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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쓴이 : 박원명화 |
날짜 : 09-03-26 12:49
조회 : 2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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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
박 원명화
큰 수술 후 회복기 때의 일이다.
몸이 허약해진 탓인지 잠을 자려고 해도 눈만 감으면 알지 못할 허상에 쫓겨 내가 지른 소리에 내가 놀라 깨기 일쑤였다. 눈을 떠보면 온 몸이 식은땀에 젖고 머릿속 한 귀퉁이가 빠져나간 것처럼 멍했다.
그렇게 허우적거리고 나면 ‘이러다 죽는 게 아닌가’ 하는 두려움이 앞섰다. 어렸을 적에 나는 날아다니다 떨어지는 꿈을 자주 꾸곤 했다. 꿈이었는데도 마치 현실인 것처럼 그렇게 생생할 수가 없었다. 나는 내 몸을 어루만져 보고 괜찮다는 것을 확인하고도 무서움을 쉽게 떨쳐낼 수 없었다. 그런 날이면 으레 안방으로 건너가 엄마 품을 파고들어서야 다시 잠을 이룰 수가 있었다. 엄마는 온실같이 따스한 손길로 언제나 내 등을 다독다독 쓸어내려 주었다.
불청객으로 내 몸에 몰래 들어와 나를 비롯한 온 식구들을 당황하게 했던 암 덩어리. 삶과 죽음이 팽팽하게 조여드는 느낌을 견딜 수가 없었다. 마치 고대 죽을 사람처럼 삶의 빛을 잃은 듯, 허물어져 내려갔다. 건강할 땐 그렇게 속아내도 부초처럼 무성하게 자라던 욕심도, 거미줄처럼 늘어선 일들에 매달려 무분별하게 쌓고 채우려던 소망도 마음속에서 하나씩 죽어갔다. 살아 날수 있는 희망보다는 살아나지 못할 거라는 절망감이 몰려들었다.
그늘에 묻혀 있던 사금파리가 햇볕을 받으면 반짝반짝 빛나는 것처럼 수술이후 잠시 기분이 좋아졌다가도 무엇인가 찔러대는 듯한 통증이 밀려올 때면 시커먼 구름덩어리 같은 불안이 내 가슴을 휘저어 놓았다. 몸이 아프다 보니 정신세계도 흔들리는지 눈만 감으면 악몽에 시달렸다.
삶의 벼랑에서 나는 한동안 흔들거리며 몹시 괴로워했다. 천만다행으로 그 모든 게 잠시 꿈이었던 것처럼 하루가 다르게 회복이 빨라져 갔다. 그럼에도 침체된 마음의 병은 쉽게 벗어 날 수가 없었다. 꿈의 시달림을 피하다 보니 자연히 눈뜨고 있는 시간이 많아졌다. 그러다 보니 시도 때도 없이 켜져 있는 텔레비전을 바라보는 게 내가 지루한 시간을 죽일 수 있는 유일한 탈출구였다.
다만 식구들을 생각하면 기가 막혔다. 익사할 것 같은 깊은 절망에서 벗어나기 위해 나는 필사적인 헤엄을 쳐야 한다는 느낌이 들었다. 어떠하든 살아야 한다는 의지, 아니 삶에 대한 욕망이 나를 조금씩 부추시기 시작했는지도 모른다.
어느 날, 텔레비전에서 우연히 한 인간의 눈물겨운 삶의 모습을 보게 되었다. 불의의 교통사고로 20대의 나이에 온 몸이 서서히 마비되어버린 한 젊은 청년의 삶의 의지와 용기는 내 가슴을 눈물바다로 만들었다. 자신의 의지로는 손가락 하나도 꼼짝 할 수 없기에 죽음조차도 받아들일 수 없는 절체절명의 절망 속에서 한동안은 오직 이승에서 사라지는 게 그의 소망이었다. 헌데 한 가닥 빛을 발견하게 된다. 사이버 공간에서 노래를 부르기 시작하면서부터다.
처음엔 그저 가슴에 맺힌 응어리를 풀어내는 심정으로 노래를 불렀다고 한다. 그러나 내가 들어봐도 그는 유명 트로트 가수 못지않게 너무나도 잘 불렀다. 노래를 부르게 되면서 우울하던 마음이 맑아지기 시작했고,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노래하는 시간이 기다려졌다. 자신의 노래를 듣고 댓글을 달아주는 펜들까지 생기게 되어 지금은 인기 순위에까지 오르내리는 사이버상의 당당한 가수가 된 것이다.
그는 누운 상태에서 천장에 매달아 놓은 컴퓨터 자판기를 팔에 칭칭 동여맨 긴 막대로 톡톡 쳐가며 흘러간 노래를 구성지게 불러댔다. 마치 화려한 무대에 서 있는 양, 열정을 다해 자신의 실력을 유감없이 발휘하고 있었다. 전혀 움직일 수 없기에 몸 안의 기능들도 결코 오래가지 못할 것이라는 절망 속에도 혼신의 힘을 다해 노래를 부르는 모습을 보니 마치 작은 거인처럼 느껴진다. 다행스러운 것은 그가 하루도 거르지 않고 노래를 열심히 부른 덕에 의사도 깜짝 놀랄 만큼 심폐기능이 튼튼해져 지금까지도 건재하게 생명을 유지할 수 있었던 것 같다고 했다. 그는 담담하게 말했다. 살고 있는 한 노래를 부르겠노라고…. 그의 얼굴은 희망으로 가득해 보였다. 화려한 무대가 아닌 사이버 세상에서 트롯가수로 거듭 태어난 제2의 인생을 사는 것이다.
