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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쓴이 : 임재문 |
날짜 : 12-12-16 21:50
조회 : 21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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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배 여인
임 재 문
담배를 얻으러 다니는 여인이 있다. 그녀는 여관방에 산다. 그녀의 남편도 있다. 그녀의 남편은 막노동판에 다닌다. 다섯살짜리 아들도 있다. 그런데 그녀는 담배를 얻으러 다닌다.
나는 그녀를 담배 여인이라 부른다. 삼십대 초반의 그녀는 담배 없이는 하루도 못사는 여인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그녀는 나에게 와서도 담배를 구걸했다. 나는 정중하게 이야기 한다. "저는 담배를 피우지 않습니다." 그녀는 쓸쓸하게 돌아서며 연거퍼 라이터 불을 켜며 사라져 간다.
그녀는 안데르센 동화에 나오는 성냥팔이 소녀가 아니라 라이터 팔이 소녀였더란 말인가?
내가 만약 그녀였더라면, 그렇게 산발한 머리에 꾀죄죄한 옷을 입고 담배를 구걸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아니 담배를 피우지 않는 나는 담배를 얻으러 다닐일도 없겠지만, 만약 내가 그녀처럼 담배없이는 못사는 처지였더라면, 나는 화장을 짙게 하고 루즈를 하고, 미니스커트를 입고 아이새도우도 하고 아주아주 섹쉬하게 몸단장을 하고 온갖 애교를 다 부리며 "담배 한대만 주세용!" 하고 손을 내밀면, 내 청을 거절할 남자가 과연 몇명이나 있을까?
담배를 피우지 않는 나라도 재빨리 담배가게로 달려가 담배 한갑을 사서 섬섬옥수 그녀의 손에 꼬옥 쥐어주고야 말았으리라 !
그런데 그녀는 남루한 옷에 산발한 머리는 언제 감았는지 부석부석한 얼굴로 다가와 담배를 구걸하니 뭇남성들이 화들짝 놀라서 도망가기 일쑤다.
그래도 그녀는 굽히지 않고 담배를 얻으러 다닌다. 그리고 어쩌다가 담배를 한대 얻는데 성공을 하면, 이세상의 모든 근심 걱정을 한꺼번에 날려버리기라도 할 듯이 만면에 웃음을 머금고 뻐끔뻐끔 담배를 피워물고 허공을 향해 연기를 내뿜으며 걸어간다.
그런 그녀를 가장 아끼고 사랑하는 것은 그녀의 남편이다. 막노동판에서 돌아오면 마치 다정한 연인처럼 그녀를 데리고 쇼핑도 다니고, 물론 담배도 사서 입에 물려주고, 이세상의 그 어느 여인보다도 더 그녀를 애지중지 거들며 다닌다.
그녀의 남편은 비록 막노동판에 다니지만, 얼굴도 미남형이고 제법 학식도 있을 법하게 보인다. 때로는 다섯살 짜리 아들도 동행을 하여 단란한 가정을 연상시키기도 한다.
나는 그녀의 남편이 위대하게만 느껴졌다. 이세상의 모든 사람들이 외면하는 그녀를 애지중지 사랑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와 그녀와는 그 무슨 애틋한 사연이 있는 것일까? 궁금해지기도 한다. 그러나 나는 그 사연을 알아볼 엄두가 나지 않는다. 왜냐하면, 희생적인 그 사랑이 너무나 위대하게 느껴지기까지 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내가 담배를 피우지 않는 것이 천만 다행이라 생각을 한다. 내가 만약 담배를 배웠더라면, 공초 오상순 시인은 저리 가라하게 줄담배를 피웠을 것이고, 폐가 상해서 지금쯤은 아마 이세상 사람이 아니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어쩌다가 내가 술을 입에 대기 시작해서 담배를 구걸하는 그녀보다도 더 깊게 술에 빠져들어가게 되었는지 나 자신도 모를 일이다. 그리고 그녀의 남편처럼 이세상 사람들이 손가락질을 해도 나를 사랑하는 내 아내가 한 없이 위대하게만, 느껴온다. 이제부터 나도 아내에게 더욱 더 사랑받는 사람으로 거듭나야 하지 않겠는가? 깊이 깊이 반성해 보는 계기가 되었다.
돌이켜 보면 술로 인한 사연들이 너무너무 많다. 아내의 나이테는 내 술로인한 것이 대부분일 것이다. 술로 인하여 잃은 것이 그 얼마나 많았는가? 때로는 건강을 해치기도 하고, 온몸이 만신창이가 될 때가 한 두번이었던가?
그럴 때마다 나를 다독이며 살아온 내 아내가 그녀의 남편보다도 더 위대하게 느껴온다. 내 평생에 처음으로 일찍 찾아온 이 겨울 ! 나는 얼어붙은 아내의 마음을 녹여주는 따사로운 햇살이고 싶어진다.
아내여 ! 사랑하는 내 아내여! 이제 우리 다시 손에 손잡고, 일어나서 함께 갑시다.
" 겨울도 지나고 비도 그쳤고 지면에는 꽃이 피고 새의 노래 할 때가 이르렀는데 반구의 소리가 우리 땅에 들리는 구나 무화과 나무에는 푸른 열매가 익었고, 포도나무는 꽃이 피어 향기를 토하는 구나 나의 사랑, 나의 어여쁜 자야 일어나서 함께 가자"
아가서의 그 말씀처럼 우리 함께 봄맞이 하러 갑시다. 사랑하는 내 아내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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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승택 |
12-12-16 22:3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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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생 부부보다 더 가까운 친구가 어디있겠습니까. 특히 남자의 경우, 나이 들수록 믿을 곳이란 오직 아내뿐~ 지금이라도 늦지않았습니다. 많이 사랑하시고 위하여 봉사하시라고 감히 권합니다. 임선생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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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재문 |
12-12-16 22:4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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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승택 선생님 ! 제일 먼저 달려와 좋은 말씀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제부터라도 아내에게 따사로운 햇살 처럼 그렇게 사랑하며 살아가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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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권섭 |
12-12-16 23:2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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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경하는 설봉선생님 안녕하셨습니까. 역시 마지막은 부인에 대한 사랑입니다.
