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
|
|
 |
|
|
| 오늘 방문자수 |
    |
| 어제 방문자수 |
   |
| 최고 방문자수 |
 |
| 방문자수 누계 |
|
|
|
|
|
|
|
|
|
|
|
|
|
|
| 글쓴이 : 이방주 |
날짜 : 13-12-19 23:37
조회 : 2073
|
|
|
|
일상이 행복한 청춘
이방주
젊은 아내가 된장찌개를 준비하면 막 퇴근한 남편이 쌀을 씻는다. 된장찌개에 매운 고추를 한 개쯤 썰어 넣으면 어떨까하고 남편이 의견을 낸다. 아내는 곧 농사짓는 친정에서 가져온 매운 고추를 썰어 넣는다. 보글보글 끓는 된장찌개에서 고향의 냄새를 맡는다. 이렇게 마주 앉은 식탁에서 부부 갈등은 생각할 수도 없다. 다음번에는 애호박을 넣어볼까, 된장을 조금 더 넣을까. 이런 이야기가 밥상의 화제로 오른다. 또 가을맞이 여행은 어디로 떠날까, 시골 어른들은 언제쯤 찾아뵐까. 이런 의견이 존중과 사랑의 눈길 속에서 오고 간다.
나이 든 시어머니가 잡채를 무친다. 참기름 냄새가 고소하다. 시어머니가 사리 한 가닥을 예쁜 며느리 입에 넣어준다. 간을 더할까, 깨소금을 더 넣을까. 의견을 묻는다. 아들이 들어오자 온가족이 식탁에 둘러앉는다. 고등학교 3학년짜리 막내까지 돌아오면 식사가 시작된다. 이렇게 둘러앉은 식탁에 웃음꽃이 핀다. 시어머니는 젊은 며느리에게 신세대의 사고를 배우고, 젊은 며느리는 시어머니에게 어른의 가치를 받아 이어간다. 형은 아우에게 인생의 조언을 들려주고, 형수는 시동생에게 이상적인 여인상을 심어 준다. 아버지는 막내에게 밥상머리 가르침을 준다. 이런 가정에선 고부 갈등이 있을 수 없다. 여기서 자란 아이들은 학교 폭력을 모른다.
이것은 꿈이다. 꿈을 그려본 것이다. 일상이 행복한 청춘, 이루기 어려운 꿈은 이렇게 두 가지만 그려 보겠다. 우리 젊은이들의 저녁 시간은 이렇게 행복할 겨를이 없다. 임금 없는 시간외 근무와 원하지 않는 회식으로 저녁 시간의 행복을 빼앗기고 있다. 그래서 그들은 불행하다.
OECD에 진입한 국가들 중 우리 젊은이들만큼 자신의 행복한 일상을 빼앗기는 나라도 없을 것이다. 고등학교에 입학하면 저녁 시간을 반납해야 한다. 학교에서 저녁을 먹고 학교에서 공부해야 한다. 어른들은 미래를 담보로 저녁시간을 빼앗아간다. 아이들의 주변에 바람직하지 못한 문화를 만들어 놓고, 노출될까 두려워 학교에 잡아 둔다. 대학에 입학한 청년들은 그들의 따분한 미래를 준비하느라 집밥을 먹을 틈이 없다. 어머니의 따뜻한 손길도 아버지의 밥상머리 훈계도 들을 여유가 없다.
대학을 마치고 그들의 꿈인 대기업에 입사를 한다. 그 순간 젊은이들은 기업에 저녁시간을 헌납한다. 행복을 가져다 줄 일상을 희생하는 것이다. 행복의 시간을 경쟁의 시간으로 바꾸어 갖는다. 대기업 입사에 성공한 젊은이일수록 저녁의 행복이 없다. 심야에 퇴근할수록 가족들은 자랑스럽게 생각하면서 고통을 극복한다.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 맛있는 식사를 하고, 손잡고 영화관에 가는 짜릿한 행복은 경쟁사회라는 독재 권력에게 박탈당한다. 일상의 행복은 아주 먼 전설 같은 이야기가 되어 버렸다.
정치하는 사람들의 말을 믿어야 할지 모르지만, 어떤 이가 돈의 권력인지 신분 사회라는 독재인지에게 빼앗긴 젊은이들의 저녁 시간을 돌려주겠다고 말했단다. 참으로 산뜻한 말이다. 정치인들의 말에 무디어진 귀인데도 산뜻하게 다가왔다. 얼어붙은 귀라도 녹일 수 있을 것 같다. 참으로 좋은 아이디어를 잡았다고 생각했다. 사람들의 감성을 자극하여 표로 몰고 가기에 그보다 더 신선한 말은 없을 것이다. 혹 정치적 계산에서 나온 말일지라도 그런 산뜻한 말을 생각해 낸 머리가 기특하다. 그러나 신뢰도가 바닥인 정치인의 약속을 믿었다가 좌절할 미래가 두렵기만 하다.
