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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쓴이 : 이진화 |
날짜 : 11-01-29 01:41
조회 : 17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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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다리는 사람들
이진화
어릴 적에는 그렇게 더디 가던 시간이 점점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나이가 들면서 미래에 대한 기대로 가슴 뛰는 일이 줄어들지는 몰라도 누구나 무언가를 기다리며 살아간다. 시간, 사람, 기회, 재물, 성공, 그 밖에 무엇이든 기다릴 것이 없다면 삶은 무미건조해지고 말겠지. 그렇다면 이즈음 나는 무엇을 기다리며 살고 있을까 곰곰이 생각을 해본다.
지난 연말연시에 한 칠십대 할머니의 삶이 화제가 된 적이 있다. 사람들은 패스트 푸드점과 커피 전문점에 머무는 그녀를 ‘맥도날드 할머니’라고 불렀다. 백발에 트렌치 코트를 입고 종일 영자신문 읽거나 글을 쓰고 있는 그녀는 명문대 불문과 출신에 유능한 공무원이었다고 한다. 그랬던 그녀에게 무슨 사연이 있기에 이리저리 떠돌며 쪽잠을 자고 있는지 공중파 방송과 인터넷은 앞을 다투어 취재에 열을 올렸다. 그런 관심의 근원에는 뭔가 극적인 이야기가 있으리라는 기대와 기적을 기다리는 마음이 깔려있는 게 아닌가 싶다.
어떤 이들은 미혼인 칠십 대의 노인이 자신의 반려자인 ‘아담’을 기다려왔다는 것이 터무니없이 비현실적이라고 하지만 그 말은 결코 이룰 수 없는 꿈,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화양연화를 상징하는 것이 아닐까. 그녀의 고생이 유별난 성격과 개인적인 문제 때문이라고 단호하게 말하는 사람들도 있는데 그렇게만 보기에는 어쩐지 석연치 않은 점들이 있다. 십여 년 전, 일본 도쿄 거리에서 만난 노숙인 무리가 우리 곁으로 한 걸음씩 다가오는 게 아닌가 하는 우려의 마음이 생긴다. 우에노 공원과 지하철 역사에 종이상자로 집을 짓고 모여 사는 사람들 중에는 두꺼운 원서를 읽고 있는 중년의 남자와, 자신의 종이집을 멋진 작품으로 만들어놓은 젊은이도 있었다. 그들의 지적이고 초연한 모습을 보며 과거 어느 시점까지는 사회의 일원으로 자기 몫을 다하고 살았을 텐데 왜 저렇게 국외자로 길에서 살게 되었을까 고개를 갸우뚱했었다. 중년 이후에는 고학력 전문직을 가졌던 사람도 일자리를 다시 얻기 어려운 세상이 온다는 걸 감히 상상이나 했던가. 자기 분야에서 성공을 하고 인정을 받았던 사람일수록 정상에서 꺾어지는 내리막의 삶을 수용하기 어렵다는 것, 우리나라에도 그런 인구가 늘어나게 되리라는 전망이 마음을 무겁게 한다. 가장 가까운 사람들과의 관계부터 끊어지고 부초처럼 살아가는 사람들이 점점 늘어난다면 과연 어떤 세상이 될까.
얼마 전에 ‘도쿄 로즈’라는 다큐멘터리 영화를 본 적이 있다. 도쿄의 도심에서 여행 가방을 끌고 다니는 할머니에게 카메라의 초점이 맞춰졌는데 차림이 독특해서 누구나 그녀를 한눈에 알아보았다. 늘 긴 드레스 차림에 하얗게 분화장을 한 모습이 이상하게 보일 수 밖에 없지만 그래도 몇몇 사람과의 교분을 이어가는 것이 우리나라 '맥도날드 할머니'와는 다른 점이었다. 영화의 후반부에 ‘도쿄 로즈’가 도시에서 돌연 사라졌을 때 그녀가 어디로 갔을까, 혹시 하늘나라로 간 것을 아닐까 하는 소문이 수년 간 떠돌았다. 다행히 친분이 있는 지인의 도움으로 고향에 돌아가 건강하고 편안하게 노후를 보내는 모습이 보여주며 영화는 끝을 맺었다. 그녀는 가면 같은 화장을 지우고 맨얼굴로 웃고 있었다. 비로소 안도감이 들었다. 도심에서 평생 배우 같은 삶을 살아온 그녀가 기다린 것은 고향으로 돌아가는 일이었다.
