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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쓴이 : 김권섭 |
날짜 : 14-07-18 15:17
조회 : 19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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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자 키우기
딸만 연이어 둘 낳고 세 번째로 천우신조였던지 산음(山蔭)이었던지 나는 아들을 보았다. 얼마나 흐뭇하고 아들을 낳은 아내가 대견한지 지금 까지 서운한 감정이 봄바람에 눈 녹듯이 사라졌다. 직장에 가서도 아들 생각만 하면 저절로 웃음이 나왔다.
매월 고향집에 가면 조모 그리고 모친께서는 ‘딸 둘이 있으니 아들을 하나 낳아야 할 텐데’하고 염원하셨다. 그런 중에 아들을 낳았으니 얼마나 기쁘고 자랑스러운지 모른다.
그 아이가 장성하여 결혼을 하고 아들을 낳았다. 우리부부는 눈빛만 보아도 기쁨으로 충만했다. 태어난 아이를 보니 우리 가족은 하나도 닮지를 않고 사돈댁만 닮아 쪼끔은 섭섭했다. 그러나 며느리가 기저귀를 갈아 줄 때는 쪼끄마한 고추가 그렇게도 대견하고 흐뭇했다. 조고, 선친께서도 나와 아들이 태어났을 때 이처럼 기뻐하며 좋아하셨을 것이라 생각에 숙연하다. 손자의 출생은 숭조상문이다.
아이가 태어나자 처음 본 아들은 하연(賀筵)에서 “엥! 되게 못 생겼네!”한다. 옆에서 듣고 있는 나는 며느리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힘들게 출산했는데 수고했다는 말 대신 못생겼다고 하니 얼마나 서운할 까 하는 생각이 들어 아들이 애운하다. 고슴도치도 제 자식은 함함 한다고, 며느리는 못 들은 척하며 손자를 애지중지한다. 누구나 잘 태어나고 싶지만 마음대로 할 수 없지 않은가.
며느리가 출산 휴가 중에는 친정에서 키우고, 그 이후로는 우리 내외가 키우게 되었다. 갓난아이라 머리가 커 두 손으로 머리도 받쳐 들어야하고 시간에 맞춰 분유도 적정온도로 먹이고 기저귀도 제 때 갈아주며 돌보는 것이 보통 힘든 것이 아니다. 우리 부부는 아이를 35여 년 만에 다시 키운 셈이다. 처음 우리 집에 오고 나서 손자는 낮인지 밤인지 모른다. 덩달아 우리는 피곤했다.
태어 날 때는 누르스름한 피부에 바짝 마르고 홀쭉했는데 몇 개월이 지나니 얼굴도 희어지고 온몸에 살도 통통 해졌다. 금상첨화로 재롱도 떨고 정이 들어 우리 내외에게 웃음꽃이 되었다. 늘 유쾌하고 마음 편하게 논다. 아무델 건드려도 한 없이 가진 기쁨과 행복을 쏟아낸다. 잘 먹고 잘 자고 잘 논다. 기쁨으로 살고, 놀고, 커 간다. 무럭무럭 자란다. 처음 왔을 때는 몸무게가 3.75 Kg이던 것이 어언 10 Kg이 되었다. 자식들을 키울 때는 몰랐는데 안을 때마다 힘들다.
손자를 돌보다 아내는 4개월이 지나고부터 몸에 적신호가 왔다. 노후에 설상가상이다. 피곤한 몸은 따뜻한 탕 속을 갔다 와야 되고, 매일 물리치료를 받아야 몸이 자유롭다. 대중탕에 가고 병원에 갈 때는 내가 손자를 돌본다. 손자는 우리 내외를 숙흥야매 삶이 되게 하고 비익조(比翼鳥)로 만들었다.
손자는 나와 아내를 보면 빙그레 웃는다. 휴일에 오는 아들내외는 손자를 볼 때마다 ‘코가 오뚝해야 한다.’고 코를 만진다. 그런데 아내와 내가 외출하고 귀가하여 껴안으면 온몸을 더듬으며 코가 납작하도록 얼굴까지 비벼댄다.
동네마트에 손자의 분유와 기저귀를 사러 가는 날이었다. 집에서 도심에 나오니 상가 간판 조명과 삼색의 신호등 자동차들의 불빛이 휘황찬란하다. 아이는 홀연 함성을 지르며 발과 팔을 들고 좋아한다. 모든 것이 기쁨이요, 사랑이요, 친한 동무로 보였다. 아름다운 불빛과 빨리 움직이는 동작들을 매우 아름답고 신기하게 보았다. 실제에 경험하지 못한 일을 아름답게 본다. 행복과 기쁨을 더 늘려 가는 것이다. 환희와 행복과 모든 아름다운 것을 솔직하게 느낀다. 그간 나는 화려한 불빛과 조명을 무심코 여기며 살았다. 네온 싸인, 신호등, 자동차에서 비치는 빛은 마치 에머랄드, 사파이어, 비취옥 광채다. 아이는 순수의 유미(唯美)함으로 수정같이 맑은 생명수의 강을 건너는 것으로 여기는 것 같다.
