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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쓴이 : 박영보 |
날짜 : 14-07-26 08:22
조회 : 18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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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달산
박 영 보
이 사람과 만난 지가 사십 년을 훌쩍 넘어선지도 몇 해가 더 되었다. 이곳에 직접 오지 않을 때에도 수시로 그 때 그 시절의 자잘한 일들이 떠오르기도 하지만 그 후로도 이곳을 지나쳐야 할 일들이 자주 생긴다. 아마 앞으로도 한국에 올 때마다 계속 생기게 될 것이다. 용인에 살고 계시는 형님이 다른 곳으로 이사를 가지 않는 한 피해 갈 수 없는 곳이 되었다. 올 때마다 이 형님 댁에 머물게 되니 이곳이 수원과 보령을 오가는 베이스 캠프로 삼고 지내기에 안성맞춤이다.
나의 출생지이기도 하며 선산이 있는 충남 보령에 가게 될 때 용인에서 가까운 수원역을 이용하게 된다. 거리도 멀고 복잡한 서울역이나 용산 역까지 가지 않아도 되니 훨씬 편리해서 좋다. 한국에서 살 때만 해도 서울에서 수원까지 가자면 여러 곳의 녹지대를 지나치게 되고 그 초록 벌판을 내다보는 즐거움도 있었던 기억이 새로워진다. 지금은 전 국토가 하나의 거대한 도시로 탈바꿈되어 시멘트 건물로 계속 이어져 있어 삭막함 같은 것을 느끼게 되지만 버스를 타고 가다 보면 이런 저런 지난 날들의 추억들이 떠오르기도 하니 지루하지도 않다.
나에게 있어 수원이라는 곳은 단지 이곳 저곳 드나드는 길목, 교통상의 편리함뿐 만이 아닌 또 다른 의미를 두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나의 졸작 ‘촌닭 같은 당신을 사랑하는 이유’라는 수필집을 쓰게 된 연유가 되기도 했던 곳이다. 오늘 같은 행복의 씨앗을 움트게 해준 곳이기도 하다. 삼 십대 후반이나 사 십대를 넘기고 있는 아이들과 며느리, 손주녀석들에게도 들려주고 싶은 러브스토리가 있는 그런 곳이기도 하다.
팔달산. 그녀를 만난 후 처음으로 입맞춤을 가졌던 곳, 가끔 임업시험장에서나 호숫가의 마른 풀섶에서도 있었던 일이지만 유독 그때의 일이 떠오르는 것은 둘이 엉켜있는 우리 곁을 스쳐 지나가며 흘리는 듯한 사람들의 말들이 떠올라서 일까.
“아, 그림 좋다.”라거나 “경치 한번 끝내준다”라는 말들. 꼴 같지 않다거나 비아냥 같이 들리기도 하겠지만 그런 일에 도둑질을 하다가 들키기나 한 것처럼 당황해 하거나 어색해 하며 쩔쩔매는 내가 아니었던 것 같다. 철면피 같은 뻔뻔스러움이 있었던가 보다. 그분들이 흘리듯 내던진 말, ‘좋은 그림’, ‘끝내주는 경치’를 간직하고 싶다. 이를 위해 나름대로의 덧칠을 해가며 모양새를 꾸미기 위한 노력도 내가 감당해야 할 몫이라는 생각을 해 본다.
유신고속 였던가. 지금의 이 복덩이를 만나기 위해 주말이 되면 수시로 드나들던 곳. 지금도 그때의 그 고속버스 회사가 있는지 모르겠다. 아내는 삼 년여 동안 독일에서 간호사로 일을 하다가 귀국하여 몇 달간의 휴식기간을 거친 후 수원에 있는 성 빈센트 병원에서 일을 하게 되었다. 토요일 밤시간이 왜 그렇게나 길게만 느껴지던지~. 당시에는 주 6일을 근무해야 했으니 일요일 밖에는 만날 수 있는 시간을 낼 수가 없었다. 주말이라고 해서 매주 만날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병원에서의 근무일정이 매 주말마다 노는 것이 아니다. 근무 일정이 주중에 노는 날과 주말에 노는 날을 로테이션 형식으로 돌아가며 근무 배정을 하게 되니 한 달에 두 번 정도 만나게 된다.
