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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쓴이 : 임재문 |
날짜 : 12-03-19 03:00
조회 : 2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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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가 변했다.
임 재 문
작년 가을이다. 아내가 갑자기 돌배가 먹고싶단다. 과일가게에 가면 여인의 속살처럼 탐스럽고 달디단 맛있는 배가 많은데, 왜 하필 못생기고 맛도 볼품없는 돌배가 먹고 싶다고 하는 것일까?
첫아들을 임신했을때 아내는 입덧을 심하게 했다. 왜 그리도 먹고 싶은 것도 많은지, 더구나 가을에 입덧을 했는데, 묵은 배추김치가 먹고 싶다고 하지를 않는가? 요즘같이 딤채가 있던 시절도 아니고, 냉장고도 들여놓기 어려운 그시절! 가을에 묵은 김치를 구하는 것은 참으로 난감한 일이다..
아내를 위해서 그리고 새로 태어날 첫 아들을 위한 마음을 그 누가 알아주겠는가? 이곳 저곳 수소문해도 그시절 가을에 묵은 배추김치를 구하기는 쉬운 일이 아니었다. 찾아 다니다가 지쳐서 급기야는 가게에서 배추김치캔을 사서 그릇에 곱게 담아 시골에서 겨우 구했노라고 이야기하고 가져다 주었는데 아내는 그것을 맛있게 먹고 입덧을 잠재운 기억이 떠올라 웃음이 저절로 나온다.
회갑을 문턱에 둔 아내가 늦동이를 가졌을리는 만무하고, 아내는 그 돌배나무 아래서 그 무슨 첫사랑의 추억이라도 있는 것일까? 그렇다고 아내의 엑스 파일이나 블렉홀을 건드릴 엄두는 나지 않는다. 어떻든 아내가 먹고 싶다고 하니, 돌배를 구해야 하는데 어디 가서 구해야 하는가 말이다..
여기 저기 수소문해서 큰 회사 정원에 미관용으로 심어놓은 돌배를 따다가 아내와 함께 먹었는데, 아내는 갑자기 어릴적 아내의 고향마을 어귀에 있던 돌배를 따먹던 일이 생각나서 그랬다고 하는 것이 아닌가?
아내가 이야기하는 돌배의 추억이라면, 나도 어릴적 돌배나무와 같은 추억이 있다. 십리길을 걸어서 학교에 다녔는데, 꼭 중간쯤 되는 마을에 정자나무처럼 큰 아그배 나무가 있었다.
가을이 오기가 무섭게 우리는 하교길에 책가방을 내팽개치고 아그배를 따먹느라 시간 가는 줄 몰랐다. 아그배는 돌배 보다도 더 작고 요즘 나오는 방울토마토 크기만한 배인데, 새콤 달콤한 맛이 참으로 좋았기 때문이다. 서리가 올 무렵이 되면 그 맛은 더해져서 그시절 군것질 감으로는 안성마춤이었던 것이다.
나는 어려서 단 것을 무척 좋아했다. 아마 눈깔사탕 세대라 더 그랬을 것이다. 그것은 성인이 되어서도 이어졌는데, 얼마나 단 것을 찾는지, 수박에도 설탕을, 토마토도 딸기도 수제비나 국수도 아무튼 설탕이 안들어가면 입에 대지도 않을 정도다.
그런데 돌아가신 내 아버지께서 당뇨 합병증으로 돌아가시고 나서야 단 것을 멀리 하지 안으면 안되었다. 아내도 극구 만류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이유는 단것이 당뇨병을 유발 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건강하게 오래 살려고 단 것과 담을 쌓은 지가 오래 되었는데, 요즘은 아내가 사탕을 한 봉지씩 사오는 것이 아닌가?
젊은 시절 단 것은 거들떠 보지도 않던 아내가 사탕을 사오다니, 그리고 틈만 나면 연달아 사탕을 먹어치운다. 극구 만류하던 사탕을 이제는 나에게도 권하며 하는 말, 나이 들어갈 수록 단 것도 섭취 해야 한다고 하니 아내가 변해도 많이 변했다.
아마 아내도 추억을 먹고 사는 나이가 되어가나보다. 그렇다고 아내만 변하면 되겠는가? 에라 모르겠다. 나도 변하자 ! 하고 아내에게 제의를 했다. 무우밥이 먹고 싶다고, 반찬은 파장졸임으로 해달라고 했다.
요즘 건강에 좋다고들 하니까 그렇기도 하겠지만, 내 어릴 적에 가난한 사람들이 먹던 조나 수수 등 잡곡과 보리쌀이나 밀가루가 쌀보다 더 비싸고, 보리밥집이 성업을 이루고 있는 것을 보아도, 추억을 곁들인 음식들이 각광을 받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아무리 눈을 씻고 봐도 무우밥을 파는 집은 없다. 어려서 무우밥은 쌀이 귀하던 그 시절 포만감을 주기 위해 해먹던 밥이다. 무우밥은 꼭 파장조림과 먹어야 맛이 있던 기억이 있다. 그래서 나는 시중에도 팔지 않는 무우밥을 아내에게 주문했다..
