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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쓴이 : 임재문 |
날짜 : 10-02-15 14:17
조회 : 2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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젖먹을 힘
임 재 문
젖먹을 힘까지 다 한다는 말이 있다. 그러나 나에게는 이 말이 통하지가 않는다. 어릴적에 엄마 젖을 다 먹지 못하고 자랐기 때문이다.
내 어머니께서는 몸이 좋지 않으셨는데, 나를 낳고 나서 더욱 더 몸이 안 좋아져서 허약해 지신 관계로 나는 엄마 젖을 다 먹지 못했다. 그뿐이 아니다. 내 어머니께서 나를 낳고 나서 몸이 안좋아졌다고, 외할머니께서는 내 볼기짝을 사정없이 때리셨단다. 그럴때마다 내 어머니와 내 친 할머니는 나를 부둥켜 안고 울음보를 터트렸다고 전한다.
어린 것이 무슨 잘못이 있다고 그렇게 인정사정 볼 것 없이 두들겨 패는 것이냐고, 요즘 같으면야 분유천국 세상이니 엄마 젖이 없어도 분유로 건강하게 잘 자랄 수가 있는 세상이 되었지만, 내가 태어날때만 해도 동냥젖을 얻어먹기 전에는 살아갈 수가 없었다.
그렇게 동냥젖이라도 얻어먹을 처지가 못되었던가 보다. 어머니와 할머니께서 특별하게 만든 미음으로 연명을 할 수 밖에.그렇게 미음으로 연명하다보니 몸은 허약해질대로 허약해져서 다리는 참새다리처럼 가늘고 목은 아마 우주인처럼 그렇게 되었었나보다. 그래도 죽지 않고 살아남아 걸어다니는 것이 신기할 정도라고 했으니 .. ..
자라나면서 다리에 힘이 없으니 넘어지기 일쑤요, 다리정갱이는 성할 날이 거의 없었다. 덕지 덕지 훈장처럼 부스럼 딱지를 달고 다녀야 했다. 그리고 왜 그렇게 코피는 자주 쏟아내는지, 한끼만 굶어도 코피를 쏟기 일쑤요. 친구와 싸움이 붙어도 제일 먼저 터지는 것은 코피였기 때문에 맨날 지고 맞고 다니는 처량한 신세가 되었다.
잠을 조금만 못자도 코피를 쏟아내는 내가 교도관 생활을 하며 격일제 야간근무를 해야 했으니 그 고충을 어느 누가 알아나 줄까?
신혼생활때 야간에 아내와 함께 조금만 무리를 해도 코피를 쏟아 아내에게 연민의 정을 느끼게 해야 했다. 도무지 세상살이가 왜 그렇게 피맺히게 어려운 것이었을까?
그런데, 아내가 첫아이를 분만하고 모유로 수유를 했는데, 항상 아이가 먹고도 젖이 남아 주체할 수가 없은 것이 아닌가?
젖짜는 기계를 사다가 젖을 짜서 버려야하는데 그것도 쉽지가 않은 모양이어서 애를 먹어야 했다. 이때다 ! 하고 생각한 것이 어릴 적에 못먹은 젖을 내가 실컷 먹어보자는 것이었다. 남은 젖도 무리 없이 해결하고 어릴 적 그 한을 푸는 것도 좋을 것 같아서다. 아내도 싫지 않은 모양이어서 나는 젖을 포식할 수가 있었다.
물론 둘째아이 젖도 그렇게 남아 나는 뒤늦게나마 남보다 더 많은 젖을 먹는 행운을 얻은 셈이다. 그래서일까? 어려서 크리스마스 새벽송을 돌고도 코피를 쏟던 허약한 내가 제아무리 밤샘을 해도 코피를 쏟는 일이 없는 최강의 사나이가 되었다. 그것이 아내의 젖을 먹은 덕분인지 아니면 내가 건강에 조심하다보니 우연의 일치로 그렇게 건강하게 되었는지 아무도 모른다.
