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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쓴이 : 강승택 |
날짜 : 11-05-06 23:18
조회 : 1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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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위기’라는 말을 사전적인 의미로 찾아보면 세 가지 뜻을 지니고 있다. ‘지구를 둘러싸고 있는 기체. 그 자리나 장면에서 느껴지는 기분, 주위를 둘러싸고 있는 상황이나 환경’ 등이 그것이다. ‘분위기 있는 사람’, ‘분위기 있는 목소리’, ‘분위기 있는 찻집’과 같이 분위기란 느끼는 쪽의 주관적인 판단에 근거할 뿐 실체를 지닌 개체는 아니다. 그런데도 툭하면 분위기가 좋다, 나쁘다, 또는 무겁다 등의 표현으로 자신의 감정을 드러낸다. 분위기가 그만큼 우리의 일상에 깊숙이 개입하고 있음을 나타내는 반증이다.
몇 년 전 고향 사람들의 모임에 참석을 하게 되었는데 모두가 이북에서 월남(越南)한 1세분들이었다. 평균 연령이 80대 중반을 넘은 이들의 모임에서 나는 한 가지 독특한 분위기를 읽어낼 수 있었다. 타인에 대한 철저한 무관심과 침묵이었다. 누군가 어렵사리 화두를 던져도 화답하는 사람이 없으니 대화 자체가 이루어지질 않았다. 자리가 파하기까지 내내 무거운 침묵만이 흘렀다. 모처럼 고향 사람들의 모임이라고 기대를 하고 나갔으나 점심 한 끼 해결하고 온 일 외에는 남는 것이 없었다. 과거를 반추할 힘마저 상실한 노년의 무기력이라고도 할 수 있겠으나 평소 개인주의로 길들여진 생활습관 탓이 더 크지 않을까 생각한다.
좋은 분위기란 무엇인가. 편안함일 것이다. 아무리 치장을 잘하고 값나가는 재료로 주위를 꾸며 세운다 해도 마음을 불편하게 만들면 눈에 들어올 리가 없다. 쓸데없는 긴장감으로 사람의 기운을 빼놓는다면 바늘방석이 따로 없을 것이다. 사람에 따라서는 유독 무거운 분위기를 즐기는 경우도 없지 않음을 본다. 권위를 내세우는 경우이다.
같은 아파트 엘리베이터 안에서 만나는 70대의 남자다. 개인 회사의 경영인쯤으로 짐작되는데 마주칠 때마다 눈인사라도 나눌까했으나 끝내 접고 말았다. 몸 전체에서 새어나오는 찬바람의 강도가 예사롭지가 않았기 때문이다. 범접을 못하도록 처음부터 차단하고 나오는 서슬에 물러설 수밖에 없었다.
나는 생리적으로 무거운 분위기를 못견뎌하는 쪽이다. 짧지 않은 교직 생활 동안에도 아이들의 웃는 얼굴을 위해서라면 수업 시간에도 갖은 쇼를 마다하지 않았다. 내가 특정 분위기에 유독 민감한 까닭은 가친의 영향도 무시할 수 없다할 것인데 거슬러 올라가면 6,25전후(戰後)의 가정사에까지 이르게 된다. 전란의 후유증으로 너나없이 생존 자체가 힘들던 시절, 어머니의 노점상으로 하루하루를 연명하려니 어머니 자신도 힘들었지만 손을 놓고 바라보는 아버지의 상실감 또 한 컸으리라. 행동하지 못하는 지식인의 고뇌라고나 할까.
아버지의 한숨이 깊어지면 질수록 집안의 공기는 무거웠고 어린 나에게는 숨통을 조이는 질식감으로 작용했다. 마침내 침묵은 거스를 수 없는 권위로 통했다. 이 같은 어린 날의 기억때문인지 내 아이들 앞에서만은 무거운 분위기를 걷어내겠노라 다짐했었다. 그 결과로는 권위 있는 아버지의 상(像)과는 처음부터 거리가 멀어지게 되었고 이즘에 와서는 오히려 아이들이 더 무게가 나가는 것도 같다. 그렇다고 추의 무게를 늘려보겠노라는 생각은 추호도 없다.
