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
|
|
 |
|
|
| 오늘 방문자수 |
   |
| 어제 방문자수 |
  |
| 최고 방문자수 |
 |
| 방문자수 누계 |
|
|
|
|
|
|
|
|
|
|
|
|
|
|
| 글쓴이 : 임재문 |
날짜 : 13-12-22 00:07
조회 : 2171
|
|
|
|
가을에 떠난 여인
임 재 문
지금부터 삼십여년전 늦가을 어느날,. 낙엽이 떨어져 보도위를 나뒹굴고, 겨울의 문턱처럼 그렇게 싸늘한 한기까지 느껴지는 가을의 끝자락이다.
여느날 처럼 아침에 출근해 보니 직장 분위기가 착 갈아앉아 있다.. 날마다 샤우팅을 하던 시국사범들도 웬일인지 오늘은 고요한 침묵속에 숙연한 분위기가 역력했다.
서대문 형무소라고 불리웠던 현저동 101번지 서울구치소 담장안이다..
오늘은 사형집행이 있는 날 ! 수용자들의 심리적 동요를 우려해서 모두가 비밀로 하는 것인데도 왜 그렇게들 직원인 나보다도 더 빨리 알아차리고 숙연해 있는 것일까?
사형을 집행하다 보면 죽음의 의미를 깨닫게 된다. 그렇다 ! 우리 모두가 사형을 선고 받은 것이나 다름없다. 다만 그 집행을 하지 않은 것 뿐이다. 대부분 사형수들은 자신의 집행전에 예감으로 알아차리고, 미리 준비한다고 한다.
도살장에 끌려가는 소도 자신의 죽음을 예감하고 눈물을 흘린다는데, 하물며 만물의 영장인 사람이 꿈으로든지 어떻든 그렇게 자신의 죽음에 대하여 예지 한다는 것은 당연한 이야기라고 해야 한다.
사형을 집행 당하는 사형수들 한결같이 죽음이 두려운 것은 매 한가지 일것이다. 그러나 죽음에 당당하게 맞서는 사람은 불교신자든 기독교 신자든 천주교 신자든 가리지 않고 종교를 가진 사람들이다.
반면에 종교를 가지지 않은 사람은 사형을 두려워한다. 연행할 때도 집행장에 들어가지 않으려고 발버둥 치는 사람도 보았다. 종교를 가지지 않은 사람들이다.
나는 한 여인의 집행장면을 목격할 수 있었다. 그녀는 너무나도 아름다운 미녀였다. 그녀의 죄명이 무엇인지 나는 알려고 하지 않는다. 누가 무엇이 그녀를 사형집행까지 이르게 했는지, 나는 묻고 싶지 않다.
오로지 그녀는 기독교 신자였고, 하나님을 영접한 사람이었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그녀는 사형장에 나올 때도 두려운 느낌이 없이 당당하게 걸어나왔다. 그리고 예전행사인 간단한 기독교 종교절차도 다 마치고, 그리고 마지막 기도를 낭랑한 목청으로
간곡한 기도를 올리고, 그리고 마지막에 주여 ! 한마디 외치고 젊고 아름다운 그녀는 갔다.
삼십여년이 지난 지금도 그녀의 집행장면이 내 머리속을 맴도는 것은 내 나이탓도 있을 것이다. 삶과 죽음의 의미를 반추해보아야 할 나이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우리네 인생살이의 삶과 죽음은 동전의 앞뒤와 같이 그렇게 언제 어떻게 찾아올지 아무도 예측할 수없는 것이기 때문이다.
올때는 순서대로 왔지만, 갈 때는 순번이 없다. 태어나기도 전에 죽기도 하고 갖 태어나서 고고의 지성을 발하고, 죽기도하고 요즘같으면 백세를 누리고 죽기도 하는 것이 우리네 삶이다.
나 자신도 언제 어느때 하나님의 부름을 받게 될지 아무도 모른다. 나 자신도 그렇게 당당하게 죽음에 맞설 수 있을까? 하나님께 마지막 기도를 낭랑한 음성으로 올리고 갈 수 있을까? 죽음이 두려워 발버둥치지는 않을까?
천상병 시인처럼 그렇게 이 세상 소풍이 즐거웠노라고 삶이 아름다웠노라고 말 할 수 있을까? 육십대 중반을 넘어서고 있는 내 나이가 아무 두려움 없이 이 세상을 떠날 준비를 해야 하는 단계가 아니겠는가?
나보다도 더 못살고 간 사람들도 부지기수이다. 병마와 싸우다가 안타깝게 간 사람들은 그 얼마나인가? 하루하루를 마지막이라 생각하며, 건강하게 살다가 나도 그 여인처럼 하나님 오라하실 때 당당하게 두손 번쩍 쳐들고 죽음을 맞이 해야만 하리라.
