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시중에서는 세월호 사주인 유병언이가 백골이 다된 시체로 발견되었다고 해서 요란하다. “ 어떻게 죽은지 18일도 안되었는데 형체를 알아보기 힘들 정도로 부패할 수가 있느냐. 이것은 시체를 바꿔치는등 음모가 있음이 틀림없다. 아니면 그가 가지고 있던 돈을 탐냈거나 차명으로 맡겨둔 재산 관리인중에서 외딴곳에서 죽여서 시체를 옮겨 놓았을 것이다. 또 유병언이가 평소 로비를 많이 했는데 사건이 걷 잡을수 없이 커져서 그가 잡히면 자기들 신세를 망칠 것이 뻔하니까 몰래 죽였을 것이다” 등등 온갖 유언비어가 난무하고 있다.

현재로서는 유병언이가 죽은 것은 사실로 인정이 되는데 어떻게 죽었는지는 예단할 수가 없는 상황이다. 이러한 실정이라면 끝내 유병언의 사인에 대하여는 미스테리로 남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다만 시신을 바꿔쳤다느니 하는 것은 말이 안되고 유병언이 사망한 것은 팩트라고 본다.

왜냐하면 시체가 너무 부패한 이유도 있지만 발견 즉시 유병언의 시체인 것이 밝혀졌다면 사망원인을 식별할 수도 있었는데 장시간 냉동 처리됨으로서 시체가 변형되어 버렸기 때문이다. 사정이 이렇게 어렵게 된 원인은 검찰과 경찰이 정보를 나누지 않은 점도 이유가 되겠지만 첫째로 신고를 받고 현장으로 출동한 경찰관들이 수사의 기본도 모르는 무능한 사람들이었고 둘째로 그 변사사건을 보고받고 지휘한 검사도 역시 한심하기 짝이 없는 무능한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경찰이나 검찰 둘 중에 하나라도 똑똑했다면 거의 두 달여간을 수많은 병력들이 죽은 유령을 찾아 헤매는 웃지못할 촌극을 벌이지는 않았을 것이다.

사실 강력사건 현장을 쫒아 다니며 사체를 많이 다루어 본 형사들이라면 사체가 이미 백골화 되었다고 해서 사망한지 오래되었다고 추정하는 어리석은 판단은 하지 않는다. 죽은 고양이를 야산에 방치하면 일주일이 되지 않아 개미가 살을 다 파먹어 버릴 뿐만 아니라 그 살 속에 개미집까지 짓는다는 것은 상식이다 . 그러므로 죽은 사람의 소지품같은 것을 따지지 않더라도 유병언이 나타났던 현장 인근이고 노인의 시체라는 것만 가지고도 경찰이나 검찰이 당연히 의심을 하고 살펴 보았어야 하는것인데 도대체 이사람들은 세월호 침몰할 때 무능했던 해경이나 다를 것도 없고 의식이 개조된 것도 전혀 없는 철밥통들의 전형을 보여주었다.

특히 한심한 것은 유병언의 사체 수습도 제대로 하지 않아 현장에서 나뒹굴던 목뼈와 머리카락 일부를 동네 주민이 가지고 가서 병속에 보관하고 있었다고 하니 이들 공무원들은 전원 파면을 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현장에 출동한 경찰 수사관의 중요한 임무는 증거가 될 유류품을 빠짐없이 수거해야하겠지만 그보다도 노숙인이든 행려병자이든 사체에 대하여 존중하는 마음으로 보존하고 수습해야 하는 것이다. 이번 유병언의 사체에 대하여 수습하는 과정을 상상해 보면 지저분한 노숙인이라는 선입견으로 대충 수습하여 사체보관소로 보낸 것임을 알수 있다. 이것은 기본적으로 수사관의 자질이 없는 행태인 것이다.

예전에 강력사건 배터랑인 신 모형사가 기억이 난다. 대연각화재로 인하여 수많은 인명이 참혹하게 죽었다. 견디다 못해 창문으로 몸을 던져 죽은 사람들도 많았지만 호텔내에서 숯덩이처럼 타서 죽은 사람들의 숫자도 한둘이 아니었다. 신모형사와 함께 호텔내로 진입했다. 담당 구역내에서 아직 수거하지 않은 사체를 수습해야하는데 사지를 모으는 것조차 쉽지가 않았다. 하나씩 하나씩 조심스럽게 줏어서 방바닥에 펴놓은 헝겊위에서 맞추다 보니 어렵게 한 사람의 형태가 갖추어졌다. 이때 신 형사가 주머니에서 북어대가리 한 개를 꺼내놓더니 절을 하자고 하였다. 신형사는 “아이고, 어쩌다가 이렇게 험한꼴을 당하셨습니까” 하면서 경건하게 절을 하는 것이다. 비록 아무도 보지 않는 곳에서 누구인지도 모르는 시체를 대하는 것이지만 진지하고 소중하게 다루는 그 자세에 깊은 감명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