'나의 사랑하는 자는 노루와도 같고 어린 사슴과도 같아서 우리 벽 뒤에 서서
창으로 들여다 보며 창살 틈으로 엿보는 구나!'
아름다운 글 잘 즐감했습니다 감사합니다. 늘 건강하시고 부부 금슬이 더욱
향기나는 레바논 백향목같고 백합화 향기나는 가정이 되시길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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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재문 |
12-12-16 23:5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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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재 김권섭 선생님 ! 반갑습니다. 항상 좋은 말씀 주심에 감사합니다. 이제라도 아내의 마음 상하지않도록 저도 다독여 주며 살아야 하겠습니다. 건강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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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병식 |
12-12-17 07:0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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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로 인하여 에피소드가 그 누구보다보 많으신 것으로 아는데 추워지는 이 겨울, 아내를 생각하는 마음이 느껴집니다.마지막을 성경의 말씀으로 가름하셨군요.
" 겨울도 지나고 비도 그쳤고 지면에는 꽃이 피고 새의 노래 할 때가 이르렀는데 반구의 소리가 우리 땅에 들리는 구나 무화과 나무에는 푸른 열매가 익었고, 포도나무는 꽃이 피어 향기를 토하는 구나 나의 사랑, 나의 어여쁜 자야 일어나서 함께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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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재문 |
12-12-18 09:4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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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병식 선생님 ! 저를 염려 해주셔서 전화도 주시고 여러모로 감사들 드립니다. 이제 아내와 함께 봄맞이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임병식 선생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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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만성철용 |
12-12-21 09:4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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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처럼 홈에 들려서 반가운 글로 아침을 엽니다. 아랫 글은 아내의 고희에 써서 줄 ilman의 시조입니다.
부부(婦夫)
-아내 고희에 부쳐
다음 세상 또 있다면
다시 부부(婦夫) 되고 싶다
아내는 내가 되고 당신은 남편 되어
녹발(綠髮)이
백발이 되도록 우리로 살고 싶다.
잔소리 않는 아내 당신에게 되어주고
아내만 위해 사는 나의 남편 당신 되어
저 세상
부부(婦夫)가 되어 지금처럼 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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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재문 |
12-12-22 09:5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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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만 성철용 선생님의 시조를 읽으니 자꾸만 눈물이 나옵니다.저는 아내에게 바칠 시조 한 수도 없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저도 아내의 회갑인 내년에 아내에게 멋진 선물을 선사해야 하겠습니다. 그동안 못다한 사랑으로 말입니다. 감사합니다.일만 성철용 선생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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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진철 |
12-12-25 21:2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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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선생님 ~반갑습니다. 좋은 글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사모님에 대한 사모곡(思慕曲) 또한 뜻 깊게 읽었습니다.
그런데 임선생님 이글 쓰실때 한잔 하시고 쓰신것 아닙니까
실타래 풀리듯이 술술술 자연스럽게 나오시는 말씀들이
한잔하시고 윤활유되어 그런것 아닌가 합니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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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재문 |
12-12-26 12:0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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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신이 곡할 일입니다. 어찌 그리 멀리서 다 꿰뚫어 보십니까요?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정진철 선생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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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정자 |
12-12-28 22:2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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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재문 선생님.
임재문 선생님께서 작가회 회장님으로 계실때 입회하여서 늘 존경하고 특별한 인연으로 생각합니다. 오늘따라 홈에 들어와 선생님의 사모곡의 수필을 읽으며 지극한 사랑을 받으시는 사모님을 생각합니다. 사모님께서 읽으시도록 보여주셨나요? 얼마나 좋아하시겠어요.
ㅎㅎ
정진철 선생님은 그리 멀리 계시면서도 음주단속을 하셨는가 봅니다. 아이구 내가 못살아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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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재문 |
12-12-29 01:2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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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자 선생님 ! 내 고향의 정자나무처럼 그렇게 다정하게 다가와 해주시는 말씀 가슴을 저미게 합니다. 저는 제 아내에게 정말 못된 사나이입니다. 이제부터라도 제 아내를 눈물나게 하지는 말아야 하겠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더욱 더 열심히 살아가고 있답니다. 지금처럼 제 젊은 시절에 그렇게 살아왔더라면 아마 저는 크게 대성하였으리라 생각할 정도입니다. 김정자 선생님 ! 또 한해가 갑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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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원명화 |
12-12-30 11:1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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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늦게 찾아온 아름다운 사랑이 차오르는 선생님의 가정에 가득 넘치시기를 기원합니다.
가장 소중한 또 하나의 분신이 바로 아내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그동안 못다한 사랑의 정표 많이 나누시고 귀하게 대접해 드리세요. 잘 하시는 것 만큼 그 복이 되돌아 오리라 믿습니다.
새해 건강하시고 행복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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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재문 |
12-12-30 19:4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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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명화 사무국장님 좋으신 말씀 감사합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항상 우리 한국수필작가회를 위하여 동분서주 하시는 모습 너무 아름답습니다. 감사합니다.박원명화 사무국장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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