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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쓴이 : 이예원 |
날짜 : 09-08-26 16:07
조회 : 24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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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망스
이 예 원
풍부한 화성으로 잔잔하며 고요한 분위기, 목가적이며 밝고 사랑스러운 느낌. 나는 베토벤 로망스를 듣고 있다. 여행에서 돌아와 이 곡을 자꾸 듣게 되는 자연 발생적으로 내 감정은 달콤한 느린 바이올린 독주곡처럼 감정이 흐르고 있다.
호수, 꽃, 바람, 초원, 비 그리고 높고 낮은 산들이 평화롭기 그지없는 시적인 풍경에 빠져 며칠을 보낸 레이크 랜드(Lake Land)를 회상하며 음악이 더욱 절실하기 때문이다. 6-7분 짧은 곡을 공 테이프에 꽉 채워 반복해서 듣고 있자니 여러 곳을 다니면서 보고 느낀 것들이 음악과 함께 핏속에 흐른다.
위대한 시인 워드워즈가 살았던 영국 중부에서 서북쪽 레이크 디스트릭(Lake District)은 영국인이 여름휴가를 보내고 싶은 1위로 알려진 곳이다.
우리나라 충청도 크기만 한 지역에 큰 호수가 17개 이상이 있다. 아름답고 드라마틱한 전원의 풍경은 태초의 모습을 보여 주면서 편리한 현재와 더 변할 것 같지 않는 미래를 내다 볼 수 있는 자연의 모습이다.
‘그때 문득 나는 보았네, 한 무리의 황금 수선화’ 워드워즈의 영시 수선화(Daffodils)를 고등학교 영어 시간에 처음 알게 된 후, 나는 영문학과를 택하게 되었다. 나에게도 아련한 추억이 있는 시인 워드워즈를 찾아 호수가 가까운B&B(Breakfast and Bed)에서 삼일을 보냈다.
B&B는 주택인데 호텔처럼 손님들이 머물고 떠나는 조용한 숙소이다. 아들이 살고 있는 암스테르담에서부터 온 가족이 미니 벤을 타고 도버 해협을 건넜다. 큰 항구 도버에서 런던으로 향하기 전에 하얀 절벽(White Cliffs)이 있는 바다가로 갔다.
인상적이고 극적인 도버의 백색 절벽은 영국과 프랑스를 나누고 있다. 높이 솟아오른 가파른 하얀색 절벽위에서 건너편을 바라보니 방금 건너온 프랑스 도시 깔레의 일부가 보인다. 흙이 아닌 백악(chalk)이 105m이상 융기가 되어 그 절벽을 만들었다. 이들 백악 층들의 주요 형성 원인은 격변적이며 전 지구적인 홍수였다고 한다. 햐얀 절벽은 바다 앞에서 한없이 아름답다.
런던에 있는 목적지 호텔까지 운전해서 2시간 걸렸다. 첫날부터 초등학교 눈 높이에 딱 맞춘 곳 레고 랜드(Legoland)를 다녀온 후, 뮤직컬 ‘라이언 킹’과 시내 중심에 세워진 ‘런던 아이’ 등을 구경했다. 며칠 동안 런던의 큰 도시가 품고 있는 구경거리를 온 가족이 함께 돌아보고 계획된 데로 스코틀랜드를 향해 올라갔다.
북동부(North Yorkshire) 요크셔 주에 있는 York시는 2000년의 역사를 지닌 도시다. 우리나라 한승주 총리가 요크대학에서 사회경제연구소의 경제학과 강사를 역임 했던 곳으로 알고 있다.
비가 내리는 고속도로를 뚫고 서 너 시간을 달려서 도착한 요크시 외각에 있는 B&B 숙소에 도착했다. 영국의 여름은 해가 지는 때가 밤 9시 반이 되어간다. 우리가 도착하자 비가 멈추어 가방을 들고 힘들게 올라온 2층 방은 시야가 확 트여있다. 넓은 창에 막 넘어가고 있는 황혼 빛은 어떻게 형언할 수 없이 한 폭의 그림처럼 아름답다.
집 앞에 있는 벤으로 다시 짐을 가지러 내려갔을 때, 동쪽으로 확 트인 저 멀리 바라보이는 무지개의 신비스러운 장면에 매료되고 말았다. 온 가족이 일렬로 서서 감탄을 연발하며 바라보고 있으려니 현실이라고 믿기 어려웠다.
다음 날 호수가 많은 쿰브리라(Cumbria)주 레이크 디스트릭(Lake Distric)를 들어가는 초입에서부터 우리를 환영했다. 하루 밤 머무는 이곳은 우리나라에서는 살찐 돼지를 요크셔(Yorkshire)라고 하듯 품질 좋은 돼지로 유명한 바로 이 지방을 지나가는 도중이었다.
