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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쓴이 : 정동호 |
날짜 : 10-03-10 20:17
조회 : 1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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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천만을 가 보라!
정동호
개발이냐 보존이냐!
‘우선 먹기는 곶감이 달다’는 속담같이 살아가는 데는 반듯반듯한 개발이 더 편리해 보이겠지.
하지만 자연환경의 보존이 얼마나 소중한 가를 보여주는 곳, 순천만을 가 보라!
순천만은 여수반도와 고흥반도를 양 옆에 끼고 깊숙이 들어앉아 있다. 주변이 개발되지 않은 덕분에 갈대와 갯벌과 하천이 태곳적 그대로의 모습을 지니고 있다. 70만평의 갈대밭 한가운데를 가로지르는 탐방로에는 사람들의 발길이 줄을 잇는다. 판교 길 따라 갈대밭을 거닐면 자연의 소중함이 절로 살아난다. 풀은 풀대로 자라고 갯벌은 갯벌대로 질벅거리고 물은 물대로 흘러가게 그대로 내버려 두는 것, 그것이 자연을 보호 하는 것 아니겠는가. 나도 길 따라 흐름 따라 발길가는대로 거닌다. 연인과 함께 걷고 싶은 길이다. 많은 것을 사색하고파 진다.
갈대밭 사이사이 꿈지럭거리는 습지 생물들, 시원한 갯바람을 쓸어내느라 분주하게 비벼대는 갈대 잎 소리, 푸른 하늘을 향해 하얀 손수건을 흔들듯 나풀거리는 갈화(葛花), 갈대숲을 드나들며 지저기는 새들의 향연, 이 모두는 자연 그대로의 순수요 아름다움이며 황홀이다.
사시사철 볼거리가 많다지만 가을을 지나 겨울 초입에 들어서면 관광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곳, 내국인 뿐 아니라 세계 각국 탐방객들이 모여드는 순천만이다.
사람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밀려들고 밀려난다. 어른들도 아이들도 모두가 즐거워한다. 우리나라 곳곳마다 강 하류지역이나 해변에 지천으로 널려있던 갈대밭을 옛날에는 개 바위 지나듯 하더니 요즘 와서 사람들이 왜 순천만으로 몰리는 걸까. 개발과 정비란 미명아래 갈대밭이 깡그리 사라져 버린 때문이겠지.
800만평의 광활한 갯벌! S자형으로 굽이굽이 뻗어 내린 좁다란 하천을 가운데 끼고 양옆으로 꽉 찬 칠면초 밭은 철새들의 보금자리다. 새들의 놀이동산이요 먹이 밭이요 요새처다. 완만한 갯벌에는 바닷물이 들었다 빠졌다하면서 영양물질을 주기적으로 공급하여 갯벌을 숨 쉬게 하고, 4천리 밖에서 찾아온 시베리아 손님들을 위해 진수성찬을 차려 놓았다. 별식인 지렁이와 짱뚱어, 게와 새우들이 우글거리고, 인근 간척지 논에 흩어진 벼이삭과 지푸라기도 안정된 생태계 유지에 일조하고 있을 성 싶다.
물길 따라 굽이도는 선상투어는 환상적이란 표현이 과히 아깝지 않구나. 탐조선(探鳥船)을 타기위해 길게 늘어서서 지루하게 기다릴 때의 조급함은 어느덧 사라지고 40여 분 내내 탄성만 이어진다.
끝없이 펼쳐진 저 갯벌과 갈대 숲! 철새들의 파노라마! 송송 뚫린 구멍으로 게들이 들락거리고 수많은 철새들은 떼 지어 한가로이 노닌다. 모두가 자유를 즐긴다. 평화를 구가한다.
환경에 민감하다는 흑두루미․저어새․청동 오리 같은 겨울 철새들이 시베리아에서 바다를 건너고 산을 넘어 4천리 먼 길을 날아 어떻게 순천만까지 왔을까. 음식 맛이 특별하고 소문이 널리 난 식당은 손님이 벅적대기 마련이다. 물 좋고 공기 맑고 경치까지 좋으면 먼 길도 마다않고 찾아오는 것은 사람만이 아닌가 보다.
흑두루미는 지구상에 현재 1만여 마리 정도만 남아있다고 하는데 그중 3백여 마리가 이곳에 날아와 매년 겨울을 보낸다니 예사롭지가 않다. 천연기념물 제228호로 지정된 국제 보호조류답게 고매함을 자랑하는 귀공자 같아 보인다. 삼삼오오 짝지어 노니는 모습에서 자연을 벗하여 유유자적 한가로이 살아가던 조선후기 강호시인들을 보는 듯하다. 가늘고 긴 다리로 갯벌을 저벅거리는 품새가 어렸을 적 죽마놀이를 연상케도 한다.
