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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쓴이 : 김창식 |
날짜 : 10-02-06 17:33
조회 : 2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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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란(Love Means)...
지난 달 17일 에릭 시걸의 부음을 접하고 마음 한 구석이 허물어 내리는 느낌이었습니다. 예일대 교수로 재직 중이던 에릭 시걸이 소설 '러브스토리'를 발표한 때가 1970년. 당시 전 대학 3년을 마치고 군복무 중이었으니 청춘의 최정점에 있었지요. 에릭 시걸의 러브스토리가 저희 세대에 준 울림은 남다른 데가 있었습니다.
이야기 내용은 다분히 상투적인 것이지만 영화로도 만들어져 큰 반향을 일으켰습니다.부잣집 명문가의 자제(올리버‧라이언 오닐)와 가난한 이태리 이민 가정의 딸(제니퍼‧알리 맥그로) 간의 순애보. 당연히 남자 부모의 반대가 심했을 것이고 서로 간의 오해를 극복하며 우여곡절 끝에 사랑을 이루지만 불치의 병으로 여자가 세상을 떠남에 남자는 상심하며 회상에 잠긴다….
눈길을 끄는 영화의 볼거리는 시정넘치는 아름다운 도회적 화면입니다. 래드클리프 도서관 풍경, 아이스 하키 경기 장면, 센트럴 파크의 눈싸움, 아버지가 대부호인 올리버의 저택 묘사... 등. 외우고 싶은 짤막짤막한 명대사, 독백체의 회상과 전편에 흐르는 프란시스 레이의 감미로운 음악도 영화에 서정성을 더했습니다. 제니퍼 역의 신인 알리 맥그로는 특이한 여배우였습니다. 체격도 작지 않고 씩씩하며 인디언 혼혈같은 외모로 전통적인 비련의 여주인공 이미지와는 거리가 멀었지만 장면이 거듭될수록 사람을 끄는 매력이 있었지요. 이 영화의 성공은 상당 부분 제니퍼를 연기한 그녀의 공으로 돌릴 수 있을 것입니다.
제니퍼는 요즘 시각으로도 신세대적 감성을 갖춘 히로인이었지요. 청순하면서도 부와 권력 같은 외부의 작용에 휘둘리지 않는 당찬 성격이었습니다. 두 연인이 대학 도서관에서 처음 만날 때의 대화는 위트가 넘칩니다. 그녀가 올리버를 멍청하다고 놀리자 올리버는 데이트 신청하지 않을 테니 염려 말라고 응수합니다. 제니퍼는 그래서 멍청하다고 하는 거야, 멍청아 라고 면박을 줍니다. 두 사람 간의 티격태격은 앞으로 전개될 사랑의 형태와 부침을 미리 보여 준 것입니다. 그녀는 남자에게 순종적인 여자거나, '나의 청춘 마리안느' 식의 꿈속에서처럼 모호한 청춘의 초상이 아니었습니다. 똑 부러지는 성격에다 남자를 리드하여 깨우침을 주는 스타일의 여자였거든요.
무엇보다 이 영화가 갖는 시대사적 의미가 각별합니다. 1970년을 전후한 미국 사회는 베트남전에 대한 환멸로 우울함과 무력감에 시달렸고 히피문화가 창궐하던 때였습니다. 젊은이들은 반전과 자유를 외치며 삶의 무의미로부터 일탈하는 것을 꿈꾸었지만, 현실에서는 록음악, 마약, 프리섹스에 탐닉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병리적 현상의 만연으로 염증을 느낄 즈음 지고지순한 사랑을 그린 러브스토리가 등장한 것입니다. 허무와 관능, 섹스의 홍수 속에 이 영화가 사람들의 마음 속에 잠자고 있던 순수에 대한 경향(傾向)을 건드린 것이며, 사랑의 추억을 간직한 모든 젊은이들에게 사랑의 본질이 무엇인지를 새삼 일깨운 것이지요.
'25살의 젊은 여자가 죽었다. 무어라 말할 것인가?'로 시작되는 영화 도입부 올리버의 독백은 가슴을 칩니다. 마지막 부분. 제니퍼가 올리버의 품에서 죽어가며 읊조리는 대사인 "사랑이란 미안해하지 않는 것.(Love means never having to say you're sorry)"은 너무 유명해 이후 사랑하는 젊은 남녀의 금과옥조가 되었지요. 저는 이렇게 패러디해 보고 싶군요. "사랑이란 모든 허물을 덮는 것.(Love means never having to say you're ugly)"
*자유칼럼그룹(www.freecolumn.co.kr) 게재 글임.
