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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쓴이 : 임병식 |
날짜 : 14-03-12 08:33
조회 : 2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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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씨의 꿈
임병식
새해들어 우수 경칩이 지났는데도 아직 날씨가 차갑다. 그러나 차갑게 불어오는 바람 속에서도 계절의 변화는 어쩔수 없어서 마냥 한기가 느껴지지는 않는다. 바야흐로 봄이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이런 새봄을 맞아 나는 꽃씨를 묻는다. 너무 늦지 않도록 다른 것들이 먼저 움을 트고 나오기 전에 시기를 맞춘다. 흙속에 묻는 것은 노랑코스모스 씨앗. 그간 떨굴 자리를 찾지 못해 삼동의 추운 바람을 견디며 대궁에 매달려 있는 것을 수습한 것이다.
이보다 며칠전 나는 개나리를 심었다. 어느날 길모퉁이를 돌아나서니 어떤이가 늘어진 개나리 가지를 전정하고 있었다. 지대가 높은 곳에서 작업을 한 탓에 자른 가지가 한길에 수북하게 쌓여있었다. 그걸보고서 치우겠다는 뜻 보다는 우선 쓸모를 생각했다. 자주가는 등산로에는 빈터가 많아 심어두면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스쳤다. 해서 모아다가 꺾꽂이를 해두었다.
이른 봄에 피는 꽃들은 한결같이 특징이 있다. 잎보다는 꽃이 먼저 얼굴을 내민다. 목련이 그렇고 매화가 그렇고 진달래가 그러하다. 개나리도 아직은 움이 트지 않았지만 꽃을 먼저 터트릴 것이다.
나는 이것이 잘 살 것인가 못 살 것 인가는 걱정하지 않는다. 생명력이 강하기 때문에 잘 살 것으로 믿기 때문이다. 그보다는 환하게 꽃을 피우면 지나가는 사람들이 어떤 반응을 보일까 하는 궁금증이 더해진다.
이것에 비하여 노랑코스모는 발아를 장담하지 못한다. 한겨울 꽃대궁에 매달린 바람에 얼었을 수도 있고 땅속 사정에 의해 지장을 받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나는 되도록 모두 살기를 바라고, 살아나서 꽃피울 다른 세상을 그려본다. 여린 순이 돋아나 마침내 터를 잡고 화사하게 피어난 모습은 얼마나 아름다울까. 그리고 그런 꽃은 피어서 얼마나 많은 사람을 기쁘게 하고 자기의 감춰둔 소망을 펼쳐보일까.
나는 생명의 경이 앞에 늘 숙연해 진다. 동물이건 식물이건 마찬가지이다. 모든 살아있는 생명체는 숭고하기 때문이다. 그것들이 존재하는 것은 얼마나 의미있는 것인가. 그리고 그 존재 자체로 얼마나 존중받아야 할 대상인가.
생각하면 그것들이 미치는 영향력은 실로 크다. 수많은 변화를 일으키며 감동을 주기 때문이다. 누군가가 꽃 앞에서 걸음을 멈추고 바라본다면 그 사람의 하루 일상에서 그만큼 시간을 할애한 것이며, 어느 벌나비가 꿀을 찾아왔다면 그들의 행보에 그 만큼의 변화을 일으킨 것이다.
대상은 결코 홀로가 아니다. 내가 마음을 준 만큼 반응을 하게 되어 있다. 그것이 비록 상대방이 아닌 내속에서 일어난 변화라 할지라도 반응은 반응이다. 보이는 세계가 그러한데 눈에 보이지 않는 세상은 어떠할 것인가.
셰계는 거시적인 것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미물의 세계도 존재하며 눈에 보이는 것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현미경으로나 봐야만 실체가 드러나는 미생물의 세계도 존재한다. 하지만 이것들은 따로 떨어져 있지 않고 한 유기체내에서 함께 존재한다.
우리가 생각없이 내딛는 발자국 밑에도 우주가 있는 것이다. 그래서 옛사람들은 산에 올라서도 함부로 크게 외치지 못하게 하고, 걸음을 내디디면서도 짓이기는 짓은 못하게 했다. 짚새기를 삼아 신고서도 조신하게 걸으라고 가르쳤다.