그 프로가 끝날 때까지 나는 눈을 뗄 수 없었다. 인간의 한계를 벗어난 인간승리! 몸이 저 지경인데도 어떻게 저리도 맑고 순수하게 웃을 수 있는 것일까. 역경 속에서도 자신을 사랑하는 힘이 빛처럼 보였다. 방송을 보는 동안 나는 뜨거운 어떤 힘이 내 피부 깊숙이 들어와 박혀 몸속으로 흘러드는 것을 느꼈다. 비록 직접 전달되지는 않을지라도 그의 희망을 향해 나는 아낌없는 갈채를 보내주었다.
살다가 기막힌 일을 당했을 때 우리는 그것이 꿈이기를 바란다. 하지만 꿈이 현실로 미화되는 일은 거의 없는 듯도 하지만 기적은 보이지 않는데서 온다. 내 삶을 향유하는데 있어서 스스로 그 난관을 헤쳐 나가려면 나 자신부터 열렬히 나를 사랑해야 한다. 사랑해보지 않은 사람은 상처가 무엇인지 모르듯 아파보지 않은 사람은 나를 사랑할 줄 모르는 것 같다.
나 또한 이제는 예전의 건강했던 상태로 돌아와 여름의 칡넝쿨처럼 무성한 삶을 일구어 나가고 있다. 청춘이 가파르게 빠져나가고 있는 요즘에 이르러 꿈을 꾸어도 아침에 일어나면 아무 기억도 나지 않는다. 한해가 다르게 번져가는 건망증이 꿈까지도 삼켜버리는 모양이다. 건망증 때문에 꿈조차 기억 할 수 없다면 이 또한 예삿일은 아닌 듯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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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병식 |
09-03-26 15:4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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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에 큰수술을 했었군요.
사지에서 빠져나온 사람은 자연히 세상을 보는 눈이 긍정적이고 달관하는 자세를
지니고 사는 사람이 많더군요.
간밤의 꿈을 기억못하는 건망증은 약간 아쉬움이 있지만, 흉몽을 그대로 기억하는
것보다는 낫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바쁜 중에 올려주신 글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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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정자 |
09-03-26 20:1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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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명화 선생님, '꿈' 잘 읽었습니다.
암 수술을 받고 완치되셨으니 얼마나 감사한 일인가요.
앞으로는 더욱 건강하시고 행복하시길 빕니다.
지난해에 이어 올 해도 사무국장으로 수고하시게 되어 그저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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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진화 |
09-03-27 00:4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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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명화 선생님, 병마를 이겨내고 많은 일을 해내는 선생님이 자랑스럽습니다.
그래서 선생님이 노래하는 목소리가 더욱 깊이가 있는 게 아닌가 싶어요.
이제는 미래에 이루고 싶은 큰 꿈을 꾸며 그 꿈을 하나하나 이루어가시기 바랍니다.
원명화 사무국장님,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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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진철 |
09-03-27 16:5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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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명화 사무국장님이 그런 큰병을 이겨냈다니 한편으로는 놀랐고 대단하세요~그리고 앞으로도 더욱 더 건강하세요 지금 이 글 아주 잘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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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희순 |
09-03-28 23:5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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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망증을 염려하실 정도이면 건망증 환자 자격이 없습니다.
아담은 930세를 누렸으니 선생님도 오래오래 건강하시기를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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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원명화 |
09-03-30 12:5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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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에 있어 어찌 평탄한 길만 있겠습니까만은, 그땐 정말 아무에게도 말하고 싶지 않을만큼 정말 싫었는데~
지금 와 생각해 보면 많은 것을 깨달아 보라고 잠시 찾아온 고통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따뜻한 말씀, 격려의 말씀 감사합니다. 살고 있다는 것을 보이고 싶어, 열심히, 뜨겁게 살아가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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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정자 |
09-04-01 12:1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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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명화국장님.
깜짝 놀랐어요. 그렇게 엄청난 고통을 경험 하신적이 있는줄은 몰랐습니다.
아주 건강하시고 행복하신 박국장님으로만 알았습니다.
이젠 다 지난 고통이시니
조금도 상념하지 않으셔도 되겠지만
늘 건강 체크 하시고 지금처럼 왕성한
활동 기대 하겠습니다.
참으로 장하신 박원명화 사무국장님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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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재문 |
09-04-02 10:4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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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명화 사무국장님 건강은 건강할때 지켜야 한다는 아주 쉬우면서도 어려운 이말들 지키지 못해 저도 꼭 건강을 해치고 나서야 후회 할 때가 한 두번이 아닙니다. 참으로 어려운 고비를 잘 넘기셨으니 앞으로는 더욱 더 건강에 유의하여 건강한 삶을 누리시기를 바랍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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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복희 |
09-04-02 21:4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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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을 잘 이겨내셨네요.
더욱 건강하시고 좋은 많이 쓰시길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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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원명화 |
09-04-03 00:1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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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을 쓰다보면 어느 땐 깊은 사념에 잠길 때가 있습니다.
나 자신의 베일을 벗겨내는 기분이 들 때 말입니다. 그러나 내 삶의 족적을 남기는 것도
인생을 관조 하는 좋은 기회가 아닌가 생각하며 용기를 내었습니다.
따뜻한 정이 넘치는 동인이 있음에 행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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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희승 |
09-04-11 18:3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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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절망감을 조금은 이해할 것 같습니다. 아무튼 지금은 거뜬히 그 고난을 이겨내셨습니다. 공은 바닥이 있기에 다시 튀어 오릅니다. 추락하는 자에게 바닥은 심연처럼 보이나 바닥에 다다른 자에게는 시작점이 되지요. 튀어 오르는 그 화려한 몸짓이 아름답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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