아내도 생각 되는 것이 있었는지 쾌히 승낙을 하고, 콩나물까지 조금 곁들여 맛있는 무우밥을 한 상 차렸다. 아내와 나는 옛 이야기 꽃을 피우며, 파장조림에 무우밥을 맛있게 먹어치운 것이다.
아내도 나도 이제는 추억을 반추하며 살아가는 나이가 된 것 같다. 세월은 쏜살 같다더니마는 요즘은 왜 그렇게 붙잡고 싶어도 붙잡아지지도 않는 세월이 그렇게 빨리 가는지 모르겠다.
오늘도 아내의 달콤한 사탕처럼 나도 그렇게 달콤한 옛추억에 젖어본다. 아 ! 나도 그리고 아내도 흐르는 세월따라 나이가 들어가며 늙어가고 있구나 ! 세월아 ! 다시 한 번만 더 그 시절 그 옛날로 되돌아 갈 수 없는 것이냐? 세월에게 물어보고 싶어진다. 아니.세월아 ! 멈추어라 ! 어명이다 ! 어명이라 하지 않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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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진철 |
12-03-19 20:2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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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선생님 저는 콩나물 밥이 먹고 싶습니다. 양념간장을 넣어
비벼먹는 맛을 즐기고 싶습니다. ㅎㅎㅎ
그런데 돌배가 말입니다
제가 몇해전에 월악산 속에서 농장을 개발한적이 있었는데요
공투 도자 10여대를 불러 나무를 마구 베어 버렸지요.
그런데 동네 영감님이 올라오더니 여기 있던 돌배나무 어떻게 했냐고
하는것입니다. 그것이 무슨천연 기념물이라고 하던데 영리에 눈이 어두워
무조건 베어 버리는 바람에 섞여서 잘려 나간것입니다.
제가 시골 출신이였다면 돌배나무를 알았을텐데 미쳐 모르고 저지른
것입니다. 그렇게 맛이 꿀처럼 달았다고 하더리구요.
참 세월이 무섭게 빨리 흘러가네요 , 임선생님 우리 이젠 뒤로 돌아서
오던길을 되돌아가보면 어떨까요. 마라톤도 반환점이 있는데 이만큼
살았으면 더 가봐야 뭐 볼게 있겠습니까. 이쯤해서 돌아서서 왔던길
되새기며 가보입시다
청산리 벽계수야 수이 감을 자랑마라
일도 창해하면 다시오기 어려우니
명월이 만공산하니 돌아 간들 어떠리 ㅎ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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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재문 |
12-03-19 21:1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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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진철 선생님 ! 요즘와서 부쩍 세월이 왜 이렇게 빨리가나? 할 정도로 쏜살 같이
달려가는 세월을 낚느라 여념이 없습니다. 여동생 아들 결혼식에 참석하고,
또 남동생 아들 결혼식에도 참석하면서 아 ! 참으로 세월이 많이 흘렀구나!
생각을 했습니다. 어릴적 군것질 감으로 아그배가 참 좋았지요. 지금 생각해도요.
사과는 또 어떻습니까? 어릴적 운동회때나 먹어보던 사과 새콤 달콤한 그 맛있는
재래종 사과는 이제 거의 후지라고도 하고 부사라고도 불리우는 것들에게
다 점령 당하고 말았습니다. 이제 저도 뒤로돌아갓 ! 구호를 외치며 다시 뒤돌아
새출발 해야 만 할것 같습니다. 좋은 답글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총회때 뵙고 회포를
풀기로 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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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승택 |
12-03-20 00:5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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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분의 알콩달콩 사는 모습이 보기에 좋습니다. 다행이 돌배가 먹고싶다했으니 망정이지 금은보석이라도 캐오라 하셨으면 어찌할뻔 했습니까. 무심히 흐르는 세월속에 떠오르는 추억은 왜 그리도 엉뚱한지, 저도 가끔 겪는 현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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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재문 |
12-03-20 05:0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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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승택 선생님 ! 반갑습니다. 정말 금은 보석 다이아반지를 구해오라고 했더라면 진땀흘릴 뻔 했습니다. 이제 추억의 뒤안길을 걸어야 하는 나이가 된 것만 같습니다. 총회때 뵙지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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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용순 |
12-03-20 09:2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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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재문 선생님, 나이가 들면 새로운 추억이 될 만한 일들이 만들어 지지 않겠지요. 이름다웠던 지난 일들이 이제는 영영 다시 올 수 없는, 아쉬움으로 남으니 반추 해 보면서 미소 지울 수 밖에는 없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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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재문 |
12-03-20 14:2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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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순 선생님 ! 가평의 추억도 알알이 떠오릅니다. 왜 그리도 미쳐있었던지, 비가오나 눈이 오나 바람이 부나 가평을 다녔던 그 시절 ! 지금도 그립기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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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진화 |
12-03-20 12:4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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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재문 선생님, 춘분에 아름다운 이야기를 읽었습니다.