행보의 바름을 가르친 것이지만 다른 생명과의 공생도 생각한 것이다. 지팡이 조차도 함부로 쿵쿵 내려찧지 않고 뜨거운 물도 함부로 좍좍 끼얹지를 않았던 것이다.
그러니 꽃을 대하는 태도는 어떠했을 것인가. 그런 자세를 배울 필요가 있다. 꽃은 저다운 하나의 절정을 보여주는 것이지만 우리에게 많은 시사점을 주기도 한다. 수정을 위해 그냥 공짜를 바라지 않고 아름다움으로 또는 꿀로써 최소한의 댓가를 해주는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그것들이 피워내는 꽃에서 무엇을 배울수 있을까. 배울것이 많다는 생각이 든다. '열흘 붉은 꽃이 없다'는 말에서 한때의 영화가 지속되지 않음을 알게 되고, 제각각의 화형에서 자기의 정체성을 지님을 깨닫게 된다.
그중에서도 ‘연년세세 화상사 (年年歲歲 花相似)라는 말에서는 세세연연 인부동(歲歲年年 人不同)이란 말을 유추하여 인생의 의미를 되짚게 되기도 한다.
나는 심어놓은 꽃씨가 발아하여 줄기를 뻗고 마침내는 꽃을 필 때는 많은 사람들이 또다른 인생의 의미를 발견하기를 소망한다. 피어있는 꽃을 보면서 무언가를 느끼고 생각한다면 나의 조그만 수고로움은 얼마나 보람이 되겠는가. 그것이 또한 살아있는 기쁨이 아니겠는가.
봄이 오는 길목에서 미구에 피어난 꽃이 바라는 것도 그런 마음이 담기지 않을까 상상을 해본다.(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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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재문 |
14-03-12 12:0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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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을 심는 마음이야 말로 진정 아름다움을 세상에 심는 것이라는 생각을 해봅니다. 아름다운 꽃씨의 꿈이 더욱 더 아름답게 피어나기를 바랍니다. 임병식 선생님 감사합니다. 건강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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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병식 |
14-03-12 14:3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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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들이 산과들에 사태를 이룰 시기도 머지 않았습니다. 어떤 꽃이 마음을 이끌어 시선을 머물게 할지 지금부터 기대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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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만성철용 |
14-03-16 05:4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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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집 아내의 나라 베란다에 군자란이 활짝 피고 있고,, 철쭉이 봉우리를 막 터뜨리려고 하고 있습니다. 이제 ilman은 어디로 여행을 떠날까 행복한 고민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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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병식 |
14-03-16 06:5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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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녕 일만선생님의 사진기가 기능을 발휘한 쫗은 때가 다가온것 같습니다. 노익장을 과시하시며 산천경개를 누비실 꿈에 부풀어 계시는 선생님을 생각하니 제가 더 행복해 지는 기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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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자인 |
14-03-28 09:4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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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있는 모든 생명체는 숭고합니다. 꽃씨의 꿈에서 선생님의 마음을 읽게 됩니다.
많은 생각 하게하는 글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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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병식 |
14-03-28 10:0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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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생님의 글에 댓들을 달고 와서보니 글을 남겼네요. 이제 나이가 드니 살아있는 것들에 대한 유정한 정이 많이 드는것 같습니다. 금년에는 꽃씨도 넣고 개나리도 길가에 많이 심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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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진철 |
14-03-29 20:4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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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얼마전에 동대문시장에가서 꽃씨를 두종류 사왔습니다
화분에 뿌리고 싹이 트기를 바라고 있는데 여지껏 소식이 없습니다
아무래도 화원하는후배에게 가서 배워야 할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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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병식 |
14-03-30 06:1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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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어도 열흘정도는 기댜려야 할 것입니다. 등산로가 허해서 진달래를 한다발 꽂꽂이를 했는데 이번에 보니 어떤 심술장이가 더러 뽑이버려서 보이는 것은 다시 심어두고 왔습니다. 남녘은 지금 꽃사태가 일어나고 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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