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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쓴이 : 이희순 |
날짜 : 12-12-09 23:01
조회 : 2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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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차 따라 내닫는데 노란불이다. 내친 김에 액셀에 힘을 더한다. 뛰어봐야 벼룩이라, 사거리 복판에서 적색신호와 마주쳤다. 뒷덜미에 화롯불이 쏟아지는데, 어럽쇼! 승용차 두 대가 내 꽁지를 물고 있다. 항하사와 나유타를 대번에 뛰어넘는 ‘불가사의’에 말을 잊었다. 왼쪽 길에서 직진신호를 받은 차들이 삿대를 휘두르며 고함을 질러댄다. 엎질러진 물이라 수가 없으니 시치미를 떼고서 줄행랑을 놓는다.
요즈음의 자동차는 깜빡이 설치를 깜빡했는지 벙어리가 태반이다. 반면에, 비상등의 성능은 대견스러워 운전자들의 혈압을 무던히도 높여준다. 주차해선 안 될 곳에 차를 세운 얌체족은 비상등을 써먹는다. 잘 생기지도 못한 주제에, 차선 하나를 전세 내어 두 눈퉁이를 쉴 새 없이 껌뻑대는 꼴을 보면 밥맛이 다 달아난다.
끼어든단 말도 없이 머리통을 들이미는 자동차, 좁은 길을 앞서가던 차가 좌회전을 하려고 별안간에 서버린다. 마음 놓고 따라가다 가슴이 철렁한다. 이런저런 보약을 끈히 챙겨 먹어도 소암이 없는 까닭을 알만도 하다. 차를 세운 뒤에야 깜빡이를 내보이는 건 대체 무슨 경우일까. 내 입술에선 된소리가 득세한다. 자동차 회사들이여, 비상등 스위치는 없애버리고 깜박이 등에는 인공지능을 심어주오.
양보는 오직 네가 하는 것. 깜빡이를 흔들며 1차선에 끼어들기를 시도하는데 거기 뒤차가 번개같이 내달아 틈을 메꿔버린다. 다음 차는 아예 전조등을 발사하며 끼어들기를 위협한다. 번번한 실패에 짜증이 폭발한다.
엊그제 아침에는 비좁은 골목길에 낭패를 보았다. 골목을 거의 다 벗어날 즈음, 뒤늦게 진입한 차하고 맞닥뜨렸다. 내 차가 비켜주려면 아슬아슬 30미터를 후진해야 하는데 상대방은 바위처럼 꿈쩍도 없다. 그 차는 7,8미터 후진하면 되는 거였다. 줄도 없고 배짱도 없는 백성은 30미터 후진을 두 번 하였다. 소시민은 가재처럼 후진에 능해야 한다.
왕초보의 국민차를 얻어 탔었다. 왕초보는 교차로에서 동시신호를 받고 좌회전을 하더니 황급히 차를 멈췄다. 뒤따르던 차들이 식겁을 했다. 나는 떨어진 간담을 주워 올리며 왕초보를 쏘았다.
“빨간 불이라서 섰는데?”
그러고 보니 눈앞에는 틀림없는 적색등화였다. 좌회전하여 직진하려는 순간, 빨간 불이 앞을 막으니 당연히 서야 한다는 거였다. 도로교통법 잘 지킨 것 맞네. 그 신호기는 광장 건너편으로 이동하여 횡단보도 앞에 서있어야 한다. 그러면 잘못을 깨달은 다른 쪽 신호기들도 자리를 옮길 것이다.
교차로에서 마음 내키는 대로 우회전하는 차들이 부지기수이다. 우회전은 비보호 좌회전과 같은 개념이다. 우회전하려는 방향으로 자동차가 강물처럼 흘러가는데도 우회전을 감행한다. 제 갈 길만 서두르는 무리한 우회전에 직진하는 차들이 오히려 멈칫한다. 모세혈관 5만 개 쯤 터졌을 게다. 교차로에서는 직진신호가 아니더라도 우회전을 할 수 있지만 무턱대고 끼어들어서는 안 된다. 접촉사고라도 나면 우회전 차량은 책임을 면하기 어렵다. 우회전하려는 쪽에 작달막하게 서있는 보조신호등이 적색이면 우회전을 할 수 없다.
