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
|
|
 |
|
|
| 오늘 방문자수 |
    |
| 어제 방문자수 |
 |
| 최고 방문자수 |
 |
| 방문자수 누계 |
 
|
|
|
|
|
|
|
|
|
|
|
|
|
|
| 글쓴이 : 강승택 |
날짜 : 10-09-11 00:09
조회 : 1928
|
|
|
|
중국어 교실
내가 사는 동네의 주민 센터에서는 일주일에 두 번 중국어 교실을 운영 한다. 1년 전 내가 처음 등록을 할 때만 해도 10여명에 지나지 않던 수강생이 그동안 알음알음으로 찾아온 사람들로 인해 지금은 30명 가까운 대식구로 늘어나면서 좁은 교실은 언제나 활기로 넘친다.
간혹 젊은 사람도 눈에 띄나 자주 얼굴이 바뀌는데 비해 1년 이상 자리를 지키고 보전하는 층은 아무래도 우리 같은 60대가 아닐 수 없다. 이 곳 역시 남자보다는 여자의 수가 많아서 아직은 나와 같은 퇴물도 그 희소성으로 인해 남자로 대접받을 수 있는 유일한 공간이기도 하다.
모두들 중국어를 공부하겠다는 목적이야 있었겠지만 어느 날, 몇 십 년 다니던 직장으로부터 밀려나면서 공허한 마음에 때로는 이리저리 방황도 하다가 찾아든 곳이 이곳일 뿐 굳이 향학열까지 언급하기에는 낯 뜨거운 일이 아닐까 생각하는데 나의 경우에 비추어본 추측일 뿐 검증된 사항이 아님은 물론이다.
이곳의 여자들 또한 사정이 크게 다르지 않아서 살림과 자식으로부터 이제 막 놓여나기 시작한 중년 여성특유의 여가선용으로 보아 크게 무리가 없을 것이었다.
간혹 중국 여행을 목전에 두었거나 드물게는 중국 신부와의 결혼을 앞둔 남자의 경우와 같이 특별한 사정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대부분이 비슷한 처지이다 보니 이심전심, 동병상련의 마음으로 수업 분위기는 언제나 느슨하고 여유가 있었다. 가르치는 강사 역시 눈높이에 맞추듯 강의 내용의 절반은 교재와는 관계없는 세상사는 이야기다. 그 결과로는 1년이 넘도록 얇은 책 한 권을 끝내지 못한 채 지금껏 지내오는 것으로 나타났지만 그렇다고 누구 한사람 조바심내거나 탓하는 사람 없이 지내오고 있는 터다.
15년 전 한국남자와 결혼을 하여 1남 1녀를 두고 있는 40대 중반의 중국인 강사 선생은 본시 성격이 여린데다 이국땅에서 한국인으로 살아가자니 늘 가슴에 쌓이는 이야기가 많은 여자다. 우리는 그 때마다 열심히 들어주고 때로는 부모 된 입장으로 조언도 하면서 그녀의 상처 난 마음을 달래려고 노력한다.
아침에 교실에 들어서면 그녀는 먼저 밝고 힘찬 목소리로 “따쟈 하오?” 부터 외친다. 그러면 우리들은 합창하듯 “라오스 하오?”하고 마주 인사한다. 이어서 카세트 라디오가 있는 곳으로 걸어가 재생 버튼을 눌러 노래를 틀어주는데 지금까지 한 번도 테이프를 갈아 끼운 적이 없어 곡목은 늘 정해져 있다. 모두 여섯 곡이 들어있는데 나는 그 중 ‘月亮代我的心’과 ‘甛蜜蜜’을 특히 좋아한다. ‘月亮代我的心’은 우리말로 ‘저 달이 내 마음과 같아요’라는 뜻을 가지고 있고 ‘甛蜜蜜’은 ‘달콤해요’ 라는 의미란다.
가사의 내용을 처음부터 이해한 것은 아니지만 알고 보니 완전히 젊은이들의 사랑 노래이다. ‘저 달이 내 마음과 같아요’의 노래에는 ‘당신은 내게 물었죠. 내가 당신을 얼마나 사랑하는지를. 내 마음은 진심이에요. 내 사랑도 진심이에요. 저 달이 내 마음을 말해 주네요. 가벼운 입맞춤이 내 마음을 흔들어 놓았죠. 깊은 사랑이 지금까지 당신을 그리워하게 하죠.’ 와 같은 애절한 그리움을 담고 있고 ‘甛蜜蜜’은 여기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당신의 웃음은 달콤해요. 봄바람 속에 피어난 꽃처럼 어디서 당신을 봤을까요. 당신의 웃음은 이렇게 낯익은데 갑자기 생각이 나질 않는군요. 아, 꿈속에서였어요. 꿈속에서 본 적이 있어요. 그 웃음이 얼마나 달콤하던지. 바로 당신, 꿈속에서 만난 건 바로 당신이었어요. ’라고 사랑의 대미를 장식한다.
