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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쓴이 : 김창식 |
날짜 : 11-03-06 11:44
조회 : 20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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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나가슈?
김창식
십 수 년 전 일이다. 그 무렵 특별히 하는 일이 없었다. 형편이 여의치 않아 서울의 아파트를 팔고 경기도 북부에 있는 동네로 세 들어 이사했다. 집을 옮긴 다음 날 대충 옷을 걸치고 아침 산책을 나가는데 경비아저씨가 힐끗 나를 보더니 아는 체를 했다. "일 나가슈?" 아저씨와 나의 첫 대면이었다. 그 아파트는 택시기사가 많이 거주하는 서민아파트였다.
며칠이 지났을까 아저씨가 면회 좀 하자고 말을 건네 어색하고 거북한 느낌이 들었다. 막상 용건은 별 것이 아니었다. 혹 담배 불 있느냐고 묻는 것이다. 근무시간이라 자리를 뜰 수 없다며. 라이터를 건네자 아저씨가 웃으며 말한다. 불만 빌리는 사람도 있느냐고. 담배도 따라오는 것 아니냐고.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아저씨의 면회 후 담배 빌리는 버릇은 하루 이틀 된 것이 아니었다. 한번은 외출하려고 엘리베이터에서 내리는데 "면회 좀 하쥬." 아저씨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집히는 것이 있어 머뭇거리다 발걸음을 옮겼다. 주민으로 보이는 남자가 문을 밀고 나갔고 아니나 다를까 혼잣말하는 아저씨 목소리가 들린다. "당최 시간이 나덜 안는단 말유."
아저씨의 체구는 왜소한 편이고 어쩌다 모자를 벗을 때 보니 머리숱도 별로 없는데다 반백이어서 세월의 흔적이 묻어났다. 얼굴에 가로 세로 주름도 가득하여 나보다 10살은 더 들어 보였다. 주민인 내게 어리다 생각하여 반 존대를 한 것이리라. 아저씨는 항상 다림질 잘된 제복을 입고 금줄이 달린 모자를 단정히 썼다. 경비실에서 졸거나 하는 법이 없고 항상 무엇인가를 하고 있었다. 마당을 반들반들하게 쓸고 있거나, 화단에 물을 주거나, 쓰레기를 치운다거나. 하다못해 담배를 피우고 있거나.
몇 달이 지나며 아저씨에게 담배를 선물하기도 했고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로 발전했다. 어느 날 할 일을 알아보러 외출하려는데 아저씨가 면회 좀 하자고 한다. 나는 담배를 꺼내 권했다. 그런데 이번엔 용건이 있었다. 초등학교 저학년인 우리 막내아이가 야쿠르트 아줌마 손수레 바퀴 바람을 빼놓아 '자장구(자전거)'포에서 기구를 빌어 고쳐놓았다는 것이다. 혼 좀 내놓으시지 그러셨냐고 미안해하자 아저씨가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 "냅듀. 아그들야 그렇게 크는 것 아닌감? 고놈아가 솔찬히 개구쟁인 모양여. 그래도 귀엽게 생겼던디. 부모님은 점잖은데 말유. 별 수 있남?" 꼭 그렇지도 않지만 '점잖다'는 아저씨의 말을 들으니 싫지는 않았다.
아저씨도 한때 잘 나가던 시절이 있었다 한다. 알 만한 대기업에 자재를 납품하는 하청회사를 운영하다 여차여차해 문을 닫았다. 그런 그를 기업 회장이 눈여겨보았고 빌딩의 총괄수위로 일하게 되었다. 아저씨의 소위 '잘 나가던' 황금시절은 그 무렵을 두고 하는 말이다. 경비, 청소, 출입통제, 주차관리 등 업무전반에 관여해 손 안 가는 곳이 없었다. 청소원 아주머니들에게도 인기가 으뜸이었다 한다. 그러던 어느 날 기계실 직원의 부주의로 불이 났고 연대책임을 지게 된 터에 '그놈의 IMF'로 해고된 것이다. 일없이 지내던 차 이곳 아파트 단지 경비로 취직하게 되었다. 무슨 말 끝에 아저씨가 말했다. "그래도 여기가 어디여. 오래 갔으면 좋것구만. 안 그류?"
그러고 보니 아저씨와는 동변상련의 정이 있다. 그때는 누구라 할 것 없이 어려운 시기였다. 그 해 연말이 되자 거짓말처럼 나라가 기울었다. '피사의 사탑(斜塔)'처럼. 천년만년 끄떡없어 보이던 금융기관이 하나 둘 문을 닫고 사회 곳곳이 무너져 내렸다. 나라꼴이 폭탄을 맞은 건물처럼 어수선 했다. 어느 날 느꼈던 낯설고 께름칙한 기분을 좀처럼 떨쳐버릴 수가 없다. 출근 해보니 사무실 풍경이 영 달랐다. 거짓말처럼 내 책상이 없어진 것이다. 처음엔 사무실을 잘못 찾아왔나보다 했다. 친하던 동료들이 쭈뼛쭈뼛 나를 피하는 눈치였다. 속 시원히 말해주는 사람은커녕 말붙이는 사람도 없고 굳은 표정으로 바쁜 듯 주위를 오갔다.
