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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쓴이 : 한동희 |
날짜 : 10-08-14 05:14
조회 : 1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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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림펜부르크 성>
뮌헨에 와서 첫 번째 방문한 <림펜부르크 성(Schloss Nymphenburg)>은 바이에른 국왕의 여름철 궁전으로 바로크풍으로 지어졌다. 입구에 있는 천장화의 모티브인 님프(요정)에서 성의 이름이 지어졌다. 지금은 박물관으로 사용하고 있고, 여름철에는 화려한 로코코풍의 홀에서 음악회가 열린다.
성 밖에는 드넓은 프랑스풍 정원이 펼쳐져 있고 앞에는 호수가 있다. 날씨가 싸늘하지만 호수에는 물오리들이 노닐고, 겨울에는 시민들을 위해 스케이트장으로 개방한다.
본관 왼쪽의 미인화 갤러리는 뮌헨에서 최고의 미인 30명의 초상화로 장식되어 있는데, 미녀 롤라의 그림으로 유명하다. 또 다른 전시실에는 그 시대의 왕과 왕족들의 초상화가 있고, 특히 왕비나 공주들의 초상화가 많다. 한 방 가득히 전시되어 있는 왕족들의 당당한 풍채와 화려한 색조의 인물화에서 중세 왕조의 위용을 한 눈에 느낄 수 있다.
로마 신화 속의 비너스와 마르스의 로맨스 벽화가 눈에 띈다. 발길을 돌리면 중세 궁중의 생활상을 볼 수 있는데, 그림의 특징은 파란색과 빨강색을 많이 썼다. 황제의 방도 벽이나 커텐이 푸른색으로, 왕족들의 피도 파랗다고 생각했다는 설이 있다.
미인화 갤러리를 나와 도자기 박물관으로 갔다. 도자기로 왕비와 공주, 귀족들의 상을 만들고, 왕실에서 썼던 식기류와 장식품들, 왕관과 여러 가지 새들의 모양 등, 다양한 종류의 도자기들로 그 당시의 화려한 궁중생활상과 귀족사회의 이모저모를 보여주고 있다. 우아하고 정교한 모양과 색채는 그 당시의 발전된 도자기 문화를 말해주고 있다. 그러나 자기(磁器)는 서양보다 동양이 먼저 세상에 선 보였다.
중세의 서양 사람들은 도자기에 관심이 많았다. 그들에게 동양의 자기는 보물이었다. 아우구스토우스 2세는 호기심 많은 걸물로서, 동양의 얇고 반투명한 흰 자기(磁器)의 제조 기법은 그에게 오랫동안 수수께끼였다. 이런 동양자기를 만들어내는 것에 그는 생각의 깊이를 더했다. 아우구스토우스 왕은 1701년 연금술사 요한 프리드리히 베치아와 몇몇의 과학자들에게 엄명과 비호아래 비밀 작업장에서 가마를 쌓는 법에서부터 원료의 배합에 이르기 까지 고난의 연구를 계속하게 했다. 높은 열을 견디며 실패와 고난의 연구를 거듭한 끝에 1709년, 드디어 갇혀 지낸 8년 만에 도자기 연구에 성공한다. 왕의 기쁨은 하늘을 찌를 듯 했고, 다음해인 1710년에 서양 최초의 도자기 제법 발명을 세상에 공표한다. 국왕은 알프레히츠부르크의 황폐한 고성 내 마이센 마을에 가마를 축조하여 도자기 제작소를 설치했다. 이 마을에서 제작된 자기가 서양의 자기 시작이다.
하지만 아우구스토우스 왕의 많은 유산 중에 가장 화제가 되고 있는 것은 동양의 자기이다. 16세기부터 중국에서 네델랃드 상선을 통해 수입된 하얗고 반투명한 도자기는 금보다 더 비싸게 팔리면서 사치스런 귀족들의 과시 수단이 되었고, 동양자기에 뜨거운 차를 담아 우아하게 마셨다고 한다. 지금도 서양 사람들은 자기를 선호하는 경향이 있어, 박물관에 전시된 작품의 번호와 똑같은 자기를 주문받아 제작 판매하고 있다.
도자기 박물관을 나와 곁에 있는 마차박물관으로 이동했다.
이곳에는 중세 왕이나 왕실에서 사용했던 마차와 말의 안장, 기사들이 말을 탈 때 입었던 가죽 제복들이 전시되고 있었다. 왕이나 왕족들이 탔던 마차는 그 용도에 따라 모양과 색상이 다르기는 했으나, 모두가 철재에 도금을 하거나 무늬를 넣어 조각한 예술품과 같다. 사냥할 때와 외출할 때, 장례마차 등, 각기 다른 용도에 따른 특색의 문양과 색조의 화려함이 극치를 이루었고, 왕비나 공주들이 탔던 가마는 한국의 사대부집 마나님들이 타고 다녔던 것과 모양이 비슷해 친근한 느낌이 든다. 그 당시에는 말의 꼬리를 잘랐다는데, 그것은 말이 꼬리를 휘두를 때 지저분한 것들이 튀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였다고 한다. (한국수필 2010.1월호)
<올림픽 파크>
다시 버스로 갈아타고 올림픽 파크를 향해 간다. 뮌헨 시 중심가에서 북서쪽으로 약 4km 거리에 있다. 올림픽 파크는 버스에서 내려서도 20분 이상을 걸어 올라간다. 지대가 높아 바람의 강도가 심하다. 바람이 몹시 불어 올림픽 공원의 거리에 쌓인 낙엽이 무더기로 굴러 간다. 마치 낙엽 동산과도 같다. 올림픽 파크는 보수공사 중으로 더욱 을씨년스럽다.
올림픽 스타디움은 유리와 철재구조물로 지어졌고, 투명한 그물 모양의 차양으로 덮여 있는 것이 인상적이다.
일행은 한국의 남산 타워와 같은 올림픽 파크 전망대로 올라간다. 올림픽 파크의 높이는 289.53m. 우리가 올라간 위치는 182.00m이다. 이곳에서는 멀리 알프스 산맥의 지류를 타고 흘러내린 도나우강과 합친 이사강이 보인다. 이사강물은 헝거리 루마니아를 거쳐 흑해로 흘러간다. 뮌헨 시내가 훤히 내려다보이고, 가까이에는 경기장 주변의 인공호수와 1972년 뮌헨 올림픽 때 선수촌으로 쓰였던 아파트와 축구 경기장이 보인다. 1972년 올림픽 때 검은 구월단에 의해 이스라엘 선수들이 희생당한 아픈 역사가 새겨진 곳이다.
바람이 너무 거세고 낙엽이 침몰하듯 가슴을 한 켠을 무너뜨린 까닭일까.
남산타워에 올라가 꽃들의 아우성을 듣던 나른한 어느 봄날이 그리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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