사회가 얼마나 깨끗해지면 가정에서 꿈같은 저녁시간을 갖게 될까? 언제쯤 GNP 2만 불을 넘어선 우리의 젊은이들도 저녁시간이 만들어주는 일상의 행복을 누릴 수 있게 될까? 언제쯤 내 자식과 제자들을 '아프니까 청춘'이라는 궁색한 변명으로 위로하지 않아도 될까?
(작년 2012. 8. 30.자 충청투데이 게재 칼럼)
|
|
| 김권섭 |
13-12-20 06:29 |
 |
|
요즘 많은 젊은이들 직장에 들어가고 싶어도 들어 갈 수 도 없으니 안타까운 마음이 듭니다. 농업중심사회의 전통사회에서는 대가족이 모두 일꾼들로 제 몫의 일이 있어 평화와 행복이 함께했는데, 오히려 편리하고 안락을 추구하는 정보화사회에서는 일자리도 줄어들고 사람들의 의식, 가치관도 변하고 효개념도 사라지는 말세지말을 느끼는 혼란한 사회 같습니다. 요즘 많은 노인들 아프니까 환자들입니다. 감사합니다.
|
|
|
| |
| 이방주 |
13-12-20 10:06 |
|
|
우리 기성세대는 젊은이들에게 너무 많은 것을 요구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이제 그들은 30세에서 55세까지의 삶을 태어나자마자 어린집에 가서 유치원 초등 중등 고등 대학 등 30년을 준비해야 합니다. 저녁을 잃어버린 아이들을 만들었어요. 가슴 아픈 일입니다. 감사합니다.
|
|
|
|
| 임재문 |
13-12-20 07:21 |
|
옛날의 대가족 제도가 핵가족화 되었을 뿐만 아니라 요즘은 또 다문화 가정이라
해서 이국의 아내가 함께하는 가정도 늘어나고 있습니다. 시대가 그러니 받아드려야
하겠지만, 그래도 전형적인 행복한 가정을 꿈꾼다면, 그렇게 가정이 화목하고,
그 옛날 처럼 그렇게 된 가정이 아닌가 합니다. 요즘은 드라마에서나 그런 분위기를
느끼기도 합니다. 그러니까 옛날의 전형적인 가정이 오늘날은 드라마틱한 가정이 된 셈입니다. 감사합니다. 이방주 선생님 !
|
|
|
| |
| 이방주 |
13-12-20 10:08 |
|
|
임재문 선생님, 저녁 식사를 함께 준비하고 여유있게 먹으며 웃는 가정을 만들어 주는 것이 사회의 의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고등학교에 근무하면서 학교에서 저녁 먹는 아이들이 참으로 기막히게 딱했어요. 감사합니다.
|
|
|
|
| 임병식 |
13-12-20 08:36 |
|
요즘 <안녕하십니까>라는 대자보가 유행을 하고 있습니다. 며칠전 서울에서 시작되었다는 말을 들었는데 어느새 작은 도시 이곳까지 바람이 불어와 여기저기 눈에 띕니다.
너남없이 안녕하지 못한 시절을 보내고 있는것 같습니다.
날씨가 추워지니 옛날의 농경사회가 더욱 그리워집니다.
|
|
|
| |
| 이방주 |
13-12-20 10:11 |
|
임병식 선생님, 요즘 아이들은 중학교에서는 고등학교에 가기위해, 고등학교에서는 대학에 가기 위해, 대학에서는 취업을 위해 실적을 쌓아 모아야 합니다. 대기업에 취업을 하면 밤중까지 회사에서 일해야 합니다. 젊은이들은 어디에서 행복을 찾아야 할까요? 답답한 사회를 만들어가면서 어른들이 "아프니까 청춘이다"라고 말하면 아이들이 위로받을 수 있을까요?
아이들이 딱해서 볼 수 없습니다. 감사합니다.
|
|
|
|
| 강승택 |
13-12-20 09:35 |
|
|
따지고보면 행복이란 그리 거창한 것이 아니거늘~ 빼앗긴 일상, 소소한 것에서 느끼는 행복, 저녁 한끼조차 한식구가 함께 할 수 없는 환경이라면 행복과는 먼 나라 아닐는지요~ 공감가는 이야기 잘 읽었습니다.
|
|
|
| |
| 이방주 |
13-12-20 10:12 |
|
|
강승택 선생님, 그렇습니다. 가족이 함께 쉴 수 있는 시간이 있으면 그게 행복아라고 봅니다. 부의 편중이 아이들의 행복을 뺏는 것 같습니다. 감사합니다.
