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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쓴이 : 박영보 |
날짜 : 10-02-24 02:02
조회 : 2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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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잎은 발에 밟히고
박영보
어제
해 질 녘까지만 해도
그렇게나 황홀했던
봄의 색깔
실비에 젖은 무게
스치는 솔바람 견디다 못해
아스팔트 위로 내려 앉는다
발에 밟혀 뭉개진 꽃잎
신음소리 한번 지르지도 못하고
견뎌야 하는 아픔
꽃잎에 서린 각고의 시간들
가느다란 봄비의 무게에도
소슬바람의 살랑거림에도
감당하지 못해 나둥그는 모습
발길에 밟히는 아픔을
감내하며
어둠에 섞인다
** 이곳의 날씨는 참 심술궂습니다. 일년내내 한방울도 내리지 않던 비가 이곳 캘리포니아의 우기라고도 하는 이때가 되면 꼭 찾아올게 무엇인지 모르겠습니다. 매년 2월 초순~중순 사이에 피기 시작하는 자목련의 망우리가 완전히 열리기도 전에 땅에 떨어트리는 심술. 이십년 넘게 이 일을 당하기만 하여 발을 동동 구르는 아내 보기가 안스럽기도 합니다. 지금은 싹이 트기 시작한 잎새 사이 사이로 몇개씩이 남이 있는 꽃잎들이 오히려 흉물스럽게 보입니다. (이런 글은 반칙이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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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병문 |
10-02-24 15:1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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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보선생님,
발길에 밟히는 아픔을 / 감내하며 / 어둠에 섞인다.
잎이 지고 꽃이 지는 아픔은 세월 탓이겠지요. 그 세월 앞에 너도 나도 지는 줄 모르고
한 세상 사는 것이 우리네 삶이 아닐까요. 그나마 다행인 것은 지는 아픔 감내하며 어둠에
섞이는 자목련의 지혜, 그것은 비련일까 아니면 생존의 몸부림일까 가만 생각해봅니다.
좋은 시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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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영보 |
10-02-25 22:5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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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그 세월이라는 게 그렇게나 빨리 가버리는군요. 자연이라는 것도, 가끔은 예외라는 게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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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희순 |
10-02-24 17:5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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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려했던 자목련 꽃이 지듯
인생도 언젠가는 그렇게 스러져 가는 것일까요.
만물이 소생하는 봄이 왔건마는
만물이 다 소생한 건 아니라는 차가운 현실을 보았습니다.
그 가운데서 저는 참으로 무기력한 존재임을 실감합니다.
꽃이 생명의 나무를 떠난 순간
그 꽃은 주검일 뿐인데 선생님께서도
지는 꽃이 하냥 안타까워 뒤를 돌아보시는군요,
이미 아픔도 잃어 인내마저 사치일 뿐
오직 어둠에 섞일 꽃잎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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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영보 |
10-02-25 23:0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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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원사가 와 서 드라이브 웨이에 깔려있는 꽃잎들을 긁어 모아 쓰레기 통에 담아 놨군요.제 키의 가슴 높이까지 되는 통에 가득 차 있군요. 비에 젖어 질컥해 진 꽅잎들을 수거해 가지 건에 뒷마당으로 끌고 들어왔습니다. 여러개의 구덩이를 파놓고 묻었습니다. 떨어진 꽃잎을 바라다 보며 아쉬워하던 제가 순간적으로 이기적이고 계산적인 사람으로 돌변하는 것이지요. 이 꽃잎을 영양분으로 삼은 호박이며 토마토에서 그런 꽃의 향이나 모양을 내 줄것 까지는 기대하지 않겠지만~.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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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진철 |
10-02-24 19:0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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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시가 쓰고 싶어 지는 계절이 왔습니다
건강하시고 건필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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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영보 |
10-02-25 23:1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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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때 한국의 산야는 얼마나 아름다워지고 있을까 생각해 봅니다.
제가 알량한 시를 올리게 된 '반칙'이 용서가 된다면 선생님께서도 가끔
한편씩 올려 주시죠. 저는 중고등 학교 때부터 '수필' 비슷한 글을 써 왔지만
제일 먼저 시, 그다음으로 수필과 시조 순서로 문학이라는 문턱 앞을
서성거리기 시작 했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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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희승 |
10-02-24 22:1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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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련꽃 그늘 아래서 베르테르의 책을 읽노라.....
비가 그렇게 심술궂으니 꽃그늘에서 책을 읽기가 어려울 것 같습니다.
대신 떨어진 꽃잎을 보고 시를 한 수 얻었으니
이 또한 의미 있는 일이 아닌가 합니다.
이곳은 며칠 날씨가 포근합니다.
곧 남녘에서 매화꽃 소식이 들려올 것 같습니다.
지금쯤 성기게나마 툭툭 터지고 있겠군요.
저는 꽃을 기다리는 이 즈음이 좋습니다.
