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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쓴이 : 정진철 |
날짜 : 14-01-12 22:23
조회 : 20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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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하10도를 오르내리는 추운 겨울날이었다. 40세가량의 부부가 형사 당직실에 들어왔다. 부인이 운전을 하다가 횡단보도에서 사람을 친 사건이었다. 남편은 몹시 당황한 표정이었고 부인은 괜찮으니 걱정 말라고 오히려 남편을 진정시키는 모습이었다. 부부는 남자와 여자가 만나서 사는 것이지만 '와‘ 자를 ’의‘ 자로 바꾸면 남자의 여자가 될 수도 있고 여자의 남자가 될 수 있는 것처럼 서로의 부속물 같이 되어 무촌 관계이다. 몸은 따로따로이지만 둘이 만나 하나가 되고 보니 반쪽에 문제가 생기면 제일 먼저 나머지 반쪽이 안절부절 못하는 것이다.
병원에서 연락이 왔는데 피해자가 사망했다는 것이다. 횡단보도에서 일어난 교통 사고는 부상만 입혀도 처벌대상이 되는데 사망 사고라면 가해자는 일단 구속을 면치 못한다. 운전 미숙, 전방주시 태만등을 원인으로 발생한 교통사고라는 내용으로 간단한 조서를 마치고 대기실에 격리시키게 되었다. 용어를 간략히 소개하자면, 형사 실에 들어와서 조사를 마치고 구속대상이라고 판단되면 임시로 가둬서 격리시키는 장소를 대기실이라고 하고 구속영장이 발부되어 유치장으로 옮기게 되면 수감된다고 하는 것이다.
그런데 사건의 내용을 파악하다 보니 사정이 매우 딱했다. 건실한 직장인인 남편이 성실하게 생활해왔고 부인은 아이들 둘을 키우며 알뜰하게 살림을 해왔다. 결혼 한지 10여년 만에 방 2개짜리 아파트도 장만해서 안정이 될 즈음 소형 승용차를 할부로 구입한 것이다. 부부가 모두 운전면허를 수년전에 발급 받은 것으로 보아 운전 경험은 있는 것 같았다. 자가용 승용차를 인수한 날 너무 기뻐서 부부가 몰고 나왔다가 사고를 내게 된 것이다.
남편은 철창 사이로 부인의 손을 잡고 연신 쓰다듬으며 어쩔 줄 모르는 모습이다. 더군다나 아직 보험에 가입이 안 되어 있어 보상 문제가 아주 난감하게 되었다. 부인은 구속을 피할 수 없는 사정을 알고 친정 어머니에게 연락해서 아이들을 돌봐달라고 부탁하라고 주문한다. 이렇게 한 순간의 방심으로 일어나는 사건은 자칫 한 가정의 평화와 행복을 빼앗아 가는 불행하고 엄청난 일인 것이다.
마음이 영 좋지가 않았다. 하느님도 무심하시지 이제 좀 사람답게 살려고 하는 선량한 사람들에게 왜 이런 불운을 주시려고 하는 것인지 원망스러운 마음이었다. 그러나 사고를 당한 피해자의 입장에서 날벼락 같은 사고로 가족들이 받는 엄청난 고통을 생각하면 동정만 할 수는 없는 일이다.
남편도 같이 밤을 샐 모양이다. 잠시 밖에 나갔다가 들어오면서 대기실 앞을 지나다가 정말 우연히 부부가 나누는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 남편은 자기가 들어가겠다고 하는데 부인은 쓸데없는 소리 하지 말라고 마음을 굳게 먹으라고 하는 것이다. 나를 보고 부인이 멈칫 하면서 입을 다문다. 이럴 때는 귀가 너무 예민한 내 자신이 너무 싫었다. 그러나 이왕 들은 것은 들은 것이고 그것을 그냥 지나칠 수도 없는 일이었다. 무엇인지 이상하다는 육감으로 남편을 조사실로 데리고 들어가서 추궁했다.
실제로 운전한 것은 부인이 아니고 남편이었던 것이다. 그러나 집안의 기둥인 남편이 구속이 된다면 직장을 잃고 생활터전이 없어지게 되므로 어떻게 하든 남편을 구하고 부인이 구속이 되려고 했던 것이다. 춥고 추운 엄동 설한에 차디찬 냉방으로 가야하는데도 말이다. 부인을 데리고 나왔다. 작전이 틀려버린 것을 알게 된 부인과 남편이 서로 부둥켜안고 통곡을 하는 것이다. 수사관을 하면서도 이런 장면을 보는 것이 제일 싫은 것 중의 하나다. 그렇다고 해서 사실을 왜곡할 수는 없는 일이므로 남편을 피의자로 바로 잡았다.