이 사람과는 그 당시에도 아주 촌스러운 만남으로 시작되었다. 우리 집안엔 8남매가 있는데 내 위로는 80대 초나 중반의 형님 세분과 두 누님이 있고 60대의 두 동생이 있는데 이들 모두가 모두가 연애결혼으로 가정을 꾸미고 있다. 유독 나 혼자만 중매를 통한 결혼을 하게 된 것이다. 어쩌면 내 능력의 한계 정도로 생각들을 하게 될지도 모르겠다.
같은 지방에서 공무원생활을 하고 있는 터에 두 집안이 서로 알고 지내고 있는 사이였다. 양가에 결혼 적령기의 자녀끼리의 만남이 이루어 진 것이었다. 요즈음 같이 이런 저런 조건 같은 것을 따지는 정략결혼 같은 모양새와는 판 자체가 다르다. 두 집안의 어른끼리 잘 알고 그 집안의 화목하고 검소한 가정 분위기를 서로 알고 있으니 다른 무엇을 더 보겠느냐 하는 게 조건이라면 조건이었을까.
때묻지 않아서 좋았다. 백치 같은 어리숙함. 어느 앞에서도, 백만장자나 고관대작 앞이라고 하여 주눅이 들거나 머뭇거리지 않으며 자기 자신의 작은 모습을 부끄러워하지도 않는다. 떳떳하면서도 건방지거나 교만하지도 않으며 자기 스스로의 내면을 존중하고 있는 것을 교만으로 생각하고 있지도 않는다. 자기 존중은 남에게 내보이기 위한 것이 아니고 스스로 간직하며 행하기 위함이라며 내가 나 자신을 존중(Self Esteem)하는 것처럼 남을 존중하겠다는 의지가 포함된다고도 한다. 나는 이런 촌스러움을 사랑하지 않을 수가 없다.
다음에 올 때는 아내와 함께 와서, 그 때의 그 성 빈센트 병원, 수원호, 임업시험장과 팔달산을 꼭 가보고 싶다. 둘이서 손을 꼭 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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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권섭 |
14-07-26 09:3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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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보선생님 다복하고 행복한 지상낙원을 가꾸며 살아가는 모습이 아름답습니다.
마치 아담과 이브가 에덴동산을 거닐며 행복의 파랑새와 함께 있는 것 같아
덩달아 기쁨을 즐겼습니다.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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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영보 |
14-07-28 22:5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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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이 시간에도 수원와 인접해 있는 용인에 와 있습니다. 벌써 며칠전엔 선산이 있는 보령을 다녀오기 위해 수원에서 기차를 타고 다녀왔습니다. 이곳에 머물고 있는동안 꼭 우리 회원님들을 찾아 뵙고 인사를 드리고 싶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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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만성철용 |
14-07-26 10:1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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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달이란 명칭은 이태조가 지은 말이다.
-조선 태조가 정란을 피하여 이 산 밑에 은거하던 이고(李皐)에게 벼슬길에 나오기를 권하자, 이고가 말하기를 '집 뒤의 산이 들 가운데에 있어 사통팔달(四通八達)하여 사방이 내려다 보이고 아름답기 이를 데 없습니다.' 하고 벼슬길에 나아가기를 사양하였다. 이에 태조가 산을 팔달산이라고 명명하였다.
금년 봄 수원화성을 다녀와서 쓴 '수원화성이야기'의 일절입니다. 서울 오시어 시간 있으시면 일산에 한번 들리세요. 한국 술 중의 술 막걸리를 한 잔 대접하고 싶어서 드리는 말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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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영보 |
14-07-28 22:5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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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달산.
오늘의 추억거리를 만들어 주고 삶의 가치를 일깨워준 팔달산에 대하여 그런 내용들을 전혀 모른 채 사십여년을 지내 왔군요. 그냥 나에게 큰 의미를 심어준 곳이라는 것 말고는 사통팔달. 벼슬길을 사양할만큼 아름다운 곳이었다는 사실을 이제서야 알게 되었군요. 새삼 그런곳에서 우리부부의 만남이 있었고 오늘에 까지 이어져 온 복의 근원이었다는 곳이라는데에 더 큰 의미를 두게 되었습니다. 아내에게도 이 내용의 말을 전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전화번호를 알려 주세요. 그렇지 않아도 또다른 형님이 일산에 살고 계셔서 그 형님댁에서도 며칠 보내게 될 것입니다. 제 현재 연락처는 010-9177-4544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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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영보 |
14-08-02 22:5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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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의 홈피에서 '수원화성 이야기'를 읽었습니다. 많은 배움의 말씀들이었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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