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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쓴이 : 임병식 |
날짜 : 09-03-17 19:01
조회 : 2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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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도이야기
임병식
불과 수개월 전에 모친을 떠나보내서인지 누구로부터 부모에게 효도를 했다는 말을 듣게되면 후회가 막급해진다. 당신 살아생전, 효도는커녕 너무나 고생만 시켜드린지라 죄스러운 마음을 떨쳐버릴 수가 없기 때문이다. 아무리 당신께서 딱한 형편의 자식을 위해 자청하신 일이지만 못난 자식은 고마워만 했지 효도할 생각은 안했으니, 어찌 잘한 일이라 할 것인가.
돌아가시기 전, 문중 대종회에서 주신 ‘장한 어머니상’도 알고 보면 못난 자식이 고생을 시켜드린 보상이었으니, 그 상이 집안의 광영이라 해도 불효의 징표가 분명하니 두고두고 죄스럽고 민망할 뿐이다.
얼마 전에 어떤 이로부터 들은 이야기이다. 자기 증조모는 고조할머니가 병석에 누워 고기가 먹고 싶다하자 사드릴 형편이 못되는 지라 대신 당신 허벅지 살을 떼어서 국을 끓여드렸다는 것이다. 소위 할고공친(割股供親)의 효도를 했다는 것이었다. 그 말을 들으니 그 근처에도 가지 못하는 나는 한없이 부끄럽기만 했다.
그래도 나는 누가 효도를 했다는 말을 들으면 관심이 가고 귀가 쫑긋해 진다. 전에 세종대왕이 민정시찰을 하던 중 목격했다는 이야기도 그래서 기억을 하고 있다. 하루는 대왕이 미복차림으로 민심을 둘러보러 어느 민가를 방문했다. 한데, 그집에서 희한한 일이 벌어지고 있었다.
노인 앞에 생일상이 차려져 있는데, 아들은 상복을 입은 채 음식을 권하고, 머리를 깍은 며느리는 춤을 추고 있었다. 그런데 노인은 훌쩍훌쩍 울고 있는게 아닌가.
궁금하여 그 이유 물었다.
“보아하니 오늘은 좋은날 같은데, 어쩌서 노인장은 울고 계시오?”
노인을 대신한 아들의 대답인즉 이러했다. 실은 3년 전 모친상을 당하여 아직 상복을 벗지 못했는데, 부친 환갑을 맞았다는 것이다. 어려운 형편에 변변한 생일상을 차릴 수 없는지라 아내가 머리카락을 잘라 음식을 장만하고, 자기는 상복을 입고 있다는 것이었다. 또한 아내가 수건을 쓰고 춤을 추는 것은 머리를 감추느라 그런 것이고, 부친이 우는 건 그런 사정을 모를리 없어서 그런 거라고 했다.
임금은 속으로 크게 갸륵하게 생각하고 선비에게 그 자리에서 한 가지 제안을 했다. "내 지나면서 방(榜)을 보니 나라에서 별시를 실시한다고 나붙었던데 한번 응시해 보시오" 이렇게 권유를 하며 자리를 떴다.
선비는 좋은 정보를 얻었다고 생각하고 일러준 날자에 맞추어 과장에 나가게 되었다. 한데, 과제가 펼쳐지는데 보니 ‘喪家僧舞老人哭(상가승무노인곡) ’이라는 뜻밖의 것이 아닌가.
하나, 그는 금방 눈치를 챘다. 알만한 것이 아닌가. 아하, 그 분이 출제를 했구나. 그는 막힘없이 답안을 제출하여 급제를 하고 벼슬길에 나가게 되었다.
그런데, 나는 어제 뜻밖에도 친구로부터 좋은 글감이 될지도 모르니 참고하라며 한통의 서류를 건네 받게 되었다. 펼쳐보니 자기 선친의 효행록인데, 응할 응(應)에 매 응(鷹)자를 써서 응응지효(應鷹之孝)라는 제목이 붙은 것이었다. 즉, 매가 감동을 하여 움켜쥐고 있던 꿩을 떨어뜨려 주었다는 것으로 보성향토사에 기록된 걸 복사한 것이었다.
내용에 의하면, 친구 아버지(宣漢振어른 ) 는 가난한 살림살이에도 불구하고 노모를 극진해 모셨단다. 근근이 산판일을 하며 살아가던 중에, 6.25전쟁이 일어나자 생계가 막혀 버렸는데도 모친 봉양을 게을리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런 노모는 고깃국에 쌀밥을 먹어보는 것이 늘 소원이었다.
아들은 노모를 두고 어디서 좋은 먹을 거리를 구할수 없을까 하고 어느날 산속을 헤매게 되었다. 한데 며칠 배를 곯은데다 피로가 쌓인 바람에 그만 깜박 정신을 잃고 쓰러지고 말았다. 그런데, 진즉부터 창공을 맴돌던 매 한 마리가 가까이 다가오더니 느닷없이 꿩 한마리를 떨어뜨려 주는 것이었다. 당신은 감지덕지하여 그걸 집에 가져와서는 모친에게 맛있게 고깃국을 끓여 드렸다. 이런 사실을 두고 사람들은 효성이 지극하니 미물인 매도 감복을 해서 꿩고기를 주었다고 말을 했다.
그렇지 않다면 어찌 억센 발톱에 붇들고 있던 꿩을 떨어뜨릴 수 있을 것인가. 그건 우연의 일치였을 것이다. 세상을 살다보면 극적인 일도 더러 일어나지않던가. 하지만 예사로운 일이 아님은 분명하다. 나는 학창시절에 그런 친구의 아버지를 몇 차례 뵌 적이 있다. 그때는 평범한 촌로라서 그런 효행을 했으리라고는 생각 못했는데, 그때 인사를 드리면 무척이나 반겨주시던 모습이 생각난다.