유방이 크고 예쁜 여성을 보면 눈길이 가는 것이 그곳이요, 물론 성감을 느끼기도 하겠지만, 아무래도 나는 모성쪽으로 더 관심이 집중되지 않나 생각해본다.
어떻든 나는 그렇게 아내의 젖을 먹은 덕분에 건강하게 되었다고, 굳게 믿고 살아가고 있다. 그런데도 나는 젖먹을 힘을 다해 아내를 사랑하지 못했다. 아내의 마음을 아프게할 때가 그 얼마나 많았던가?
이제부터라도 나는 젖먹을 힘을 다해 아내를 위해 사랑을 아끼지 않으리라. 젖먹을 힘을 다하지 못했던 내 젊은 날을 한없이 후회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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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희순 |
10-02-16 15:4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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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의 식량창고가 넘치기로소니 상습적으로 얌생이를 하셨다니 유구무언입니다^^
엄연히 주인이 따로 있으니 청지기의 허락이 있었대도 아니 될 일입지요.
유별난 소재로 글을 엮어주시니 그 맛이 또한 별미입니다.
초등학교 6학년이 되어서도 학교만 파하면 엄마 젖을 먹으려고
집으로 득돌같이 내달리던 동네 동생이 생각납니다.
경인년 새해에는 선생님 말씀처럼 젖먹던 힘을 다해 열심히 살자 다짐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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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재문 |
10-02-17 07:1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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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려운 시절 다 겪고 나왔으니 망정이지 정말 생사의 갈림길을 그 얼마나 해메었는지 모릅니다. 몸이 허약하다보니 한 번 아프기 시작하면 꼭 생사의 갈림길을 왔다리 갔다리 해야만 했습니다. 이제는 많이 사람이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대로 건강 유지하며 살아가고 있으니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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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진철 |
10-02-16 19:4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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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선생님 이거야 말로 임자가 다로 있는 것을 언감 생심
임선생님이 잡수셨으니~ 아이고~~
어쨌든 한을 푸셨으니 이제는 젖에 대해서만은 여한이 없겠습니다.
ㅎ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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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재문 |
10-02-17 07:1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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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그 어려운 일을 감당하지 않았더라면 아내가 아마 젖멍울이 가시지 않아서 더 힘들었을지도 모릅니다. 악역을 그렇게 상황윤리적으로 멋지게 했기 때문에 모든 것이 순조롭게 풀리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사실 악역이었지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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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복희 |
10-02-16 23:0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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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선생님 글은 기사라면 특종이라고 생각됩니다.ㅎㅎ
낯설은 소재가 재미를 불러일으키고
연민의 정을 느끼게 합니다.
사모님의 대한 글을 여러 편 읽었지만
이 글에서도 사모님의 마음 따뜻한 사랑이 묻어납니다.
많이많이 사랑하시기 바랍니다.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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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재문 |
10-02-17 07:1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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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 메스콤이라도 탈가봐 겁이 납니다. 우리 교회 홈페이지에도 올렸는데 아마 반란이 일어나지 않을지 모르겠습니다. 최복희 이사님 감사합니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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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병문 |
10-02-16 23:1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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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선생님,
글을 읽으면서 이처럼 해실대기는 근래에 없었던 일입니다.
재미있고, 공감이가고, 글이 자못 심각하게 시작은 되었지만,
기실은 여유가 넘치고 안온한 글이었습니다.
수필이라는 장르에서만 느낄 수 있는 정겨운 글,
참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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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재문 |
10-02-17 07:1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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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병문 선생님 과찬의 말씀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앞으로 더욱 더 좋은 글 엮어가렵니다. 어째 조금은 금기시 되는 부분을 건드렸지 않는가 스스로 자책을 해보기도 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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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병식 |
10-02-17 07:3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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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소 좀 엽기적인 이야기군요.
연년생이 보면 많이 사랑탐을 하는데 임재문선생님은
젖에 대한 결핍증이 심하게 남아 있었나 싶군요.
