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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쓴이 : 임병식 |
날짜 : 09-09-10 09:09
조회 : 1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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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산로의 돌탑
임병식
처음 와 본 등산로는 길바닥이 반들반들하게 다져져 있다. 일부러 그리 해놓는 것 같지는 않는데 수많은 사람들이 다녀간 것 같다. 길 중간중간에는 토사유출을 방지하기 위해 나무토막이 설치되어 있는데 그것이 방해가 되기는 하지만 한편으로는 디딤돌 역할도 해준다. 한데 군데군데 떨어져 나가고 없는 곳이 많다. 그 만큼 등산객이 많이 찾는다는 이야기일 것이다.
사람이 많이 찾는 것은 무엇보다 시내에서 접근하기 쉽고 사람 몸에 이롭다는 피톤치드를 내뿜다는 편백나무가 많기 때문이 아닌가 한다.
등산로 중간 중간에는 쉴수 있는 의자도 놓여있다. 머리 위로는 나무터널이 뒤덮고 있어 장관이다.내가 이곳을 찾아온 건 이번이 첫 발걸음이다. 최근에야 이곳에 등산로가 있다는 것을 알았다. 위치야 어디쯤이라는 걸 알지만, 본래는 주변이 상수원 보호구역이라 당연히 통제를 하고 있는 줄로 알았던 것이다.
등산로가 갖추어져 있다는 건 어느 날 동인 모임을 나갔더니 한 회원이 이곳을 가봤느냐고 물어서 알게 되었다. 자기는 얼마 전부터 다니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지금까지 자기가 다녀본 등산로 중에서는 가장 인상에 남는다는 말에 귀가 번쩍 띄었다.
닦여진 등산 코스는 초입부터 널따라다. 출입이 통제되어 먼발치에서만 봐온 편백나무들도 가까이서 보니 모두 아름드리 몸피를 자랑한다. 우거진 가지는 펄펄 끓은 서염을 가로막아 마치 별천지에 온 기분을 맛보게 한다.
코끝에 편백과 측백나무에서 풍기는 특유의 내음이 상큼하다. 이런 향기는 심호흡할 때마다 폐부 가득 들어와서 마치 보약을 먹는 기분응 느끼게 한다. 왜 이렇게 좋은 곳을 여태 모르고 있었을까 하는 후회가 스친다.
이곳을 개방한 지는 2년쯤 됐다고 한다. 그간은 수원지로 엄격하게 보호를 받아왔는데 인근 섬진강에서 취수하게 되면서 보호구역이 해제됐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수원지가 없어진 건 아니다. 대신 농업용수로 사용되고 있다. 그런데도 아직 군데군데에는 흰 페인트칠에 붉은 글씨가 선명한 출입금지 표지석이 그대로 남아있다. 그것이 약간은 혼란스럽다.
등산로는 두 가지 용도로 닦여져 있다. 하나는 곧장 산 정상으로 향하는 본격 등산로와 다른 하나는 노약자나 어린이가 걷기 좋도록 저수지 수변을 따라 나직이 내놓은 산책로가 그것이다.
나는 낮은 수변을 따라 걸어보기로 한다. 그런데 의외로 젊은이가 많이 보인다. 그래서 길 또한 유난히 다져져 있다. 이미 앞장서서 걷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나를 따라잡듯이 바짝 뒤따르는 사람도 있다. 이들은 오직 운동 효과만을 생각하고 걷는 것 같다.
사색하며 느릿느릿 걷는 나를 사람들이 연이어 지나쳐간다. 그런 사람 중에는 노인도 보이지만 대개는 4~50대 주부들이다. 이들을 보면서 좀 아쉬운 생각을 하게 된다. 이런 평탄 길에서는 ‘좀 천천히 걸으면 좋을 텐데.’하는 생각이 든다. 천천히 걸으면 아직 생각지 못한 좋은 생각도 떠오르고, 무슨 계획을 세울 궁리나 되돌아보며 반성도 하게 될 텐데 아쉽게 생각된다. 좋은 공기를 마시며 저마다 한 가지씩 화두를 잡고 사색하기에 얼마나 좋은가.
이런 생각을 하다가 시선을 던지니 멀찍이 보이는 것이 있다. 돌탑이다. 아니 돌탑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조잡하여 그냥 돌무더기 같다. 그러나 그것은 그냥 모아 둔, 들로는 보이지 않는다. 누군가가 일부러 던져놓은 것 같다. 그렇다면 의미 없는 돌탑은 아니다. 사연은 모르지만 우선 반가운 생각이 든다. 이거야말로 조금 전까지 아쉽게 생각한 것을 지워버리게 하는 것이 아닌가. 그야말로 사람의 생각들이 한 가지씩 사연과 염원을 담아 모아둔 흔적이 아닌가. 왔다가 그냥 생각 없이 돌아간 게 아니고 한 가지씩 생각을 남기고 간 것이 아닌가.
