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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쓴이 : 임병식 |
날짜 : 09-10-23 10:14
조회 : 21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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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짐승과 먹을 것 다투는 사람들
임병식
이즘 길가 감나무를 바라보는 마음이 씁쓸하다. 매달린 감을 수확해 가서가 아니다. 며칠 전까지도 까치밥으로 남겨졌던 감이 감쪽같이 사라져 버린 것이다.그러니 몰풍경스럽기 짝이 없다. 밭주인이 일부러 남겨놓은 것이니, 주인의 소행일리는 없고 필시 지나가던 누군가가 서리를 해갔음이 분명하다.
그렇게 단정하는 이유가 있다. 얼마전에도 보니 등산을 하고 내려오던 한 남자가 자기 부인이 말리는데도 남의 밭을 들어가서 달랑 하나 남은 까치밥을 따오는 것이었다. 그것을 보고 내가 "그건 까치밥이지 않아요?" 하니, 동행한 그의 처도 보기 딱했는지 "까치밥을 왜 따"했다. 했다. 그러니까 그는 "요새 까치가 이런걸 먹간디"하면서 다소 겸면쩍은 표정을 짓는 것이었다.
내가 늘 다니는 산책로 옆밭에는 드문드문 감나무가 심어져 있다. 그 곳에는 고구마와 배추도 함께 심어지고, 남겨진 알땅도 많아서 딱히 과수원이라 하기는 어렵다. 그렇지만 십 여 그루의 감나무가 줄지어 서 있어서 여느 과수원 못지않은 풍경을 보여주었다.
하지만 열매는 풍성해 보이지 않았다. 그런 중에도 주인은 죄다 따가지 않고 까치밥을 남겨놓은 게 보기 좋았는데, 없어진 것을 보니 기분이 언짢아진 것이다. 까치밥이 무엇인가. 날 짐승들의 양식일뿐더러 인간이 동물과 더불어 살아감을 보여주는 상징물이 아닌가. 한데 그걸 하나도 남김없이 싹쓸이 해 가다니.
그런데 오늘은 산책을 나갔다가 다른 곳에서 그 보다 더한 실망스런 광경을 목격하게 되었다. 참나무가 우거진 숲속에서 바스락 대는 소리가 들리기에 바라보니 사람이 있었다. 그는 검은 옷 차림으로 허리를 숙이고 있었다. 막대기를 들고 땅바닥에 떨어진 낙엽을 휘젓는 것으로 보아 무얼 찾고 있는 모양이었다.
나는 금방 그 행동을 알아차렸다. 그곳이 참나무 군락지라는 생각이 떠오른 것이다. 그렇다면 묻지 않아도 도토리를 줍고 있을 것이었다.
그 50대의 남자는 계획적으로 도토리를 주우러 온 모양으로 한손에 비닐봉지가 들여있었다. 제법 두툼했다. 진작부터 와서 줍고 있었던 모양이었다.
나는 손에 든 봉지를 보자 저절로 혀가 차졌다. 단순히 사람의 탐욕자체가 눈에 거슬려서가 아니다. 그렇게 죄 가져가 버리면 다람쥐나 청솔모는 나중 무얼 먹고 산단 말인가. 도토리가 사람에게는 한갓 별식는 되어줄 지언정 양식은 아닌데, 그것을 몽땅 가져가면 산짐승들은 추운 겨울을 무얼 먹고 살며 견뎌낼 것인가.
물론, 무주공산에 있는 것은 따로 임자가 있을 수 없다. 그러니 먼저 보고 먼저 가져간 사람이 임자이다. 그러나 이것이 다른 동물의 먹이라는 걸 생각을 하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예전에 친구 어머니한테 들은 의 이야기이다. 친구 어머니는 북녘에서 피난 나온 실향민인데, 어느 핸가 극심한 가난으로 배고픔에 시달렸단다. 그래서 앉아서 굶어죽을 수는 없어서 광주리 하나를 들고 낮에는 수확이 끝난 빈 들판을 돌며 이삭을 줍고, 밤으로는 공동 우물가에 나가 남들이 다듬다 흘린 콩나물과 시래기를 주었단다.
