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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쓴이 : 이진화 |
날짜 : 10-03-15 11:01
조회 : 17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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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과 친구 되기
이진화
오늘 하루 몇 번이나 전화를 받았던가. 일과 관계된 사람 외에 개인적인 친분이 있는 사람들과의 통화가 평균 몇 번이나 되는지 가늠해본다. 디지털 세계를 살아가면서 하루에 다섯 명 내외의 사람들로부터 사적인 안부전화를 받는 것이 건강한 사회생활을 하는 기준이라고 하던데 그에 미치지 못하는 날이 꽤 많다. 그야말로 별다른 목적 없이, 소중하지만 긴급하지 않은 전화를 받는 여유가 내 삶의 질을 결정하겠구나 싶은 생각이 든다.
일 때문에 수많은 사람들과 메시지와 이메일을 주고받고, 블로그와 홈페이지, 카페를 공유하다 보면 의사소통이 상당히 원활해 보이지만 막상 내가 기쁜 일이 있거나 어려운 일이 있을 때 얼굴을 마주보고 손을 잡아줄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허다한 정보가 총알같이 빗발치는 세상에서 어쩌면 우리는 방패 뒤에 숨어 최소한의 안전을 추구하고 있는지 모른다. 주소, 성별, 본명을 모르는 사이버 상의 친구들은 어느 순간 아무 예고 없이 사라져 버린다. 가상현실 속에서 매우 가깝게 느껴지던 사람들이 신기루처럼 없어지다니 얼마나 허망한가.
감춤과 드러냄의 긴장된 구조 속에서 소통 가능한 사람들이 모였다 흩어지는 사이버 공간에서는 또 다른 삶이 펼쳐진다. 요즈음에는 인터넷 상의 만남으로 배우자를 찾는 젊은이가 있고, 취향과 사고방식이 비슷한 친구를 만나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원래 친분 있는 사람이 아닌 경우에는 자신을 제한적으로 개방하거나 현실과 아주 다른 캐릭터를 만들어내기도 한다. 되고 싶은 나로서 생각하고 말하는 것이 카타르시스를 일으키겠지만 역기능적인 면도 있다. 현실과 상상의 괴리가 크면 클수록 실생활에 적응이 어렵고 현실도피를 하기 쉽다. 심지어 아기 키우기 게임을 하면서 자기 아이는 돌보지 않는 사람이 있는 세상이다.
얼마 전 이메일로 새로운 사이트에 초대한다는 편지를 받았다. 이미 연관된 사이트가 여러 개라서 어쩔까 했는데 평소에 존경하고 신뢰하는 분의 제안이라 한 번 들어가 보기로 했다. 사촌오빠는 우리나라에 처음으로 벤처사업을 시작한 과학자이며 사업가이니 뭔가 이유가 있어서 나를 그 공간에 초대했을 것이다. 그의 말대로 페이스북(facebook)이라는 것이 미니홈피보다는 훨씬 개방적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전 세계가 하나의 일터요, 장터요, 놀이마당이라는 것이 실감 났다. 블로그가 점조직이라면 페이스북은 그물망 같은 웹조직이다.
나는 거기서 밴쿠버와 상하이에 사는 동생들, 미국과 홍콩에 흩어져 있는 조카들을 만났다. 그 많은 사람들 중에 쉽게 연결이 되다니 혈육에게는 보이지 않게 이어진 길이 있다고 믿게 된다. 따로 국제전화를 하거나 이메일로 안부를 묻지 않아도 그들이 어떻게 지내는지 알 수 있고 거의 실시간으로 쌍방향 소통을 할 수 있다는 특성이 있었다. 자신의 얼굴과 경력을 드러내고 친구가 되고 싶은 사람을 초대하는 방식인데 네트워킹의 특성상 아는 사람을 통해 새로운 친구를 만나는 과정이 매우 역동적이다.