저항의지를 잃은 장수에겐 적군도 관대한 법. 그에 따른 반대급부가 적지 않다. 무엇보다 부족한 제 아빠에 대한 보호본능을 자극한다는 점이다. 지금처럼 생활구조가 젊은 사람들 위주로 짜여 진 세상에 아이들의 도움 없이 해결할 수 있는 일이 하나도 없음을 생각할 때 선대의 군림을 입에 올리는 자체가 어불성설이다.
요즘에는 뜸해졌지만 한 때는 아침을 노래로 시작했다. 밤새 쌓인 침묵의 두께, 어둠의 분위기를 걷어내기 위한 나름대로의 방식이었다. 더하여 살림에 지친 아내의 경색된 얼굴까지 펼 수 있다면 하는 바람도 없지는 않았는데 아내는 그러한 남편을 기이한 형상물 들여다보듯 바라보며 던지는 말이 있다. ‘당신은 아침부터 그러고 싶어?’
처음부터 고정되어있는 분위기란 없다. 의지가 있다면 누구든 좋은 방향으로 변화시킬 수 있는 것이 분위기다. 평소에는 국민위에 군림하던 정치인들도 선거 때만 되면 시민들 사이를 헤집고 다니며 갖은 쇼를 마다하지 않는것만 보아도 분위기가 그만큼 중요하다 느끼는 때문일 것이다. 너나없이 모두 좋은 분위기, 밝은 분위기를 말하지만 정작 앞장서는 사람은 흔치않은 것 같다. 그나저나 이런 말을 하는 나 자신은 어떤지 돌아보니 낯 뜨겁고 부끄럽기가 이루 말할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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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병식 |
11-05-07 06:0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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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선생님께서 집안에서 분위기를 잘 맞추고 사신다니 부럽습니다. 저는 그러지를 못하거든요. 그렇다고 권위적이지는 않지만 유머가 부족하니 경색된 분위기가 되기 일쑤랍니다.
그래서 저는 과하지 않는 너스레, 농담을 재치있게 던지는 사람을 좋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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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승택 |
11-05-07 11:1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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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선생님은 겉으로 표현하지 않아서 그렇지 속마음은 누구보다 깊은 분이시라는 걸 압니다. 부인께 향한 깊은 마음의 분위기를 어찌 저 같은 얕은 속이 따를 수 있을까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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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병문 |
11-05-07 08:1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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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승택 선생님,
일상에서 최고의 느낌은 역시 부드러움이 아니겠습니까. 그 유연함이 강함을 이겨내는 것을
많이 보아왔습니다. 택견이 그렇고, 유도가 그렇고, 사람의 웃음이 그렇고 또 강선생님이 그렇지 않습니까. 유연함은 부드러움이고, 부드러움은 곧 편안함이겠지요.
새 아침을 깨우치는 맑은 지혜를 선생님의 말씀에서 읽었습니다.
더욱 말씀에 공감이 가는 것은 제가 그리 못하기 때문인지도 모릅니다.
좋은 날 되시기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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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승택 |
11-05-07 11:2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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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드러움이 강함을 이긴다는 것은 모르긴해도 만고의 진리가 아닌가 싶습니다. 저 역시 분위기 파악 제대로 못하고 분위기 깨는 짓 많이 해오면서 살아왔기에 글을 통해서나마 마음의 빚을 정리해봤습니다. 그나저나 앞으로 분위기 맞출 일이 걱정입니다.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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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복희 |
11-05-07 09:1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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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선생님은 늘 분위기맨으로 느껴집니다.ㅎ
나직하고 자상함이 묻어나는 음성이 매력적이지요.
