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
|
|
 |
|
|
| 오늘 방문자수 |
  |
| 어제 방문자수 |
  |
| 최고 방문자수 |
 |
| 방문자수 누계 |
  
|
|
|
|
|
|
|
|
|
|
|
|
|
|
| 글쓴이 : 윤행원 |
날짜 : 10-08-13 20:19
조회 : 1816
|
|
|
|
無題
곤히 자고 있는 사람을 옆 사람이 툭툭 친다. 50대 초반쯤 되는 사람이 눈을 떤다. “당신 저 앞 노인한테 자리를 비켜주어야 할 것 아닌가. 여기는 노인석이야.”
하고 소리를 버럭 지른다. 피로한 몸으로 노곤하게 자고 있다가 갑작스럽게 깬 그 사람은 부아가 잔뜩 난 얼굴로 마지못해 일어나면서 “일어나면 될 것 아니요. 사람을 왜 치고 그래요.”하면서 노려본다. 밤 10시쯤인데도 4호선 전철 안은 만원이다. 모두들 고단하고 지친 얼굴이다.
그 사람의 친구인 듯한 사람이 노인석에 앉아 있는 나를 가리키며 "저 사람은 놔두고 왜 그 사람만 닦달합니까.“ 한다. 얼토당토 아니한 고자질을 하는 것이다. 나를 자기들 연령대로 본 모양이다.
교대역 근처에서 가진 저녁 모임에 어느 시인이 준 詩集을 읽고 있다가 본의 아니게 내가 끌려들게 된다. 이렇게 되면 내가 대답을 안 할 수가 없다. 더구나 말로서는 시원한 대답이 안 된다. 주머니에서 지갑을 꺼내 주민등록증을 보여준다. "1939년생 일흔두 살이요.” 하면서 자세히 보도록 코앞에 내 밀었다. 그 사람은 얼굴을 바짝 대고 빤히 쳐다보다가 그래도 못 믿겠다는 얼굴로 고개를 설래설래 흔든다. "원 저럴 수가……." 하면서 아무래도 못 믿겠다는 표정이다.
그 사람이 그렇게 젊게 취급해 주는 것은 무척이나 고마운 일이다. 내가 약간 젊어 보이기는 하지만 그러나 50대 초반으로 보이는 모습은 아니다. 아마 그 사람이 착시(錯視)를 단단히 한 모양이다.
이왕 이렇게 된 이상 젊은 사람을 억지로 일으켜 세운 늙수룩한 노인이 괘씸하기도 해서 본 나이라도 알고 싶었다. 나이 먹은게 무슨 권력이라고 고단한 잠에 떨어진 사람을 호통을 치면서까지 깨운단 말인가.
그 사람도 어느 정도 책임을 느낀 모양인지 지갑을 꺼내 주민증을 보여준다. 1939년11월생이다. 나는 그 사람에게 “당신은 같은 나이이지만 내 동생뻘이요.” 하고 마치 형이라도 되는 것처럼 근엄하게 말해 주었다. 그 사람도 내 주민증을 직접 본 후라 대답은 시원하다. “그러고 보니 형님뻘 되십니다.” 젊은 사람에게 호통 치던 우락부락하던 모습은 간 곳 없고 공손하고 상냥하다. 쫓겨난 사람과 그 친구는 어이없다는 얼굴이다.
문득 옛날이야기가 생각난다. 어느 사람이 길을 가는데, 젊은 사람이 바지를 걷어 올린 늙은 사람을 휘추리로 종아리를 때리더란다. “여보 당신, 젊은 사람이 늙은 사람을 그렇게 때릴 수가 있소?” 하고 나무랐더니, 그 사람은 “이 놈은 내 아들인데 내가 벌을 주는 중이라오.” 하더란다.
사람은 사는 양태에 따라 세월이 가면 같은 나이라도 20년 정도 차이가 난다고 한다. 나이보다 10년은 늙어 보이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나이보다 10년 젊어 보이는 사람도 있게 마련이다. 그러나 요즘 사람들은 너, 나 없이 모두 젊게들 살고 있다.