한데 어느 날, 밭 언덕에서 목이 꺾인 수수 모가지를 발견했다. 그런데 보니 그것은 쥐구멍에 절반쯤 박혀 있어서 쥐가 물어다 논것임을 알 수 있었다. 그걸 보자 가져올 마음이 굴뚝 같았으나 차마 손이 가지 않았다. 쥐가 먹을려고 가져다 놓은 것을 차마 빼앗아 올 수가 없었다. 어찌 굶으며 갈등을 겪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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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득, 그 생각이 든 것은 왜일까. 너무나 지금 목격하고 있는 모습과 비교가 되어서 그랬던 건 아닐까. 그것이 야생동물에게는 생명줄과도 같은 것이라는 생각이외에 미물과도 함께 살아가야 한다는 기특한 생각 때문은 아니었을까.친구 어머니는 그때 아무리 어렵기로서니 쥐가 먹으려고 둔 것을 손 댈 수가 없었다고 했는데, 까치밥을 가져가고 도토리를 줍은 사람은 한번쯤 들짐승을 생각해 보지 않은 것일까.
먹을거리 문제를 다시 생각해 본다. 아무리 그게 별식으로 기호식품이라고는 하나, 도토리를 두고 사람이 다툼일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다. 설령 그것이 무주공산의 나무로서 먼저 본 사람이 주인이요, 먼저 주어간 사람이 임자라고 할지라도 어찌 짐승의 먹이를 눈한번 깜박않고 빼앗을 것인가.
요즘 들어 야생동물들이 농작물을 훼손하고 피해를 입힌다는 말이 많이 들린다. 그러나 이는 사람들이 자초한 측면도 없지 않다. 왜냐하면 사람들이 무분별하게 그들의 서식지를 파괴한 측면이 많기 때문이다.
그렇더라도 경작한 논밭이나 과수농사를 보호하는 일을 나무랄 일이 아니다. 오히려 지키고 보호하는 것은 당연하다. 피땀 흘려 지은 농사는 어디까지나 소유자가 논밭주인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도토리는 좀 다르지 않는가.
산책을 하며 감나무 밭에서 목격한 일도 기분이 썩 유쾌하지 않았는데, 뒤이어 직접 참나무 밑에서 도토리를 주워가는 광경을 보노라니 여간 마음이 언짢지 않다. 나중에 다람쥐나 청설모가 나무 밑을 돌아보고는 ‘참, 인간들이 너무나 인정머리가 없다’ 하지 않을까. 걱정이 된다.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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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진철 |
09-10-23 11:1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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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회장님 예전에는 어른들이 꼭 감나무에 감몇개를 따지 않고
까치밥이라고 인정스러웠는데 요즘 그 삭막하게 다 따가는 모습을
보셨군요~ 또 산에 올라가면 도토리 줍느라고 정신 없는 아저씨 아줌마들때문에
눈쌀이 찌푸려지기는 저도 마찬가지입니다.
생각같아서는 확 뺏아서 휘익하고 뿌려 버렸으면 좋으련만
그러면 사움을 해야 할것 같고 ㅎㅎㅎㅎ
그런데 쥐구멍에 쳐박힌 수수모가지를
차마 뺏아 오지 못했다는 말씀에는 역시 사람이 꽃보다 아름답다는 생각을 합니다.
재미있게 잘읽었습니다. 이제는 짐승들과 생존경쟁하는 각박한 사회가 되었습니다
그래서 요즘 산에 가면 저는 사과 배를 먹고 절반은 고시레 하면서 던져 버립니다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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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병식 |
09-10-23 22:3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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엊그제는 참으로 보기싫은 장면을 보게 되었습니다.
아무리 도토리가 기호식품이고 별미라고는 하지만
짐승들의 먹이를 착취하는 것 같아 보기 안좋더군요.
