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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쓴이 : 한동희 |
날짜 : 10-08-14 05:52
조회 : 2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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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마르트 언덕>
파리 시내 관광 후 해발 130m의 몽마르트 언덕에 올라갔다. 이 언덕은 기독교의 박해가 심했던 로마시대에 이 산에서 순교한 성 데니스(Saint Denis)를 기려 지어진 이름이다. 언덕위에 우뚝 솟은 샤크레퀴르(Sacre Couer) 성당이 눈에 들어온다. 석회암으로 지은 하얀 성당은 지금도 순례지로서 신자들이 끊임없이 찾아들고 있다.
너무도 아름다운 성당 건물은 마치 왕궁 같기도 하고, 동화책 속의 그림과도 같다.
언덕에서 윌레트 광장까지 이어진 계단에 앉아 파리 시내를 내려다본다. 사람들은 키타 치며 노래하는 거리의 악사와 어울려 흥겹게 노래하고, 높은 가로등 꼭대기에 올라가 발로 공놀이를 하는 재주꾼을 보며 탄성을 지른다. 나도 그들 틈에 앉아 파리에 와서 처음으로 느긋하게 노곤함을 달래본다.
잠시 휴식을 취한 후 테르트르 광장을 향해 간다. 클리시 거리의 북쪽 기슭에는 19세기 후반이래 피카소, 고흐, 르느아르를 비롯한 많은 화가와 시인들이 모여들어 상징파 입체파들의 발상지를 이루었다. 근대미술의 발달을 촉진한 예술가들이 살았던 곳으로 지금도 19세기의 유서 깊은 저택들이 남아있고, 많은 화가들이 모여들어 그림을 그리고 있다. 몽마르트의 과수원에서 나오는 싼 포도주와 함께 최초로 캉캉춤을 선보인 물랑루즈 같은 카뱌레가 생기면서 퇴폐적인 지역으로 변해갔다.
화가들은 대부분 관광객을 상대로 초상화를 그려주고 있다. 나도 35유로를 주고 동양계 화가에게 초상화를 부탁했다. 관광객들이 그림과 나를 비교하며 의미 있는 미소를 지으며 지나간다. 나와 비슷하게 그린 것이려니 기대를 하며 20여 분간을 미동도 않고 앉아 있었다.
완성된 그림은 내가 아니었다. 동양인과 서양인의 합성 사진 같은 그림을 그려놓고 화가는 만족한 미소를 입가에 흘린다. 마음에 들지는 않았지만 화가는 최선을 다했을 것이기에 나도 답례의 미소를 보냈다. 초상화는 둥그스름한 얼굴 바탕에 눈빛은 총명하고 콧날은 어딘지 모르게 날이 선 듯 하다. 자신은 초상화를 그릴 수 없지만 남은 나의 초상화를 그릴 수 있다는데, 개성 없고 윤곽이 뚜렷치 못한 동양여인을 그리기는 힘든가 보다. 빛의 각도에 따라 하루에도 여러 번 변하는 얼굴의 모습을 2,30분만에 그려내기란 무리라는 생각도 든다. 어쨋거나 몽마르트 언덕을 다녀온 기념이 될 초상화를 소중히 말아 쥐고 언덕을 내려왔다.
<에펠탑을 향해 가다>
파리를 상징하는 에펠탑을 보지 않고 갈 수는 없다. 에펠탑은 1889년 만국박람회를 기념하기 위해서 세워진 탑이다. 안테나 까지의 높이는 320.76m, 전망대는 지상에서 57m, 115m, 274m의 세군데 있다. 날씨가 좋은 날은 낙조의 아름다움을 만끽 할 수 있다고 한다. 박람회가 끝나면 철거하기로 한 에펠탑은 그대로 남아 파리의 명물이 되었다.
우리가 도착한 시각은 해질 녘이었다. 에펠탑은 웅대한 철재 구조물로, 철탑 전망대를 오르려는 사람들의 행렬이 길게 늘어서 있다. 급한 볼일로 화장실을 찾으니 마감 시간이 지나 화장실 문을 닫았다고 직원이 말한다. 도대체 파리 시민은 마감 후에는 화장실을 가지 않는지... 길가의 임시 화장실 문도 닫혀 있어서 여기 저기 볼일 볼 장소만 찾아 헤메다 급기야 공원 숲속에 앉아 실례할 수밖에... 잠시 후 다른 무리의 청년들도 길가 숲 속에 대고 실례를 하더군. 유럽은 화장실 인심이 좋지 않으니 유의하시길...
파리에 와서는 심층적인 관광은 못하고, 수박 겉 할기 식의 바쁜 행보였다. 그도 그럴 것이 하루 일정의 파리 관광은 애당초 무리였다. 목적지는 독일이었고, 프랑스 파리는 덤으로 온 것이니 언제고 다시 오게 되면 갈증을 해소 해야겠다.