이런 극적인 상황이야말로 옛날 중국의 맹종이란 사람이 어머니가 한 겨울에 죽순이 먹고 싶다고 해서 대밭에 들어서니 눈만 쌓여있어서 울고 있었더니 갑자기 눈 속에서 죽순이 솟았다는 내용처럼 감탄할 일이 아닌가.
아마도 기특한 효행들이 각별하게 느껴지는 것은 변변한 효도한번 해드리지 못한 안타까움 때문인지 모른다. 그래선지 나는 친구가 전해준 자료를 읽고서도 한동안 그것을 손에서 내려놓지 못하고 있었다.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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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동호 |
09-03-17 20:5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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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장님의 효성을 잘 읽었습니다.
살아실제 잘 섬겨야할 일을 사후에 후회하지 않을 사람이 얼마나 되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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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병식 |
09-03-18 07:1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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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호선생님, 총회 마치고 잘 내려가셨는지요.
그날 뵈니 반가웠습니다. 흔쾌히 이사를 수락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이 글은 친구가 글감이 될지 모른다며 건네 줘서 쓰게 되었습니다.
꼭 지성이면 감천이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이세상에 부모의 자식사랑, 자식의 어버이 사랑만큼 감동을 주는 일이
없는줄 압니다. 댓글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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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진철 |
09-03-18 18:2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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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성이 하늘에 닿으니 한낱 짐승도 감동을 한다는 귀한 이야기 잘 읽었습니다. 작가회를 이끌어 나가시려면 매우 힘드실텐데 아무쪼록 건강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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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병식 |
09-03-18 18:3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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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진철선생님, 지난번 뵈니 반가웠습니다. 걱정은 되나, 회원님들이 적극적으로
도와주시리라고 믿습니다.
이사회의 석상에서 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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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행원 |
09-03-20 12:1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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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병식 회장님, 孝心에 가득한 글 잘 읽었습니다. 자식은 아무리 효성이 지극해도 부모가 돌아가시면 후회만 남는다고 합니다. 저는 임 회장님이 모친 생전에 가진 열성적인 孝를 직접 보았습니다. 효성지극한 자식은 몸 놀림이나 눈초리만 보아도 금방 알아차릴 수 있습니다. 서글서글하고 담백한 성품을 가진 모친을 보고는 참으로 따사로운 어른이란 걸 단박에 느끼고 마음이 편하고 기분이 좋았습니다. 잠간의 시간과 공간에서 많은 걸 느끼고 배우고 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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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병식 |
09-03-20 17:1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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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가 건네준 부친의 효행이야기는 신션한 충격이었습니다. 지성이면 감천이라는 말을 새삼 떠올렸지요. 우리 작가회원 중에서는 윤선생님이 오직 저의 모친을 만나보신 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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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복희 |
09-03-21 09:4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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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시보감에 효행은 첫째가는 덕행이라고 했습니다.
효행의 좋은 예를 들어 주신 글 잘 읽었습니다.
임회장님만큼 효성스러운 분도 들물지 싶은데요.
선생님의 글을 읽으며 봄날 아침에 그리움이 아지랑이처럼 일렁입니다.
양가 부모님 모두 가시고 안 계시니 후회하면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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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병식 |
09-03-21 13:1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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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복희 이사님, 저는 불효자지요. 돌아가시기 직전까지 부엌일을 시켜드렸으니까요.
자꾸만 잘못했던 일만 생각이 납니다.
글을 한편씩 올려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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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만성철용 |
09-03-22 14:0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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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lman은 인분 냄새를 맡으면 '아버지'를 생각합니다. 남들이 선친을 자랑할 때 외로워 지는 사람이기도 하구요. 우리 어머님을 여의고 중풍과 치매 속에서 둘째인 제가 모시고 살 수밖어 없었거든요. 언젠가 제가 마음 속에 드는 책을 지을 수 있다면 가장 먼저 부모님 묘소에 달려가 바치고 싶은 심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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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병식 |
09-03-22 19:4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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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고한 부모님을 생각하는 자식의 마음은 다 같지 않은가 생각합니다.
중풍으로 쓰러져 고생하신 선친을 모셨다니 더욱 마음이 애틋하시겠습니다.
일만 선생님 늘 건강 챙기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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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정자 |
09-03-24 16:4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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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충성과 효도를 생각하는 자는 사람이 알지 못해도 하늘이 반드시 알 것이다.'고 합니다.
선생님의 효성스런 마음을 엿보는 글, 잘 읽었습니다.
내내 건강하시고 평안하시길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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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병식 |
09-03-24 17:4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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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정자선생님, 미국에 무사히 도착하셨는지요.
치료결과가 좋아 다행입니다.
늘 건강 신경쓰며 좋은 작품 쓰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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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재문 |
09-03-25 09:4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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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병식 회장님 일단 취임을 축하드리고요. 저도 부모님 다 돌아가시고, 이제 하늘나라 일순위를 받아놓은 상태입니다. 항상 부모님을 생각하면 회한만 어려올 뿐입니다. 앞으로 남은 생 부모님의 그림자를 흐리는 일 없이 살겠습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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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병식 |
09-03-25 18:4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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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재문선생님, 잘 계신지요.
부모님의 그림자를 흐리지 않겠다는 마음이 각별하게 느껴집니다.
그런 자세야 말로 사후 해드릴수 있는 효가 아닌가 싶군요.
4울 4일날 뵙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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