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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쓴이 : 김희선 |
날짜 : 09-03-31 14:59
조회 : 2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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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꽃 탐사
김희선
등산이나 산악회를 따라가면 초입부터 숨이 가쁘다. 발걸음에 속도를 가해 빠르게 가야 한다. 능력이 부족한 나는 앞 사람의 발뒤꿈치만 보면서 걷는 것도 바쁘다. 호랑이가 뒤따르듯 걸음아 날 살려라 숨이 턱턱 막힌다. 산에 오르거나 내리거나 무얼 보았는지 알 바가 아니다. 정상에서 아래를 한번 굽어보고는 다시금 미끄러지듯 내려오는 게 나의 등산이며 산을 타는 수준이다. 나로 인하여 늦어지는 일행에게 미안함도 한두 번이 아니어서 그만 두기로 했다.
그러나 들꽃탐사는 내 수준에 딱 맞는 산행길이다.
비탈길 바쁘게 올라가는 것이 아니다. 초입 일수록 꽃이 많으니 여유만만. 느릿느릿, 갈 사람은 가든지 말든지 한가하다. 볼품없는 풀이라 해도 거기에 있는 그 자체로 충분한 가치가 있다. 키가 작아 여린 풀잎까지도 애정어린 눈맞춤을 한다. 우거진 나무숲에서는 발돋움도 하고 나무 잎새의 모양을 살핀다. 잎새의 마주나기나 어긋나기까지도 보아준다.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에 실감을 한다. 나뭇잎의 모양을 눈여겨 가면서, 꽃을 만나면 모두가 사진 찍느라 순서를 기다린다.
들꽃을 보면서 저마다 걸음을 멈추고, 메모를 하는 사람도 있으니 얼마나 여유만만인가. 연세가 지긋하신 ‘박사님’의 인품을 따르느라, 회원 모두의 진지한 지혜가 부드러워 탐사에 가담한다.
나는 어떤 자세로 동참하는가. 처음에는 메모를 열심히 했지만 지금은 여유있게 사진만 찍는다. 왜냐하면 기억 따로, 사진 따로, 알 수가 없기 때문이다. 나무의 잎새나 꽃의 모양새가 눈에 익어야 그나마 구별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옻나무와 붉나무의 구별이나, 엉겅퀴나 지층계의 구별도 이제야 겨우 구별하는 수준이다. 몇 달 지나면 또 잊을지도 모른다.
김유정의 소설 ‘봄.봄’에 등장하는 알싸한 생강나무의 향은 알게 되었다. 생강나무는 바로 산동백이다. 봄에 피는 꽃, 산수유 꽃과 비슷하여 아직도 잘 모르지만. 그저 비슷하게 보이고 있으니 나는 왕초보임에 틀림이 없다. 잎새의 모양이란 같은 나무에서도 둥그런 잎새와 삼각 귀가 있는 잎새가 뒤섞여 두 가지로 되어있는 나무도 있다. 뽕나무가 그렇다. .
이번 산행은 의정부 가는 길, 회룡역에서 만나 호암사를 간다. 밤새도록 억수로 내리던 비는 아침 7시 30분에도 계속 내린다. 그냥 잠이나 싫컨 잘까? 갈까 말까 하는데, 마침 활짝 개이는 하늘에 햇살이 맑아 가슴이 설레이도록 산뜻하다.
때를 맞추어 같이 가자는 전화가 있어 바쁘게 밥을 싸고 그릇마다 반찬을 담는다. 등산화에 배낭을 메고는 택시까지 타면서 혜화역까지 가서는 다시금 전철을 탔다. 늦을 때는 내가 타려는 차가 마악 떠나곤 한다. 휴일에는 지하철의 간격도 길기만 하다. 5분, 10분, 자꾸 늦는다.
허위허위 달려가니 우리보다 늦게 오는 사람이 있어 다행이었다. 햇살 쨍한 6월, 선선한 바람이 적당하게 불어오고 공기도 상쾌하다. 30여명의 회원들은 전부가 공부하는 자세이다. 나만 농땡이 학생이면서 잊어먹고 혼돈하는 것엔 장학생 수준이다. 아파트 단지에 심어있는 정원수의 이름도 다시금 살피면서 산 입구에 다달으니 공기가 신선하다. 졸졸 옅게 흐르는 시냇물이지만 그래도 반가운 산골짝의 물이다.
까치수염 꽃이 흰 빛깔로 피어 있어 나도 사진을 찍는다. 밤나무 꽃에 대해 궁금하던 김에 질문을 했다. “길다란 밤꽃 떨어지고 나면 어디에서 밤이 열리는지요?” 길다란 밤꽃 끝에 암꽃 하나가 따로 있어 거기에 밤이 달리는 것을 알았다.