<세느강변의 유람선 관광>
민박집에 돌아와 저녁식사를 하고 또다시 오늘의 마지막 관광 코스에 들어갔다.
에펠탑과 가까운 유람선 선착장에 이르니 세느강 유람을 끝내고 하선하는 사람들이 무리지어 관광버스에 오른다.
에펠탑은 파리의 명물답게 웅장하고 화려하게 파리의 하늘에 우뚝 서 있다. 조명등이 켜진 에펠탑은 밤하늘을 더욱 아름답게 빛내 준다. 에펠탑 전망대에서는 레이저 광선을 쏘아대듯 사방으로 조명등을 발사하고, 빛의 줄기는 파리 시내를 밝게 비춰주고 있다.
유람선은 미끄러지듯 세느강의 물살을 가르며 앞으로 나아간다. 한국어로도 안내 방송이 나와 반갑다. 세느강 폭(2~300m)은 한강 폭(1000m)보다 좁아 답답한 느낌이 든다. 한강이 세느 강물보다 깨끗하고 강폭도 넓지만 세느강이 아름다운 것은 주변 경관 때문이다. 세느 강변에는 고풍스런 중세 건물들이 늘어서 있고, 그 건물들은 왕궁이나 박물관, 대학, 은행, 성당 등으로 오랜 역사를 자랑하고 있다. 세느강을 잇는 다리의 모양도 여러 가지 형태로 건설되어 눈길을 끈다. 화려한 전구로 장식된 각기 다른 다리의 유래와 특징을 소개하여 관광객의 이해를 돕고 있다. 퐁네프 다리는 그 다리를 만든 석수들의 인물(얼굴)을 조각해 놓아 예술성을 더해준다.
세느 강변에 줄지어 있는 위대한 건축물들도 독재자의 일부 작품이다. 나포레옹 3세의 구테타로 공화정이 전복되고, 나포레옹 3세의 지시로 오스망은 아름다운 파리를 건설한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독재자들은 세상에 자기의 명성을 알리기 위해 위대한 건축물들을 만든다. 나포레옹 3세는 후세에 아름다운 파리를 선물했지만, 파리 건설에 들어간 엄청난 자금으로 민심 이반이 일어나 권력의 자리에서 쫒겨난다. 서민을 위주로 하지 못한 정책의 결과였다.
한강변은 아파트로 이어져 있어 안내 방송은 어떤 점에 중점을 두게 될 런 지 잠시 그것에 생각이 미친다. 그러나 한강대교를 비롯하여 십 여 개에 이르는 다리에 얽힌 유래와 사연, 역사를 따라 올라가 한강변의 유적지를 소개하면 훌륭한 관광 안내가 될 것이다.
조선 초기부터 부군당(府君堂)을 짓고 마을의 안녕과 평화를 기원하는 제를 올렸던 밤섬 사람들 이야기, 마포 샛강을 드나들던 새우젓 장사들의 애환이 서려있는 여의나루터, 납천정리(納泉井里)라하여 이 마을 우물 맛이 좋아 궁중에 상납했다는 노들섬, 국립묘지, 암사유적지 등, 살펴보면 이야기 감이 줄을 이어 한 두 시간 유람 길이 지루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눈에 보이는 것은 없고 이야기만의 관광길은 있을 수 없으니 좀더 심층적인 연구와 노력으로 눈으로 감상할 수 있는 볼꺼리를 만들어야겠다. 아무튼 우리도 한강의 르네상스 시대를 꿈꾸고 있으니 문화와 낭만이 함께 어우러진 한강의 숨결을 기대해 본다.
세느강을 유람하는 유람선 선상에는 프랑스 클럽문화를 즐길 수 있는 라이브 카페도 있어 낭만적인 분위기를 만끽할 수 있다는데, 배를 잘못 선택했는지 우리가 탄 배는 조용히 흘러갈 뿐이다. (11.8)
다음날 아침 일찍 다시 독일을 향해 길을 떠났다. 독일에서 하룻밤을 보내고, 나남철기자와 임진숙씨의 따듯한 배웅을 받으며 프랑크푸르트 공항을 떠나 인천공항에 도착, 두 주간의 여행을 마쳤다. (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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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병식 |
10-08-14 09:1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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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희회장님, 안녕하신지요.
올려주신 글 중에는 읽었던 글도 있고 처음 접한 글도 있군요.
멀리 여행을 못하는 처지에 이 글을 읽으며 피서를 해볼까 합니다.
막바지 기승을 부리는 무더위에 건강 잘 챙기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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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동희 |
10-08-14 10:4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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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병식 회장님, 반갑습니다. 더위는 어떻게 이기시는지요?