가을에 떠난 여인 ! 그녀는 나에게 죽음의 표상으로 다가온다. 언제 어느때 나를 부르실 지라도 나도 그렇게 당당하게 떠나가야만 하리라.
2013 동인지
|
|
| 일만성철용 |
13-12-22 06:07 |
 |
글을 이례적인 체험의 기록이라는데 위 글은 그런 이야기군요. 저도 80을 몇년 앞두고 보니 죽음을 당연한 것으로 받아 들이고 있습니다. 아이들이 크는 것처럼 서서히 경사길도 내려 오다가 뚝 떨어지는 절벽이 있다는 것을, 우리는 그 절벽에서 길을 찾다가 가는 것이 인생이라고,
옛날 사형수의 이야기 "하늘을 보고 땅을 보고"가 생각 나는 이 아침입니다.
|
|
|
| |
| 임재문 |
13-12-22 13:47 |
|
일만 성철용 선생님 ! 죽음에는 순번이 없다고 합니다. 만약 순번대로 한다고 해도 저는
부모님 다 돌아가셨고, 제가 장남이기 때문에 아파트 당첨순위처럼 따지더라도 영순위 입니다. 또 제 아버지께서도 지금 제 나이를 못사시고 떠나셨기에 저는 그냥 덤으로 살고 있구나 생각하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아내는 저더러 당신은 죽을 걱정은 하지 말라고 합니다. 백세 넘게 오래오래 살것이니까 그렇답니다. 그리고 거기다가 꼭 단서를 붙입니다. 술마시고 다치지만 않는다면. ... ... ,
|
|
|
|
| 임병식 |
13-12-22 06:43 |
|
|
오랫동안 잊져지지 않을 것 같습니다. 저도 군복무 하면서 희귀한 경혐을 했습니다. 40몇년전 대구 교도소를 견학했지요. 그곳에서 실제 사용중인 교수대를 구경했습니다. 헌병학교에서 교육을 받을 때인데 단체관람를 했지요. 마룻바닥에는 사방 1미터의 백선선이 그어졌고 작은 의자와 함께 천장에는 올가미가 걸려있었지요. 그런데 작동을 해보이는데 밑에는 작크가 달려있어 순직간에 널판이 아래로 떨어지더군요. 이색적인 작품 잘 읽었습니다.
|
|
|
| |
| 임재문 |
13-12-22 13:54 |
|
|
임병식 선생님 ! 저는 서울구치소 근무하면서 사형장면을 여러번 목격했습니다. 현저동 101번지 시절도 그렇지만, 의왕시 이사와서도 집행장면을 목격했습니다. 그 때마다 느끼는 것은 우리 인생도 그 집행을 하지 않았을 뿐이지 사형언도를 받은 것이나 다름없다는 것입니다. 우리는 사형수처럼 죽음의 준비를 하는 것이 아니라 아둥바둥 천년이라도 더 살려고 발버둥치며 살아가고 있다는 것입니다. 감사합니다. 임병식 선생님 !
|
|
|
|
| 김권섭 |
13-12-22 07:14 |
|
|
대명천지 민주사회 인권을 존중하는 우리나라에서 그것도 아름다운 미녀를 사형장으로 내 몰았으니 슬픈 사연입니다. 농어촌 총각들이 장가를 못가 동남아시아를 비롯 인도 서남아시아 우즈베키스탄에서 까지 가서 데러오는데 유전무죄의 정답을 쓴 것 같습니다. 국가로 부터 국민의 혈세인 재정을 수천억 축낸 뻔뻔한 기업가는 고작 몇년 살다 나오고, 권력을 탈취하기 위해 무고한 시민을 수없이 죽인자도 버젓이 살아 기고만장한데 애석하고 통탄을 금치못합니다.
|
|
|
| |
| 임재문 |
13-12-22 14:08 |
|
|
인제 김권섭 선생님 ! 요즈음은 사형선고는 하는데, 그 집행이 없는 말하자면 사형 폐지국처럼 되어있는 것이 현실의 대한민국입니다. 시대가 영웅을 만든다고 한다더니, 그 여인이 지금 이시대에 사형선고를 받았다고 한들 집행은 하지 않았을터인데 말입니다. 어려운 그 시절 저도 교도관 생활을 하며 시대의 아픔을 함께 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감사합니다. 김권섭 선생님 !
|
|
|
|
| 임병문 |
13-12-22 09:33 |
|
|
산다는 것이 얼마나 허망한 것인지, 모두들 죽음을 예약한 채 마치 천년을 살 것처럼 한없이 나대는 우리의 모습. 선생님의 글을 읽으며 새삼 삶과 죽음과 종교를 생각하게됩니다. 말씀처럼 진정 어떻게 살고 어떻게 죽음을 맞아야할지 깊은 사유에 빠져듭니다. 항시 건강하소서.
