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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쓴이 : 김창식 |
날짜 : 09-08-22 21:21
조회 : 2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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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항의 솔개
김포공항 시절, 휴가를 나와 공항에 갔다. 나는 뒤통수가 파란 군인이었고, 낮은 병사의 계급장이 견고하게 부착된 모자를 쓰고 있었다. 당시 내가 마음에 두고 동경해 마지않던 여자가 '비행소녀(飛行少女)'였다.
허탕을 친 것은 당연하였다. 침묵의 사랑이었으니. 약속이 있었던 것도 아니었고, 그녀의 스케줄을 알 리도 없었다. 그저 가본 것이었다. 혹시나 하고... 운이 좋다면...? 그런 꿈같은 일은 현실에선 좀처럼 일어나지 않는다! 머리를 틀어 올리고 유니폼을 차려 입은 일단의 여자들이 분대 대형으로 카트를 끌고 내곁을 지나쳤다. 낯선 얼굴들이었음에도 뒷모습으로는 모두 다 그녀 같아 보였다. 항공편의 출발, 도착을 알리는 어나운스먼트가 간헐적으로 흘러 나왔다.
청사 바깥으로 나와 잠시 주위를 배회하였다. 나를 알아 보지 못하는 무심한 하늘로 이따금 큰 비행기가 거짓말처러 뜨고 내렸다. 그때 공항 하늘을 천천히 선회하는 솔개를 보았다. 솔개는 잠시 움직임을 멈춘 채 검은 점처럼 떠 있는가 싶더니 순간 쏜살같이 시야에서 사라졌다.
솔개가 날아가 버린 것은 다른데서 먹이를 발견한 때문이 아니었다. 그 곳은 엄청나게 큰 새들-비행기들-의 천국이었다. 솔개는 자신의 모습이 그 곳에 어울리지 않는다는 것을, 남의 구역에 잘못 들어왔다는 것을 뒤늦게 알아 챈 것이었다... 이윽고 나도 공항을 떠났다.
삶의 아이러니라 할까, 군복무를 마치고 학교 졸업 후 항공사에 입사, 김포공항에 근무하게 되었다. 그곳에서그녀를 다시 보게 된 것은 당연한 수순이었다. 그녀는 L.A 행 듀티(Duty) 승무원으로 다른 동료들과 함께 출국장으로 향하던 참이었다. 가벼운 목례만 나누었을 뿐이었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할 계제도 못되었지만 그녀의 눈에 어린 무심하고 냉담한 기운을 보았다. 그 후 오랫동안 공항에서 일하면서 내 마음 속에 솔개 한마리를 키우고 있음를 알았다. 몇년 후 나는 시내로 근무처를 옮기게 되었으며, 결국 마음 속 솔개는 날려 보내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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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재문 |
09-08-23 09:3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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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개와 대비해서 내면의 사랑을 표현하신 것이 재미 있습니다. 마음 속에 키우는 솔개는 언젠가는 사랑으로 변신 할 것만 같습니다. 누구나 첫사랑은 가슴 뛰게하는 아름다움이 있습니다. 첫사랑을 이룬 사람도 많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첫사랑을 날아가버린 솔개처럼 멀리 그리며 살아가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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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창식 |
09-08-23 12:4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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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나간 사랑뿐만 아니라 맺어진 사랑에 대해서도 써야할 텐데 울울답답합니다.
일상의 익숙한 삶에서 걷어 올린 낯선 깨우침에 대해서도 쓰고 싶은 마음 간절합니다.
임재문 선생님의 격려에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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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진화 |
09-08-24 11:3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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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공간에서 종종 마주치며 이어질듯 하던 인연이 솔개의 비행만큼 짧았나 봅니다.
그래도 오래도록 마음속에 남아 한 편의 글로 환생하였으니 고마운 일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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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창식 |
09-08-24 11:4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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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화 선생님 여름의 끝자락입니다. 그간 건안하시지요?
선생님의 글을 대하니 이태원이 부른 '솔개'가 생각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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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만성철용 |
09-08-26 13:3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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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승전결이 타악 드러맞는 한 편의 콩트 같습니다.
솔개가 여인이요, 나와 그녀의 직장이요 그리고 사라져간 꿈인 점이 그렇습니다.
이런 멋진 글을 쓴 사람이 누구인가. 회원주소록을 찾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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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창식 |
09-08-27 17:2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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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만성철용 선생님, 후배말학의 글을 칭찬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부끄러운 젊은 날의 초상이지만 돌이켜보니 그때가 그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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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복희 |
09-09-02 00:5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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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모도 글도 나이를 가늠할 수 없을만큼 젊으세요.
내면의 사랑을 은유적으로 잘 표현하셨네요.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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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창식 |
09-09-02 16:4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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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복희 선생님, 부끄럽습니다만 칭찬해주시니 감사한걸요.
실버 뉴스 채널 고정하여 잘 듣고 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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