처음 여행에서 돌아와 시리즈로 올려야하는건데 몇군데 청탁이 있어서 부분적으로 발표를 했습니다. 여행기를 컴퓨터에 저장해 놓고 이따금 수정할 부분을 찾느라 읽어보니 그대로 묵혀두는 것이 안타까웠습니다. 방금 비행기에서 내린 물건이라 생각하시고 신선하게 즐겨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제가 사진기술이 부족해 사진을 올리지 못한 것이 아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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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재문 |
10-08-14 11:4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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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해외 여행은 아직이라서 생생한 이국 풍물에 젖어볼까 합니다. 좋은 글 읽고 저도 여행기분을 느낍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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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동희 |
10-08-14 14:0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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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국풍물에 젖어 여행기분을 느끼신다니 고맙습니다.
좀더 재미있고 유익한 정보를 드리지 못해 아쉽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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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복희 |
10-08-14 22:0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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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에 끌려 저 아래서 첫 글을 읽고
껑충 뛰어 '몽마르트 언덕' 으로 왔습니다.
그곳은 제가 남편과 첫 해외여행을 즐기던 곳이였지요.
당시에는 보름동안 유럽 10개국을 돌아보기로 되어있어
국경을 넘나들며 아침 점심, 저녁을 각기 다른 나라에서 먹었답니다.
서울, 부산, 대구, 찍고 하는 여행이어서
여행기를 쓸 수 가 없었지요.
다만 '몽마르트 언덕'에서 화가들의 그림 그리는 것을 넋놓고 구경하다가
일행을 놓쳐 남편과 손잡고 허둥대던 추억을 되살려 보고싶었던 거죠.
정문에서 가이드가 두리번거리는 우리 내외를 보고 손을 흔들어주어
헐레벌떡 달려가 기다리는 일행들에게 미안해 쥐구멍이라도 찾고 싶었지요.ㅋ
수박 겉핡기 식으로 구경한 저는 오늘 선생님의 글을 통해 새로운 지식을 얻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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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동희 |
10-08-14 22:1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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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과 유럽에 다녀 오셨군요. 좋은 추억 만들어 오셔서 입가에 미소가 돌겠군요.
이제는 어느 한 곳을 집중적으로 연구하고 쉴 수 있는 여유있는 여행이 좋군요.
나이 탓인가봐요. 언제 팀만들어 가자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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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만성철용 |
10-08-22 08:1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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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다녀 보니 동구, 북구, 남유럽보다 서구여행이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그 수 많은 여행기를 쓰며 국내여행기를 책으로 낼까, 해외여행기를 책으로 낼까 하다가 구인환교수를 만나 물었더니 한 마디로 국내 여행기를 쓰라는군요. 해외여행기는 전 세계인이 쓰는 것이라고요. 그래서 국립공원 산행기를 출간하게 되었지요.
사진없는 기행문은 옛글에 지나지 않는데 그게 없는 것이 아쉽네요. 기회에 글쓰시는 열정의 1/10을 할애하셔서라도 내 카메라로 사진에 몰두해 보시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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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동희 |
10-08-22 19:4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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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만선생님, 국립공원산행기 잘 받았습니다. 어느날 날잡아 차분히 감상할 참입니다.
저역시 사진없는 기행문은 그 재미가 덜 하다는 것을 느낍니다. 사진에 재미를 붙여볼 생각입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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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원명화 |
10-08-23 17:3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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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마르트 언덕의 추억담을 아름다운 수필 한 편에 담아내어 많은 이들의 눈을 즐겁게 해주신 한동희선생님의 여행기, 함께 프랑스에 다녀온 듯 재미있게 잘 읽었습니다. 여행을 좋아하시니 이런 글도 잘 쓸 수 있는 것이겠지요. 앞으로 많이 선생님 뒤 따라 다녀야 할까 봅니다. 근데 기왕이면 사진도 있었으면 실감 100%인 걸 그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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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동희 |
10-08-23 19:5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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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이라면, 원명화 선생도 한몫하시더군요. 분위기 좋고 맛좋은 곳을 사진을 곁들여 수필로 올려주시니 참 좋더군요. 내 여행기는 사진을 곁들인 책으로 대신 할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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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태자 |
10-08-27 10:2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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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십니까 맛깔스럽게 엮어주신 파리 여행은 더운 여름 청량 음료수와 같습니다 여름이 가기전에 선생님과 함께 이야기를 엮어 낼 수 있는 곳으로 떠나고 싶네요 오태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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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동희 |
10-08-27 17:0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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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태자 선생님 반갑습니다. 머리가 지끈거리는 불볕더위에 시달리며 여름이 지겹다고 하지만, 이제 여름이 노리꼬리처럼 짧아져가니 아쉽기도 합니다. 이 여름이 가기전 에 어디론가 떠나고 싶다는 마음은 저도 마찬가지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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