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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쓴이 : 김권섭 |
날짜 : 12-12-14 19:32
조회 : 2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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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 남
모임이 있다. 설레는 만남이 있고, 켕기어 가고 싶지 않는 모임도 있다. 모이는 사람들의 구성 性味에 따라 호오(好惡)가 있다. 직장 동료였던 분이나 취미가 같은 사람들과 모임이 대부분이다. 직장을 통한 만남은 거의 일생 대부분을 함께 지냈으니 가만하다. 취미가 같은 사람은 자연스럽게 나중에 만난 모임 들이다. 물과 물이 자연스럽게 합쳐지듯 말이다. 구성원들이 솔직하고 겸손하면 엄동설한 따뜻한 아랫목에 발을 뻗고 있는 기분이 들지만 간혹 가즈럽게 굴면 갸기부린 것처럼 보인다. 그런데 권위의식에 젖어 있고 자기 자랑에 빠진 집단에 가면 곰팡스럽다. 사람의 천성은 어찌할 수 없기 때문에 변화시킬 수도 없다. 그런 만남은 쓰레기를 담고 오는 날이 되어 감연하다.
애착이 가는 모임의 날이었다. 직장 동료였던 회원들이 밝은 웃음과 덕담으로 반긴다. 이럴 때는 깔축없다. 건정하여 시원하다. 직장에서 있었던 얘기를 한다. 그간 직원들의 잘한 것, 못한 것이 망라된다. 간대로 대부분은 잘못한 것에 대한 실수담에 더 귀를 쫑긋한다. 많은 사람들이 남의 잘못에 고소해 하는 것은 참으로 아이러니다. 웃기는 코미디에 눈물이 나는 것처럼 말이다.
A라는 사람이 있다. 그를 평하여 ‘개구리, 올챙이 적 생각을 못한다.’고 한다. 기정하여 굴침스럽다. ‘기관의 장 되기 전에는 겸손하고 친절하여 호감이 갔는데 지위가 바뀌고 부터 아주 변했다’고 한다. 직원들을 피곤하게 한다. 오죽하면 ‘B라는 직원이 있었는데, A의 피새 때문에 가분재기 퇴직했다’고 한다. B는 A가 오기 전에는 직장에 열심이었고, 많은 직원들로부터 신뢰를 받았던 사람이다. 지위가 오르면 여간해서 존경 받기가 어렵다. A, 그도 장이 되기 전에는 무난하고 온유하여 일부 사람으로부터 믿음을 주었던 사람이다. 그런데 장이 되고 나서부터는 직원들을 귀찮게 한 것이다. 갈가위가 되었다. A는 패려궂다. 직원들에게 가린스럽고 가각하다. 오죽했으면 일자리 얻기가 하늘에 별 따기처럼 어렵다는 때에 A가 싫어서 직장을 그만 두었을까! 안타까운 일이다. 청렴결백하여 어려운 이웃을 배려하는 기관의 장을 보기는 쌀에 뉘 같다. 돌이켜보아도 존경심이 우러나는 장은 보기 드물다.
내가 N지역에서 근무 할 때 L이라는 분이 있었다. 성미가 녹진하고 정려한 분이다. 함께 생활해 보니 성실하고 근면하기가 이루 말할 수 없다. 지금까지 겪어본 기관 장 중에는 낭중지추와 같이 느껴진다. 3년을 같은 관사에서 지켜봤다. 매일 새벽에 비닐 봉투를 들고 쓰레기를 줍는다. 직장의 장으로써 감독이나 하고 편하게 지낼 수도 있지만 솔선수범한다. 그가 하도 존경스러워 스스로 동행 했다. 그러다 보니 동화가 되어 나 홀로 쉬는 시간에도, ‘이 직장을 위하여 봉사할 것이 무엇 일까?’ 하는 마음뿐이다. 제일 먼저 출근하여 밤새 잠겨 있는 출입문을 열었다. 사무실 직원들이 출근하기 전에, 커피 탈 물도 떠다 놓고 청소도 하고 쓰레기통도 비웠다. 책상위에 걸레질도 하고 재떨이도 비우고 화분에 물도 주었다.
어느 비 오는 날이다. 우산을 들고 밖을 걷고 있는데 담 옆에 코스모스가 못자리를 해 놓은 것처럼 무더기로 나 있다.
언뜻 생각하기에 이 많은 ‘코스모스를 많은 사람들이 볼 수 있는 곳에 옮겨 심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비를 맞으며 리어카에 농기구를 준비했다. 혼자 직장 밖 사람들이 많이 다니는 길에 심었다. 여름에 심은 것이 가을이 되니 코스모스가 피어 장관을 이루었다. 오고 가는 학생들이 코스모스를 꺾어 “야! 꽃 아름답다.” 좋아한다. 코스모스 꽃잎은 수 천 마리 나비되어 나풀나풀 날아오른다. 마치 학생들처럼 기분이 좋다. 내가심은 코스모스 길을 자주 걸었다. 아름다운 코스모스를 볼 때 마다 뿌듯했다. 누가 가을에 핀 코스모스를 아름답다 했는가!
지금도 그 때를 생각하면 갓밝이 전 L과 여명을 함께 했던 일과 코스모스가 떠오른다. 3년 근무했던 그 때가 직장 생활 중 가장 추억에 남는다.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고, 그 무렵 직장에서는 가장 우수한 직원을 선발하여 성과급을 주었다. L의 추천으로 선발되었다.