고스레 풍속은 고조선때부어 이어온 미풍이라고 어느
책에서 읽은 기억이 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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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재문 |
09-10-24 12:5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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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치밥 감과 함께 고향 풍경이 느껴옵니다. 저도 어릴 때 감나무 밑을 땡감을 줍겠다고 서성거리던 사람이니 감나무 하면 감회가 깊습니다. 야산의 도토리는 다람쥐 먹이이고 밤도 떨어진 것들은 산짐승들의 것인데 사람이 싹쓰리 해가면 안되겠지요 짐승먹이만큼은 조금 남겨두어야 한다는데 동감입니다. 자연은 서로 공유하고 공존되어야 하니까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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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병식 |
09-10-24 14:1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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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재문선생님 잘 계시는지요. 이번 출판기념회때 뵙겠습니다. 환절기에 건강 잘 챙기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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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만성철용 |
09-10-25 04:5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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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질랜드에 갔더니 공원에 가족이 나와 무얼 먹고 있었는데 비둘기 아닌 새들이 주위에서 먹이를 기다리고 있더군요. 갈매기였습니다. 그곳 사람들은 밤도 잘 몰라요. 짐승들의 먹이라고 무관심 한 것이지요. 출근할 때는 새들의 먹이를 들고 나와 주고 새들은 그걸 달라고 주둥이로 창을 두드린다더군요. 우리나라 도토이 줍는 사람들은 줍는 행위가 죄인 줄을 모르는 것이 문제입니다. 작년엔가 북한산에 도토리 비가 내렸다더군요. 관리소가 압수한 도토리를 헬기로 뿌린 것이지요. 해외에 나가 보면 우리나라는 아주 잘 사는 국민임을 느끼는데 그 생활문화가 이를 뒷받침하지 못하는구나 해서 안타까울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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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병식 |
09-10-25 07:0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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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에 띄는 것을 조금 주어가는 것은 이해할수 있습니다. 그런데 낙엽을 막대기로 헤치면서 싹쓰리를 해가는 모습이 안타깝고 역겨웠습니다.
어디에서 읽으니 '우리나라 부자는 이웃을 생각하는 것에 참 인색하다;는 글이 있었는데,
제 생각에는 우리나라 사람들은 산짐승, 들짐승에게 아주 인색한 국민들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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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희순 |
09-10-28 10:3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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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년에 옥수수를 꽤 심었었는데 결국 농사지어 너구리들한테 바친 셈이 되고 말았습니다.
녹두와 팥은 노루가 다 따먹어버렸습니다.
농사는 산중에서 야생동물 겨울나기 식량을 가로채가는 사람들의 파렴치한 이야기와는 전혀 다른 세상의 애환입니다.
야생동물과 인간이 상생하는 지혜를 찾아야 할 때인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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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병식 |
09-10-28 15:0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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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사 지어 너구리에게 바친다 '는 말이 재미있습니다.
산및에서 농사를 지으면 야생조수에게 피해를 본다는 말을 많이 듣습니다.
개체수가 늘어낫 탓도 있겠지만, 이것도 결국은 먹이 부족 탓이 주 원인이
아닌가 합니다.
사람이 먹을 것을 다 줘워온 것은 물론, 약초를 캔답시고 산짐승들이 먹을 것을
죄 뒤져서 가져와 캐와버리니 짐승인들 먹을것이 있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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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복희 |
09-10-31 12:3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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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좋은 글로 작가회 카페를 장식해 주시는 임회장님!
추수가 끝나가는 이 계절에 한 번 생각해 보게하는 글입니다.
저희는 산책을 나갈 때 새가 먹을만한 것이 있으면
주머니에 넣고 갑니다.
지날 때 뿌려놓고 갔다가 그 길을 되돌아오며 보면 없어지지요.
그럴땐 마음이 흐뭇하더군요.
어느때는 멀리서 지켜보기도 하는데 까치,까마귀, 청설모 들이
횡재를 한 듯이 좋아하는 모습으로 비칩니다. ㅎㅎ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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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병식 |
09-11-02 09:1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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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복희선생님 , 잘 계시는지요.
출판기념회날이 박두하고 있습니다.
그날 뵙겠습니다.
어제는 산책을 하다가 까치들이 10마리가 모여서 회의를
하는 광경을 보았습니다.
격렬하게 울어대며 번갈아서 교회 첨탑을 오르내리며
왁자한 것이 마치 회의를 하는 모습이었습니다.
산짐승, 들짐승들에게 시련이 계절이 나가오고 있습니다.
그놈들의 겨우살이가 걱정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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