우회전을 하다가 마음을 상한 적이 여러 번 있다. 가지 말라고 하면 어깃장을 놓고, 그냥 가라하면 마냥 서있다. 교차로에서 직진신호 때 우회전을 하면 보행자 신호가 들어온 횡단보도가 길을 막는다. 차들이 횡단보도 앞에 멈춰 선다. 그런데 건너는 사람이 보이지 않는다. 주변을 살펴보니 건너려는 사람도 없다. 눈치를 보던 몇몇이 슬슬 횡단보도를 넘어간다. 그게 어디 눈치를 볼 일인가. 그럴 때는 그렇게 통과해도 위반이 아니다. 나는 당당하게 통과하려고 했지만 앞차가 움직여주지 않는다. 경적을 살짝 울려본다. 대답이 없어 전조등을 켰다가 얼른 꺼본다. 앞차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추정치 지천명의 남자가 운전석에서 머리를 내밀더니 뭐라고 악을 쓰며 주먹질을 해댄다. 나도 고개를 내밀었다.
“지나가도 되는데요.”
“보행자 신호도 구별하지 못해요? 당신, 색맹이요?”
내가 신호등 색깔도 구별 못할 사람인가. 건너는 사람이 있더라도 저쪽으로 거의 다 건너갔을 때 통과하면 괜찮다.
밤에 운전을 하다보면 도깨비를 자주 만난다. 전조등이고 미등이고 온통 파르스름한 도깨비불이다. 마주치는 기분도 으스스한 데다 불빛이 시야를 괴롭게 한다. 톡톡 튀는 개성도 법을 지키고 난 다음에 찾아야 멋이 있겠다.
제한속도 60km의 일차선 도로를 거북이들이 기를 쓰고 달린다. 좀처럼 앞지르기 기회를 얻지 못한 토끼도 거북이가 되고 만다. 30km짜리 숨 한 번 크게 쉬고 과적한 화물차를 참아 본다. 시야마저 막아버린 포클레인의 저속을 참아내기란 불가능에 가깝다. 트랙터나 경운기의 속도는 더 말할 나위가 없다. 논밭에서 일을 한 트랙터가 흙감태기가 된 채 아스팔트길에 매대기를 치는 날엔 비상이 걸린다. 토목공사장의 덤프트럭은 신발을 잘 씻고 다니니 대충 떨기라도 해야겠다. 농촌 도로에는 농기계와 농부가 함께 다닐 수 있는 길을 따로 마련해 주면 좋겠다.
중앙선이나 옆 차선을 넘나드는 차량이 부쩍 늘었다. 피죽도 못 먹었는지 배배꼬인 비틀걸음에 눈꼴이 시려 온다. 운전자가 스마트폰이나 DMB에 한눈을 팔아버린 탓이다.
옆 차선으로 달려 나가던 시내버스가 정류장 앞에 그대로 멈춘다. 정류장 진입차선이 따로 있건만 들어가는 시늉도 내지 않는다. 버스를 뒤따르던 차들이 일제히 깜빡이를 켜며 내 차선으로 고개를 돌린다. 버스는 금방 출발할 터이지만 참 이해하기 어려운 광경이다. 진행하던 차선이 잠시 막히면 기다려야 옳은데 옆 차선을 비집으니 주객이 뒤바뀐다. 조급증과 이기심이 빚어내는 살풍경이다. 타락한 차량이 담배꽁초나 별의별 부스러기를 내버리는 장면은 눈에 익어버렸다. 제 한 몸 건사하려고 내던진 쓰레기가 부메랑이 되어 양심을 까맣게 물들이는 줄은 왜 모를까.
교통사고 대부분이 좁은 이면도로에서 일어난다고 한다. 아무 신호도 없는 골목길 교차로는 위험하기 짝이 없다. 그런데 ‘설마고기’를 먹은 간 큰 차량들은 저돌적으로 골목 교차로를 통과한다. 몇몇 운전자들은 양보와 담을 쌓고 사는 게 틀림없다. 골목길을 돌아나가려고 오른쪽 담벼락으로 차를 붙이다가 내 차 정면으로 돌아드는 차 때문에 놀라 자빠진다. 함께 타고 있던 아내의 비명에 더욱 놀란다. 내 입술의 경음화현상 나무라기에 이골이 난 아내가 웬 일인지 요즘 들어 잠잠하다. 내가 자주 어이를 상실하여 입을 다물어버리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강렬한 전조등이 눈을 치떠 쏘아보면 현기증에 눈앞이 캄캄해진다.
