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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쓴이 : 한동희 |
날짜 : 10-08-14 05:28
조회 : 2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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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이슈반슈타인 성(백조의 성)>
이점순씨 집에서 2박 후, 승용차로 바이에른 주의 (‘알고이’ 지방) 퓌센에 있는 노이슈반슈타인 성(1869∼1886년 축성)을 향해 간다. 백조의 성이라고도 불리는 이 성은 루트비히 2세가 세웠으며, 그는 바그너의 오페라 <백조의 기사, 로엔그린>과 <탄호이저>에 심취하여 그 무대였던 중세 기사의 성을 현실로 재현하였다.
옛 도시 ‘란스벨르크’의 로만틱크 가도를 달린는 기분이 상쾌하다. 로만틱크 가도는 오랜 기간 동안 자연과 문화, 역사가 어우러져 생긴 도로로, 이탈리아와 로마를 연결한다는-로마로 가는 길-이라는 뜻이다. 로덴부르크(Rothenburg)와 딩겔스뷀(Dinkelsbodu)을 지나서 바이에른 알프스 퓌센(Fussen)까지 장장 360km에 이르는 길이다. 넓은 초원에 소나 말들이 풀을 뜯는 목가적인 풍경이 스쳐 지나고, 언덕위의 예쁜 집들이 그림처럼 아름답다. 정면으로 보이는 먼 곳의 눈덮힌 알프스 산맥이 안개 속을 빠져나오듯 선명히 그 형체를 드러내며 다가오고 있고, 고른 형체로 쭉쭉 뻗어나간 나무들의 행렬은 마치 이 지방의 내방을 환영이라도 하듯 의장대의 사열처럼 도열해 우리를 맞는다. 어찌 이 길을 로맨틱하다 하지 않을 수 있으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이 길을 지나며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마음속의 동요를 느낌표(!)로 응대 했겠는가.
‘백조의 성’으로 들어가는 입구의 넓은 들판에는 하얀 벽면에 빨간 지붕의 작은 교회가 지나가는 사람의 발걸음을 붙잡는다. 그냥 지나치기에는 아쉬워 차에서 내려 카메라에 한 컷 담는다. 다시 차에 올라 백조의 성을 향해 달리니, 잠시 후 왼쪽 산 속에서 어린 시절 동화의 나라에서 본 듯한 하얀 성이 튀어 나온다. 마치 마법에 걸린 공주처럼 백조의 성을 동경하며 산자락에 이른다.
성은 가파른 바위위에 있다. 주변 경치를 보며 걸어서 올라가자던 이점순씨와 이선우 수필가도 힘들어 하는 나를 생각해서인지 마차에 올라탄다. 마차를 타고 올라가다보면 오른쪽 언덕에는 루트비히 2세의 아버지 막시아밀리 왕이 세운 노란색의 ‘호헨슈방가우성’이 알프레 호수를 굽어보고 있다 루트비히 2세는 어린 시절을 이 성안에서 자랐다.
노이슈반슈타인성을 향해 올라가는 길 양편에는 황갈색으로 물든 참나무와 도토리 나무, 상수리 나무들이 울창한 숲을 이루고, 숲속에 난 길로 관광객을 태운 마차가 오가며 서로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기도 한다. 한가로운 한나절 숲속을 마차로 오르는 시간은 약20분 정도. 일인당 6류로(한화12000원정도)라는 적지 않은 요금이지만, 추운 날 마차를 끄는 두 마리의 말과 마부에게는 안됐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백조의 성 가까이서 마차에서 내려 성을 향해 걷는다. 성 밖의 이곳저곳을 살피며 무엇에 홀린 듯 수없이 카메라 셧터를 누룬다. 성이 좁은 언덕위에 세워져 있어서 넓은 공간은 없고, 연회색 화강암 벽면에 창문만 가득한 성이 눈앞에 바짝 다가와 잠시 멀리서 보던 환상적 느낌이 감소된다. 왼쪽으로 돌아 성 앞에 다다라야 그림에서 보았던 동화같은 성의 정면을 볼 수 있다.
성 안을 관람하려는 행렬이 만만치 않다. 이들은 입장권은 이미 성 입구에서 사가지고 올라와 번호표로 바꾸려는 행렬이라고 한다. 입장권은 시간에 맞춰 사야하며 언어권별로 줄을 섰다가 단체로 들어가야 한다니, 다시 내려가 입장권을 구입하기도 힘들겠다. 또한 입장료도 만만치 않으니 성 안에 마음만 보내고 만다.
“저 성안의 왕자 방에는 무게 900kg의 샹들리제가 눈부시게 빛나고 있겠지. 조각가 14명이 4년6개월에 걸쳐 떡갈나무 조각으로 장식한 침실도 있다는데... 바르트부르크 성을 본떠서 중세 기사 전설<탄호이저>의 모티브에 나오는 미네장 (연가) 경연의 무대를 재현해 놓은 가인의 방은 볼만하다는데... 금색모자이크로 장식된 비잔틴 양식의 옥좌의 방은 얼마나 화려할까?”