선생님은 사모님을 위해 돌배를 구해오시고,
사모님은 무밥을 정성껏 지어서 겸상을 하여 드시는 모습이
눈에 선합니다.
사탕도 맛있게 나눠 드시며 알콩달콩 건강하고 행복하게
지내시는 모습 자주 전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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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재문 |
12-03-20 14:2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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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화 선생님 ! 감사합니다. 요즘 왜 그렇게 세월이 빨리가는지요. 흐르는 세월 속에 흘러간 그시절 떠올리며, 아름다운 추억만 생각하며 살아갑시다. 총회때 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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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복희 |
12-03-20 21:3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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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어서는 꿈을 먹고 살고 늙어서는 추억을 먹고 산다네요..
아름다운 인생의 노을길이군요.
양주분의 사랑이 묻어나는 글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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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재문 |
12-03-20 23:1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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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복희 선생님 ! 항상 왕성한 활동력으로 부럽습니다
. 맞아요. 나이 들어가며, 옛날을 반추하며 살아가게 되는가 봅니다.
조금은 힘들고 어려운 그 옛날이지만, 그래도 그 시절 그 추억들이
아름답다고, 아름다웠노라고, 말하고 싶어집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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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병문 |
12-03-21 12:5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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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이킬 수 없는 것이 세월이기에 그 시절의 입맛이 더욱 그리워지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당기시면 取하시고, 넘쳐나면 덜어내는 조화의 세월, 그 세월을 진정 즐기시기 바랍니다. 임재문 선생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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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재문 |
12-03-21 14:4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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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병문 선생님 ! 항상 저에게 배려 너무나 감사합니다. 다시 올 수 없는 그 시절이 왜 그리도 그리운지요? 아무튼 요즘은 세월이 쏜살 같다는 것을 실감합니다. 감사합니다. 이번 총회때 뵙고 회포를 풀어 봅시다. 네네 건강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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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희순 |
12-03-22 14:3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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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 세월은 지엄하신 어명에도 눈 하나 깜짝않고 제 갈 길을 가는가 봅니다.
흘러가는 세월 속에서도 선생님처럼 그렇게 소박한 행복을 가꾸며 살아간다면
세월을 어찌 무심하다 탄만 하겠는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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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재문 |
12-03-22 18:5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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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희순 선생님 ! 어명을 어기고 계속해서 가고 있는 세월을 능지 처참할 방법은 정녕 없는 것인가요? 흐르는 세월속에 묻혀진 그 추억들을 더듬으며 살아가야 하는가봅니다. 감사합니다. 총회때 그러니까 내일 뵙고 회포를 풀겠습니다. 건강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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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만성철용 |
12-03-23 09:2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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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단숨에 읽고 나니 "아내가 안 변했구나" 하는 생각입니다. 구수한 이야기를 하시려고 공연히 그리하였구나 하는 생각입니다. 그런데 글이 더 좋아진 것 같은데 바둑으로 치면 입신의 경지에 들어 가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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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재문 |
12-03-23 09:4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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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만 성철용 선생님 ! 국문학자이시고 시조 시인이시고 그리고 우리 한국수필작가회의 영원한 회원이신 일만 성철용 선생님 ! 저는 일만 성철용 선생님의 은혜를 영원히 간직하렵니다. 부족한 제글 읽어 주셔서 감사할 따름입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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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영자 |
12-03-25 06:3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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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재문선생님, 부부의 정이 물씬 묻어나는 글이 참 좋습니다.
돌배가 먹고 싶다는 사모님도 선생님 옆에살다보니 수필가가 다 되신듯 싶습니다. 무우밥을 먹어본 기억을 떠올리니 어머니의 손 맛이 생각나고 침이 꼴깍 넘어가네요.
그 질척하고 들큰한 무우밥이야말로 양념맛이었지만 그리운 음식입니다. 얼마되지 않아 사라져버릴 음식이 아니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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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재문 |
12-03-25 10:3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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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자 선생님 ! 어려서 무우밥을 먹어보고 기억을 더듬어 무우밥을 아내에게 주문 했었지요. 우리 어릴 적에야 쌀도 귀하던 시절이라서 배부르라고 먹었던 무우밥이 이제는 보리밥과 함께 추억의 저편으로 사라져갑니다. 아마 보리밥도 세월이 가면 사라져 가지 않을까 생각이 되기도 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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