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물을 받아 먹었다는 의혹에 몰린 사람은 일단 전혀 사실 무근이라고 한다. 하늘에 맹세코라는 말도 서슴없이 덧붙인다. 요즘은 국세청 관계자들이 시끄럽지만 흔히 국회의원들 그리고 고위 공직자들은 일단 그렇게 부인하고 본다. 이렇게 되면 진실게임이 벌어지는데 특별한 모함이 아니라면 대부분 받아 먹은 것이 사실로 들어나고 만다.
의혹의 시작은 A 라는 업자가 B에게 뇌물을 주었다고 하더라는 소문으로부터 시작한다. 그것이 여론화 된다던지 아니면 진정이 수사기관에 접수되면 수사는 시작 된다. 일단 주었다는 A를 부른다.
“ B에게 갖다 바치셨습니까? ”
“전혀 그런 사실이 없습니다”
일단 이런 문답이 이루어지는 것이 당연히 예상되는 것이다. 지금은 고문이라는 수단을 전혀 사용할 수가 없다. 다만 심약한 사람이 수사기관의 출석요구에 부담이 되어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일이 벌어지는 경우가 있는데 이런 난감한 경우가 아니면 추적에 들어 간다.
처음에 하는 추적의 수단은 계좌 추적이다. 준 사람이 사용하는 은행 계좌를 모조리 조회하여 의혹의 시점을 전후하여 비슷한 수준의 돈이 일시에 아니면 어느 정도 기간을 두고 순차적으로 빠져 나갔는지 조회를 하고 이방법이 성과가 없을 때는 관여하는 회사, 또는 경리관계자들, 가족, 금전 거래가 가능한 친지들의 계좌와, 관계 장부를 압수하여 돈의 흐름이 있었는지 끈질긴 추적을 한다. 물론 경리 관계자나 회사 관계자들에 대한 개별적인 소환 조사도 병행한다.
이방법도 별 성과가 없을 때는 하는 수없이 빅딜 방법을 찾는다. 즉 주었다는 사람의 비리를 찾아 내어 협조를 조건으로 상계시키는 조건이다. 물론 현직 대통령 정도의 살아 있는 권력일 경우에는 아무리 치명적인 비리 사실을 캐내어도 그것으로 처벌을 받고 말지 입을 굳게 다무는 경우도 없지는 않지만 그이외의 경우에는 대체로 입을 연다.
“B가 드디어 입을 여셨습니다. 모양 좋게 쉽게 끝내지요”
“하늘에 맹세코 받은 일이 없습니다. 저에 대한 모함입니다”
“사실로 들어 나면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내 목숨으로 명예를 지키겠습니다”
일단은 의혹당사자. 그의 배우자, 부모 형제 자매. 당사자및 배우자의 친인척 또는 특별한 이해 관계자에 대한 의혹의 시점이후에 거래된 금전 그리고 그에 대한 출처를 조사하면 대개 밝혀지게 되어 있다. 하늘에 맹세코라는 진실게임은 거의 의혹 당사자의 참패로 끝난다. 물론 뇌물 공여자로부터 수년간을 꾸준히 비축해온 비자금을 현찰로 받아 자기집에다 숨겨놓고 조금씩 꺼내서 쓰는 사람도 집을 압수 수색하다가 적발한 바 있지만 어떤 과거의 실세였던 인사처럼 내연녀나 전혀 예상치 못한 사람에게 보관 시켜 놓고 수사망을 피할 수도 있겠으나 그런 경우는 보관자에게 떼어 먹힌다던지 그런 위험이 있는 것이기 때문에 드문 경우이다.
어떻든 이렇게 해서 받아 먹은 사실이 들어나더라도 목숨으로 명예를 지킨 사람은 아직 보지 못했다. 그 다음에는 “법이 공정치 못하다. 재판을 통해서 결백을 밝혀서 깨끗한 양심을 증명해 보이겠다”고 한다. 나는 과거 수사관직에 있을때는 물론 요즘 신문 지상에 늘어 놓는 변명들을 보면서 이런 말을 들을 때마다 하늘에 맹세코라든지 깨끗한 양심이라든지 하는 말들을 과연 이렇게 함부로 써도 되는 것인지 참 씁쓸할 때가 많다. 보지 못하니 알수가 있을까,이런 사람들이 국민 앞에 나서서 무엇을 한다고 하니 참... 하늘이 얼마나 무서운지 알아야 할텐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