‘호암사’에서 보이는 앞산에 ‘명경바위’가 있다. 누군가가 일부러 세워 놓은 것처럼 앞면은 편편하고 뒷면은 둥그스럼한 돌이 거울의 모양이란다. 산꼭대기 가까이 중간쯤 돌출 부분에 90도 각도로 정좌하고는 앞을 내다보는 듯 늠름하게 보인다. 굴러 떨어지지 않고 그대로 서 있으니 신기한 모습이다. 거기 꼭대기에서 무엇을 비추어 보고 있을까? 시야가 탁 트여 볼 것도 많고 보이는 것도 많을 것 같다. 언젠가는 거기, 명경바위 가까이 가서 살펴 보리라.
아침까지도 억수로 비가 내렸기 때문일까. 맑은 하늘이 정말 곱다. 좌악 깔아놓은 새하얀 조가비구름. 그 사이에 새파란 하늘빛을 배경삼아 계속 움직이는 흰색 구름 ‘와 예쁘다’ 혼잣말을 하며 하늘에 대고 사진을 찍었더니 뭐가 그리 예쁘냐고 질문을 하는 일행이 있다. ‘저기 하늘이요’라고 대답을 하다보니 내가 쑥스럽다. 식물 탐사에 와서 웬 하늘타령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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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병식 |
09-03-31 17:3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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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꽃탐사를 열심히 하는 모습이 글 속에서도 드러난것 같습니다.
꽃을 찍다가 하늘을 찍은 모습도 김희선생님 답습니다.
봄봄 이야기가 나와서 말이지만 어려서 그작품을 읽고 동백꽃이
노랗게 피었다고 하기에 잘못 보고 쓴게 아닐까 생각한 적이 있지요.
동백꽃은 노랗게 피는걸 못보았거든요.
그런데 나중 알고 보니 강원도에서는 생강나무를 동백나무라고 한다더군요.
저는 오늘 들꽃을 구경하는 대신, 아파트에 꽃을 팔러온 상인에게
알록카시아 한분과, 애기 장미 한분을 사들고 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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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진철 |
09-03-31 21:1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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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희선부회장님이 들꽃 공부를 하시는군요. 저도 꽃에 대해서는 물론 몇가지정도만 알뿐이고 시골출신이 아니라 그런지 들꽃이나 나무이름에 대해서는 잘 아는바가 없어서 그걸 잘아는 사람들을 보면 한편으로는 부러워 했습니다 아무쪼록 열심히 배우셔서 많이 좀 가르쳐 주시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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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정자 |
09-04-01 12:2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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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희선부회장님
큰 일을 맡아 하셔야하는 김희선부회장님 이자리를 빌어 축하 미리 드립니다.
전 아직도 들꽃이름을 모르는게 많습니다.
옛날에는 이름 모를 꽃이라고 통했던 들꽃이었지만
요즘은 세부적으로 많은 이름들이 밝혀지고 있지요
김희선부회장님
좋은 수필 잘 감상했습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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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덕영 |
09-04-01 17:0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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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과 접하며 삶을 즐길 줄 아시는 김희선 님 부럽습니다. 하늘이 예쁘다고요. 하얀구름이요.
행복하세요, 봄편지를 보는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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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재문 |
09-04-02 10:4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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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희선 부회장님 반갑습니다. 항상 만면에 미소를 가득 머금은 눈빛 눈에 선합니다. 저도 그렇게 유유자적한 삶을 누리고 싶어집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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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희순 |
09-04-02 11:0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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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꽃'이라는 말이 정답게 들립니다. 자연을 이루며 살아가는 풀은 다들 철을 따라 꽃을 피우니
그런 풀을 가리켜 '들꽃'이나 '야생화'라고 해도 무리는 없을 듯합니다. 저는 태생이 촌 사람이기에 들꽃에 관심을 기울여주시는 선생님께 감사합니다. 제가 싫어하는 것 가운데 한 가지가 '이름 모를 꽃'이니 '이름 모를 잡초'니 하는 글입니다. 들꽃에 어찌 이름이 없겠습니까. 그들의 이름을 하나하나 알아내어 불러주시는 선생님께 들꽃들도 가슴을 열어 사랑의 노래를 선사하리라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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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복희 |
09-04-02 21:2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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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희선 부회장님 오랜만에 글 올리셨네요.
들꽃 탐사하는 뒤를 따라간 기분입니다.
아름다운 풍경이었어요.
작은 들꽃들에게 애정을 쏟는 선생님의 고운 마음에 감동했습니다.
잘 감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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