|
|
|
|
| 김용순 |
13-12-20 10:36 |
|
|
이방주 선생님, 요즈음의 젊은이들은 낭만과 청춘을 구가 할 여유가 없는, 박제되고 디지탈화 된 것 같습니다. 그래도 우리동네 쪽에는 사철 남녀 대학생들이 모여 듭니다. 그 낭만도 졸업과 동시에 반납하여야 겠지요.
|
|
|
| |
| 이방주 |
13-12-20 23:09 |
|
|
김용순 선생님, 가난했지만 우리가 누렸던 순수와 진실과 낭만을 요즘 아이들은 타산과 미래에 찌들어 사는 것 같습니다. 안타깝습니다.
|
|
|
|
| 일만성철용 |
13-12-20 10:48 |
|
어려서 저는 한 번도 학원에 나가본 적이 없었습니다. 당시에도 YMCA가 있었지만.
5원하던 도서관 갈 비용도 없었지만 그 도서관에서 유난히 반짝이는 별빛을 밟고 허기진 몸을 끌고 희망을 키우던 무렵이었지요. 그 일부를 우리 이 작가님의 글에서 보는 것이 행복합니다. 감사 감사.
|
|
|
| |
| 이방주 |
13-12-20 23:11 |
|
|
일만 선생님, 대학 때 학보에 글을 실으면 원고료 600원을 주었습니다. 구내식당에서 자장면 15그릇 값이었습니다. 막걸리 열되 값이었고요. 신이 났지요. 그런 낭만이 지금도 있을까요? 감사합니다.
|
|
|
|
| 김창식 |
13-12-20 13:28 |
|
|
이방주 선생님, 저도 "아프니까 청춘이다!"라는 말을 믿지 않습니다. 화가 난다니까요.
|
|
|
| |
| 이방주 |
13-12-20 23:13 |
|
|
김창식 선생님, 동지를 만난듯 반갑습니다. 그 말은 기성세대의 책임회피입니다. 국민소득 25000 시대에 왜 젊은이들은 아파야 하는지요. 인문고등학교에서 30년 근무하면서 아이들에게 미래도 보장되지 않는 아픔을 강 건너 불보듯, 또는 아픔을 가했던 일이 가슴아픕니다. 감사합니다
|
|
|
|
| 정진철 |
13-12-20 20:21 |
|
여보~오늘저녁에는 뭐해먹을까
국수나 해먹지
비빔국수 아니면 멸치국수?
둘다 해먹지
그걸 누가 다 만들어?
음. 비빔은 내가 만들고 멸치는 당신 만들고
호호 그럼 되겠넹
그치?
응
자 뽀뽀.
아이~ 킁킁
얼마나 행복한 모습입니까/ ㅎㅎㅎ
|
|
|
| |
| 이방주 |
13-12-20 23:16 |
|
|
정진철 선생님, 이제 신혼인 제 아들 부부를 보면 정말 마음이 아픕니다. 함께 저녁을 먹지 못하는 부부, 퇴근 후에도 아기를 안아 줄 시간이 없은 아빠------ 기업이 반성하고 해결해야 할 일들입니다. 감사합니다.
|
|
|
|
| 임병문 |
13-12-21 09:34 |
|
|
절박한 갈구와 아름다운 욕구, 세모에 던지는 선생님의 외침이 차마 모든 이의 가슴에 앙금처럼 앉고 바램으로 남습니다. 항시 편안하소서.
|
|
|
| |
| 이방주 |
13-12-22 13:40 |
|
|
임병문 선생님, 답을 못드려 죄송합니다. 여기서 세모 인사 드립니다. 이 글은 2012년에 써서 지방 신문에 게재된 칼럼입니다. 수필을 쓰는 곳에 칼럼을 올려 죄송했는데 응원해 주시니 감사합니다.
|
|
|
|
| 이희순 |
13-12-21 23:14 |
|
몇 해 전에 어느 도인으로부터 섬찟한 예언을 들었던 기억이 새롭습니다.
해가 갈수록 우리 젊은이들이 발붙일 만한 직장이 없어 젊은이들의 수입이 급격히 줄어드는 반면 세상은 더욱 호화로워지고 온갖 소비를 부추기므로 이상과 욕구를 충족하지 못한 젊은이들의 눈에 핏발이 서다가 마침내 살기가 서린다고 하더군요.
|
|
|
| |
| 이방주 |
13-12-22 13:42 |
|
|
이희순 선생님, 젊은이들에게 자유를 줘야 하는데 초등학교시절부터 옥죄는 분위기입니다. 앞으로 청년 일인당 부양해야할 노인이 들어날텐데 안타깝습니다.
|
|
|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