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화 선생님이 감 이야기를 하시니까 생각나는 일이 있네요. 역사에 대한 평가는 후학들에게 맡기고 그냥 평범한 이야기입니다. 지금도 있는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청와대 대통령 관저 앞에 살구나무가 있었습니다. 조경 관리사가 어찌나 관리를 잘했는지 열매가 열릴때 보면 살구가 아니라 그 크기가 이진화 선생님 댁에 있는 큰 모과 정도가 될 것 같습니다.
그 앞을 지키는 이 모 경호원이 있었는데. 유도가 4단인가 제법 단단한 사람이었지요. 가끔 지만이하고도 잘 놀다가 장난이 심하면 “너 이리 와봐, 대통령 아들이라고 까불면 혼날줄 알아” 하면서 야단도 칠 줄 아는 재미있는 사람입니다. 그런데 청와대에서 기르는 과실은 관상용이라 따먹지 못하도록 되어 있는데, 언감 생심 이 사람이, 아 글쎄 그 살구에 군침을 흘리다가 어느날 새벽에 잘 익고 튼실한 놈을 따러 나무 위로 기어 올라 간 것입니다. 가지 앞에 있는 것을 따면 금방 탄로가 나니까 자기 딴에는 머리를 쓴다고 한참 올라가서 뒤로 숨어 있는 놈을 몇 개 골라 딴 것입니다.
그런데 큰일이 난 것입니다. 하필 그때 관저 현관문이 열리며 박 대통령이 새벽 산책을 나온 것입니다. 요즘은 어떻게 바뀌었는지 모르지만 그 당시는 대통령이 산책 나올 때 경호원이 옆에 붙지를 않았습니다. 육 여사도 그랬고 경호원이 옆에 붙는 것을 싫어 했으니까요. 그대신 숨어서 뒤에 붙지요. 다만 대통령도 공식적으로 고정 초소에 붙박이 하고 있는 경호원이 없으면 이상하게 생각 하니까 이 경호원은 무조건 근무하고 있는 모습을 보여야 할 처지였던 것이지요. 그런데 나무 위에 있으니 어쩝니까. 그냥 놀래서 후다닥 내려 온다는것이 고양이 새끼도 아니고 육중한 몸이 쿵하고 바닥으로 떨어진 것이지요.
대통령도 깜짝 놀랬지요. 조용한 새벽에 나무 위에서 곰 한마리가 바닥에 떨어지는것 같았으니 마음 약한 사람 같았으면 그냥 관저 속으로 들어 갔을텐데, 워낙 배짱이 좋은 분이라 대충 무슨 일인지 짐작을 하고 떨어진 곳으로 달려 왔습니다. “ 흠, 자네 살구 따러 나무 위로 올라 갔었구만” 당황한 이 경호원은 어찌할 바를 모르고 일단 일어서려고 했으나 발목이 삐어(다행히 부러지지는 않았음) 주저 앉고 말았습니다. 그 모습을 본 대통령은 뒤 따라온 다른 경호원에게 붕대와 파스를 가지고 나오라고 시키고는 손수 응급조치를 취해 주었습니다.
잘못하다가는 경호실은 초상집이 될것이 뻔했습니다, 따 먹지 못하는 살구를 딴 것도 문제지만 대통령 산책시간에 황당한 일이 일어 났고, 대통령의 심기를 불편하게 만들었으니 그 문책 범위가 어디까지 번질지 모르는 엄청난 일인 것입니다. 이때 박 대통령 말씀이 다친 사람과 뒤에 따라온 경호원에게 “자네들 두사람과 나 이외에는 일체 다른 사람에게는 비밀로 해야 해, 이것은 내 명령이야” “ 네, 알겠습니다, 각하” 이래서 이 엄청난 사건이 무사히 넘어 갔는데 발없는 말이 천리 간다고 한참후에 시효가 지난후에 알려 지게 된것이지요.
그런데 그당시는 까치나 새들이나 짐승들의 먹이가 충분했던지 요즘 처럼 그물을 덮어 놓지 않았어도 온전히 보존 되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새마을 운동 때문에 지금보다도 먹을 것이 풍족 했던지 아니면 지금보다 짐승들에게도 많이 베풀고 인심도 좋았던 시대가 아니었나 생각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