똑같은 비상등인데도 양보해줘서 고맙다며 깜박거리는 불빛은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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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병식 |
12-12-10 06:4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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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전을 하다보면 위험하고 험한 꼴을 많이 보고 당합니다. 양보는 커녕 끼어들기를 다반사로 하여 운동신경이 민첩하지 못한 저같은 사람은 흠칫흠칫 놀랄때가 많습니다. 교통소통과 사고를 내지 않기 위해서도 교통법규는 지켜야 할 것입니다.
'신중속앞 건횡무주' 는 명심해야겠지요.* 참고로 신-신호위반, 중-중앙선침범- 속-속도위반 , 앞- 앞지르기 위반, 건-건널목 위반, 횡-횡단보도 위반 , 무- 무면허운저, 주-주차위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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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희순 |
12-12-12 23:4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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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들어 가끔 RV카 등등 좀 크고 높직한 차를 가져야겠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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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권섭 |
12-12-10 08:1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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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국민성의 '빨리 빨리' 근성이라할까 습성 때문에 보여지는 모습입니다.
좋게 생각하면 세계에서 무엇이든 빨리 해치운다는 부러움도 받지만
성질이 조급하고 내 이익많을 챙기려는 마음들이 많아서 입니다. 좋은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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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희순 |
12-12-12 23:4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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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을 자로 재서 움직이는 잘못된 생활습관이 교통법규 위반의 큰 원인인 듯합니다. 가령, 목적지까지 걸리는 시간을 빠듯하게 계산하여 여유 없이 나서다보니 도로 사정이 평소와 달리 지체가 되기라도 하면 그때부터 무리를 범하게 된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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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재문 |
12-12-10 08:5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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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초보운전때 실수를 연발했었습니다. 지금은 운전한지 십여년이 넘어서서 더욱 더 조심스러워졌습니다. 초보때 겁도 없이 150을 놓고 달릴 때도 있었으니깐요. 아슬아슬한 곡예사였습니다. 이제는 겁이 많아져서인지 그렇게 달릴 엄두를 내지 못합니다. 초보때 일방통행도로를 역주행하던 실수도 있었구요 지리에 능숙하지 못한 제가 아내에게 맨날 핀잔만 듣고는 했지요 ㅎㅎ 접촉사고도 많이 내서 비상금을 털릴 때가 수도 없이많았구요 ㅎㅎ 감사합니다.운전일화 이희순 선생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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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희순 |
12-12-12 23:5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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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엔 내비게이션이 사람을 아예 길치로 만들어버립니다.
요즘엔 자동차의 성능이 뛰어나서 그런지 고속도로에 나서면 마치 F1대회를 보는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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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원명화 |
12-12-11 10:1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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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를 몰고 다닌지도 15년인데도 운전을 한다는 건 곡예를 하는 느낌입니다.
다른 일에는 점잖던 사람도 운전대를 잡으면 변하는 것 같아요. 양보는 커녕, 일단은 들이대고 보자는 심사, 거기다 자칫 접촉사고라도 나면 대뜸 큰소리부터 지르는.....아마도 운전하는 모든 분들이 너나 할 것 없이 공감하는 글이라 사료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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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희순 |
12-12-12 23:5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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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 말씀에 100% 공감합니다^^
다들 핸들을 잡는데 어찌 그리 천양지차인지요.
외과의사가 잡은 칼과 살인자가 잡은 칼의 차이라고나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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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진철 |
12-12-12 20:2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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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전하시느라 얼마나 수고가 많으신가요
저는 운전을 하도 오래해서 이젠 운전대가
싫어진답니다. 그래서 대중교통을 이용한지가
오래되지요
아예 차를 없애 버릴가 생각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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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희순 |
12-12-12 23:5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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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께선 벌써 현명하신 결단을 내리셨군요.
차제에 저도 생각을 바꿀까 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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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자인 |
12-12-28 16:4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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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희순 선생님 글을 읽으니 현장감이 생생합니다. 자동차 운전은 다른 사람의 생명까지 책임져야하니 조심해야하지요. 경각심을 불러일으키는 글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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