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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쓴이 : 변영희 |
날짜 : 09-10-21 17:40
조회 : 20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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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식탁 내용이라야 식물성이 대부분이었다. 단지 고구마순을 껍질벗겨 끓는 물에 데쳐 된장을 넣고 끓이는 경우를 빼고는 멸치꽁댕이조차 구경하기 어려운 지경이었다. 그게 살림살이가 어려워서가 아니라 번다한 도시생활을 접고 산마을에 정착한 친구의 건강식단인 셈이었고,앞마당에 무성히 자란 각종 채소 종류들을 제껴놀고 별도로 반찬을 장만하기도 귀찮기 때문이었다.
그렇다고 유별나게 삼겹살이 먹고 싶다거나 특별히 몸살끼라도 침입하여 슬슬 고기따위가 간절할 때가 전혀 없는 건 아니지만 보통 다른 사람들, 그 동네에 오래 짱박혀 살고 있는 분들 역시 그 수준에서 별반 나은 게 없는 형편이므로 그맛에 길들여 살게 된 친구 역시 수 삼년 동안 불편없이 지내온 터였다.
불편 이란 말이 나왔으니 자연스럽게 친구네 뜨락에 날이면 날마다 모여드는 고양이, 그들의 6식구 즉 대가족에 대하여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해가 뜨면 마당 한가운데로 밝은 빛이 쫙 퍼지면서 그때 가장 먼저 찾아오는 손님들은 어김없는 고양이 일가족이다. 참새도 아니고 까치도 아니고 쥐새끼 또한 아니다.
까만 두 눈을 반들반들 빛내면서 한 놈 두 놈 어미 뒤를 조르르 따라온 어린 새끼까지 자그마치 총 6마리의 고양이 군단 이야기.
"뭘 주지?"
나는 내 밥숟가락이 제대로 잡히지 않을 정도였다. 주방 문 바로 앞에 진출하여 우리가 연출하는 밥 냄새와 더불어 찌게와 국 반찬 가끔은 막걸리 내음까지 모조리 감별하고 있을 고양이 가족이 조금은 불편했기 때문이다.이를테면 어떻게 사람만 먹을 수 있나 라고 하는 사려깊은 마음. 아니 얕은 동정심. 그런 감정 땜에 여튼 편치 않은 자세로 간신히 식사를 끝내기가 여러 번이었다.
고기를 사러 갔다. 내일이면 나는 귀가해야 하고 친구네집 앞마당에 모여있는 고양이의 대가족과도 이별해야 하는 날이 다가온 것이다. 까짓 잡곡밥 찌꺼기를 된장 국물에나 말아줘서야 손님?에 대한 예우가 아니지 않은가. 그건 진짜로 내 생각이었는데 친구는 난데없이 웬 고기냐고 쓸데없는 소리말라고 일축했다.
"맨날 풀만 먹어서 집에 갈 기운도 다 떨어지고 없다니깐"
마침 악양 장날이었다. 삼겹살 두어 근 사들고 의기양양 집에 와서 바베큐 숱을 피워 마당가에 나앖아 삼겹살 냄새를 푸지게 피웠다.
아니나 다를까. 고양이 가족들의 눈동자는 세월좋던 그 옛날 쥐를 잡고 놀리던 그 당시로 환원하는 듯 싶게 푸르게 번득였다. 호기를 노리듯 바베큐 화로 근처에서 목을 늘이고 말똥말똥 우리의 일거수 일투족을 주시했다.
"기왕이면 풍악을 울리자"
친구가 주방으로 동동주와 패티 김의 CD를 가지러 갔다. 나는 얼른 석쇠에 있는 삼겹살 몇 첨을 집어 고양이 6 명에게 골고루 분배했다. 고양이들은 잽싸게 점프하여 한 첨씩 받아들고 게눈 감추듯 먹어치웠다.
"어라? 구우니까 양이 바싹 줄어들었네"
친구는 패티 김의 노래를 선호하는 모양이었다.
"패티 김 노래 진력나. 좀 신나는 것 없어? 요즘 노래로 말야"
친구는 신나는 노래 주문에 맞추어서 다시 안으로 들어갔다.
나는 내일 떠나지만 고양이 요놈들아. 너희들도 무슨 방법을 강구해야지.나는 도둑질하듯 삼겹살 몇 첨을 날쎄게 집어 던지며 혼자 중얼거렸다. 친구는 신나는 노래가 얼른 골라지지 않는지 바베큐 근방에서 모종의 일이 벌어진 줄도 모르고 한참이나 지체하고 있었다.
고양이 가족들은 연속 그 숫자를 늘리는 일에 신중을 기해야 하는 게 아닌가. 어리석은 놈들아. 친구가 돌아오는 기척이 들리자 나는 슬며시 식탁 앞을 벗어났다. 고양이의 6 가족이 내 옷에 붙은 삼겹살 냄새에 연연해 멋모르고 내 뒤를 따르고 있었다.
"영희야! 안먹고 뭐 하니 너? 아이고 고기 다 어디로 갔지?"
친구가 큰 소리로 나를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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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진철 |
09-10-21 21:4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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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희집 주변에 사는 고양이가 음식물 분리 수거로 먹을것이 없자
새기들을 나무위로 끌어 올려 새둥지를 습격하는 훈련을 목격하고
놀랬습니다. 아파트에서는 고양이에게 먹을것도 주지 말라고 하지만
변선생님처럼 살짝살짝 고양이에게 먹을것을 던져 주는 주부들이 목격되기도
하는 인정스러운 풍경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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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변영희 |
09-10-22 08:5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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있잖아요.
새끼는 무엇이 됐건 다 귀엽고 예뻐요.
금붕어도 쬐끄말수록 값도 비싸대요.
지리산 다람쥐도 어미보다 새끼 뛰는 게 더 사랑스럽더라니까요.
삼겹살 얻어먹은 고양이 일가족의 겨울나기를 생각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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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재문 |
09-10-22 21:0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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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고양이 강아지 겁나게 좋아하는 스타일입니다. 그런데 아내가 결백증에 가까우니 기를 처지가 못된답니다. 아파트에서는 더구나 고양이 강아지 힘들어요. 빨리 돈벌어 단독주택으로 이사가면 실컷 길러보겠습니다.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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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변영희 |
09-10-23 11:0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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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양 예뻐나 하세요.
14년이나 스피츠 종류 길렀는데 새끼를 몇 배나 낳고 너른 잔디밭을 몽땅 망쳐도 예쁘기만 했었는데 헤어질 땐 온가족이 눈물바다였어요.
사람보다 더 깊은 정을 교류하며 살다가 오래 오래 그 정 못잊어 혼났다니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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