나는 마법에서 풀려난 초라한 공주가 되어 백조의 성 안을 그리워했다. 성 밖을 맴돌다 다다른 곳은 ‘마이엔브릭(Marienbrueke)’이다. 나무로 잇대어 놓은 다리 위에는 관광객들의 물결로 출렁이고, 다리 아래로는 수 천 길 낭떠러지를 향해 쏟아져 내려가는 폭포의 물줄기 소리가 위협적이다. 이곳에서는 성 전체가 보여 관광객의 사진촬영이 많다. 협곡을 내려다보니 온몸이 오싹하여 사진 한방 찍고 재빨리 오던 길로 되돌아왔다.
백조의 성 옆면이 보이는 언덕에서 알프스 산맥을 바라보면 만년설이 녹은 물이 그 지류를 타고 내려와 ‘알프레호수’를 이뤄 시원하게 펼쳐져 있다. 사방이 수려한 경관으로 둘러싸여 있는 백조의 성은 그 전설만큼이나 환상적이다.
내려갈 때는 세 사람 모두 아무 말 없이 성 뒤편의 페라트협곡을 따라 길의 방향을 잡았다. 협곡을 따라 내려오는 길은 통나무계단으로 경사면을 이어주었고, 마리엔 다리 밑에서 절벽을 타고 쏟아져 내려오는 물줄기로부터 안전하도록 철제 빔으로 보호 장치를 해 놓았다. 오랜 세월을 풍파에 시달린 계곡답게 쓰러져 있는 나무둥치더미 위에는 검푸른 이끼가 더께를 이루었고, 나무들은 하늘을 향해 두 팔을 벌려 경배하고 있다.
유럽 전쟁이 끊이지 않던 시기에 전쟁을 피해 개인 사비로 백조의 성을 지어 주민들의 일자리를 만들어 준 루트비히 2세. 평민들은 그를 ‘우리의 왕’이라 부르며 따랐다고 한다. 그러나 정치에 무관심한 틈을 타 모반이 일어났고, 미치광이로 취급받아 1886년에 원인 불명으로 연못에 빠져 죽었다고 한다. 당시 최고의 건축기술로 17년간 축성한 호화판 궁전에서 6개월 정도 거주하고 불귀의 객이 된 루트비히 2세는 한낮의 꿈과 같은 생을 마쳤다.
현대판 ‘루트피히’로 두바이 지도자 ‘세이크 아호메드 빈 사이드 알 마룸(al-Maktoum)’를 꼽으면 어떨까. 그들은 서로가 지향하는 바가 다르기는 해도, 환상에 젖어 사는 루트피히와 공상적인 알 마룸은 유사한 점도 많다. 알 마룸은 아랍에미리트연합(UAE)의 최빈국이었던 두바이를 ‘중동의 진주’로 탈바꿈시켰다. 그러나 두바이 최대 국영기업 두바이월드가 채무상환 연장을 요청하자 그에 대한 ‘사막의 현자(賢者)’라는 칭송은 ‘공상적인 개발독자’라는 악명으로 바뀌었다. 과감한 개발정책으로 막대한 해외 자본을 유치했지만, 지나친 차입과 외형에 대한 집착이 낳은 결과였다. 2004년에 공사를 시작하여 2018년까지 약 14년간의 계획으로 모래위에 축성해 가고 있는 아랍에미리트의 ‘꿈의 궁전’도 백조의 성처럼 후세에는 많은 이야기를 남겨줄 것이다.
언젠가 나도 알 마룸이 모래 위에 축성해 놓은 환상의 도시를 걸어보는 꿈에 젖어본다. 그러고 보면 나도 그들과 같은 환상과 공상으로 인생의 절반을 채우며 살아 온 것도 같다.
사람들은 페라트협곡의 절경을 아는지 모르는지 우리를 뒤따르는 사람은 없고, 독일인 가정이 아이들과 함께 개 두 마리를 끌고 거슬러 올라간다. 개들은 철재 다리 밑으로 흐르는 물살에 겁을 먹고 주춤 거리다가 주인을 따라 힘든 산행을 한다. 정치보다는 알프스 산자락에 있는 성에 묻혀 절대왕조를 꿈꾸고 환상속의 세상을 추구하며 백조의 성을 짓도록 명령한 루트피히 2세에게 “차~암 좋다”는 찬사를 봉정하고 협곡을 내려왔다. 어쨋거나 환상속 세계는 아름다운 것이기에...
로만틱크 가도에 있는 그림 같은 펜션에 묵으며 주변경관이 수려한 백조의 성에 다시 와보고 싶다.
늦은 점심을 성 입구에 있는 레스토랑에 들어가 해결 했다. 3시 이후에는 손님을 받지 않는다는데 운 좋게 10분전에 들어섰다. 함박스테이크와 양파튀김으로 요기를 하고 다음 장소로 이동했다. (순수문학 2010.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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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희순 |
10-08-19 11:5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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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곳이 과연 어떠한가 하여 검색을 해보았습니다.
중세의 성곽들을 배경으로 드넓게 펼쳐진 평원과
멀리 굽이치는 강줄기가 참 인상적입니다.
독일 바이에른 주에 있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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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동희 |
10-08-19 18:4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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널리 알려진 백조의 성은 그 아름다움이 대단합니다.
기회가 있으면 다시 가 보고 싶은 곳이지요.
사진을 올려드리지 못해 죄송합니다.
인터넷에 들어가서 한 그 아름다운 정경에 젖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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