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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쓴이 : 정진철 |
날짜 : 14-01-24 01:20
조회 : 23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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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여성 대통령이 당선되고 장관, 국회의원들뿐만 아니라 공직자 그리고 기업체 임원까지 여성들이 활발히 진출하여 여성 상위시대라고들 한다. 일반 가정에서도 남편 보다 아내가 일자리를 찾기가 쉬운 세상이다. 주부 남편이 생기고 아내가 돈 벌어 오는 가장 노릇하는 가정도 많다고 한다. 초등학교에 가도 남자 선생님은 가뭄에 콩 나듯 보이고 여자 선생님 일색이다. 버스 운전사부터 중장비 기사까지 여성이 없는 곳이 없다. 그렇지만 이런 말들은 수다스러운 남자들의 엄살일 뿐이고 아무리 그래도 아직은 남성 천국이고 남성위주의 사회인 것이다. 많은 여성들이 각계에서 활동하는 것은 맞지만 그 비율은 미미한 수준이다. 또한 극히 일부를 제외하고는 대다수 여성들은 남자들이 하는 일을 보조하거나 식당이나 서비스 업등 가벼운 일자리에 종사하는 것이 현실이다. 그래도 서비스업은 각박한 사회의 틈새를 여성 특유의 친화력으로 파고들어 윤택하게 만드는 직업이고 없어서는 안 될 직업이다.
우리집 앞에 아침마다 찾아오는 여성이 있다. 나이는 40대 중반쯤 되었는데 예쁘장하게 생긴데다가 무척 상냥한 사람이다. 언제부터인가 마주칠 때 마다 서로 반갑게 인사를 나누는 사이가 되었다. 얼마 전 몹시 추운 날 잠깐 집에 들렸는데 그 여성이 거실에서 아내와 오순도순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저녁에 물어 보니 우리 집에 들락 거린지가 한참 되 었다고 한다. 막내 동생뻘 되는 사람하고 무슨 말을 그리 정겹게 했느냐고 물어보았다. 여성이 동네에 사는 사람들 성분을 상세히 파악하고 있어서 몇 동 몇 호에 사는 사람은 어떻고 하는 이야기를 듣다 보면 시간 가는 줄 모른다고 했다. 어떤 사람이냐고 했더니 남편과 맞벌이 하면서 열심히 사는 사람이고 예의도 바르고 인간성도 좋은 사람이라고 칭찬을 아끼지 않는 것이다. 이 여성은 야구르트를 판매하는 사람이다. 날씨가 추우면 아내가 불러들여 식사도 같이 하고 고구마도 삶아주고 하는 사이라고 한다. 어떻든 이 여성은 성실하고 친화력있는 이미지로 대단지 아파트에서 야구르트 판매 상권을 거머쥐고 있는 것이다.
전에 서울 무교동 한복판에 월드컵이라는 극장식 비어홀이 있었다. 수백 명이 한꺼번에 들어 갈수 있는 대형 유흥음식점이고 유명 연예인이 돌아가면서 출연하여 연일 문전성시였다. 이곳에서는 여성 종업원을 웨이트리스라고 부르는데 제복을 입고 술과 안주를 날라다 줄뿐 손님 좌석에는 앉지 못하게 했다. 그 대신 좌석마다 주대와 함께 팁을 받아 수입을 올리는데 인기있는 아가씨들은 하루 밤에 요즘 돈으로 수 십 만원에서 백 여 만원까지 번다고 했다. 대략 월 2- 3천만원까지 번다는 이야기다. 물이 좋은 곳에 자연히 따라붙는 것이 폭력배들이다. 이렇게 여자들을 등쳐먹는 폭력배들이야말로 양아치들인 것이다. 하지만 이런 양아치들이 돈 많이 버는 아가씨들에게 일정액을 뜯어 먹는 대신 나름대로 다른 양아치들에게 당하지 않도록 보호해주는 역할도 하니까 어떻게 보면 서로 공생하는 관계라고 볼 수도 있는 것이다.
그 업소에서도 제일 잘나가는 여성 종업원이 있었는데 2번 웨이트리스라고 불렀다. 이 여성이 가을바람이 선선하게 불던 어느 날 저녁 무렵에 형사당직실로 찾아왔다. 다음 날 점심때 그 업소 옆에 있는 다동 호텔 커피숍에서 차 한 잔 대접하겠다는 것이었다. 무슨 연유인지는 그때 이야기 하겠다고 하여 약속한대로 나갔다. “반장님 한테 꼭 부탁 하는데 들어달라” 고 애원하는 것이다. 부탁의 내용은 자기하고 무교동 일대를 한 두 번정도 함께 산책하자는 것이다. 별로 어려운 일이 아니라 들어 주었다. 그런데 며칠 후부터 이상한 소문이 형사 실에 퍼지는 것이었다. 월드 컵 2번 웨이트리스하고 애인 관계라는 소문이었다. 말도 안 되는 소리였지만 그런 정도 소문 가지고 눈 하나 깜짝할 일도 아니었고 다른 형사들도 우스개 소리로 여기는 정도라 그냥 지나쳤다. 그런데 실제 소문은 무교동 일대의 폭력배들한테 퍼진 것이었다. 그 업소의 연예부장이 출연 연예인에게 어떤 행패를 부렸다던지 이런 저런 이야기를 들으면서 한 두번 그 아가씨하고 무교동 일대를 걸은 것이 고작이었다. 다만 그 아가씨가 유독 내 팔짱을 끼고 달라붙었던 것뿐이었는데 아무개 반장의 애인이라고 소문이 퍼진 것이었다. 요즘 말로 양아치들한테 쪽 팔리는 일이었다. 그렇지만 그 아가씨는 그 이후부터는 폭력배들한테 더 이상 돈을 뜯기지 않고 편하게 지내게 된 것이었다. 소위 아사리 판에서도 살아갈 수 있는 번뜩이는 지혜를 가진 여성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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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재문 |
14-01-24 03:5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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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일 하셨내요. 그걸 보고 일석 이조라고 하나요? 데이트도 즐기고 그 여성의 보호막도 만들어주고, 복받으실 일입니다. 감사합니다. 정진철 선생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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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진철 |
14-01-24 06:4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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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강하면 강한대로 약하면 약한대로 사회에 적응하는 모양이 다양하고
현명하게 대처를 잘 해 나가는 것 같습니다. 가정에서도 마찬가지인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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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권섭 |
14-01-24 08:0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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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이가 있는 곳에는 어디에나 하이에나나, 독수리같은 먹이 꾼이 있군요!
