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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쓴이 : 한동희 |
날짜 : 10-08-14 05:40
조회 : 1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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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센을 향해서>
아우크스부르크를 떠나 5시간 정도 열차(이체)를 타고 에센에 도착하니 어둠이 내리고 있었다. 서울에서 부산 간의 거리다. 두 사람의 기차 삯은 285유로, 한화로 50만원이 넘는 금액이다.
에센 역에서 재독 교민회 나남철 기자를 만나 그의 집에서 유숙했다. 다음 날 아침 일찍 프랑스 파리로 떠나기로 하고 잠에 들다.
에센은 독일 중공업을 담당하는 주요 도시로, 철강 왕 크루프가의 저택이 있고, 빌라휘겔((Villa Hugel)이나 2001년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된 관세동맹 광산 티(Zeche Zollverein) 등이 있다. 석탄을 캐서 그 동력으로 일어난 에센은 광산으로 유명하지만 관광지는 아니다. 평지에도 광산이 있어서 폐광을 전시실로 만들어 문화도시를 이루어 나가고 있다.
아침에 일어나 보니 부슬비가 내리고 있다. 아무리 바빠도 아침저녁 한 시간씩 개를 데리고 공원에 갔다 오는 것은 일상적인 일이라며, 나남철씨는 개 두 마리를 끌고 빗속을 걸어 나간다. 여러 날 개에게 공원 산책을 안 시키면 옆집 사람이 경찰에 신고한다니 독일은 개의 천국인 것 같다. 집에 갇혀있는 우리 강아지들이 불쌍하다는 생각이 든다.
오전 9시경 나남철씨의 승용차로 파리를 향해 출발한다. 안개도 아니고 비도 아닌 ‘는개’로 자동차의 속력은 마냥 무디기만 하다. 파리까지 8시간을 잡았지만 그 시간에 닿을지 모르겠다. 그런대로 고속도로 변을 스쳐 지나가는 목가적인 마을 풍경과 고르게 잘 자란 나무들을 바라보며 새로운 것에 대한 기대를 가져본다.
에센에서 56km를 달려오니 네델란드를 지나고 있다고 일러준다. 국경에서는 아무런 검색도 없다. 지나가는 자동차 번호판의 색깔로 이곳이 다른 나라라는 것을 알 수 있을 뿐이다. 또다시 한참을 가다보니 이번에는 ‘벨기에’라고 한다.
<오줌싸게 소년 동상>
벨기에의 수도 브뤼쉘에 잠시 들려 ‘오줌싸개 소년 동상’을 보고 가기로 한다. 나남철씨가 몇 번 다녀갔다지만 길을 잃어 한참을 헤멨다.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길을 물어도 독일어가 통하지 않아 애를 먹었다. 이웃나라 독일 말을 모를 리가 없다고 생각했다면 그건 오산이다. 여기는 벨기에니까.
가까스로 시청 앞 주차장에 차를 세워놓고 실비를 맞으며 오줌싸개 동상을 찾아갔다. 광장을 지나니 좁은 골목들이 나온다. 상가가 운집해 있는 좁은 길은 관광객들로 붐빈다. 상가에는 레이스 달린 수예품들과 뜨개질 용품이 화려하게 늘어서 있고, 그 고장 특유의 선물용 상가들이 들어차 있다.
오줌싸개 소년동상은 이름만큼 특별해 보이지도 않고 크지도 않다. 5,6세가량의 남자아이가 서서 오줌을 누는 약 60cm 높이의 동상이다. 유럽 사람들은 작은 것에 의미를 부여해 상품화 시키는 재주가 있는 모양이다.
동상의 유래는, 오래전 브뤼셀 시장의 아들을 잃어버렸다가 길 모퉁이에서 오줌을 누고 있는 것을 찾았는데, 아이를 찾은 것을 기념하기 위해서 그 자리에 동상을 세웠다는 전설과 프랑스군이 브뤼쉘을 침공해 불을 질렀을 때 한 소년이 오줌을 누어 불을 끄고 브뤼쉘을 구한 것을 기념하기 위해 세워졌다는 유래가 있다. 어느 이야기가 진실에 가까운지는 알 수 없으나 그 뒤 브뤼셀이 주변 강국으로부터 침공을 당한 것만큼 동상도 팔이 잘려나가거나 납치되었지만 동상은 외세의 침략에도 굴하지 않고 꿋꿋하게 제자리로 돌아왔다고 한다.
이렇게 제 자리를 지키는 동상이 브뤼셀 시민들의 자유와 자존심을 상징하는 것이고 보면 평범한 동상은 아니라고 하겠다. 이 동상은 브뤼쉘을 대표하는 가장 사랑받는 소년이다. 최초의 동상은 15세기에 세워졌고, 현재의 동상은 1619년에 조각가 ‘제롬뒤크누아’가 만든 것이다. 1698년에 ‘막시밀리앙 드 바비에르’가 오줌싸개 소년 동상에게 처음으로 옷을 선물했는데, 브뤼셀을 방문하는 공식 사절단은 옷을 선물하는 것이 전통이라고 한다. 그랑플라스의 왕의 집 ‘Maison du Roi'에 전시되고 있는 옷의 가짓수는 780벌이다.
오줌싸개 동상을 보고 좁은 상점 길을 빠져나와 광장으로 향한다. 여유있게 차를 마시며 좀더 브뤼셀에 머물고 싶었지만 일정에 쫒겨 프랑스 가는 고속도로로 향했다. 고속도로 휴계실에서 햄과 치즈, 야채가 든 빵을 사가지고와 차 안에서 준비해간 컵라면과 함께 맛있게 점심을 해결했다.
브뤼셀에서 프랑스까지는 300km, 약 3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한다. 네비게이터의 안내를 받아 따라왔지만 프랑스령에 들어와 길을 잘못 들었다. 독일은 자동차 강국답게 고속도로 통행료가 없었는데 프랑스에서는 왔던 길을 되돌아 나가는 실수로 통행료를 몇 번 물었다. 시내로 진입하는 초입에 이르니 길은 주차장으로 변해 차가 움직이지를 않는다. 교통지옥이다. 예약해 놓은 민박집을 찾아가느라고 운전하는 사람은 진땀을 흘린다.
예상보다 2,3시간 늦게 민박집에 닿았다. 조선족 아줌마가 반가히 맞아준다. (11.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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