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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쓴이 : 정진철 |
날짜 : 09-02-22 09:32
조회 : 23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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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를 보고싶으면 상제리제 거리, 에펠탑을,
느끼고 싶으면 페르 라 세즈 묘지를 꼭 들러보라고 한다.
프랑스인들의 정서는 참 섬세하고 예민하면서도 아주 현실적이고
정열적인 복잡한 정서를 가지고 있다.
프랑스는 혁명과 피로 얼룩진 역사를 안고 있다. 아름답게 보이는것은
한편으로는 아픈상처와 잔인함을 품고 있는것이다. 세느강이
이 모든 것을 끌어안고 파리 중심부를 유유히 흐른다.
로베르 두아노가 연출했던 파리시청에서의 키스가 파리 로맨스의
상징이라는 찬사와 함께 세상을 들끓게 한적이 있었다. 파리잔느들은
이렇게 피로 얼룩진 잔인한 무대위에서도 냉혹하면서도 가슴으로 낭만을
품고 싶어하는 정열이 있다.
너와함께 지낸 모든 시간들 이젠 내맘속에 떠나가 버려 /
네가 내게 주었던 그 미소가 아직도 나의 꿈속에 그려져/
나 이젠 너를 잊으려 하네 아무 설렘 느낄수 없는걸 /
변하지 않는건 존재하지 않아 모두 지나가고 사라지는걸/
희미해지는 너와의 시간 비오던 날 철길을 걷던 기억/
변하지 않는건 그때의 너일뿐 / 이제는 모든걸 잊어야 하겠지
.......
쟈크 드미 감독, 여주인공 쥬느비에브 역의 가뜨린느 드뇌브.
남자주인공 기이 역의 니노 가스텔뉘브가 출연한 쉘부르의 우산
의 주제곡 I will wait for you 란 곡 가사이다.
원래는 차고앞 (Devant le Garage)이란 곡에 영화가 나온뒤에
영어 가사를 입힌것이다.
노르망디 지방의 항도 쉘부르에서 우산장사를 하는 에물리부인의
외동딸 쥬느비에브는 자동차 수리공인 기이와 사랑하는사이다.
엄마의 반대에 부딪쳤지만 딸을 낳으면 프랑스와즈로 짓자고
언약하는등 정열적인 사랑을 하다가 기이가 알제리 독립전쟁에
참전하기위해 군입대하는날, 쥬느비에브는 순정을 바치고 뱃속에
아이를 가진채 전선으로 떠난 남편을 하염없이 기다린다
그러나 현실적인 생활고를 견디다 못해 보석상 카사르에게 시집을
가면서 쉘부르를 떠난다.
절름발이가 되어 귀국한 기이는 한동안 배신감에 절망했지만 슬픔을
딛고 자신도 결혼한후 아이를 낳아 프랑스와즈라고 이름짓고
주유소를 경영하게 된다. 눈이 내리는 어느날 갑자기 벤츠차를 몰고
기름을 넣기위해 우연히들린 쥬느비에브와 재회한다.
사무실에서 잠시동안의 당황하고 어쩔줄모르는 마주함
차에 있는 딸아이의 이름이 무어냐고 묻자 그녀는 아이를
가리키며 프랑스와즈라고 말하면서 당신을 닮았다고 담담히 말하고
돌아서서 차를 몰고 떠난다. 밤새 이야기해도 모자랄 수많은
애절한 사연을 허무할정도로 단조롭게 매듭진다
아까보다 많은 눈이 내리는 주차장에
기이의 부인이 데리고 나온 둘사이의 아이 프랑스와즈를 포옹으로
마중하며 각자의 자리로 되돌아선다는 내용이다.
어찌보면 내용은 좀 어둡고 침침하면서 진부한것 같기도 하다.
이러한 단점을 다양한 색상의 우산등 화려한 색감과 뚝뚝
떨어지는 시원한 빗소리로 덮는다.
사랑은 사랑으로만으로는 되지 않는다는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
격정적이면서도 서정적인 주제곡에 열정적인 사랑과 그 폭풍이
지나간후의 절제된 조용한 감정, 프랑스인의 특유한 정서가
베어나는 작품이다. 뮤지컬이라기 보다는 샹숑 오페라타이다.