그걸 보니 문득 고향 뒷산 고갯마루에 있는 성황터가 떠오른다. 어렸을 적에 보면 그곳을 지나면서 장꾼들은 나뭇가지나 돌멩이를 주워 던져놓고는 잠깐씩 묵념을 하거나 비손을 하며 지나갔다. 하룻길 노정의 안전을 기원하는 의식이었다.
한데, 이곳도 그랬던 것으로 생각한다. 다만, 길이 험하지 않으니 안전을 기원하기보다는 제각기 가슴에 담는 염원을 빌고 갔나 보다. 그걸 보니 갑자기 사람 사는 인정이 느껴진다. 그냥 운동만을 목적 삼고 오지는 않았다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세속에서 머리도 식히면서 바람을 쐴 목적도 있는 것 같다. 그런저런 것을 생각하며 나도 그냥 지나치지를 않고 조그만 돌멩이를 하나 주어 올려놓는다.
다른 사람들은 무슨 기원을 했을까. 가족의 건강과 행복을 빌었을까, 아니면 머릿속을 채운 번민들을 벗어나게 해달라고 했을까. 그것도 아니면 돈을 벌어 궁핍을 면하고 자녀의 출세를 빌었을까.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하지만 나의 소망은 단순하다. 몸져누워있는 병석의 아내가 빨리 쾌유하기를 바랄 뿐이다. 그런 만큼 돌을 던져 놓으며 염원하는 마음도 오직 그것 하나다.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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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만성철용 |
09-09-10 12:2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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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사모님께서 편찮으신 모양이지요? 집에 우환이 있으면 모든 것이 멈추던데 고생이 많으시네요. 부디 선선한 가을 바람에 벌떡 일어나는 건강이 되시기를 빕니다.
가을 바람이 선선합니다. 이제 움추렸던 더위를 털고 어디엔가 떠나야겠다는 생각입니다.
저의 아내는 매일 아프다면서 매일 외출을 하니 얼마나 다행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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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병식 |
09-09-10 13:3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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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로말씀 주시니 고맙습니다.세상사는 일이 그런것이려니 하고 여기고 살고 있습니다.
사모님과 다정히 손잡고 좋은 구경, 맛난 음식 자시며 사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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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희순 |
09-09-10 17:0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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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곳을 찾는 장삼이사의 정성으로 차곡차곡 돌탑이 쌓이듯 선생님의 소박하고 간곡하신 소망이 어느 날에는 꼭 이루어지리라 믿습니다. 선생님을 통하여 사랑은 인내와 희생의 지고지순한 돌탑임을 깨닫습니다. 일교차가 큰 날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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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병식 |
09-09-10 17:5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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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집이 나오면 한번 들르겠습니다.
잘 지내고 계시지요?
조석으로는 조금 시원해도 한낮은 무덥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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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진철 |
09-09-11 10:0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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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회장님 저도 요즘 피톤치드에 관심이 많습니다. 문득 지나치시다 무심코 보게된 돌더미에서 유정을 느낀다는 말씀이 마음에 와 닿는군요, 아무쪼록 사모님의 건강이 쾌차하셨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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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병식 |
09-09-11 16:2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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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집가까운 곳의 산책은 자주 하지만 등산은 일주일에 한번은 하려고 노력합니다.
최근에 좋은 곳을 찾아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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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재문 |
09-09-11 11:0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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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병식 회장님 저에게 쏟은 애정 저는 잊지 못할 것입니다. 고맙습니다. 우리들의 소망이 어느땐가는 이루어지리라 생각합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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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병식 |
09-09-11 16:3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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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임재문선생님의 따뜻한 마음은 늘 간직하고 삽니다. 열심히 홈피관리를 도와주시기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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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종선 |
09-09-12 18:4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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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일고 나니 그냥 잔잔한 느낌이 들면서 차분해지는 듯 합니다.
그런데 저로선 금시초문 입니다. 사모님이 편찮으신 것 같은데 걱정이 많으시겠어요. 선선한 가을과 함께 빠른 쾌유를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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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병식 |
09-09-12 21:3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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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생님, 안녕하신지요. 집사람이 아픈지는 꽤 오래 됐는데
더는 심하지 않아 다행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읽어주시고 댓글 주셔서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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