아내는 아침에 잠에서 깨면 늘 요가를 한다. 손과 발을 들고 몸을 푼다. 누워서 발과 손을 들어 턴다. 아이는 어느 날부터 누워 있으면 입을 꼭 다물고 발과 손을 들어 흔들어 댄다. 귀여워서 “우리 ○○ 잘하네!”하면 신나게 발과 손을 누워서 마구 흔든다. 아들내외가 올 때 마다 아이는 입을 꼭 다물고 발과 손을 들고 자랑한다. ‘서당 개 삼년이면 풍월을 읊는다.’(堂狗三年吠風月)는 말이 있듯이, 이도 안 나고, 말도 못하고, 기지도 못하고, 서지도 못한 아이가 누워서 아내에게 배운 요가를 보여 주는 것이다.
이래서 아이 앞에서는 큰 소리를 쳐도 안 되고 욕이나 싸움도 해서는 안 되겠다고 아내와 두선거렸다. 나는 손자에게 자주 책도 읽어주고 그림책도 보여주고 음악도 들려준다. 화가 나고 언짢은 일이 있어도 손자 앞에서 좋은 모습만 보이자고 아내와 다짐했다. (2014,0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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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류인혜 |
14-07-20 05:3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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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의 글을 읽으며 저절로 흐뭇한 미소가 지어집니다.
혈육의 아름다움은 어디에도 비할 데가 없지요.
손자를 두고 벌이는 내외 분의 고전분투 모습이 눈앞에 그려집니다.
오래 전 친정할머니께서는 여든이 넘은 연세에도 큰아이의 기저귀를 빨래해주셨습니다.
근데 요즘 손자자랑은 돈 내놓고 하는거 아시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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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권섭 |
14-07-20 07:5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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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인혜선생님 안녕하셨습니까. 이렇게 부족한 글을 올려서, 선생님을 지면으로 뵙고
격려를 받으니 힐링입니다. 건망증으로 우산도 여러 번 분실하고, 현관과 방사이에
방충만을 쳤는데, 모르고 여러번 무시하고 나오다 빵꾸가 나버렸습니다.
컴퓨터를 잘못 사용했던지 7월15일에 위 글을 올렸는데 삭제가 되어버렸습니다.
일만성철용선생님, 박영보선생님이 댓글로 격려한 글이 삭제되어 죄송합니다.
아내는 치매검사를 하라고 합니다. 손자를 키우다 보니 사이가 쪼끔 좋아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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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방주 |
14-07-20 10:3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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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 손자를 사랑하시는 모습이 눈에 선합니다. 저는 아직 며느리가 육아휴직중이라 돌 지난 손자를 가끔 돌보아주는데도 제가 할 수 있는 어떤 일보다도 즐겁고 기분좋습니다. 선생님께서 손주를 보시며 즐거워하시는 모든 일을 저도 똑같이 경험하고 있으니 선생님과 저는 할아버지의공감 하나를 더 공유하게 되었군요. 반갑습니다. 더 행복하시길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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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권섭 |
14-07-20 12:2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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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방주선생님 안녕하십니까. 외손자를 데리고 왔을 때는 손님처럼 느껴졌지만,
친손자를 직접 키우니 정이 더 가고 든든하여 사랑스럽습니다.
이선생님께서 백두산과 후지산을 여행도 하시고 후진들을 위하여
수필강좌를 여는 모습이 정말 부럽습니다. 건강하시고 행복하시길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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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희순 |
14-07-20 22:5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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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의 손자사랑이 부럽지만 흐뭇하기도합니다.
아들녀석들이 거북이라서 아직 손주를 안아보지 못했기에 선생님의 마음을 온전히 헤아리기 어려워 제게도 그런 날이 오기를 기다려봅니다.
사랑스러운 손자가 건강하게 무럭무럭 성장하기를 축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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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권섭 |
14-07-21 07:4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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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경하는 이작가님 감사합니다. 자제분이 성혼이 되었으니 손자는 곧 보실 것입니다.
거북이라면 오히려 토끼보다 빨리 목표점에 이를 것입니다.
저도 작년에 혼사가 되어 늦게 보는것 아니냐 했는데 생각보다 빨리 손자를 보니
감개무량입니다. 아! 참 私談이 되어 죄송합니다. 장마 중이라도 건강 잘 챙기시고 행복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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