그날따라 전철 소리가 더욱 요란하게 들리는 밤이었다.
2010년8월 석계
|
|
| 이희순 |
10-08-13 23:34 |
 |
균형 잡힌 섭생과 체력을 돌보는 몸의 양생법으로도 웬만큼은
세월의 바짓자락을 붙잡을 수 있겠습니다만
선생님 젋음의 비결은 청년들의 특권인 호연지기와
사물에 구애받지 않으시는 자유로움이라고 믿습니다.
따라배우고 싶으나 흉내조차 낼 수가 없으니 후학은 그저 부러울 뿐입니다.
세세년년 민증으로 노인임을 증명하시기를 기원합니다.
|
|
|
| |
| 윤행원 |
10-08-14 05:38 |
|
이희순 선생님, 무더위에 안녕하십니까.
감사합니다. 어쩌다 글을 올리긴 했습니다만 조금은 황당해서 댓글에 답글을
달기가 부끄럽습니다. 그날 일어난 사주팔자가 그런가 봅니다.
멀쩡하게 자는 사람을 호통을 쳐 일으켜 세운 사람도 그렇고,
나를 자기들 연령대라고 고자질(...) 한 사람도 그렇고...그저 허허...웃을뿐입니다
|
|
|
|
| 강승택 |
10-08-14 00:38 |
|
|
충분히 그런 오해 받고도 남으시겠습니다.. 그러고보니 윤선생님 또한 죄가 없다 할 수는 없으니 그 죄란 보는 이로 하여금 나이를 혼돈케 하니 어찌 회초리를 피할 수 있으리오? 지금같은 패기로 늘 건강하시길 응원합니다.
|
|
|
| |
| 윤행원 |
10-08-14 05:44 |
|
강승택 선생님, 감사합니다.
그런 허무맹랑한 사람을 만난 죄로 회초리를 맞겠습니다.
착시를 해도 유분수지...얼토당토 당한 일이라 그저 글감으로 여깁니다.
강 선생님의 따뜻한 우정에 마음은 흐뭇합니다. 고맙습니다.
|
|
|
|
| 임병식 |
10-08-14 09:06 |
|
석계 선생님, 뵌지는 꽤 오래 되어가는데 건강이 여전하심을 글을 통해
확인합니다.
승객으로부터 젊은이로 인정을 받으셨다니 그이상 좋은 일이 어디있겠습니까.
늘 활기차고 젊게 사시는 것이 비결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올려주신 글 잘 읽었습니다.
|
|
|
| |
| 윤행원 |
10-08-14 12:40 |
|
|
임병식 선생님, 이렇게도 무더운 올 여름을 어떻게 지내십니까. 가끔 보고싶을 때가 있습니다. 특히 지난 번에는 모처럼 만난다는 기대가 있었습니다만, 먼 데서 오신 이상인 선생님과 그리고 몇 분과의 회포로 만족해야 했습니다. 가을에 시간내어 여수에 나들이를 하고 싶습니다. 감사합니다.
|
|
|
|
| 임재문 |
10-08-14 11:35 |
|
|
저하고 같이 가도 저를 더 늙게 보는데요 저도 안 늙어 보이려고 애를 많이 쓰고 있지만, 잘 되어지지 않습니다. 제 집사람도 할아버지랑 산다고 할 정도니깐요 사실은 손주 손녀 다 보았으니 아내도 할머니지만 말입니다. 흐흐 ㅎㅎ
|
|
|
|
| 윤행원 |
10-08-14 12:51 |
|
임재문 전 회장님, 감사합니다.
그런데 요즘은 토옹 뵐수가 없으니 어쩐 일입니까.
한국수필이나 문단의 모임에 참석했을 때는 혹시 오셨나 하고 두리번 거리기도 합니다.