우리가 기다리고 바라는 것은 아담(사랑, 가족), 고향(공간, 안식) 뿐 아니고 하루하루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이웃과 더불어 세상에 필요한 사람으로 살아가는 것이다. 그러자면 후반전을 어떻게 살아야 할 지 고심하다가 새로운 일을 시작하게 되었다. 바로 사회적 약자인 청소년, 가족, 다문화 가정, 노인, 탈북자들을 위해 코칭하고 살아갈 힘을 북돋워주는 ‘사회적코칭’이다. 우리는 일을 얻고 그들은 자신이 가지고 있는 탁월성을 발견하게 되기를 기대한다. 만나야할 사람들 중에는 미래를 기다리며 코칭 봉사대로 훈련받고 있는 대학생들도 있는데 젊은 그들에게는 멘토코치가 되어 주어야 한다. 첫만남을 위해 통화를 한 청년의 목소리는 아직 소년과 같이 앳되고 어렸다. 아마도 돌봄을 받지 못하고 방황하는 100만 명의 청소년 중 하나가 그 형을 기다리고 있을 지 모른다. 올해 대학에 입학하는 그가 사회적코칭 봉사대에 자원한 동기가 무엇인지 자못 궁금하다.
‘영원히 살 것처럼 배우고 내일 죽을 것처럼 일하기’ 위해 아직 만나지 못한 그들의 모습을 그려본다. 우선 날마다 나를 기다리는 어머니를 찾아 뵈야 하고 여전히 아담을 기다리고 있는 ‘맥도날드 할머니’에게도 가봐야겠다. 광화문에 나갈 때마다 습관적으로 바라보는 커피 전문점 이층에는 여전히 등이 구부러진 그녀가 앉아있다. 그녀 앞의 테이블 위에는 차곡차곡 접힌 영문판 신문 속의 과거가 모 백화점의 쇼팽백에 담긴 채 구원요청을 하듯 서있다. 유난히 추운 겨울은 막바지에 이르렀지만 불안하고 위태로운 기다림은 결코 몸을 누일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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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병식 |
11-01-29 07:1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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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화선생님께서 요즘 어떻게 지내시는가를 이 작품을 통해 알것 같습니다.
'영원히 살 것처럼 배우고 내일 죽을것 거럼 일하기'라는 삶의 모토가 참으로
건실합니다. 선생님처럼 봉사할동을 하신 분들이 계시기에 살을 에이는 추위도
춥게 느껴지지 않는것 같습니다. 작품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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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진화 |
11-01-30 18:0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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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병식 선생님, 안녕하세요.
은퇴 후 40년이라는 말이 보편화 되어가는 시대에 20세기의 주역이었던 전문직 시니어들은 좋아하면서 사회적으로 기여할 수 있는 일거리를 찾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합니다.
일방적인 봉사가 아니라 경제생활에도 도움이 된다면 더 즐겁겠지요.
늘 건강하시고 즐거운 설 명절 보내세요.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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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원명화 |
11-01-30 08:1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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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듬에도 멋진 삶을 이어가는 분들은 세월도 무서워하지 않는다고 들었습니다. 늘 배움의 열정으로 뜨거운 이진화선생님의 모습에서 삶의 활력이 넘쳐보여 부럽답니다. 흐르는 물에 이끼가 낄사이 없다고, 그 바쁜 일정속에서도 이렇듯 간간히 작품을 발표하시는 걸 보면 세월도 무서워 도망갈 거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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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진화 |
11-01-30 18:1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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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명화 선생님, 제가 알아봤는데 세월이 가장 무서워하는 분이 박원명화 선생님이라고 합니다. ㅎㅎ..^^
"神의 펜은 오늘도 나의 인생을 쓰고 있다."고 했으니 우리도 열심히 써야지요.
