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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쓴이 : 김용순 |
날짜 : 11-05-17 13:10
조회 : 1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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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어 전성시대
“여보, ‘엣지’가 무슨 말 이예요?” TV를 보고 있던 아내가 묻는다. “아마, 예리하다는 뜻 같은데 나도 잘은 모르겠으니 한번 찾아봅시다.” ‘엣지’란 말은 얼마 전 김연아 선수의 피겨경기 때 해설자에게서 처음 들었다. 피겨 전문용어인가 하였는데, 요즈음 TV에서 연예인들이 이 말을 부쩍 많이 쓰고 있다. 사전에는 ‘edge’ 가장자리 끝, 날을 세우다, 등이라 하였다. 그리고 오늘 아침 신문기사 중, ‘그것은 잘못된 팩트(fact)입니다’라고 썼다. ‘그것은 사실이 아닙니다’라면 될 것을 굳이 그렇게 써야 할까? 요즈음에는 스펠을 몰라 사전 찾기도 애매한 외국어들이 계속하여 나타나 나를 당혹스럽게 하고 있다.
이곳에서 태어나 60년이 넘도록 살아온 내가 전문용어도 아닌 일상적인 말들을 알아듣지 못하여 사전을 뒤적여야만 할까? 주로 영어(英語)지만, 모르는 외국어가 사흘이 멀다고 대중매체를 통하여 새롭게 선을 보이고 있다. 내가 시류(時流)에 뒤처지기 때문인지는 모르겠으나 과연 이런 말들을 이해 할 수 있는 국민들이 얼마나 될까?
어느 나라나 그들만의 고유한 말이 있다. 일상에서 자기 나라 말을 쓰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그런데도 영향력이 대단한 언론매체가 무궁무진한 우리말을 두고 외국어를 분별없이 남발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뿐만 아니라 외국어를 쓰는 것이 유식해 보이고 자랑거리라도 되는 듯, 착각하는 인사나 연예인들의 말을 여과 없이 내보내는 것도 문제라 하겠다. 정보화 시대에 신기술, 신문화와 함께 들어오는 외래어는 어쩔 수 없다 하더라도 일상적인 말까지 꼭 외국어를 써야 하는 이유를 알 수 없다. 더불어 언론은 우리의 고유한 민족문화가 점차 사라지는 결과에 대한 책임도 져야 할 것이다.
요즈음 우리말은 심각한 몸살을 앓고 있다. 대중매체의 무분별한 외국어 사용뿐만 아니라 오염이 가장 심각한 곳은 인터넷이다. 특히 청, 소년들의 언어오염은 심각하다 하겠다. 인터넷 대화방이나 댓글을 보면 알 수 없는, 기이한 말들이 수두룩하다.
길거리의 간판이나 자동차 이름, 의류 로고, 등등에도 우리말을 찾아보기가 힘들다. 외국어의 남용과 영어식 표기 때문에 우리말의 어휘 수는 차츰 줄어들고 있다한다. 이렇게 계속되면 미래에는 한국어가 영영 사라질지도 모른다. 실지, 중국 조선족은 불과 팔, 구십년 전에 중국으로 갔지만 우리말에 외래어, 외국어가 넘쳐나고 있어 우리말을 잘 알아듣지 못한다. 오히려 그들의 말이 변질되지 않고 순수하게 보존되고 있어, 미래에는 우리말의 원형을 찾아 중국으로 가야 할지도 모르겠다. 더욱이 이 현상은 문화사대주의 팽배로 우리문화를 비하시키고 외국문화를 우월시하는 현상까지 초래하고 있다 하겠다.
예부터 근세에 이르기까지 정치적, 문화적 영향으로 수많은 한자어가 들어와 우리말 화 되었고 근대에는 식민지 지배로 인한 일본어, 해방이후에는 서구 문물의 도입으로 영어 등 유럽어가 우리말을 잠식하고 외래어가 되었다. 표준국어사전에 있는 50만 단어의 대부분이 한자어이고, 그 다음에 외래어, 고유어 순이라고 한다. 현재 외래어는 약 10만 단어 정도가 되며, 점차 우리말을 잠식하면서 늘어날 것이 분명하다.
외래어와 외국어는 다르다. 외래어란 기술, 문화 중심지에서 새로운 물건이나 문화를 말하는 외국어가 들어 왔을 때 적당한 우리말이 없어, ‘텔레비전’이나 ‘컴퓨터’처럼 그대로 쓰이면서 토착화된 경우이다. 외국어는 단순히 외국에서 쓰는 말일 뿐이다. 외래어는 편의상 어쩔 수 없다지만 외국어는 구태여 쓰지 않아도 얼마든지 좋은 우리말이 있다.