하릴없이 소파에 앉아 신문을 뒤적이고 있는데 부서장이 점심이나 먹자고 했다. 구내식당에 마주 앉자 굳이 차비 들여가며 회사에 나와 쉴 필요가 있겠느냐고 타일렀다. 그도 맞는 말이었다. 아침 일찍 회사에 나오려면 교통편이 마땅치 않은 것이 사실이었다. 처음 얼마간은 가족에게 알리지 않고 아침 일찍 집을 나서곤 했는데 하루가 그렇게 긴 것인지 미처 몰랐다. 왜 하필 내게 이런 일이 벌어져야하는지 혼란스러웠다. 시위에 살을 매겨 당기는데 갑자기 과녁이 없어져버린 낭패감도 있었다. 우습지도 않은 것은, 내게 사표를 종용하였던 부서장도 얼마 지나지 않아 회사를 그만두었다는 것이다.
아저씨와는 어지간히 친해져 신상명세에 대해 이야기할 기회가 있었다. 아저씨가 물었다. "나이가 몇이나 되우?" 나이를 말해주자 조금은 의외인 모양이다. "내 나이도 그쯤 됐슈." 알고 보니 아저씨 나이가 나보다 한 살 밖에 많지 않다. 아저씨가 난감해 했지만 크게 미안해 보이지는 않았다. 말 끝머리에 그가 물었다. "헌데 고등학교는 어디 나오셨더라?" 나는 약간 우쭐한 기분으로 학교 이름을 이야기 해주었다.
우리 학교는 예전에 세칭 일류학교로 K2라 불린 학교다. 아저씨는 약간 놀란 기색을 내 비치더니 지나가는 말처럼 말했다. "허, 명문 고등학교 나오셨어. 근디 난 K고등학교 나왔슈." K고등학교! 나는 깜짝 놀라 새삼스러운 눈길로 아저씨를 쳐다보았다. 그 학교는 자타 공인 최고의 학교인 것이다. 나도 K고등학교에 뜻을 두었으나 실력이 못 미쳐 방향을 틀었었다. 잠깐 먼 하늘로 눈길을 주던 아저씨가 절레절레 고개를 흔든다. "사는 것이 다 글츄. 세월이 하 수상하구만 그류."
하늘이 잿빛으로 가라앉는 것을 보니 또 눈이 오려나 보다. 명절이 가까워 오고 있었다. 내가 아내에게 말했다. "올 설날 경비아저씨에게 선물 드릴 땐 곱게 포장하고 감사편지라도 한 장 써서 드려야겠어." 아내는 새삼스럽게 왜 그러느냐는 듯 조금은 뜨악한 표정이 된다. 내가 웃으며 덧붙였다. "그냥. 우리 애한테도 잘 해주셨잖아."
@ 시에(2011 봄호) 수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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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병문 |
11-03-06 15:0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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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식 선생님,
일요일 오후, 선생님의 글을 접하고 이렇게 글을 말하게 되어 그 기쁨이 큽니다.
무릇 사람이 살다보면, '그때는 그랬었지,' 하는 경우가 참 많습니다. 그때의 그 일이 좋은 일이든, 나쁜 일이든 다 지나놓고 보면 가슴 아린 추억이고, 보고 싶은 그리움일 수 있습니다. 다만, 그 일로하여 지금 내가 어떻게 달라져 있는지. 또 어떻게 변해가고 있는지 그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을 해 봅니다.
' 전화위복' 이란 말은 그래서 생긴 것이라는 생각 역시 하게 됩니다..
모르긴해도, 머리털이 다 빠지고 혀옇게 쇤 그 경비아저씨 역시 이제는 평온하고 건강한 일상으로 돌아오셨고, 선생님 역시 그토록 보고 싶었던 책을 보시며 여유작작 한유로운 시간 속에서, 글로써 자아를 찾아 아름다운 삶을 엮어가시는 선생님의 모양이 진정한 풍류남아 김창식 선생의 참 모습이 아닐런지요. 건강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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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창식 |
11-03-06 15:3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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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병문 선생님 반갑습니다. 그간 안녕하신지요.
그 후 전 이사를 했습니다. 수년이 지나 아저씨께
인사드리려고 찾아갔는데 역시 안 계시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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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재문 |
11-03-06 16:0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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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한때는 잘나가던 시절이 있었죠. 이제 정년퇴임하고 보니 그냥 용돈이나 벌어볼까 하고 여기저기 돌아다니다가. 회사 경비로 취직이 되었답니다. 급료는 별로지만, 그래도 아참이면 출근할 수 있고, 또 내가 맡은 분야에서 명성을 얻고 있으니 대견하다는 생각을 합니다. 감사합니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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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창식 |
11-03-06 17:2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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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재문 선생님, 축하드립니다. 그것도 전공을 살린 일이시니...^^
제 친구도 경주에 있는 아파트에서 근무하는데 고교시절 글을 잘 써
'학원' 지에도 글을 싣고 여학생들에게 인기가 많았던 문예반장이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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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재문 |
11-03-10 10:3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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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맡은 직무가 차량 주차위반 사항이거든요 처음에는 무척 힘들었지요. 그런데 김창식 선생님 말씀처럼 전공을 살리다가 보니 요즘은 트로트 노래나 듣고 잼나게 살고 있답니다.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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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진화 |
11-03-06 23:3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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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동안이신 김창식 선생님,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비슷한 경험을 공유하고 있어서 깊이 마음에 와 닿네요.
