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작가회 신입회원 가입 안내 |

이스탄불에서 온 들꽃 한 다발
 

이진화
 


‘너의 둥지가 되어줄게’는 ‘선아’라는 필명을 가진 한 중년 여성의 블로그 제목이다. 그녀의 블로그에는 350여 명의 이웃들이 드나들며 글과 사진을 통해 훈훈한 교감을 갖는다. ‘선아’씨(44세)는 가족과 함께 터키의 이스탄불에 살고 있다. 본명이 있지만 오랜 외국 생활 중에 남편의 성을 따라 ‘조선아’라는 별칭을 갖게 되었다. 남편과 함께 다섯 남매를 키우는 주부이며 위로 아들 셋이 다 자라고 난 후에 가슴으로 딸 둘을 더 낳았다. 5살 된 수지와 7개월 된 수나가 바로 그녀의 둥지에 날아든 딸들이다. 공개적인 입양의 과정과 아이들을 기르면서 경험하는 일상의 이야기들을 직접 찍은 사진과 함께 블로그에 올리고 있으며 읽는 이마다 잔잔한 감동과 기쁨을 느끼게 된다.

 선아씨 부부는 1991년에 결혼하여 1994년부터 영국에서 만 6년을 머물렀고, 터키에서는 2002년부터 10년째 살고 있다. 그녀는 오랜 훈련과 외국 생활을 통해 베풀고 섬기는 생활을 몸에 익혔다. 두 딸을 입양하기에 앞서 그들 부부는 서로 같은 마음을 품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마땅히 해야 할 일이라 여겨 바로 실천에 옮겼다. 보통 40세면 주부들이 육아에서 자유로워지는 시기인데 두 딸을 차례로 입양한 그녀의 삶에는 많은 변화가 생겼다. 성년에 이른 큰 아들을 한국 대학에 보내고 5살짜리와 7개월의 아기를 양육하는 손길은 분주하지만 남다른 행복과 기쁨이 있다. 혼자 수나를 업으려고 애쓸 때 수지가 얼른 달려와서 거들어 주며 말한다. “왜 혼자 하려고 그래. 내가 옆에 있는데…” 수지는 언제나 엄마의 든든한 응원단이다.

 수지는 동생 수나를 유난히 사랑한다. 어린 수나도 언니가 가는 곳마다 눈길이 따라다닌다. 수지가 외동딸로 자라지 않고 언니 노릇 할 수 있게 해주기를 잘 했다, 어린 수나를 아빠, 엄마, 세 명의 오빠, 언니가 있는 따스한 둥지에 품기를 정말 잘 했다고 그녀는 말한다. ‘우리가 수지와 수나를 만난 것은 우리 인생이란 긴 여행 중에 꿈이 시작되는 시간이었고 새벽별의 여명이 동터 오는 시간이었다.’

 날개 잃은 아기 새들의 둥지가 된 어미 새의 노래는 이어진다. ‘내가 낳은 아이는 소중한 아이인 줄 알았습니다. / 그런데 내가 낳지 않은 아이가 이렇게 소중한 줄 몰랐습니다. / 내가 낳은 아이는 제 눈에 참 예쁘게 보였습니다. / 그런데 내가 낳지 않은 아이가 이렇게 예쁠 줄은 몰랐습니다. / 내가 낳은 아이는 귀여운 아이인 줄 알았습니다. / 그런데 내가 낳지 않은 아이가 이렇게 귀여울 줄은 몰랐습니다. / 이럴 줄 몰랐습니다. / 정말 이럴 줄 몰랐습니다.’

 데레사 수녀를 롤모델로 삼고 있는 그녀는 인생 후반기에 딸들과 함께 어려운 나라를 찾아가서 헐벗고 굶주린 어린이들을 위해 일하고 싶은 꿈이 있다. 그것이 우리가 가난하고 어려워서 감당하지 못 할 때 많은 입양아들을 받아주었던 선진국에 대한 빚을 갚는 길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 때가 되면 누구보다 수지와 수나가 든든한 파트너가 되어 주리라 믿는다. 어쩌면 여러 나라 문화를 자연스럽게 접한 딸들이 훨씬 큰 리더로 자랄지도 모른다. 아니, 그렇게 믿는다.

 어린 두 딸을 키우는 일도 간단치가 않지만 다른 집보다 식구가 많은 선아님은 늘 바쁘다. 아이들이 등교할 때는 도시락도 여러 개를 싸야 한다. 하지만 그녀에게는 놓칠 수 없는 자신만의 시간이 있으니 바로 사진을 찍는 시간이다. 그녀의 블로그에는 소아시아의 성지들, 카파도키아, 터키동부, 이스탄불 등지의 유적과 동네 이야기까지 독특한 풍물과 생활이 낮은 목소리로 조근조근 적혀있다. 포스트를 한 두 편 읽다보면 마치 아라비안 나이트처럼 매일 샘솟는 그녀의 이야기를 빠짐없이 들어보고 싶어진다. 거기다 해맑은 두 천사들이 자라나는 모습을 보는 것은 특별한 보너스이다. 마침 선아님의 둥지에 들어가니 수지와 수나의 귀여운 미소가 환하게 반겨준다. 이스탄불에도 3월의 눈이 내렸다고 하는데 사진 속에서 수지가 소박한 들꽃 한 다발을 쑥 내민다. 형제의 나라 터키에도 새 풀 옷을 입은 봄 처녀가 왔나 보다.




* 이진화의 블로그, 마음의 다락방- ->http://khgina.blog.me/101069964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