조금 지나면 너무 요란해서, 너무 눈이 부셔서 부담이 가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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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영보 |
10-02-25 23:2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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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작 수필마당에 '시' 나눔의 마당이 벌어지는 것 같습니다. 지금 뒷마당에는 홍도, 넥타린, 복숭아 홍도 꽃이 활짝 피었고 빨간 꽃매화와 자두 꽃이 하나둘 씩 피어나기 시작하고 있습니다. 아보카도도 꽃망울들이 덩어리 지어 매달려 있고 레몬과 오렌지 나무에는 작년부터 매달린 열매들이 주렁주렁 채우고 있는데도 가지 사이사이에는 크림색 꽃들이 피어나고 있습니다. 사과나 배, 포도와 감나무는 가지가지마다 눈이 도톰해 지고는 있으며 패티오 지붕을 덮고 있는 등나무는 수수 모가지같은 꽃망울들이 꽉 차 있습니다. 이 따사롭고 향이 넘치는 계절에 회원 여러분들의 하루 하루가 아름답고 복되게 펼쳐지기를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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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재문 |
10-03-01 14:3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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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봄이 오니 감격스럽고 시심이 발동할 듯합니다. 좋은 시 잙 읽었습니다. 고향의 봄이 그립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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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영보 |
10-03-07 21:2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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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추나무에서 사방으로 퍼진 뿌리에서 수도 없이 돋아난 일년생 나무들 중에 20여 그루를 골라 접목을 했습니다. 뿌리에서 나온 나무들은 야생의 대추여서 열매도 손가락의 한 마디 정도 크기밖에 되지 않아 좋은 열매가 열리는 가지을 잘라 접목을 하는 것이지요. 후지 사과 나무도 그렇게 많은 잔 뿌리가 나서 이번에는 역시 20여그루의 신고배 나무를 접붙이기 했습니다. 내년에도 성공된 나무들은 인터넷에 올려 희망하는 분들께 나누어 드릴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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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방주 |
10-03-01 19:4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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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말에 제주에 다녀왔습니다.
길가에는 풀이 파랗고
목련이 붕어 아가미처럼 벌어지고
홍매가 아름답게 피어 있었습니다.
다시 청주에 돌아 오니 봄이 아지 멀어 황량한 느낌마저 들었습니다.
그런데
선생님의 글을 읽으니
아픔 속에 성숙해가는 계절을 느낍니다.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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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영보 |
10-03-02 16:5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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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희집 앞마당 드라이브 웨이에도 홍매가 피어 있습니다. 미국에서는 보기 드믄 꽃입니다. 몇년전 한국에 갔을 때 거래처의 윤사장댁에서 포기나눔을 해 준 것인데 매년 이맘때면 저 말고도 저의 룸 메이트가 가장 좋아하는 꽃이기도 하지요. 포기가 늦어져 늦은 가을 쯤에는 4등문을 해서 네 그루로 포기나눔을 할 생각입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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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언주 |
10-03-04 08:5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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습기 속으로 스멀스멀 번져오는 그 느낌을 이해할 듯 합니다.
오래 전 내가 맞이했던 어느 풍경들을 떠 오르게 하네요.
어쩔수 없는 새싹 때문에 벤자민 가로수 잎사귀가
우루루 낙엽이 되어 굴러다니는 을씨년스러운 봄날...
하지만 내 상상 보다는 훨씬 더 아름다운 봄날을 맞고 계실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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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영보 |
10-03-08 17:5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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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마당 정리를 좀 해야겠습니다. 등꽃 봉우리들이 보라의 색갈이 짓어져 가는 걸 보니 다음 주말 쯤에는 꽃들이 활짝 필 것 같습니다. 매년 이맘대면 카레라를 들고 찾아오는 손님들이 많아지는데 이를 대비하기 위헤서 이지요. 등꽃 아래서 그린 티 한잔씩을 나누게 될 이야깃거리들을 생각해 봅니다. 진달래 개나리가 활짝핀 고향의 산야를 생각해 봅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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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자인 |
10-03-04 09:0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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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길에 밟히는 아품을 감내하며 어둠에 섞인다."
짧은 찰라에 지나가는 자목련의 꽃봉오리가 잎이 피기도 전에 땅에 떨어지는 안타까움을 시로 표현하셨군요. 박영보 선생님 시도 잘 쓰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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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영보 |
10-03-07 21:3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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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끄럽습니다. 떨어져 짓밟히는 꽃잎을을 보며 저 자신의 삶을 반추해 보기도 합니다.
뭉개진 꽃잎들을 바라다 보며 아쉬워했었는데 어느새 새 잎새들, 새 꽃봉우리들이
돋아나고 있군요. 이들을 바라다보고 있으려니 새로운 기쁨도 생깁니다.
뒷마당의 패티오 지붕을 덮고 있는 등나무 가지마다 매달린 꽃봉우리들이 보랏빛을
띄우기 시작을 했으니 이번 주말 쯤엔 활짝 필 것 같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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