따뜻한 文友의 情을 만끽하면서 삶을 즐기는 것이 마땅하다는 생각을 가져봅니다.
일상생활의 즐거움 속에 모든 의미가 있지 않을까요. 고맙습니다.
|
|
|
|
| 최복희 |
10-08-14 21:34 |
|
ㅎㅎㅎ 우선 글을 읽고나서 웃음이 터지는 이유가 무엇인지 곰곰이 생각해 봅니다.
선생님을 50대 초반으로 착각을 한 사람의 말이 재미있고,
제가 그런 일을 당한다면 황당하면서도 한편 그렇게 젊게 봐주는 말에
조금은 흐뭇한 마음이 들것 같아 나오는 웃음인 듯합니다.
구김살 없이 낙천적으로 사시는 선생님의 마음 때문에
그리 늙지도 않으시는 모양입니다.
이제야 수염을 깎지 않고 다니시는 이유를 알 것 같군요. ㅎ
재미있는 글 잘 읽었습니다.
|
|
|
|
| 윤행원 |
10-08-14 23:02 |
|
최복희 선생님, 나도 따라서 웃겠습니다...ㅎㅎㅎ...
황당한 일이지요. 허연 수염을 보고도 저러니 착시현상이 보통은 아닌 사람이지요..ㅎㅎ..
아무튼 몸은 늙어 가더라도 마음은 언제나 젊게 낙천적으로 살아야겠습니다...
우리 모두들 말입니다. 감사합니다.
|
|
|
|
| 김창식 |
10-08-15 15:05 |
|
|
윤행원 선생님이 워낙 젊으신데다 에너지가 넘치셔서요!
|
|
|
|
| 김창식 |
10-08-15 15:08 |
|
|
기분 좋은 착각입니다. 윤행원 선생님이 워낙 젊으신데다 에너지가 넘치셔서요.^^
|
|
|
|
| 김자인 |
10-08-18 16:19 |
|
윤행원 선생님은 나이를 실감하지 못하는 연세이세요.
젊은 선생님이 노인석에 앉아계셨으니 당연한 말씀 들은 것 같아 웃음이 납니다.
웃음이 묻어나는 글 잘 읽었습니다.
|
|
|
|
| 윤행원 |
10-08-18 23:14 |
|
김창식 선생님 그리고 김자인 선생님, 감사합니다.
이렇게도 뜨거운 여름을 어떻게 지내시는지요.
현대인들은 모두 젊게 건강하게 살고 있습니다.
옛날에 비해선 호적나이 x 0.7 이라고 하지 않습니까.
말하자면 호적나이 70 이라도 49살 밖에 안 된다는 말씀입니다..ㅎㅎㅎ..
그야말로 나이는 수ㅅ자에 불과한 세상에 살고 있습니다.
그러나 마음을 젊게 가지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하하하...
|
|
|
|
| 일만성철용 |
10-08-22 08:25 |
|
모처럼만에 여기 들어와 우리 석계 님의 글로 이 아침을 엽니다.
백발을 하고 다니니 그런 대로 노인석에 편안하답니다. 6년 후면 80이니 그땐 염색을 하고 연애라도 한번 해 볼 생각이구요. 오늘은 복권을 사러 갈 생각입니다. 새벽에 아내와 자전거 타고 호수공원을 향하다가 현관에 들어와서 누워 있는 매미를 구해 주었거든요. 어제는 길가에 꿈틀대는 지렁이도 구해 주었구요.
|
|
|
|
| 윤행원 |
10-08-22 16:08 |
|
|
일만 선생님이 80쯤 될 때 머리 염색을 하고 연애를 하시겠다는 말씀에 저도 용기가 솟아납니다....하하...아직 피부도 탱탱하고 고와서 괴테처럼 사실 것 같아 큰 기대를 하고 있겠습니다. 술과 호연지기가 잘 어울리는 선생님은 오래도록 건강하실 것입니다. 감사합니다.
|
|
|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