만일 L이 솔선수범을 할 줄 모르는 A와 같은 사람이었다면 나 같은 사람은 안중에도 없었을 것이다. 내가 상을 받기 위하여 한 것이 아니고 순수한 마음으로 했지만 기분이 좋았다. 가끔 매스컴을 통하여, 상을 받은 사람들이 수상소감으로 ‘더욱 잘 하라는 채찍으로 알고 잘 하겠다.’는 말을 하는 것이 생각난다. L과 헤어진지가 까마득한데 생각만 하면 존경스러운 마음이 든다. L과 같은 분들이 기관의 책임자로 많이들 등용 된다면 우리나라는 선진국이 앞 당겨지고 살맛나는 직장이 될 것이다.
어느 날 벤저민 플랭클린은 어두운 밤길에 가로등이 필요함을 깨닫고, 필라델피아 사람들에게 가로등 하나가 얼마나 도움이 되는지 설득하기 위해 아름다운 등을 준비했다. 유리를 잘 닦아 자기 집에서 길가로 길게 연결한 등 받침대를 설치하고 그 위에 등을 올려놓았다. 해가 지고 어두움이 거리를 덮자 드디어 그 등에 불을 지폈다. 그러자 동네 사람들이 플랭클린 집 앞에서 길을 비추고 있는 훤한 등불을 보게 되었고, 그 집에서 좀 멀리 사는 사람들도 그 불빛에 호감을 갖게 되었다. 결국 그 집 앞을 지나다니는 사람들은 그 등으로 인해 길 바닥에 솟아 오른 돌멩이에 걸려 넘어지지 않고 피해 갈 수 있게 되었다. 인근 주민들도 등을 자기 집 앞에 하나 둘씩 내 놓기 시작했다. 결국 필라델피아는 길거리를 가로등으로 환하게 만든 미국 첫 번째 도시가 되었다.
등불이 밤거리에 많은 도움을 준다는 것을 보여 주기 위해 먼저 등을 내어 거리에 빛을 밝힌 플랭클린처럼 L은 솔선수범의 지도자였다. L과의 생활은 내 생애 귀하고 알찬 만남이었다. L과 만남을 생각하니 석양 노을 짙게 타는 아쉬운 길목에서 코스모스 향기에 취한 것처럼 가슴 설레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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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승택 |
12-12-14 21:3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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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생님의 글을 통해 '만남'의 중요성을 다시 한 번 생각해봅니다. 만남은 운명과도 같은 것. 그런데 김선생님, 기만하다, 가즈럽게굴다, 갸기부리다, 곰팡스럽다, 감연하다, 깔축없다, 등등 이어지는 우리말에 정신이 없네요. 그간의 내공이 쌓인 결과라 생각하며 스스로를 돌아보는 계기로 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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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권섭 |
12-12-15 05:0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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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경하는 강선생님 안녕하셨습니까. 늘 격려해 주시니 감사합니다.
오늘도 첫번째로 오시어 댓글 주시고 우리말 사랑하시니 고맙습니다.
어쭙지 않게 우리의 고유한 아름다운 말을 사용해 봤습니다.
가만하다: 움직임이 매우 조용하여 그 다지 드러나지 않다.
가즈럽다: 가진체하여 뽐내는 태도가 있다.
갸기부리다: 남을 업싱여기고 잘 난체하며 뽐내는 태도를 보이다.
곰팡스럽다: 말 행동이 괴팍하고 궁벽스럽다.
감연하다: 마음이 차지 아니하여 시들하다.
깔축없다: 조금도 축나거나 버릴 것이 없다.
죄송합니다. 늘 건강하시고 평안하소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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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재문 |
12-12-14 21:4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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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권섭 선생님의 글을 읽으니 저도 아련하게 직장생활하던 때가 엊그제 일처럼 떠오릅니다. 직장 정년퇴임한지 만 5년을 넘겼는데도 말입니다. 그리고 꿈을 꾸면 지금도 직장생활하는 꿈을 꿉니다. 발령이 나서 가고 또 뭐 새로 부임하는데는 관사가 있느니 없느니 하고 말입니다. 저도 저를 심하게 못살게 하는 상사분을 만나 힘들 때도 있었습니다. 세상 살다보면 꼭 좋은 사람만 만나라는 법은 없는가 봅니다. 그래도 저는 인복은 있어서 거의 좋은 사람들만 만나 아름답게 직장생활 마감한 것 같습니다. 좋은 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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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권섭 |
12-12-15 05:0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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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봉선생님 안녕하셨습니까. 눈이 내리더니 비가 내리고 엄동설한이다 했더니 날씨가 풀리고 자연의 질서 앞에 인간의 나약함을 어찌할 수 없습니다. 비가 와서 얼음이 얼어 교통사고가 전국 각지에서 일어나 견인차들이 동분서주하니 정신을 차릴 수 없군요.
설봉선생님은 천성이 온후 인자하시고 상선여수하시니 그 누가 선생님을 서운 타 하시겠습니까.
늘 댓글 주시고 정다운 말씀 주시니 고맙고, 감사합니다. 건강하고 행복하시길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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