등록하는 즉시 얼마 전 결혼한 조카 지현이의 사진과 가족사진을 올리고 쪽지를 보냈다. 홍콩에 사는 조카 규민과 응민, 미국의 응상, 카나다의 지현이 친구 되기를 수락하고 즉시 내 사진을 공유했다. 태어날 때부터 자라는 것을 보아온 조카들이 어떻게 성인이 되어 가는지 알게 되다니 정말 반가웠다. 그 아이들은 전 세계에 수백 명의 친구가 있고 생활이 거침없이 생기발랄했다. 그동안 이메일조차 쓰기 불편해 하며 막연히 바다 건너나 담 너머에 살고 있다는 느낌만 가졌는데 한 공간에서 얼굴을 보며 소통을 하니 거리감이 없어졌다. 세대와 상관없이 가족이나 형제자매도 친구가 되지 않으면 결코 소통 할 수 없다는 것을 비로소 깨닫는다.\
외로운 현대인에게 앞으로 어떤 소통의 도구가 생겨날지 모른다. 분명한 것은 가족이 한 자리에 모이기 힘든 세상에 대화의 통로마저 막힌다면 가족이 남보다 멀어질 수도 있다는 불길한 가능성이다. 어쩌면 서로 멀리 바라보는 섬이 되어 예기치 않게 매스컴에서나 혈육의 소식을 접하게 될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오늘 가족과 벗들에게 다시금 ‘친구 되기’를 클릭해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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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순태 |
10-03-16 04:3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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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곤소곤 이진화 선생님의 정겨운 화제를 반깁니다.
이시간 인터넷이기에 실례되지 않는 방문겠지요.
가히 세계화에 걸맞는 선생님댁의 가족형성이 놀랍습니다.
인터넷으로 휴대폰으로 나누는 정보들이 한편의 작품으로
거듭날 수 있음 또 한 이진화 작가님의 솔솔한 기쁨이시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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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진화 |
10-03-18 01:0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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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순태 선생님, 우리가 문우가 되어 이렇게 정담을 나누는 것도 예전 같으면 상상도 못할 일입니다. 직접 만나면 더욱 좋고, 못 볼 때는 홈페이지에서 마음을 나누며 정이 더 듭니다.
다음 모임 때 꼭 뵈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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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복희 |
10-03-16 08:5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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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로벌 시대에 걸 맞는 글이군요.
이선생님은 언제나 앞서가는 가정 환경 속에서 사시는 것 같습니다.
공감가는 글 잘 감상했습니다.
글도 외모도 말씀도 마음도 예쁘신 이선생님이십니다.
좋은 글 많이 읽게 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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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진화 |
10-03-18 01:0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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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복희 선생님, 원하든 원치 않든 세상이 그렇게 변해갑니다.
그러나 마음만은 따스하게 가지고 디지털 노마드 시대를 살아가야 되겠습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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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재문 |
10-03-17 16:1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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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인터넷 시대라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인터넷에 거의 없는 것이 없으니까요. 재미있게 보면 한 없이 재미 있고, 그것이 인터넷이 아닌가 합니다. 저는 트로트를 좋아해서 트로트방을 자주 기웃거려봅니다. 새봄에 좋은 일들만 가득하시기를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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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진화 |
10-03-18 01:0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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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재문 선생님, 인터넷으로 트로트를 즐기고 계시군요.
흥겨운 노래 많이 듣고 부르면서 새봄 맞으시기 바랍니다.
읽어주시고 답글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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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창식 |
10-03-18 14:3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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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화 선생님, 전 한 달에 다섯 번 안부전화 받기도 힘들어서요...^^
통렬히 반성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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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진화 |
10-03-19 00:4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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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식 선생님, 작가회 홈페이지에 들어와서 답글 다는 것도 안부전화 한 통으로 해드립니다. 홈페이지에서 자주 뵙도록 하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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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병문 |
10-03-18 20:5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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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화선생님,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그리고 이제는 포스트 디지털에서 글로벌화로 번개같은 그 세월에 자칫 혼자만 바보가 되는 것은 아닌가하는 생각이 듭니다. 이제 다문화의 이질은 우리가 극복해야하는 명제가 되었고, 가족은 친구가 되고, 친구는 또 일가가 되어 다시 우리 앞에 서는 지구촌가족의 시대가 오고 있는듯 싶습니다. 그것들이 꼭 좋은 것인지 우둔한 저는 엉거주춤한 채,
아직도 콤푸터의 자판을 독수리가 먹이를 쪼듯 한자한자 그리 치고 있습니다. 글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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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진화 |
10-03-19 00:4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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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우리에게는 낯선 facebook이 이미 구글을 앞질렀다고 하네요.
일단 큰 흐름은 따라가야 소외되거나 도태되지 않을 것 같습니다.
자상한 답글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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