청동 오리들은 갯벌을 시커멓게 뒤덮고 있다. 푸른색 머리 깃을 반짝거리며 아름답게 뽐내는 것들이 보듬어 안고 싶도록 예쁘다. 몇 천 만 마리가 될지 짐작도 못할 무수히 많은 대 군사다.
저 많은 가족들을 품어 안을 수 있는 생태계가 있음이 얼마나 고마운 일인가. 물과 갯벌이 살아 숨 쉬고 갈대와 칠면초가 출렁이고 뭇 생물들이 꿈틀거리는 곳에 철새들이 모여들고 사람들도 모여든다. 새들은 사람을 구경하고 사람은 새를 보고 즐거워하며 새와 자연과 사람이 하나가 된다.
갯벌을 ‘자연의 콩팥’이라 말하는 이도 있다. 콩팥은 몸 안의 노폐물이나 독성을 걸러내고 체내 수분을 조절하여 인체를 건강하게 유지시키는 중요한 장기가 아닌가. 갯벌 또한 자연현상과 인간 활동에서 발생된 유․무기질을 변화시키고 화학적 순환을 통하여 공기와 수질을 정화시키는 중요한 기능을 하기 때문이리라.
이렇게 잘 보존 된 순천만이 있기에 세계적으로 희귀한 철새들이 찾아들고 수많은 관광객들이 모여들지 않는가.
이름 모를 병에 걸려 죽어가던 주민들이 20여 년 전부터 이웃의 석면 공장에서 내 뿜는 먼지 때문이었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고 통탄해 하는 모습을 TV를 통해 보았다. 어찌 석면공장뿐이겠는가. 공해에 찌든 도시가 죽어가고 자신도 모르는 병에 걸려 사람들이 두려워들 하고 있다. 지구 온난화와 해수면 상승, 오존층 파괴 등 지구상에 나타나고 있는 이상 징후들을 보면서 어찌 걱정이 안 되겠는가.
‘미개발지가 더 각광받게 될 날이 반드시 올 것’이란 20여 년 전, 어느 강사의 말이 새삼 실감이 난다.
소득은 좀 낮아도 약간은 바보스럽더라도 자연과 철새와 공존하며 건강하게 사는 것이 얼마나 더 행복한 삶이겠는가.
순천만이여! 우리 세대뿐 아니라 후손 대대로 더 많은 철새들을 불러 들여 다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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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승택 |
10-03-10 23:3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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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천만의 광활한 갈대와 갯벌, 거기에 살아 숨쉬는 각종 생물들과 넘나드는 철새들의 모습에서 약동하는 생명력을 느낍니다. 개발과 보존, 많은 것을 생각케하는 글,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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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순태 |
10-03-11 12:1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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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을 접하시며 자연사랑을 일깨워 주시는 정동호 선생님 반갑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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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동호 |
10-03-11 12:1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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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승택 선생님!
양순태 선생님!
두 분 다 그간 잘 계셧습니까. 국토해양부 '아름다운 우리 해안' 공모전에 출품 했던 글을
올렸습니다. 자연사랑에 좀다른 관심으로 글을 써 보았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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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재문 |
10-03-13 22:2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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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호 선생님 ! 총회때 뵈서 반가웠습니다. 어디나 철새가 날아오는 곳은 그렇게 살만한 곳이 아닌가 합니다. 제가 살고 있는 이곳 의왕 부곡 왕송호수도 철새들의 도래지라서 얼마나 좋은지 모릅니다. 이제 또 철새가 날아갈 때가 돌아옵니다. 그래도 이곳에 남아 있는 텃새들과 또 길잃은 철새들이 있어서 왕송호수는 그렇게 사철 새들의 낙원입니다. 좋은 글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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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동호 |
10-03-14 08:1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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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재문 선생님! 고맙습니다. 선생님의 한결같은 열심과 관심에 깊은 경의를 표하고 싶습니다.
왕송호수를 저도 한 바퀴 돌아 보았습니다. 평화로운 호수더군요. 늘 건강하시고 행복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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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복희 |
10-03-16 08:5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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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호 선생님 덕분에 상상만으로만 그리던 순천만을 가 본 듯 합니다.
높은 건물이라곤 2층 동사무실 뿐인 우리 마을이
개발바람으로 곧 상전벽해가 될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울타리도 대문도 없이 40여 년을 살아온 자연 속의 삶이었는데
안타깝기 그지없습니다.
그런 처지에 놓여서 그런지 선생님의 글이 진한 공감을 주는군요.
잘 감상했습니다. 좋은 글 많이 읽게 해 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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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동호 |
10-03-16 20:4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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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복희 선생님! 댓글 주셔서 고맙습니다.
자연을 보호하고 환경을 지키는 것도 글지기들의 사명이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안녕히 계시고 늘 건강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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