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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쓴이 : 임재문 |
날짜 : 09-11-15 14:59
조회 : 17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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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다리며 사는 마음
임 재 문
나는 지금 첫눈을 기다리고 있다. 강원도 산간지방에 대설주의보가 내리고 이미 첫눈은 쌓일대로 쌓여 온세상이 백설로 뒤덮였을 것이다. 그러나 내가 사는 곳은 아직 첫눈이 오지 않았기 때문에 더욱 더 첫눈을 기다린다.
내가 기다리는 첫눈은 눈발이 날리다가 녹아 없어져버리는 그런 첫눈이 아니다. 첫눈다운 첫눈을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왜 그렇게 첫눈을 기다리는 것일까?
이번에 60회 회갑을 지나 내리는 첫눈이기에 더욱 더 그렇다. 내가 기다리는 첫눈은 아무도 몰래 밤사이 수북히 내려쌓여 아침에 창문을 열었을 때 아! 하고 감탄사가 울려퍼지는 그런 첫눈이다.
아침에 깨어나 온세상이 하얗게 변해 있을 때의 경이로움이야 말로 그 무엇으로 표현해야 한단 말인가? 첫눈은 그래서 첫사랑의 연인처럼 그렇게 다정다감한 멋이 있어서 좋다.
오늘 김장을했으니 이제 겨울을 나는 준비도 마무리가 되었다. 쌀은 전남 강진 군동 처가에서 농사를 하니 내가 좋아하는 찹쌀이랑 맵쌀 여섯가마를 택배로 사다가 베란다에 쌓아 놓아 온통 쌀쌀한 기분이 된다. 천리길을 달려온 쌀 여섯가마가 일년 우리 식량이 될 터이다.
겨울에 화롯가에 앉아 밤을 구워먹던 옛생각을 떠올리려고 밤도 먹을 만큼 사다가 놓았고 고구마는 아내가 주말 농장을 해서 서너박스 캐어다가 놓았으니 구워먹으면 군고구마 쪄먹으면 찐고구마요. 옛생각에 젖을 수 있어서 좋다.
은행이 몸에 좋다고 해서 은행도 먹을 만큼 갖다가 놓았으니 아내와 알콩달콩 구워먹으면 된다.
아들을 결혼시켜 분가했으니 이제는 우리 부부가 첫눈오는 그날! 가슴을 열어놓고 옛생각을 떠올리며 담소를 나누고 싶다.
그런데도 첫눈은 아직 내리지 않고 있다. 첫눈을 기다리는 마음은 그래도 즐겁다. 어느날 아침 온세상을 뒤덮은 눈속을 뛰어다니며 어릴 적 추억도 떠올려보리라.
해마다 내리는 첫눈이요 첫눈은 첫 손님이지만, 이번에 내리는 첫눈은 나에게 많은 감동의 파노라마가 될 것만 같다.
익살스러운 눈사람도 만들어 보리라. 군밤 군 고구마, 그리고 은행. 모과차 한잔도 준비해야지. 그동안 못난 남편 만나 고생만 한 아내의 노래도 불러보리라.
생각해 보면 세상을 사는 것이 도대체 무엇인가? 부대끼며 흘러온 세월이 오늘따라 유별나게 깊은 생각을 떠올리게 한다.
이제 첫눈이 와서 그렇게 아름다운 추억을 건져 올리면 나는 또 무엇을 기다리며 살아야 하나? 겨울을 이기고 또다시 찾아오는 새봄을 기다려야 하리라.
새봄은 또 새봄대로 모든 것들을 하나하나 새롭게 단장하고 나타나는 것이 아닌가? 벚꽃이 피어나서 지고나면 찾아오는 한여름! 그 무더위속에 장대같이 쏟아지는 빗줄기를 기다려 보고 싶어진다.
천둥 번개를 동반한 빗줄기를 바라보고 있노라면 내 마음도 씻겨 내려가는 것 같은 후련함이 아닌가? 그래서 나는 또 그렇게 장대같은 빗줄기를 기다려 보리라!
기다리며 산다는 것은 인생의 스릴 같은 것이다. 기다림은 미래이지 현재도 과거도 아니기 때문이다. 한치 앞을 못보며 살아가는 것이 인생일진데, 기다리는 마음이야 말로 기도요 희망이다.
회갑을 맞은 해가 저물어 간다. 이제 또 칠순을 기다리며 살아야 한다. 세월은 쏜살같이 흐른다.세월은 나를 기다려주지도 않는다. 그러니까 기다리는 것은 나혼자만의 짝사랑일 뿐이다.
