗어나지 않고 있다. 아내는 가족 대표의 인사말을 하라는데 “웬 김치전 타령”이냐며 나무라기도 했었다. 그렇지만 주위의 어떤 분들은 새 신부와 신부의 부모님은 물론 하객들의 귀를 거슬릴 이야기가 아니었다며 오히려 감동이 될 수도 있지 않겠느냐며 다독여 주기도 했다. 감동까지는 아니더라도 유치할 지도 모르겠지만 내 딴엔 새로 시집을 오는 며늘아기와 딸을 보내는 부모님께 시아비로서의 마음을 나타내는 방법이라는 생각에서 생각해 낸 말이었다. 그날의 내 스피치 내용을 간추려 보면
저는 지금 이 순간, 예쁜 새아기를 새로 맞이한다는 기쁨이나 행복감 못지 않게 걱정과 고민 속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제가 이 아기를 위해 얼마나 많은 김치전을 붙여대야 할지에 대한 걱정 때문입니다.
작년 이맘때 오늘의 신랑 율이 업무를 겸해 신부 세희가 공부를 하고 있는 샌프란 시스코에 가게 되었을 때의 일입니다.
“아빠, 집에 해물 전 만들어 둔 것 아직도 남아 있어?”라고 묻는 것이었습니다.
“다 먹고 없는 데 왜?”
“세희가 좋아해서. 두 세개 정도면 되겠는데~. 그렇지만 없어도 괜찮아” 라는 것이었습니다.
“흠, 벌써 제 색씨를 챙기려는 꼴이라니~.”하며 속으로 피식 웃으며 식구들 모두가 잠이 들 시간을 기다렸습니다. 새벽 한시가 지난 시간에 주변이 시끄럽지 않게 하기 위해 홀웨이와 부엌에 딸린 모든 문들을 닫아 놓고 부엌으로 들어갔습니다.
냉동실에서 오징어와 새우를 꺼내 잘게 다져 부추와 부침가루에 물을 섞어 버무려 전을 붙여서 은박지에 쌓아 냉동실에 넣어 두었습니다. 이런 흔적을 남기지 않기 위해 사용한 주방 용기들을 모두 씻어 물기를 뺀 후 원래의 위치대로 해 두고 나서야 잠자리에 들었습니다.
아내가 알면 이런 일로 샘을 내지는 않겠지만 율 자신은 물론 아무도 모르게 해 두고 싶었습니다.
이틀 전 저는 “세희, 내가 많드는 음식중에 무엇이 제일 좋아?” 라고 물었습니다.
“김치 전요.”
“해물전보다 김치전이 더 좋아?”
“네~.”
여러분, 저는 이 예쁜 새 아기를 위해 평생 김치전을 붙여대야만 할 상황이 된다해도 아무런 불평 없이 이 김치전 붙이는 일을 계속 해 나갈 것을 약속 드리겠습니다.
“세희, 김치전 많이 많이 만들어 줄께.
‘여보, 당신한테도~” 물론 이런 마음은 세희의 부모님과 가족분들께도 차별을 두지 않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
| 강승택 |
10-03-23 01:31 |
 |
|
부럽습니다. 사랑스러운 며느님 위해 김치전 붙이는 박영보 선생님의 작업. 그 어떤 일보다 힘나고 행복해 보입니다. 양식과 한식이 조화를 이루니 더욱 의미도 있습니다. 늘 지금처럼 행복하시길~
|
|
|
| |
| 박영보 |
10-03-23 15:30 |
|
|
감사합니다. 며늘아기가 예뻣습니다. 웨딩드레스를 입은 것모습을 말씀 드리는 것이 아니라 저를 포옹하며 "아버님, 사랑해요"라며 말하는 마음이 아름다웠습니다.
|
|
|
|
| 임병문 |
10-03-23 09:37 |
|
박영보 선생님,
먼저 축하부터드립니다.
얼마나 가슴이 뿌듯하셨습니까.
김치와 부침개, 어디가서도 어디에서도 뗄수없는 우리의 정서요, 문화가 이니겠습니까.