윌리엄 워드워즈(William Wordsworth)는 이곳에서 두 번째 큰 호수가 가까운 곳에 있는 작은 도시 코커마우스(Cockermouth) 중심 도로변에 있는 집에서 태어났다. 그는 1770년에 태어나 살아가는 80세 동안 이 레이크 디스트릭 지역을 떠나지 않았다.
1951년에 국립공원으로 지정된 곳이다. 이 공원은 자연 그대로의 역사를 가졌을 뿐 아니라 세계의 최고 시인 워드워즈의 역사가 얽힌 곳이다. 공원 안 지형의 특징은 약 1만 5천 년 전에 끝나 최후의 빙기에 형성된 곳이라고 쓰여 있다.
워드워즈 박물관은 그가 남긴 친필 원고지 등 그 당시 생활 배경을 잘 설명 해주는 생활 모습이 잘 정리 되어 있다. 2층 저택은 잘 살았던 그 당시를 말 해 주고 있다. 뒷마당에 꾸며진 온갖 꽃이 만발한 정원을 지나면 아직도 풍부한 강물이 흐르고 있는 강둑, 맑은 시내 물은 어릴 적 뛰어 놀던 모습까지도 엿 볼 수 있다.
캠브리지에서 공부를 마치고 돌아와 그의 대표작 대부분은 새로 이사한 곳 그다지 멀지 않은 글라스메아(Grasmere)와 도브 카티지(Dove Cottage)에서 쓰여 졌다고 한다. 이곳은 햇살을 머금은 호수들과 높고 낮은 산들이 평화롭기 그지없는 시정의 풍경을 그려내고 있다.
‘글라스미어 저널’에 글을 쓰면서 역시 시인 이였던 여동생 도로시(Dorothy)와 함께 살면서 시의 삶을 보냈다. 박물관에는 그녀의 흔적을 볼 수 있는 남아있는 유품이 많다.
레이크 디스트릭에 또 다른 유명한 곳이 있다. 영화 ‘미스 포터(Miss Potter)’의 실재 인물인 비트릭스 포터(Beatrix Potter)가 살았던 집이다. 이곳에서 가장 큰 호수 가까운 곳 호크쉬드(Hawkshead)에 힐 탑(Hill Top)이 있다. 그녀가 38년 살았던 집에 비트릭스 포터 갤러리(Beatricx Potter Gallery)로 잘 가꾸어져 있어 세계 각국에서 관광객이 모인다.
그녀가 살면서 자연 환경에 여향을 받은 그대로 잘 나타내는‘ 피터 래빝의 이야기(The Tale of Peter Rabbit)’는 장난스러운 토기의 여러 이야기들로 만들어진 어린이들에게 재미있고 교육적인 스토리다.
월트 디즈니처럼 만화로 토기를 의인화해서 서정적인 환경을 통해 흥미롭게 엮어진 이야기라서 손녀, 손자에게 좋은 선물이 되었다. 그녀의 삶과 사랑을 리차드 말비(Richard Maltby JR.)가 소설로 썼다.
그 소설이 영화로 만들어져 세계 널리 알려졌다. 그녀 자신 실물도 영화 주인공만큼 예쁘고 행복한 삶을 살았던 그녀의 가구며 사진이 그대로 남아 있다. 1905년 그녀가 ‘피터래빝의 이야기’가 책으로 출판되어 그 이익금으로 구입한 집이다. 레이크 디스트릭은 시인, 소설가, 영화인 등 많은 예술가들이 배출된 곳이다.
영국 스코트 랜드의 수도이며 정치 문화의 중심지인 에딘버러(Edinburgh)의 구시가지와 성을 구경하고 영국 여행을 마치기로 했다. 그곳에서 남쪽으로 북해 쪽 바닷가에 놓여 있는 도시 뉴 케슬(New Castle)로 내려갔다.
암스테르담으로 가는 정기 호화여객선을 타기 위해서였다. 2주간의 여행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을 배편으로 정했다. 1박 숙박도 해결되면서 쿠르즈를 즐기는 새로운 경험이다.
여행의 마무리가 되는 배위에서 한 장면을 목격하고 묘한 감정에 빠진다. 카펫이 화려하게 깔려있는 7층 로비 의자에 앉아 있었다. 어린 영국 여자 아이 둘이서 키스를 한다. 초등학교 저학년으로 보이는 쌍둥이 자매는 예쁜 옷차림과 얼굴 피부색이 아주 잘 사는 아이로 보였다.
여객선 페리호의 안팎은 영화 타이타닉 호에서 널리 알려진 장면들과 비슷하다. 저녁을 먹고 나서 아들가족은 아이들을 데리고 만화영화를 보러갔다. 나는 혼자 5층에 있는 방을 빠져 나와 많은 사람들을 바라보며 시간을 보내려고 7층에서 차를 마시며 음악을 듣고 있었다.