|
|
|
| |
| 임재문 |
13-12-22 14:11 |
|
|
임병문 선생님 ! 또 한해가 갑니다. 세월이 쏜살같이 흐릅니다. 흐르는 세월, 세월아 ! 멈추어라 ! 어명이다 ! 해도 달아나는 세월앞에 당할 재간이 없습니다. 새해에는 모든 소원성취하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임병문 선생님 !
|
|
|
|
| 김용순 |
13-12-22 10:25 |
|
|
임재문선생님, 우리 모두 시한부 인생인데, 집행일을 모르고 살 다름입니다. 죽음 앞에서는 종교가 제일 중요한 모양입니다. 믿음이 있는 사람은 죽음도 두렵지 않은 것 같았습니다.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글 잘 읽었습니다.
|
|
|
| |
| 임재문 |
13-12-22 14:17 |
|
|
저는 서울구치소 약 칠년 넘게 근무하며 사형수들과 함께 했습니다. 종교를 가진 사형수들은 그래도 잘 적응을 하는데 반해서 종교를 가지지 않는 사형수들은 구치소 내에서도 관규를 어기고 애를 태우게 합니다. 종교의 힘을 새삼 다시 한 번 더 깨닫게 합니다. 저도 종교를 가지고 있기에 죽음앞에 당당해야만 하는데, 지금은 아닌것 같아서 씁쓰레한 마음 뿐입니다. 감사합니다. 김용순 선생님 !
|
|
|
|
| 강승택 |
13-12-22 11:59 |
|
|
요즘은 사형집행 자체도 없을 뿐 아니라 사형언도도 웬만해서는 내리지않는 것 같더군요. 한 여인이 어떤 죄목으로 사형집행까지 당하게 되었는지 몰라도 안타깝고도 슬픈 이야기군요. 우리 모두 언젠가는 떠날 대기자들이지만 후회없는 삶을 살다갔으면 하는 바램을 가져봅니다.
|
|
|
| |
| 임재문 |
13-12-22 14:19 |
|
|
지금도 사형선고는 변함없이 진행되고 있으면서도 인권국가라는 것 때문에 그 집행을 하지 않는 것 뿐입니다. 지금도 사형집행제도는 엄연히 살아있습니다. 우리내 인생처럼 그 집행을 하지 않고 있을 뿐입니다. 감사합니다. 강승택 선생님 !
|
|
|
|
| 이방주 |
13-12-22 13:50 |
|
|
임재문 선생님, 저는 교도소 안을 한번도 못가봤습니다. 교도관으로 있는 제자도 있어 부탁해 봐도 개방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닌가 봅니다. 그런데 죽음의 순간을 이렇게 소재로 삼아 인간의 순수함으로 승화시켜 주시니 신비스럽습니다. 감사합니다
|
|
|
| |
| 임재문 |
13-12-22 14:25 |
|
|
이방주 선생님 ! 저는 퇴임하고 나서 한참동안 허탈한 마음 뿐이었습니다. 이제 서서히 세상살이에 사회생활에 적응해 가고 있습니다. 사형수 처럼 우리도 언젠가는 떠나야 하는 것이 인지 상정이지만, 누구나 그렇게 쉽게 자신의 죽음을 인정하려고 하는 사람은 드물다고 생각합니다. 저역시 마찬가지 입니다. 남은 하루하루를 오늘이 마지막이려니 하고 살아가려고 합니다. 감사합니다. 이방주 선생님 !
|
|
|
|
| 김창식 |
13-12-23 18:47 |
|
어찌 그런 일이! 그녀는 정녕 성녀(聖女)임이 분명합니다.
이 세밑 마음이 무겁고 착잡하기만 합니다, 임재문 선생님.
|
|
|
| |
| 임재문 |
13-12-24 05:55 |
|
김창식 선생님 ! 지금도 저는 그 여인의 죽음을 잊을 수가 없습니다. 지금시대만 같았더라도 그녀는 정녕 그렇게 가지는 않았을텐데 말입니다. 언젠가 다가오는 죽음의 그림자를
피할 수는 없습니다. 당당하게 맞이 해야 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 여인처럼 그렇게요.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김창식 선생님 !
|
|
|
|
| 정진철 |
13-12-24 06:10 |
|
생과사의 갈림길을 오가는 사람들을 보고 인고의 세월을 지내신
임선생님~~ 그래서 결국은 크리스쳔으로 귀의하시게 된 임선생님
그 경험을 바탕으로 내년에도 계속 좋은 작품 대해봅니다~
|
|
|
| |
| 임재문 |
13-12-24 15:26 |
|
정진철 선생님 ! 감사합니다. 거꾸로 메달아도 산 세상이 좋다는 말도 있습니다.마는
어려운 그 시절이었지만, 그래도 현직 시절이 그립습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정진철 선생님 !
|
|
|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