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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쓴이 : 박영보 |
날짜 : 11-02-16 20:59
조회 : 1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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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파이더맨
박 영 보
뒷마당에 앉아 잡초를 뽑고 있으면서도 며칠 전 녀석의 그 한마디가 머리 속을 맴돌고 있다. 일주일이 지난 지금까지도 그런걸 보면 작으나마 나에게도 충격이었던가 보다.
왜 이리도 미안한 생각이 들까. 마치 도둑질을 하다가 들킨 그런 느낌이 들기도 한다. 그토록이나 매정했던 이 부모가 얼마나 야속했을까. 오죽 했으면 만 삼십년이 훨씬 지난 지금까지도 그때의 일을 기억하고 있을까. 나이 서른이 넘은지도 여러해가 됐고 결혼을 하여 큰 손자가 만 세살이 된 지금이다. 과묵한 성격인 녀석은 자신의 속내를 바로바로 내놓지 않는다. 긴 세월이 지난 지금까지도 녀석의 그때 마음을 헤아리지 못하고 있었던 것도 녀석의 이런 성격때문이기도 했을 것이다.
아내가 퇴근을 하자마자 하는 첫마디가 “완이 한테 왜 이렇게 미안한 생각이 들지? 왼종일 완이 생각이 드는 거야.” 란다. 나는 “나도 계속 그런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였다.
며칠 전 집수리를 위해 집을 비워두어야 할 일이 있었다. 부부가 녀석의 집에 가서 이틀을 보내게 되었다. 아내는 그 집에서 출근을 해야 했고 아들 부부도 일을 하기 때문에 그날 낮 시간에는 내가 손자를 봐 주기로 했다. 평소 어린이 학교에 보내고 있지만 나 혼자 있기 보다는 녀석을 데리고 공원이나 학교 놀이터에 데리고 다니는 것도 녀석에게 좋을 것 같아서였다.
공원에는 또래의 어린 아이들이 많이 와 있었다. 엄마와 함께 와서 그네도 타고 미끄럼 틀에도 오르내리고 있었다. 공원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내 손을 뿌리치고 안으로 뛰어들어 이내 다른 아이들과 어울린다. 여러가지 장난감을 가지고 나온 아이들도 많았다. 나는 벤치에 앉아 녀석이 놀고 있는 모습을 바라다보고 있었다. 계속하여 미끄럼틀에 오르내리던 녀석이 갑자기 슬라이드 계단 밑에 털석 주저 않는다. 무언가를 뚤어지게 바라보고 있다.
모래 바닥에는 붉은 색과 파란색으로 된 플라스틱으로 된 무언가가 있었다. 녀석은 앉아 있는 자세 그대로 그 물건이 있는 쪽으로 조금씩 다가가고 있었다. 손을 대지는 않는다. 대신 손에 한 웅큼식의 모래를 집어 그 물건쪽으로 던지기를 반복한다. 딴에는 자기 물건이 아니니까 직접 만지거나 가지고 놀 수는 없으니 이런 식으로나마 즐기려는 것이였으리라.
녀석에게 다가갔다.
“니키, 이게 뭐야” 라니까 “스파이더매앤~.”이란다. “니키도 스파이더 맨 갖고 싶어?”라 재차 물으니 “야아~” 란다. “그래, 할아버지가 니키한테 커다란 스파이더맨 하나 사줄 께.” 라니 오케이라며 씨이 웃는다. 얼마나 그게 갖고 싶었을까. 흐음, 녀석의 생일 선물로 무엇을 해 줄까 생각을 해오던 나에게 해답을 준 것이 아니겠는가. 며칠 후 일요일이면 녀석의 만 세살이 되는 생일이다.
여러명의 또래 친구들과 부모들이 모인 생일파티가 끝내고 집에 와서 각종 선물 보따리를 풀기 시작했다. 내가 선택한 선물은 스파이더 맨과 스파이더 맨 캐릭터가 있는 퍼즐 북이었고 아내는 신발과 몇가지 옷들이었다. 다른 선물들을 풀면서도 “와우~, 와우~”를 소리쳤지만 그중에서 스파이더맨이 요샛말로 짱이었음은 말할 나위도 없었다.
녀석이 스파이더맨에 취해있는 모습을 바라다보고 있던 아들녀석이 한마디 한다.
“내가 어렸을 때 가장 갖고 싶은 것이 스파이더맨이었는데 끝내 사주지 않았다.”며 웃는다.
우리 부부는 그때의 그런 기억도 하지 못하고 있었다. 미국에 이민을 온지 삼년 이내에 있었던 일인 것 같다. 그런데 지금에 와서 왜 이렇게 미안한 생각이 들고 있는 것일까. 아마 내 탓이었을것 같다. 아내는 아이들의 웬만한 요구에는 나를 속이면서까지 응해주는 편이었지만 나는 ‘교육’이라는 명분을 세워가며 한번 ‘아니다’면 끝까지 버티는 성격이다.
얼마나 그게 갖고 싶었을까. 녀석의 아들 니키가 놀이터에서 발견한 스파이더맨을 만져보기라도 했으면 하는 그런 마음이었으리라.
일주일만 있으면 아들 녀석의 서른 일곱번째 생일이다.
또 하나의 조그만 스파이더맨을 사야겠다. 서른 일곱살짜리 베이비의 생일 선물로. 결국 이것도 어린 니키에게 가게 되겠지만 삼십여년전 아무 생각도 없이 어린 가슴에 야속함과 아쉬움을 안겨주었던 사죄의 의미이기도 하고. 한바탕 즐거운 웃음으로 맞게될 녀석의 서른 일곱번째 생일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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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재문 |
11-02-17 00:4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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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보 선생님 오늘은 정월 대보름입니다. 미국에서 뜨는 달도 그렇게 둥글게 둥글게 떠오르겠지요. 보름달 보면 고국 그리고 고향 생각이 나시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건강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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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영보 |
11-02-17 06:1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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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선생님: 한국 방송이나 신문을 통해 대보름 소식은 듣고 있습니다만 이곳은 지금 비가 내리고 있어 달 구경은 하루나 이틀, 비가 그칠떼에나 해야 될 것 같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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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복희 |
11-02-18 21:5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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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선생님 오랜만입니다.
가슴 따뜻한 글 잘 읽었습니다.
우리가 젊었을 때는 아이들의 마음을 깊이 헤아리지 못했던 것 같습니다.
이 글을 읽고나니 저도 아들애 한테 미안한 일이 생각나네요.
그러나 전 박 선생님처럼 다시 사줄 수 없는 물건이어서 아쉽습니다. ㅋ
그래도 선생님은 자상한 할아버지, 아버지임이 묻어납니다.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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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만성철용 |
11-02-19 03:5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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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 타국에서 고국에서 있었던 일의 기록이라 시간과 공간을 떠난 글이러서인지 신선합니다.
그런 이야기를 이렇게 우리들의 홈에서 만날 수 있는 좋은 세월을 우리가 살고 있구나 하는 생각도 들게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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