글에서도 그 분위기가 살아나네요.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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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승택 |
11-05-07 11:2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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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선생님이야말로 분위기맨 아니신가요? 늘 뵈도 편안함이 묻어나는 얼굴, 작가회에도 열심이십니다만 실버넷뉴스에서의 활약 또한 대단하시다는 것을 새삼 느꼈습니다.좋은 기사,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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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용순 |
11-05-07 09:4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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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선생님 글을 읽으면서, 작은 웃음이 저절로 나옵니다. 저도 평생 그렇게 해보지 못하였습니다. 정말 부드럽고 자상함이 필요한데, 왜 그런지 되지 않습니다. 내가 퉁명스러우니 돌아오는 대답도 퉁명스럽고, 그걸 듣게되면 기분이 좋지않고, 악순환입니다. 집사람이나 자식한데 그렇게 못한 것을 손자에게라면 얼마든지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이놈들이 도무지 낳을 생각을 하지 않으니 어쩌면 좋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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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승택 |
11-05-07 11:3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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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이란 집안의 좋은 분위기를 위해 때론 희극배우 역할도 스스로 떠맡고 나서야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나이 들어가며 하게됩니다. 결혼 초기야 여자에게 지지않으려고 괜한 무게도 잡아봤지만 지나고 보니 다 쓸데없는 힘의 낭비라 생각되는군요~맞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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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행원 |
11-05-07 10:2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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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승택 선생님의 분위기 있는 글, 잘 읽었습니다.
그런 바탕에 깔린 강 선생님의 분위기는 아주 좋습니다.
그래서 더욱 친밀감을 느끼는지 모르겠습니다.
좋은 분위기는 매력이고 좋은 인품이 되는가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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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승택 |
11-05-07 11:4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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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선생님, 괜한 ' 분위기' 이야기 꺼내가지고 분위기 망치는 것 아닌가 걱정되네요. 솔직히 분위기라면 윤선생님을 빼고선 이야기가 성립이 안되지요. 늘 호탕하신 성격과 밝은 웃음~격려의 말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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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진화 |
11-05-08 00:0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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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승택 선생님은 작년 수필의 날 함께 연극을 하며 여러 날을 뵈었는데 참 온화한 분위기를 가진 분이십니다.
역할은 인민군 패잔병이었지만 상당히 품격이 있으셨습니다. ㅎㅎ..
아침마다 노래로 하루를 시작하신다니 저절로 미소가 지어지네요.
과연 무슨 노래를 부르실까요?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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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승택 |
11-05-08 17:0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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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때 생각하면 지금도 얼굴이~ 무식하면 용감하다는 말이 있듯, 저같은 얼치기가 나서는 자리가 아니었는데 박원명화 선생님의 꼬임에 그만 넘어갔지요. 저 아니면 안됀다나 하는 ~어버이 날도 서서히 저물어 가는 이 오후, 감회가 어떠하신지요? 이진화 선생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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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희순 |
11-05-09 16:1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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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진풍상 견뎌 이겨낸 둥구나무가
방초의 비위를 맞출 수는 없는 노릇이며
천년바위가 초목의 향배에 눈치를 살펴야 할 까닭은 애초에
없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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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승택 |
11-05-10 21:0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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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희순 선생님, 짧은 말씀 속에 담겨진 깊은 뜻, 헤아릴듯 합니다. 깊이 마음에 새기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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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원명화 |
11-05-09 21:4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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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작가회의 분위기 메이커이신 강승택선생님! 아마도 이런 좋은 글도 작가의 인품에서 나오는 게 아닐까요.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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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승택 |
11-05-10 21:1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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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위기 메이커라니요~ 솔직히 작가회 참석때마다 늘 조심스러운 것은 사실입니다. 행여 좋은 분위기 그르칠까하는~작가회 홈페이지가 우리 모두의 마음의 안식처가 되기를 희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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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자인 |
11-05-11 16:5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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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승택 선생님, 이진화 선생님 말씀과 같이 수필의날 행사 때 뵈었는데 선생님 성품이 참 온화하다는걸 그때 알게 되었습니다.
선생님 글 속에서도 자상한 분위기 느껴집니다.
한때 아침마다 노래로 시작하셨다니 집안 분의기가 얼마나 좋으셨을까 짐작이 됩니다.
다시 시작하시면 더 좋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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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승택 |
11-05-11 23:2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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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하면 재미있고 우습고, 또, 한 없이 부끄럽기도 한 추억이네요. 덕분에 여러 작가회선생님들 얼굴 익히는 계기도 되었지요. 김선생님의 배려로 소지품을 가방에 넣고 다니는 습관을 갖게 된 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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