앞으로 내 인생이 칠순까지 갈 것인지 아니면 도중하차 할 것인지 칠순을 지나 팔순 구순까지 갈 것인지 아무도 알 수가 없다. 어떻든 그렇게 기다리며 산다는 것은 나에게 행복이요 설레임이다. 내가 기다리는 것들이 다 이룰때까지 나는 또 기다리고 기다리는 삶을 살아가야만 하리라. 더욱 더 아름답고 찬란한 내 삶을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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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병식 |
09-11-15 19:0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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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재문선생님, 첫눈을 기다리는 동심의 마음을 간직하고 사시는군요.
제가 사는 곳은 거의 눈이 쌓이지 않습니다.
하늘에서 떨어지기는 하는데 쌓이지 않아서 눈길을 걸어본지도 오래되었습니다.
전에 군생활을 하던 강원도 화천과 오음리, 신북은 눈이 많이 내려 눈 치우는 일이
고역이었지요.
회갑을 맞은 해에 눈의 축복을 많이 받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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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재문 |
09-11-16 03:4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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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병식회장님! 방패연을 읽고 느낀점은 저랑 회장님이랑 어쩌면 그렇게 붕어빵처럼 닮아 있는지요. 항상 저를 위해 염려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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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승택 |
09-11-15 21:0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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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재문 선생님, 겨울 준비 착실히 하셨습니다. 군밤,군고구마, 거기에 가슴까지 녹이는 모과차 한 잔에 쫀득쫀득 잘 익은 은행알까지~어찌 그리 겨울 밤 보내기에 좋은 음식들만 골고루~깊어가는 겨울 밤, 창밖의 흰눈 바라보며 부부의 정도 함께 익어가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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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재문 |
09-11-16 03:4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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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승택 선생님 감사합니다. 이겨울 추위를 그렇게 아름다운 추억 엮어가며 낭만적으로 보내고 싶어집니다. 건강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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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만성철용 |
09-11-16 10:5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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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회갑을 지내시는군요. 육순-진갑-칠순-희수-팔순-미수-구순-白壽가 넘도록 사세요.
건강한 사람이 일찍 죽는 세상이거든요. 오늘 쓴 시조 한 수를 임재문 회장님께 드립니다.
계절
-임재문 회장님께
울긋불긋 봄이 오니,
초록으로 여름 가고
노랑 빨강 가을이더니
하얀 겨울 다가 오네.
계절은
여인의 옷이로세.
색깔로 오가는 나이로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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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재문 |
09-11-17 09:0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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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만 성철용 선생님 ! 아름다운 싯귀까지 올려주셔서 너무나 감격스럽습니다. 자꾸만 우울한 생각을하니 아내가 왜 그렇게 우울한 생각을 하느냐고 물어서 아 내가 가을을 타나봅니다. 그렇게 답변했습니다. 오늘 일만 성철용 선생님의 싯귀를 대하고 그 모든 우울함이 다 사라져 버렸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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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희순 |
09-11-17 13:2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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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있던 것이 후에 다시 있겠고
이미 한 일을 후에 다시 할지라
해 아래는 새것이 없나니
무엇을 가리켜 이르기를 보라 이것이 새것이라 할 것이 있으랴
우리 오래 전 세대에도 이미 있었느니라
선생님의 기다림을 따라 불현듯 성경 전도서에 있는 말씀이 떠올라
적어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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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재문 |
09-11-17 14:2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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헛되고 헛되니 모든 것이 헛되도다 하고 한탄한 솔로몬의 절규처럼 우리 인생이 아무리 잘살아도 다 허무한 안개같은 것이 아닌가 합니다. 오늘따라 유난히 더 생각을 깊게 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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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동희 |
09-11-19 01:0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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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재문 선생님, 이제 회갑을 맞으셨나요? 부럽군요. 일년 양식으로 쌀 여섯가마, 김장까지, 올 겨울 첫눈 내리기를 기다리는 여유로운 마음까지...선생님은 차~암 부자십니다. 따듯한 방에 앉아 부부가 고구마 까먹는 모습이 그림처럼 떠오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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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재문 |
09-11-19 09:2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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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여행까지 다녀오신 한동희 전회장님이 더 부럽습니다. 제주도도 못가본 촌스러운 사람이기 때문이죠. 언젠가는 저도 해외여행도 다니고 그럴 날도 오겠지요. 이번 해외 강의에 성과가 좋은 것 같아 저도 덩달아 기분이 좋아집니다. 수고 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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