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쇄적인 여성 성폭행 살인사건을 비롯하여 입에 담기조차 싫은 잔인하기 짝이 없는 흉악범들이 뉴스 화면을 장식할 때면 저들이 과연 인간일 수가 있는가 하는 의문을 갖게 된다. 인간의 탈을 뒤집어 쓴 동물이라고 하는 것이 맞을 것 같다. 법에 적시한 처벌 조항은 인간에 대한 징벌 절차이다. 그렇다면 이런 동물들에 대해서는 인간에게 적용하는 법으로 형량을 정할 일이 아니고 즉결 처분하는 것이 적절한 처사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다, 도사견이 사람을 물어 죽였을 때 그냥 사살해 버리는 것처럼 말이다.

이렇게 동물이라고 단정하고 총을 겨냥하여 쏘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을 것 같다. 사냥총으로 꿩도 쏘고 멧돼지나 사슴을 쏘는 것은 일종의 쾌감까지 느낄 수 있는 여지가 있을 것 같다. 그런데 영화 같은데서 킬러가 인간을 향하여 총으로 사살하는 장면을 보면서 진짜라면 킬러의 심장은 얼마나 차가울까 그리고 사람이 아닌 동물로 변하기 때문에 그런 짓을 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월남전에 참가했던 친구의 말이 떠오른다. 작전지역에서 첫 매복을 나간 날 베트콩 수명을 발견하고 총구를 겨냥하는데 온몸이 경직되어 아무 짓도 할 수가 없었다고 했다. 분대장이 “적들이 가까이 올 때까지 기다려” 하는 낮고 짤막한 지시가 있은지 수분 후 사격 명령이 떨어 졌으나 방아쇠를 당겨야 되는 손이 도저히 움직이지를 않았다고 했다. 이친구의 눈에는 베트콩도 사람으로 보였을 뿐 만아니라 자신도 사람의 감정을 버리지 못했기 때문이었던 것이다. “야 이새끼야 쏘지 않고 뭐하고 있는거야” 하는 분대장의 호통에 방아쇠를 당기면서도 두려움에 머리를 들 수가 없었다고 했다. 정말 사람을 보고는 쏠 수가 없었다고 했다. 훈장을 여러개 탄 저격병들 중에는 사이코 패스 같은 성격이 보이는 것도 같았고 그 눈동자들을 보면  인성이 파괴된 짐승으로 보여지기도 했다는 것이다.

강화도 길상면에서 대공기관의 소수인원을 거느린 거점장을 하던 시절이었다. 바닷가에는 은밀한 곳에 까치 부대라는 해병 특수 공작 부대가 있었는데 마침 무장 간첩이 서해안으로 침투하여 북상 하던 중 강화도에서 흔적이 발견 되었다. 나도 권총을 차고 예상 도주 루트로 판단되었던 산등성이를 까치 부대원들과 함께 올라 서성 거렸다. 전방에 커다란 바위가 있었는데 그 뒤는 가파른 낭떠러지였기 때문에 약 20미터 전방까지 갔다가 별다른 낌새를 발견 하지 못하고 되돌아 오는데 갑자기 까치부대 간부가 수구려(엎드려) 하는 외침이 들려 본능적으로 납짝 엎드린 사이에 바위 뒤에서 기관 단총소리가 들리고 우리 측과 교전이 붙었다. 결과는 바위 뒤에 은폐해 있던 무장 간첩 두명이 까치 부대원들에 의하여 사살 되었다. 그때까지 접전 경험이 없던 나는 땅 바닥에 엎드려 권총을 빼어 들고 쏘아 댔으나 창피한 고백이지만 교전이 끝날 때까지 고개를 땅에 처박고 거의 허공에다가 쏘아대고 있었다. 상대가 잔인한 무장 간첩이었지만 아무래도 그들을 짐승으로 보는 훈련도 덜 되었고 총으로 사람을 죽여 본 경험이 없어 두려움을 떨칠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이제는 아마도 말할 수 있을 것이다. 명동과 미도파 백화점을 잇는 지하 통로에서 안모 수사관이 조직 소매치기 두목을 검거 하려다가 이발소용 면도 칼날에 가슴팍을 찔려 12바늘의 중상을 입고 입원하는 사건이 발생하였다.  그후 이들을 끈질기게 추적하다가 또 다시 명동에 나타난 일당을 발견하고 뒤를 쫒던 박모 수사관이 그 명동 한복판에서 권총으로 주범의 허벅지를 쏘아  검거한 일로 신문지상에 총기 과잉 사용 여부 문제로 시끄러웠던 적이 있었다.

얼마후 박 수사관에게 꼭 총을 쏘아야 했느냐고 물어 보았다. 그리고 어떻게 뛰면서 허벅지를 맞출 수 있었느냐고 했다.(총을 쏴본 사람은 알겠지만 약간의 오차나 흔들림이 있어도 총알은 엉뚱한 방향으로 가버린다) 박 수사관은 그들을 보는 순간 사람이라는 생각이 전혀 안들고 인간의 탈을 쓰고 악랄한 짓을 일삼는 짐승으로 보이더라는 것이다. 물론 동료에 대한 복수심이 극에 달하여 죽이고 싶은 마음 때문이기도 하였을 것이다. 그래서 뒷통수를 조준하여 방아쇠를 당겼는데 총구가 흔들리다 보니까 대퇴부를 맞추었다는 것이다.

 이럴 경우 뒤통수를 맞아 죽었다 한들  허벅지를 겨냥했는데 흔들리다 보니 그렇게 됬다고 하면 정당 행위로 문제 될 것이 없는 것이다. 이렇게 총잡이들은 가끔은 인간과 짐승을 구분 못하는 법의 맹점을 교묘하게 머리를 굴려 비웃기도 하고 정면으로는 치받지 못하는  환상 속에 사는 일부 인권 지상론자들을 조롱하기도 하며 나름대로  정의를 이어 가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