2010. 02.02(화) 김창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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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진화 |
10-02-07 22:3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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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브 스토리의 몇 장면과 대사가 생생하게 떠오릅니다.
주인공들이나 우리들이나 참 풋풋한 시절이었죠.
삭막해져가는 지구에 순수한 사랑의 이야기 '러브 스토리'를 남긴 에릭 시걸은
행복한 소설가였습니다.
사랑이란 모든 허물을 덮는 것, 진리의 말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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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창식 |
10-02-08 10:1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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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화 선생님, 아마 제대로 표현한다면 이렇게 될 것 같습니다.
Love means never having to say you are to blame.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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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진철 |
10-02-11 21:0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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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중국에 들락 거리면서 별로 들르지 못했는데
오랜만에 상식까지 넓혀주는 좋은글 잘 읽었습니다.
다음 글도 기대하겠습니다. 건필에 또 건필. 아니 향필 하시길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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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창식 |
10-02-12 09:2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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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진철 선생님, 중국에 다녀오셨군요.
'러브스토리'가 그시절 젊은이들에 끼친 영향이 무척 컸습니다.
뒤를 이어 '갈매기의 꿈'이 역할을 대신했던 것이 기억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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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자인 |
10-02-12 10:3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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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부스토리의 장면은 많은 사람들의 기억 속에 살있을 거란 생각이 듭니다.
주인공들의 멋진 장면도 김창식 선생님 글을 통해 다시 떠올려 봅니다.
'사랑이란' 글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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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창식 |
10-02-13 13:3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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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자인 선생님, 서로 심하게 다투고 올리버가 거리를 헤매다 자포자기 심정이 되어 허름한 보금자리에 돌아왔을 때 제니퍼가 쭈그리고 앉아있다가 눈물 젖은 얼굴로 말하던 장면도 떠오릅니다. "열쇠를 잃어버렸어! (I forgot the ke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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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희승 |
10-02-12 14:1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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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란 모든 허물을 덮는 것, 고개를 끄덕이며 음미해봅니다.
사랑이란 모든 것을 용서해주는 것이란 말과도 상통한다는 느낌이 듭니다.
눈물을 몰랐던 시절에, 그 영화를 보면서 펑펑 울었던 기억이 눈에 선합니다.
음악과 어울려 청순한 연인들의 연기가 얼마나 안타깝게 했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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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창식 |
10-02-13 13:3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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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희승 선생님, 요즘은 허물을 애써 들추어내는 듯해 씁슬합니다. 사랑도 우정도 이 사회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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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재문 |
10-02-13 23:2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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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은 참으로 좋은 것 달콤한 사랑 솜사탕같은 그런사랑 ! 하고 싶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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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창식 |
10-02-14 13:3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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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재문 선생님, 만년 청춘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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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복희 |
10-02-14 21:2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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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란 모든 허물을 덮는 것' 공감이 갑니다.
'러브스토리' 풋풋한 그 시절이 생각나게 하는군요.
신년 초에 내린 폭설에 저는 손녀와 우리 넓은 마당에서
러브스토리의 주인공처럼 벌렁 누웠었지요.
상큼한 맛을 주는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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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창식 |
10-02-15 18:4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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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녀와 센트럴 파크의 낭만에 젖으셨군요. 최복희 선생님도 '러브스토리' 세대이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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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병식 |
10-02-17 07:1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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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이색적인 소재를 끌어와 글을 쓰는 모습이 참신해서 좋습니다.
저는 많이는 못보았지만 영화는 프랑스영화들이 감미로움은 최고가
아닌가 싶더군요.
특히 사랑 표현의 감정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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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창식 |
10-02-17 09:3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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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장님, 저도 한때 프랑스 영화와 이태리 영화에 심취했었습니다.
무도회의 수첩, 망향, 쉘부르의 우산, 철도원, 자전거 도둑, 애정의 쌀...
추억어린 흑백영화들을 요즘은 TV에서도 잘 볼 수가 없어 안타깝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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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영보 |
10-02-18 19:1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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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하고 평범할것 같은 말. 그렇지만 이 '사랑'이라는 말 한마디는 항상 가슴을 따뜻하게 해 줍니다. 항상 그 안에서 살았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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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창식 |
10-02-19 11:0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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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보 선생님 말씀 공감합니다. 사랑을 갈구하지만 그 언저리만 맴도는 것이 아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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