엊그제부터 서울 송파구 석촌동에 사는 박 모가 도박 빚 때문에 남궁 모하고 둘이서 사람을 둘이나 죽이고 영월 어느 야산에 묻은 범행이 발각되어 남궁 모는 체포되고 박 모는 공개 수배를 한다는 내용의 방송이 매체를 통하여 연속적으로 보도 되고 있는데 그 박 모라는 도주중인 범인과 그의 처도 모두 내가 잘 아는 사람들이라 아연 실색을 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박 모는 도박꾼이라 구제불능이라고 해도 그의 처는 둘이서 재혼한 사이로 미장원을 하면서 참 열심히 사는 사람인데 남자 복이 어찌 그리도 없는지 새삼 팔짜 생각을 하지 않을 수가 없다. 어떻든 범인이 잡히지 않고 있으니 아직 정확한 범행 동기를 알수 없는 일이므로 그 범죄에 대해서 이야기 하기 보다는 사건 여담을 좀 해보고자 한다.
강력사건이 발생하면 살인사건 현장을 감식하는 것부터 시작한다. 우선 과학 수사를 해야 하고 어떻고, 모두 옳은 소리지만 베테랑 수사관은 일단 현장만 보고도 육감적으로 면식범의 소행인지 그리고 치정이나 원한에 의한것인지 기초적인 범행의 냄새를 맡는다. 당연히 사체를 손대지는 않더라도 360도를 돌면서 이리저리 살펴 범행의 흔적을 찾아 내는데 있어서도 뛰어난 능력을 보여준다. 제일 중요한 것은 현장의 절대적인 보존이다. 그 다음이 현장에 떨어져 있는 증거의 발견이다. 신입 수사관을 대동하여 현장을 보여주면서 강조하는 것도 현장 보존이 우선이라는 것과 증거수집의 중요성에 대한 교육이다. 초보자를 대동하는 이유는 이렇게 현장에 임하는 기초교육도 하면서 배포를 길러주는 의미도 있다.
살인 현장을 처음 보면 떨리고 겁이 난다. 사망한 사람의 얼굴도 보기가 겁이 나는것이다. 그리고 사실 뭐가 뭔지 어떻게 된건지 전혀 감이 안오는데도 이리 저리 기웃거리면서 수사관 행세를 하도록 선배들이 키워준다. 그다음에 들여 보내는 곳이 사체를 부검하는 곳이다. 그 곳에는 국립 과학수사연구소에서 전문가들이 나와서 사체를 꺼내 놓고 해부를 하면서 필요한 부위를 떼어 내기도 하고 이리 저리 검사를 하는데 이곳에 처음 들어가게 되면 비위가 강한 사람도 거의 그날 식사는 하지 못할 정도로 역겨움을 느끼게 된다. 나도 이런 어려운 과정을 당연히 거쳤었는데 점점 이런 장면들에 무덤덤해지면서 몸집도 비대해지고 거칠은 들소처럼 변했었지만 알고 보면 원래의 심성은 무척 나약하였다.
어떻든 면식범도 토막 살인 처럼 변태적이고 엽기적인 범인은 예외이고 요즘은 잔인한 여러 형태가 엿보이지만 대개는 배우자등과 같이 피해자와 잘 아는 관계일때는 살해한 후에도 반듯하게 눕혀 놓고 이불을 덮어 놓는다든지 가급적 사체에 대해 예우를 갖추는 흔적을 남긴다. 이번 사건의 경우에는 먼저 체포한 범인은 어떤 식으로 검거했는지 모르겠지만 제일 먼저 하는 방법은 휴대폰의 위치 추적으로 행방을 쫒는 것이다. 지금까지 도주 중인 박 모는 아마 휴대폰 추적을 잘 알 것이므로 이제는 그런 방법은 안 통하니까 공개 수배를 내렸을 것이다.
다행히 인상착의를 본 제보자가 박 모를 발견하고 제보를 했을 때도 수사관들은 은신처를 검거할 때 지켜야 할 원칙이 있다. 예를 들어 어떤 빌라에 숨어 있다고 하자. 일단 범인이 이동 수단으로 자동차를 타고 다닌다는 구체적인 제보를 받을 경우라면 그 주변에 그 자동차가 있는지, 없다면 당연히 잠복에 들어가는 것이고, 세워져 있다면 자동차 위에 먼지가 묻어 있는지 손가락으로 찍어 본다. 도로가 복잡한 곳이라면 30 분 정도가 안되어서도 차위에 먼지가 내려 앉지만 한적한 주택지에는 3시간정도 전후하여 차위에 먼지가 내려 앉기 때문에 그 먼지를 찍어 보고 범인의 행방을 추정해 볼수 있는 것이다. 빌라 같은 곳에 은신하고 있다면 검거하는데 혼란이 별로 없는데. 제일 난감한 곳이 복도식 아파트인데 이런 곳에서는 경비원이나 주민들에게 인상착의를 보여주고 도움을 받던지 아니면 인내심을 가지고 잠복하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으나, 계단식 아파트이고 다행히 층수를 안다면 우유나 신문이 놓여 있다던지 하면 그 집에는 출입이 없고 반대편이 은신처이므로 덮친다든지 하는, 경험에서 오는 노하우가 있기 때문에 노련한 수사관이 반드시 필요한 것이다.
언제인가 70대 노인이 일을 계속하지 않으면 생계수단이 없어서 택시 운전을 하고 있었는데 교통사고 자해 공갈범에게 당하여 구속된 일이 있었다. 사건 개요에 대하여 이야기 하자면 길어 지므로 차회로 미루고 그 범인이 우연히 다른 사건으로 비슷한 범행을 하다가 채모 수사관에게 체포 되었는데 하도 교활한 작자라 손만 대면 트집을 잡고 물고 늘어 지므로 범행을 싵토 받는 수단으로 기기 묘묘한 기법이 행하여져 화제가 되었다. 채모 수사관이 나처럼 배가 나왔는데 범인을 벽에 세워 놓고 그 배로 범인의 배를 압박하니까 숨을 쉴수가 없어서 불과 몇분이 안되어 자백을 받아 내어 불쌍한 노인을 석방한 것이다. 이렇게 때로는 무지한 방법인지 무식한 방법인지 모르겠지만 온몸을 던져 사회 정의를 위하여 뛰고 있는 수사관들이 점점 줄어 들고 있는 현실이 나같이 은퇴한 선배 수사관들이 보기에 슬프기 짝이 없다. 어떻게 된게 이들이 주체가 아니라 원래는 이들을 도와 주기 위해 그 옆에서 인사 경리등 사무직이나 종사하는 사람들이 승진이나 모든 혜택을 도둑질해 먹으니 이런 불공평한 논공행상이 이루어지는 것을 알고서 자연히 주야로 자신의 사생활을 포기하는 어리석음을 계속할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