얼마 전 부산에서 국제영화제가 열렸다. 오프닝 행사에서 엠시가 빨간 드레스를 입고 레드카펫을 밟는 인기스타와 인터뷰 중 “이 드레스의 컨셉은 무엇입니까?”라고 물었다. 이 말은 대부분 외래어와 외국어지만 이미 우리는 별 어색함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 그렇지만 중국 조선족과 북한사람들도 이 말을 알아들을 수 있을까?
지난해 봄, 집을 신축하면서 매일같이 공사현장에 나갔다. 건축현장에서 쓰이는 용어들은, 몇 전(Cm), 아시바, 새끼이다, 덴조, 마도매 등등, 대부분이 일본 말이었다. 우리는 36년 동안 말과 문화를 빼앗겼던 아픈 기억이 있다. 해방 된지 70년이 가까운 지금까지도 그 후유증이 남아 오염된 언어가 사회 곳곳에서 그대로 사용되고 있는 현실이다. 더구나 당시에는 모든 외래어가 일본을 거쳐 들어왔기 때문에 모음 5개로 영어권 발음이 잘되지 않는 일본인을 흉내 내어야만 하였다. 온갖 소리를 다 낼 수 있는 말과 글을 가진 우리가 당시에 배운, 혀가 돌아가지 않는 일본인 발음을 아직도 그대로 따라 하고 있다.
언어에는 그 나라의 혼과 문화가 담겨져 있으며 사람의 정신세계를 지배한다고 한다. 사람이 생각과 의사를 전달할 때는 말과 글을 이용하게 되는데, 외국 말을 사용한다면 생각도 외국식으로 하게 된다한다. 일제시대 일본어 교육을 강요한 것도 민족정신을 말살시키기 위함이었다. 언어는 사람의 사고력을 풍부하게 하기도 한다. 언어 없이는 어떤 생각도 할 수 없으며 표현할 수 있는 어휘의 수만큼 창의력도 발전된다고 한다. 우리말에는 소리를 표현하는 의성어, 움직임을 나타내는 의태어 등, 아름다운 어휘가 풍부하여 우리말처럼 다양한 표현이 가능한 말과 글도 드물다.
내가 중국에 처음 갔을 때, 세계적으로 일반화 된 외래어까지도 자기들 방식대로 표현하고 있어 곤란을 받기도 하였다. 텔레비전(television)을 電視, 피아노(piano)는 鋼琴, 엘리베이터(elevator)는電梯, 컴퓨터(computer)는 電腦 등등, 더구나 코카콜라(coca-cola)를 可口可樂로, 등의 고유명사조차도 한자어로 재창조하고 있다.
우리도 이제 우리말을 지키기 위한 어떤 조치가 있어야 하지 않을까? 먼저 우리말에 대한 교육부터 제대로 이루어져야 할 것 같다. 우리말 교육보다 영어교육이 더 우선시되는 현실에서 우리말과 글이 제대로 지켜질 수 있을까? 영문법은 중, 고등학교 6년을 가르치면서 정작 결코 쉽지 않은 한글문법은 소홀히 하고 있다.
아울러 방송을 비롯한 대중매체도 외국어를 배제하고 사전에 수두룩한 아름다운 우리말을 찾아, 널리 쓰이도록 힘써야 한다. 외래어 중, 인명이나 지명 등 고유명사는 어쩔 수 없지만 가능한 한 우리말로 바꿔 쓰려는 노력을 하여야 할 것이다.
계간문학광장 2011 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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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병문 |
11-05-17 18:5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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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순 선생님,
어디 그것 뿐이겠습니까.
하 세월이 분주하다보니, 이것이 저것 같고, 저것이 이것 같군요. 어지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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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용순 |
11-05-18 08:1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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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병문 선생님, 요즈음 우리말에 대하여 좀 심하다는 생각을 합니다. 정신차리지 않으면 우리도 우리말 잘 못 알아들을 날이 올 수도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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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승택 |
11-05-18 00:1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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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적으로 공감합니다. 비행기를 '날틀'로 부르자는 식의 극단적인 國粹主義도 배격하지만 엄연한 제나라 말을 두고도 굳이 외국어를 남발해야 직성이 풀리는 일부의 몰지각 행위도 당연히 지탄 받아야 마땅하리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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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용순 |
11-05-18 08:1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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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승택 선생님, 어떤 때는 화가 납니다. 내가 잘 모르는 말들이 나오니까, 일일이 찾아 보아야하고, 스펠을 몰라 찾기도 애매하고, 그러다 보면 신경질이 나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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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진화 |
11-05-18 00:2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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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문인들이야말로 우리말과 글을 지키는 최후의 보루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좀 더 고민하며 글을 쓰고 말을 해야 되겠습니다.