요새는 심층 인터뷰와 라이프 스토리 쓰는 일에 재미를 붙이고 있답니다.
윤동주 선생님 추모제에도 잘 다녀오시고 신묘년 내내 큰 복 받으세요.(^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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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만성철용 |
11-01-31 13:1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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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의 하루는 기어가지만 노인의 일년은 날아간다는 말이 실감나는 오늘은 벌써 섣달 그믐이네요. 아내는 외출을 하고 집은 제가 지키고 그렇게 보낸 한 해였습니다. 그래서 점심은 혼자 해결하고 그걸 설거지 하면서 이런 생각을 한답니다. '아, 우리는 헤어져 사는 연습을 하고 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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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진화 |
11-02-01 00:4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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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만 선생님, 2011년 신묘년에도 더욱 멋진 활약을 기대합니다.
사모님이 외출하시면 돌아오실 때까지 적적한 마음으로 기다리시는군요.
선생님과 사모님 늘 건강하시고 즐거운 설날 보내세요.(^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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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재문 |
11-01-31 23:0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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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참 많은 것들을 기다리며 살았는데 해가 갈 수록 기다려지는 것이 줄어들어갑니다. 그만큼 이제 기다리는 것들을 포기하고 살아야 하는 나이가 되어가는 것을 느낍니다.그래도 기다리며 사는 것이 희망이 있어서 좋읍니다. 기다리지 않아도 우리 앞에 다가온 설명절 즐겁게 보내시기 바랍니다. 좋은 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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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진화 |
11-02-01 00:5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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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재문 선생님, 경인년도 저물어 갑니다.
다가오는 신묘년에는 선생님 댁에 건강과 기쁨이 가득하시길 빕니다.
설명절 즐겁게 보내세요.(^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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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진철 |
11-02-02 21:0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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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정이라 어제 들어와서 글들을 읽습니다
이번에는 아프리카쪽으로 가야될 형편인데
그들을 위한 봉사나 그런게 아니고
돈 좀 벌어 볼까 하고 가야 될것 같군요
아직 속물이지요
그러면서도 돈 만원 쓰는것도 인색한 자신이
나이를 헛먹은것도 같고 그렇습니다
참... 이진화 선생님은 아름다우시군요
아름답게 사시고, 아름답게 생각하시고
아름답게 보시고..... 즐거운 설 명절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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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진화 |
11-02-03 00:1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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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진철 선생님, 벌써 새해 신묘년입니다.
늘 강건하고 평안하시길 빕니다.
생업은 신성하고 소중하지요.
아프리카에 가서 좋은 일이 많으시길 바랍니다.
고맙습니다.(^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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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복희 |
11-02-03 18:5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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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히 좋은 일 하시며 좋은 글도 엮어내시는군요.
경제에 도움이 되는 일을 해야되는데 경제에 도움되
안되는 일을 하며 글도 못 쓰고 있는 저는
이진화 선생님이 부럽습니다.ㅎ
능력에 차이겠지요.ㅋ
다음 글 기대가 됩니다.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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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진화 |
11-02-06 17:0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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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복희 선생님, 설연휴 잘 보냈셨는지요.
하도 여러 날 집에서 세 끼 밥상을 차리다 보니 세월 가는 줄 모르겠습니다. ㅎㅎ...
능력이라니요. 최 선생님처럼 방송 앵커는 아무나 하나요. ^^
돈을 버는 것이 중요하지만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사회에 기여하는 것도 귀한 일입니다.
올해도 행복하고 건강하시길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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