이 글은 내려버려야 할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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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재문 |
10-02-17 07:5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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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좀 금기시 되는 부분을 건드리지 않았나 생각을 해보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수필이 너무나 그 틀안에서만 움직여서는 발전성도 없을 뿐만 아니라 타 장르에 뒤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으로 그냥 그렇게 올려보았습니다. 폐가 되었다면 죄송하게 생각합니다. 일단 올려놓았고, 이미 한국수필 원고로 송부 했으니 단죄를 감당하려고 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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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진화 |
10-02-18 00:3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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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재문 선생님, 이제 젖먹을 힘을 다해 행복하게 사실 일만 남았습니다.
참고로 어른들은 산모가 젖이 불어 젖몸살이 날까봐 그런 처방을 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그것을 선뜻 실행한 남편은 많지 않을 겁니다.
건강해지신 것이 참 감사한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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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재문 |
10-02-18 05:4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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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합니다. 젖몸살이 아니라 젖멍울이 생기고 염증도 일어난다고 합니다. 그 부작용을 막으려고 안간 힘을 써 본것이지요. 그런데, 그걸 공공연하게 이야기 할 것은 못되지만, 글 흐름상 어쩔 수 없이 그렇게 되었습니다. 이진화선생님께서도 좋은 일들만 가득하시기를 바랍니다. 다시 한 번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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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영보 |
10-02-18 20:1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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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이프에게 선생님의 이 수필 이야기를 했답니다.
와이프 왈, 임선생님께서는 사모님께 "엄마아~'하고 부르며 품에 폭 안겨 보시라는 군요.
그러면 사모님께서는 임선생님의 등을 토닥여 주실 것 (이것은 제 생각) 입니다.
정말 새롭고 재미있는 소재의 글,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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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재문 |
10-02-19 08:0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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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합니다. 이국의 하늘아래서 들려오는 호평에 몸둘 바를 모르겠습니다. 저는 그렇습니다. 소설은 고 정비석 소설가님의 "자유부인" 시절부터 시작해서 끊임없이 외설 시비가 끊이지 않았습니다. 마 교수의 단죄로 일단락을 지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우리 수필도 이제는 그 틀을 벗어나야 하지 않겠느냐 하는 바램입니다. 저는 교회 홈피에도 이 글을 실었는데, 사실은 성경은 더 엽기적인 면이 많습니다. 일일이 열거 하지는 않겠지만요. 박영보 선생님께서도 건강하시고 하시는 모든 일들이 잘 되시기를 기도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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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재준 |
10-02-20 15:5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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젖은 곧 생명입니다. 생명의 나눔은 곧 사랑입니다.
사랑의 향기는 후각으로 느끼는 꽃향기에 비할 수 없지요.
꽃 향기는 순간 환상에 젖고 곧 사라지지만 사랑의 향지는 감동이 되어 영원으로 이어집니다.
어떤 눈으로 글을 읽고 어떤 마음으로 생각하느냐가 문제입니다.
밖에 버리기 직전 사발에 담긴 젖을 마실 수도 있으니까요. 보약도 그렇게 마시지 않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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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재문 |
10-02-21 23:1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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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재준 선생님 멀리서 좋은 감상평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건강 회복 되셨으리라 생각합니다. 앞으로 젖먹을 힘 다해서 살아가겠습니다. 더욱 더 건강하세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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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희승 |
10-02-24 22:4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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ㅎㅎ 결국 사모님 사랑하시겠다는 말씀이군요. 그것도 젖 먹던 힘까지 다 내서. 그러니까 온 생으로. 격려와 힘찬 응원을 보냅니다. 반짝반짝 빛나는 박수소리 보이시죠?
아름다운 이야기입니다.
저도 노력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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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재문 |
10-02-25 12:2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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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희승 선생님 감사합니다. 이제 남은 여생 아내를 위해 더 젖먹을 힘 다해서 살려고 합니다. 박수소리 빛나는 박수소리 귀에쟁쟁 눈에 섬광처럼 번쩍입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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