문득 진켈리 주연의 “사랑은 비를 타고”라는 미국 뮤지컬
영화가 떠 오른다.코메디안 돈 록우드로 분한 진켈 리가
공연으로 이곳 저곳을 떠돌아 다니다가 헐리우드에 들어간다.
영화사에 스턴트맨으로 채용되어 당대 최고 인기 여배우인
리나 레이먼트와 함게 출연하면서 일약 스타 덤에 오르게
된다는 미국인 특유의 어메리칸 드림을 연상시키는 뮤지컬인데
길거리에서 비를 맞으며 부르는 밝고 명랑하고 즐거운
장면들을 보노라면 쉘부르와 선명하게 대조됨을 알수있다.
곁에 없으면 죽을것만 같았는데 난 왜 죽지를 않았나 라는
까뜨린느 드뇌브의 독백에서 프랑스인들의 현실적인 정서를 읽게 된다.
뱃속의 아이의 이름을 프랑스와즈로 지은 쥬느비에브와
다른여인과의 사이에서 낳은 아이의 이름 역시 프랑스와즈로 지은
사실을 우연히 부르게 함으로서 군더더기 없이 관객으로 하여금 두사람의
깊고 깊은 연민의 정을 연상하게 한다.
여: “뚜와 뛰 바 비앙? (괜찮아?)
남: “위, 트헤 비앙 ”(응, 잘 지내)
그 많은 가슴에 묻어둔 이별의 슬픔과 재회의 벅찬 감회를
말한마디로 줏어 담는 섬세한 예술적 감각으로 명화의 대접을 받는
작품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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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동희 |
09-02-22 13:3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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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나 눈이라도 내릴듯 잿빛 하늘은 무겁게 내려앉아 있습니다. 파리잔느의 냉혹하면서도 정열적인 정서가 녹아든 영화를 보기에 좋은 날인 것 같습니다. 사랑은 사랑만으로 되지 않기에, 사랑은 더욱 애절한가 봅니다. 섬세한 예술감각에 젖어들 수 있는 좋은 작품, 즐감하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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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진철 |
09-02-23 09:2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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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를 얼마동안 여행한적이 있었지요. 파리쪽은 아무래도 너무 복잡한것 같고 아비뇽으로해서 남부쪽을 돌았는데 참 인상적이었어요~마르세유, 에즈. 셍폴드방스. 엑상드방스 니스 칸느~프랑스인들의 정서는 분명 미국쪽이나 다른 유럽국가하고는 달랐어요, 어쩌면 우리나라 정서와도 비슷한것 같기도 하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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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병식 |
09-02-22 19:1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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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려주신 글을 보니 정선생님은 영화 매니아시군요.낯선 배우들의 이름을 줄줄 꿰고 계시는 것은 물론, 내용도 막힘이 없으니 말입니다.
영화수필을 써보시는 것도 좋을것 같습니다.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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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진철 |
09-02-23 09:2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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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좀 좋아하는 편이긴 합니다. 요즘도 시간 나면 1주일에 한편정도는 보러 가고 있습니다. 시간만 나면 합창단 뮤지컬 오페라 공연에도 쫒아 다니곤 하는데 전문적으로 그 주제로 할만큼은 안되는것 같고 하여 그냥 이렇게 생각날때마다 한번씩 써보는것으로 만족하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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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덕영 |
09-02-23 16:2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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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보고도 보지못한 사람보다도 못한 사람같은 사람임을 자인하는 얼간이가 정선생님의 글에 흠뻑빠졌습니다. 두 생명의 이름이 프랑스와즈와로 지어진 것은 우연 같은 필연, 기구한 인연 , 애잔한 헤어짐과 만남 또 헤어짐이 사랑인가요. 먼저 총회날에 따듯한 손도 못잡았습니다. 좋은 글 잘 읽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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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진철 |
09-02-23 17:2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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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선생님하고 따뜻한 인사를 나누었는데 ..하하 ~~제가 볼때에도 이 영화의 크라이 맥스 (물론 남들은 다른 곳을 지적하지만) 는 이선생님이 짚어주신것처럼 두 생명의 이름을 같이 지어 놓고 아무런 설명 없이 자연스럽게 부르면서 두 사람의 깊고 깊은 연민의 정을 독자로 하여금 느끼게 만들었다는 점으로 생각합니다. 역시 이선생님의 날카로운 안목에 경의를 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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