그런데 요즈음에는 신중년기(YO-Young Old)란 신조어가 생겼습니다.
55세~75세까지(young old)를 일컫는 말로 예전의 노년기와는 차별화된 의미가 있다고 하네요.
76세~85세가 노년기(old)
86세 이상이라야 진짜 노인(oldest)이라고 할 수 있답니다.
신중년기(YO)가 가진 자원은 젊은 세대 못지 않게 풍부합니다.
대부분의 신중년기는 다음과 같은 특징을 갖고 있습니다.
1. 고학력자이다.
2. 도시화 및 국제화의 수혜자이다.
3. 샐러리맨 출신이다.
4. 고품격 취미를 가졌다.
5. 풍부한 경험의 소유자들이다.
6. 풍부한 정보를 가지고 있다.
7. 균형감각을 가지고 있다.
8. 자기조절을 잘 한다.
9. 실패를 교훈으로 객관적 조망의 안목이 있다.
10. 대인관계가 원만하다.
11. 정서적으로 안정되어 있다.
12. 돈과 시간이 넉넉하다.
거기다 작가들은 정년 없이 글을 쓸 수 있다는 특혜를 가지고 있지요.
우리 작가회 선생님들은 모두 신중년이시니 늘 활기차고 건강하시기 바랍니다.(^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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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창식 |
11-03-07 12:2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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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화 선생님, 코칭 말씀 감사합니다. 큰 도움이 됩니다.
뒷 번호로 갈 수록 난이도가 높군요. 특히 12번은 머뭇머뭇...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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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진화 |
11-03-07 23:3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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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그 숙제가 만만치 않아요,
그래도 12가지 중 몇 가지와 글을 쓸 수 있다는 특혜만 해도 큰 거지요.
요즈음 탈북여성들과 미혼모를 코칭하는데 사람은 누구나 어려움을 겪을 수 있지만 모두가 가능성과 탁월성을 가지고 있다는 믿음을 확인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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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창식 |
11-03-08 13:2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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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을 지키는 망루는 외곽에 위치한다.'
우리 사회 주변부에서 변화의 물결을 몰고오는 이진화 선생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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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자인 |
11-03-09 21:2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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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식 선생님의 고운 마음씨가 잘 나타나있습니다.
선생님이 동안이셔서 가끔은 오해도 받으실만 하세요.
예전엔 저도 명절이면 경비아저씨들 선물을 사드렸는데, 그 배의 친절이 돌아오던데요.
'일 나가슈' 구수한 사투리가 재미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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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창식 |
11-03-10 09:5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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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자인 선생님, 충청도 사투리는 언제들어도 참 감칠맛 납니다.
선생님께선 경비아저씨나 주변 분들께 매우 잘하셨으리라 짐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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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복희 |
11-03-11 07:0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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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제목에서 눈길을 끌었습니다.
저도 요즘 나이든 실버들이 컴을 배우는 경로당에서
IT봉사를 하며 화장실 청소도 하지요.ㅋ
나이들면 배운 사람이나 못배운 사람이나 매하가지라는 말도 있더군요.
황혼의 삶 그저 마음 넉넉하고 긍정적으로 지혜롭게 사는게 가치있는
삶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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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창식 |
11-03-11 10:3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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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회 때 뵙고도 자세한 말씀 나누지 못해 아쉽습니다.
다음 총회 모임 땐 필히 수행하겠습니다, 최복희 선생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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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원명화 |
11-03-26 13:3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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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도 사람의 입장에서 보면 반가운 일입니다.
'이랬슈' '저래유' 하는 게 어떤 촌스러움을 곁하고 있는 것 같아 다정다감할 수도 있겠습니다.
김창식 선생님의 글에 대한 열정, 존경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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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창식 |
11-03-27 13:2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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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명화 선생님 감사합니다. 많이 부끄럽습니다. 질문 있습니다.
"우리 한 번 춤 출까요?"를 충청도 말로하면 "출껴?" 인가요 아님, "출쳐?"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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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진철 |
11-04-13 00:3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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ㅎㅎ 유쾌한 기분으로 재밌게 읽었습니다
그렇지요 워낙 김선생님이 동안으로 보이니까요
늦은 시간에 좋은 글 읽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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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창식 |
11-04-14 09:4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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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고등학교 친구도 지금 경주 어느 아파트 단지에서 경비일을 보고 있습니다.
그는 '문예반장'이었고 진명여고 등 주위 학교 여학생들에게 인기가 많았답니다.
같이 어울린 진명여고생 중 한 사람이 '문정희 선생님'이셨다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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