김용순 선생님,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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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용순 |
11-05-18 08:3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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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화 선생님, 사실 한글도 제대로 알려면 상당히 어렵지요. 이전에는 몰랐는데 요즈음은 교사 출신인 아내에게 매번 묻습니다. 그런데 하루가 멀다고 내가 모르는 말들이 방송이나 신문에서 나타나고 있으니 내가 말 배울 나이도 아니고, 이건 아니다 싶어요.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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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복희 |
11-05-18 16:3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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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들은 우리말 순화에 앞장서야겠지요.
글을 읽으며 깊은 공감을 갖게 하는군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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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용순 |
11-05-18 19:1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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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복희 선생님, 요즈음 정말 왜 이러는지 모르겠습니다. 아름다운 우리말을 두고, 영어 쓰면 국제화 됩니까? 특히 신문과 방송이 정신차려랴 합니다. 우리말을 망치려고 선동하고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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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병식 |
11-05-18 16:5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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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야흐로 지금은 외국에 홍수시대에 살고 있는것 같습니다.
간판들만 봐도 어지럽기 그지없지요.
중국사람들이 코카콜라를 可口可樂로 표기한다는 말이 재미있습니다.
열심히 글을 올려주셔서 글방이 활기찬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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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용순 |
11-05-18 19:3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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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병식 선생님, 꼭 중국 처럼 하자는 것은 아니지만 민족문화를 가볍게 버리는 것 같아 정말 아쉬워서 한번 써 보았습니다. 선생님 신입회원을 이렇게 격려하여 주셔서 감사합니다. 사실은 아직은 서툴러 글 올리기가 부끄럽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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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방주 |
11-05-18 19:1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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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 시원한 말씀을 하셨습니다. 외국어 내지는 외래어 남용은 정부에서부터 시작하고 있습니다.
'주민센터', '웰빙' '과학벨트' 등등 이루 다 열거할 수 없습니다. 영어권의 언어 뿐 아니라 일본식 한자어, 고유어가 있는데도 쓰는 한자어도 그렇습니다. '노견' '고수부지' ---
최근에 길을 중심으로 주소를 바꾼다면서 이왕이면 '큰길-길- 골목길' 해도 될 것을 '대로-로-길'로 순서를 정하여 길보다 로가 큰것으로 인식하게 한 것도 정부입니다.
선생님께서 하신
"언어에는 그 나라의 혼과 문화가 담겨져 있으며 사람의 정신세계를 지배한다고 한다. 사람이 생각과 의사를 전달할 때는 말과 글을 이용하게 되는데, 외국 말을 사용한다면 생각도 외국식으로 하게 된다 한다. "
이란 말씀에 전적으로 공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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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용순 |
11-05-18 19:3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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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방주 선생님, 모두들 정말 왜 그러는지 모르겠습니다. 이러다가는 먼 장래에 우리말의 원형을 찾아 중국 동북지방을 헤매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정부가 주도하는 어떤 조치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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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희순 |
11-05-19 09:2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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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 국민이 영어를 미국사람처럼 잘 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말을 지키고 가꾸어나가야 할 정부와 언론이 오히려 외국어를 남발하는 현실이
참으로 안타깝습니다.
시너지효과, 인프라, 컨셉, 콘텐츠, 퓨전, 콘서트, 라운드, 각종 스포츠 용어 등등
이대로 가다간 머지않아 우리말은 사라져버릴 듯합니다.
텔레비전에서 우리말에 관한 프로그램을 만들어 보여준다고해서
우리말이 보전되지는 않지요.
선생님의 말씀에 응원과 박수를 보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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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용순 |
11-05-19 19:2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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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희순 선생님, 지금 우리 현실을 보면 우리말이 없어지기를 바라는 것 같아요. 왜 수천 수만년동안 이어온 우리 고유문화의 중요성을 못 느낄까요? 그리고 모르는 말이 자꾸 나타나니까 정말 불편합니다. 이거 어떻게 해야 겠습니까?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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