그 정서의 토양에 굳건히 뿌리내리시고 창대하시기바랍니다.
|
|
|
| |
| 박영보 |
10-03-23 15:34 |
|
감사합니다. 마음끼리 하나가 될 수 있는 일이라면 어떤 일이든 해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아무리 힘 든 일이 될지라도 기쁜 마음으로 임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
|
|
|
| 임재문 |
10-03-23 10:39 |
|
|
박영보 선생님 이국의 하늘아래 울려 퍼지는 웨딩마치가 아름답게 들려옵니다. 축하드립니다. 정감어린 김치전, 맛있게 만들어 사랑을 나누십시요.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
|
|
| |
| 박영보 |
10-03-23 15:37 |
|
회원님들 모두에게 김치전, 부추전, 해물전을 대접해 드리고 싶습니다.
단순한 입맛뿐만이 아니라 마음을 가득 채워 맛을 더욱 가미한 그런 맛을 내고 싶습니다.
감사합니다.
|
|
|
|
| 최복희 |
10-03-23 11:41 |
|
박영보 선생님 축하드립니다.
집안 경사가 있으셨군요.
정말 행복한 가정임이 글 속에서 묻어납니다.
며느리 사랑은 시아버지라고 하는데
선생님을 두고 하는 말 같군요.
재미있는 글 잘 읽었습니다.
|
|
|
| |
| 박영보 |
10-03-23 15:40 |
|
|
행복이 넘친다고 자랑까지는 하지 않더라도 감추고 싶지도 않은 것이 지금의 마음이기도 합니다. 이를 지키기 위한 노력이 필요할 것이라는 생각도 해보며 그러기 위한 나름대로의 그림을 그려봅니다. 감사합니다.
|
|
|
|
| 김정자 |
10-03-25 10:44 |
|
박영보 선생님
결혼식장에서의 특유의 인산말씀 참으로 정겹습니다.
며느님께 대한 어여쁜 사랑의 표현으로 그이상 또 무엇이 있으리오.
너무도 감동입니다.
박영보 선생님의 미국에서의 삶이 늘 부럽습니다.
건강하시고 좋은글 자주 보여 주세요.
감사합니다..
|
|
|
| |
| 박영보 |
10-03-29 17:13 |
|
|
감사합니다. 결혼식 참석을 위해 한국에서 오신 친인척 10명과 함께 5박 6일의 미 서부일주 여행을 다녀왔습니다. Grand Canyon, Zion Canyon, Bryce Canyon, Yosemite, San Francisco, Montrey, Solvang, 17 Miles Drive 등을 거쳐왔습니다. 이곳에 살면서 여러번을 다녀온 코스였지만 친인척들과의 Re-Union을 한다는데에 의미를 두니 피곤도 느껴지지 않더군요.
|
|
|
|
| 이희순 |
10-03-25 16:10 |
|
사랑이란 거창한 웅변이 아니요,
며느님을 위해 김치전을 부치시는 선생님의 그 수수한 손길과 같은 것임을
깨닫는 귀한 글에 감동합니다.
|
|
|
| |
| 박영보 |
10-03-29 17:27 |
|
|
감사합니다. 며늘아기가 스테잌이나 다른 고멧요리보다 김치전을 좋아한다는 것이 더 예쁘게 느껴지는군요. 아마 이태리나 불란서 요리같은 것을 즐기는 사람이었다면 그 예쁜 느낌이 반감되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
|
|
|
| 이진화 |
10-03-27 22:27 |
|
작가인 시아버지라야 할 수 있는 말씀이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21세기는 요리를 척척 해내는 남성이 인기있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박 선생님께서 해물전 만드시는 장면을 보니 이미 요리의 달인이시네요.
아드님의 결혼을 축하드립니다.
|
|
|
| |
| 박영보 |
10-03-29 17:30 |
|
여행에서 돌아오는 차 속에서 이번 주말엔 저희 부부를 위해 아들녀석과 함께 스테잌을 굽겠다는군요. "그럼 나는 무엇을 해줄까?" 물었더니 "김치전요~"라네요.
감사합니다.
|
|
|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