이국적인 노래의 분위기만으로도 우리는 이미 중국의 어느 거리를 걷고 있는 듯 한 착각에 빠져든다.
감미로운 노래와 함께 30여명의 수강생이 제각기 다른 생각에 잠길 무렵 그녀는 어김없이 카세트의 작동을 멈추며 다시 한 번 ‘따쟈 하오?’를 소리 높여 외치는데 이제 학과공부를 시작하겠다는 그녀 나름의 선언인 셈이다.
이곳 강의역시 일반 교실의 그것과 다르지 않아서 앉은 순서에 따라 교재를 읽도록 시키기도 하고 특정인으로 하여금 질문에 답하게도 하는데 이럴 때 우리는 영락없이 10대 소년소녀의 모습이 되어 때로는 긴장도 하고 자신 없는 대답에 스스로 얼굴을 붉히기도 한다. 나는 그럴 때면 꿈 많던 학창시절의 어디쯤에 우리가 와있는 것은 아닐까하는 착각을 하게 된다.
글쎄 모르겠다. 일주일에 두 번 만나는 이 중국어 교실을 통해 얼마나 많은 배움을 습득할지는. 그래도 이 시간이 못내 기다려지고 소중한 까닭은 아마도 내 유년 시대의 그림자가 이곳 어딘가에 남아있기 때문이리라.
|
|
| 일만성철용 |
10-09-11 06:48 |
 |
중국어를 배우고 싶어 카세트를 샀는데 몇 번 틀어보고 버린 기억이 납니다.
서양인들이 남의 나라에 와서 구김살 없이 디는 것을 보고 우리도 하는 생각도 그렇지만, 해외여행이란 가이드 따라 졸졸 따라 다니는 일이라 그런 것 같습니다. 그래도 마음 속에 유혹이 있었는데 이를 실천하시는 모습을 부럽게 읽었습니다.
|
|
|
| |
| 강승택 |
10-09-11 22:21 |
|
세상 참 많이 변했다는 생각입니다. 한때는 모택동군대라면 우리의 적이었는데~
중단하신 중국어, 다시 시작하실 생각은 없으신지요? 일만 선생님, 늘 건강하십시오
|
|
|
|
| 임재문 |
10-09-11 14:26 |
|
|
어려서 오장칼라 오장칼라 오장칼라 쨍쨍칼라 가 나는 행복합니다. 나는 행복합니다. 나는 정말 행복합니다. 그런 뜻이라는데 맞는가요? 노래를 그렇게 불렀던 기억이 새롭습니다. 중국어는 저에게는 생소합니다. 일어는 중상급까지 하다가 중단했습니다 마는 이제는 안하니 다 잊고 삽니다. 감사합니다. ㅎㅎ
|
|
|
|
| 강승택 |
10-09-11 22:12 |
|
|
오장칼라? 처음 듣는 노래이군요. 가사가 특이하고 재미있어 보입니다. 중상급까지 하시다가 중단하셨다니 그동안의 노력이 아깝습니다. 늘 보내주시는 성원, 감사합니다.
|
|
|
|
| 최복희 |
10-09-12 10:56 |
|
새로운 도전은 아름답지요.
아름다운 삶을 시작하신 겁니다.
많은 성과 거두시길....
|
|
|
|
| 박원명화 |
10-09-13 23:53 |
|
|
임화동무께서 또 다른 열정의 꽃을 피우고 계시는군요. 어찌 조용하신가 했습니다. 역시 무엇인가 열심히 뛰어 다니는 분이라, 몸도 마음도 긍정적인 눈을 가지고 계신듯 합니다. 요즘이야 배우고자 한다면 갈 때가 많아 좋지요.
|
|
|
| |
| 강승택 |
10-09-14 09:37 |
|
|
최복희 선생님, 박원명화 선생님, 모두 안녕하시지요? 좀처럼 물러날것 같지않던 여름도 서서히 꼬리를 내리고 아침저녁 선선한 바람이 한결 상쾌한 요즘입니다. 무더위에 소진하신 체력있으시다면 이 가을에 넉넉히 보충하시기 바랍니다.
|
|
|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