개운 치 않은 마음으로 이튿날 점심때쯤 퇴근을 했다. 아내는 한창 세탁기로 빨래를 하고 있었다. “ 나 들어 왔어” “ 아. 거기 작은 방에서 홑 이불 좀 갖다 줘요, 너무 드러워서..” “여기있어. 그런데 당신 내가 무슨 일 생겨서 감옥소 같은 곳에 간다면 대신 갈 수 있어?” 아내가 일손을 멈추고 빤히 쳐다 본다. “ 무얼 잘못 자시고 왔나. 갑자기 무슨 뚱딴지 같은 소리유? ” 아내의 표정을 보니 무슨 개풀 뜯어먹는 소리를 하나하고 의아해 하는 표정이다. “아냐, 그냥 한번 해 본 소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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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진철 |
14-01-12 22:3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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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썼습니다. 저의 이름이 너무 많아서 올리지 않으려고 했지만 추운 겨울 날씨에
집에 계시는 분들께 조그만 읽을 거리라도 만들어 드리려고 올렸습니다~~방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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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재문 |
14-01-13 01:4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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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으로 안타까운 사연입니다. 진정 남편을 위한 것이 아니고 돈때문에 그렇다면 좀 그러네요 아무튼 교통사고는 없어야 합니다. 서로 피해를 보니까요. 감사합니다. 정진철 선생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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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진철 |
14-01-13 06:1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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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 남편을 위한 순애보라면 좀 더 극적인 글이 되었을텐데 아쉽게도
직장이 떨어지면 실업자 가정이 될까봐 전전긍긍했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이것이 평범한 서민들 사는 모습이 아닌가 합니다. 저는 그것도 추운데 자기가
감옥소에 가겠다고 하는 것이 기특해서 메모해뒀던 사건입니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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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권섭 |
14-01-13 03:4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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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에 쓴 글은 여느 사람의 늘 있을 수 있는 교통사고 이야기이지만, 마지막 종편이 에센스精髓입니다. 잘난 남편의 덕으로 편하게 집에서만 살았으니 남편의 고생을 어찌 알리요! 모든 남편들이 보통으로 직장생활해서 당연히 마누라한테 갔다 주는것으로 여겼을 것입니다. 저도 그런 경우를 느끼며 40여 평생을 살아온 것 같습니다. '주변에 미인이 앉으면 바보라도 좋아하나, 주변에 노인이 앉으면 군자라도 싫어한다' 늙으면 누구한테나 속으로는 천덕꾸러기가 됩니다. 주옥같은 글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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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진철 |
14-01-13 06:2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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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감옥소에 들어가 본 사람은 부부라도 겁이나서 자기가 대신 가겠다고
하지를 않습니다. 경험이 없는 사람이니까 나섰겠지요. 어떻든 제가 중간에서
잘 합의 하게 해서 그리 많은 고생을 하지 않고 나왔고 직장도 계속 다니게 되어서
다행이었습니다. 평범하게 살고 생각하는 모습들 속에서 가감없이 인간의 모습들을
보고 싶어서 메모해두었던 글입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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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용순 |
14-01-13 08:1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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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진철 선생님, 우리와 다른 색다른 경험이 많으셔서, 흥미롭게 읽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많이 올려 주십시요. 특히 결과가 좋았다니 다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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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진철 |
14-01-13 15:1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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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이켜보면 극적인 장면은 별로 없었던 것 같습니다. 전에 류인혜 선생님이 살아가는 이야기라고 한적이 있는데 그냥 평범한 이야기들입니다. 그속에서도 흥미로운 점을 끄집어 내보려고 하는것입니다. 재미있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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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병식 |
14-01-13 10:0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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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통사고를 처리하다보면 그런 경우가 어쩌다 한번씩 있었습니다. 대부분이 음주상태에서 운전을 했다가 처벌이 무거워질 것을 우려하여 꾸민 경우이지요. 그런데 그 사건은 가장인 남편을 보호하기 위하여 그랬으니 안타까운 일이었군요. 차라리 안들었으면 좋았을텐데하는 마음을 이해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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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진철 |
14-01-13 15:1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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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선생님이나 저나 비슷한 성향이었던 것 같습니다. 임선생님도 들었으면 할수 없이
저처럼 원칙적으로처리하셨을테고 뒤끝에 남는 기분은 차라리 듣지 않았더라면 하고
후회스러운 마음이었을것입니다. 이렇게 인간적인 맛도 있으,니까 살아온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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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만성철용 |
14-01-15 10:5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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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썼습니다. 저의 이름이 너무 많아서~" 가 그중 인상 깊습니다. 새해 들어 쓴 작품만도 벌써 5편이 넘었거든요. 그래서 이 홈에 제 글을 전부 실리는 편이 아닙니다. 아내가 남편을 무작위 폭격하듯 잔소리로 달달 괴롭히는 사람도 있는데, 위 작품처럼 부부애가 넘치는 행복한 부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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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진철 |
14-01-16 05:4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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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만선생님의 작품은 그냥 흘려쓰는 작품이 아니고 배움을 주는 귀한자료들인데
다섯개로 줄이실 필요가 전혀 없습니다. 다른 작품하고 달라서 실증이 나지를 않기
때문에 많이 올리셔도 불평할 사람이 없을 것입니다. 다른 작품들은 그 작가의 안목이
비슷하기때문에 계속 읽기가 부담스러울때가 있는것 같습니다. 그래서 저도 조심스러운것이지 일만 선생님같이 그런 작품하고는 다르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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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창식 |
14-01-16 13:4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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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찌 그런 일이! 안타까운 '부부지정'의 사례입니다, 정진철 선생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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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진철 |
14-01-23 20:0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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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어디좀 갔다가 오는바람에 답변이 늦어졌습니다. 안타까웠던 사연이라
메모해 두었던 것입니다. 이야기 보따리속에 말입니다~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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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정자 |
14-01-23 23:1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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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진철 선생님! 또 대박!
그렇게 가슴아픈 사연들을 감추고 계시면 안됩니다.
세상에는 사연도 많고 사고도 많고 그게 인생이지요.
늘 새롭게 느껴지는 사건 사건들이 가슴에 와 닿습니다.
오늘도 잘 읽고 갑니다.
제가 펌 해 갑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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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진철 |
14-01-24 01:1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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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생님 며칠동안 어디좀 갔다 왔습니다.
안녕하시지요? 추위도 벌써 물러날 기미가 보이는것 같아요
아무쪼록 건강하시고 감기 걸리지 않도록 하세요'
청주에 보리밥이 유명하다고 들었는데, 제가 식탐이 있어서요~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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