어느 집안이나 가만히 있다가도 돈이 생기는 일이라면 번뜩 나타나 욕심을 부리고 주장하고,
모기업체 후손도 선대 때에는 꽥소리도 못하고 있다가 돈을 잘 버니 재판을 하는 추태를 보이니 말입니다. 정진철선생님은 현직에 있을 때 복을 지어서 좋은 일이 생기겠습니다.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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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진철 |
14-01-24 19:2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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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에나라는 표현이 딱 어울리는 것 같습니다.
먹이가 있는 곳이면 어떻게 냄새들을 맞고 따라다니는지
놀랄일이지요. 그런데 제가 좋은일만 한건 아닌것 같습니다.
쓰다보니까 제 자신을 미화시키는 것만 쓰는것 같습니다.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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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류인혜 |
14-01-24 08:0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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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선생님, 흥미로운 이야기를 많이 쓰셔서 글 읽기가 재미있습니다. 요즘 여자에 대한 이야기가 많습니다. 밑으로 있는 수필의 제목이 <가을에 떠난 여인>, <소매치기 여인>, <창밖의 여자>, <남자와 여자> 그리고 지혜로운 2번 웨이트리스 이야기도 잘 읽었습니다. 저는 어제 농협에 일을 보러갔다가 우연히 어느 남자분에게 붙잡혀 그의 이야기를 듣게 되었는데 목소리가 높은 그 분 앞에서 미소를 띠고 있는 저를 지나가는 여인들이 부러워선지 흘끔거리더군요. 다른 사람에게 도움이 된다면 기꺼이 희생해야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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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진철 |
14-01-24 19:2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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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득 그런 생각이 듭니다, 가을에 떠난 남자. 소매치기 남자, 창밖의 남자...이런 식으로 써봐도 이야기거리는 있을것 같습니다. 저는 이상하게 어떤 한군데 머무르지 못하고 나라의 기관이라는 기관은 모두 돌아다니며 근무한 그런 생활로만 살아왔습니다. 남이 해보지 않은 경험들을 해본것 같습니다, 일기장 비슷한 곳에서 조금씩 발췌해 보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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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병식 |
14-01-25 08:5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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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아가씨도 지혜롭지만 정선생님도 약자를 잘 보호해 주셨습니다. 내뒤에도 누가 있다는 뒷배를 삼고자 한것인데 도움을 주었으니 잘한 일이지요/
저도 가정집 여인을 스토커해서 이혼지경에 이른 가정을 지켜준 일이 있었습니다. 그 사람은 깡패는 아니고 평판이 좋지않은 지역인사인데 만나서 괴롭히지 말하고 충고를 했지요. 다소 무모하기도 한 일이었는데 그후로 스토커짓을 막아 평온을 찾게 해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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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진철 |
14-01-26 01:0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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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선생님이 재직하신기간이 얼마인데 저보다 이야기거리가
많으시리라 생각합니다. 인생을 살아오면서 직장에 얽힌 이야기보다
사는 이야기도 많겠지요. 다만 느끼고 보는 시각에 따라 작품이 나오느냐
아니면 가벼운 평범한 이야기로 그치느냐 하는 문제가 있으리라 생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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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희순 |
14-01-25 21:4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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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나무는 그늘도 큰 법인즉 그 여인은 현실파악에 뛰어나 지혜롭게 처신한 것이로군요.
선생님께서도 짐짓 그여인의 청을 들어준 것이라고 추측해 봅니다.
예화로 소개하신 삶의 지혜가 비단 여자에만 국한된 것이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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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진철 |
14-01-26 01:0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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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저마다 뛰어난 지혜를 가진것 같습니다.
특히 서비스업계에 종사하는 여성들은 순발력, 결단력
그런것이 남다른것 같습니다. 마음먹으면 머뭇거리지를 않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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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만성철용 |
14-01-27 14:5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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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말이 멋집니다. 글에서 가장 중요한 결말이. 그래서 정 작가의 글에 시선이 몰리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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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진철 |
14-01-28 15:4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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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은 항상 있게 마련입니다만, 어떤 각도에서 바라보는가에 따라서
글감이 되는것 같습니다. 기록들을 메모할당시에 느꼈던 점들이 지금와서
똑같이 느껴지는것은 아닌것 같습니다. 간혹 왜 그때는 이런 느낌이 아니었지
할때가 있고 제 스스로도 약간 놀랄때가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일만 선생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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