그때 10여명의 어린이들이 손에 연필과 종이를 들고 선생님을 따라 다니면서 설명을 듣고 있는 중이다. 무심코 그들을 바라보고 있는데 유난히 눈에 띄게 아름다운 어린 소녀 쌍둥이 자매가 손을 잡고 있다. 서로를 애정 어린 눈길로 바라보더니 입맞춤을 한다.
아니 여자 아이끼리 키스를 하다니. 놀란 눈으로 바라보고 있는데 다시 정 깊은 몸짓으로 서로를 바라본다. 앞에 서 있던 남자 어린이가 자연스럽게 둘이서 잡고 있는 손 사이로 끼어 들어간다. 서로서로 어깨동무를 하면서 함께 즐거운 듯 깔깔거린다.
내 머리가 갸웃둥 해지더니 자꾸만 생각이 난다. 그리고 영화 ‘금지된 장난’에서 주인공 어린 소녀가 연상된다. 영화 속의 음악에 감명 받았던 나르시소 예페의 기타 연주곡 ‘로망스’가 귀에 들리는 것 같다.
1952년 전쟁영화인데 부모를 잃은 귀엽고 애처로운 주인공 소녀와 남자 어린이 미셸은 잊지 못 할 명화로 남겨졌다. 전쟁의 참화 속에서도 피어나는 따스한 인간의 정을 영화로 승화 시킨 줄거리이다.
어린 쌍둥이 자매도 주인공 소녀와 같은 또래로 보인다. 이들 자매에게 지독한 상처가 있는 것일까! 마치 연인처럼 어린아이들이 장소도 가리지 않고 열렬한 입맞춤이 어떤 의미일까! 나는 베토벤의 로망스 2번 F장조를 들으면서 삶과 사랑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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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예원 |
09-08-26 17:5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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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 '로망스'에서 이름 철자를 수정합니다. '우리나라 한승주 총리 '에서 '우리나라 한승수 총리'로 정정 합니다. 다 써서 발표를 하고나서 알게 되었습니다. 미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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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재문 |
09-08-27 09:4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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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예원 선생님 이국적인 풍경이 떠오르는 글 잘 읽고 갑니다. 이가을 그토록 아름다운 풍경과 사랑을 생각하며 살겠습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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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창식 |
09-08-27 17:3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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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국적 풍광이 눈에 잡히는 듯합니다 .'금지된 장난'영화도 생각나고요.
로망스 선율도 들려오는군요, 이예원 선생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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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병식 |
09-08-27 18:1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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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속에 푹 빠져 사시는 모습이 아름답습니다. 저는 음악에 그리 조예가 깊지 않아 잘 모르지만 작품을 읽으니 분위기가 느껴집니다.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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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예원 |
09-08-27 23:0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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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재문 선생님, 김창식 선생님, 임병식 선생님, 인간의 가장 좋은 감정의 기록이 작가의 기질인 것 같습니다. 여행에서 돌아와 글을 써서 작가 홈페이지에 올리는 것이 어찌나 급한지 이 더위 속에 15일만에 두편을 써서 또 다른 하나는 교회로 보냈습니다. 감사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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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복희 |
09-09-02 01:0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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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진 여행에서 돌아와 좋은 글을 쓰셨으니 얼마나 행복하세요.
늘 이국적인 글을 많이 쓰서서 색다른 글맛을 느낍니다.
두 편이나 건지셨군요. 큰 수확이네요.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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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예원 |
09-09-03 12:3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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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복희 선생님
선생님은 너무 토속적인데 비해 나는 너무 서양적 이라서 그래서 서로 좋아 하는 것 같습니다. 최복희씨를 처음 만난 경희 켐퍼스. 이번에 한달이나 나갔다 왔더니 서교수님의 부음 소식을 읽고 충격으로 닥아 왔습니다. 죽음은 어디서 우리를 기다리고 있는지 모르지만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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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진화 |
09-09-04 01:5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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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여행 다녀오시고 더욱 행복하신 것 같습니다.
가족도 만나시고 음악과 여행을 함께 즐기시는 모습이 부럽습니다.
늘 건강하시고 건필하시길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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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예원 |
09-09-04 17:4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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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화 선생님
금년 안에 대만을 두번 갈 수 없어 빠지게 됨을 유감스럽게 생각 합니다. 많은 얘기 들려 주세요. 기행문 글은 전부를 다 나타 낼 수가 없었습니다. 즐기되 도를 지나치지 않으려고 노력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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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영보 |
09-09-10 03:4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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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년동안 잊고 지내오다가 선생님의 로망스를 읽고
<로망스 1,2번>을 되풀이하여 듣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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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예원 |
09-09-10 19:0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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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보 선생님
인간은 무한한 정신을 가진 유한한 존재이다. 베토벤의 말처럼 소녀의 연정처럼 아름다운 멜로디 로망스를 무한한 감정 속으로 들어가 감상하시기 바랍니다. 감사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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