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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쓴이 : 김권섭 |
날짜 : 12-12-12 08:48
조회 : 1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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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 갑
안질이 걸려서 안과에 갔다. 눈꺼풀에 다래끼가 생기니 불편하고 창피하다. 의사선생이 렌즈를 끼고 눈을 헤적이더니 ‘수술을 해야 한다’고 한다. 병상에 누워 있으니 겁도 나고 매우 불안하다. 의사가 두 명의 간호사 보조아래 메스로 부드러운 눈꺼풀을 베니 두렵고 떨리며 고통이 온다. 한 간호사는 내 다리를 꽉 잡는다. 이를 악물고 참았다. 피부를 절개하여 배농한다. 치료하고 나서 눈에 안대를 댔는데 도무지 주위를 분간할 수 없게 어지럽다. 허둥지둥 접수대에 이르러 아래 바지 호주머니에서 지갑을 꺼내 대금을 치루고 나왔다. 일 만원을 내 밀었는데 거스름 잔돈 몇 천원을 주어 정신없이 와이셔츠 위 호주머니에 넣고 그 돈으로 옆 약국에서 약값을 지불했다. 한쪽 눈만 가려도 정신이 몽롱하여 걸을 수 없다. 하늘이 빙빙 돌고 한 발자국도 걸을 수 없어서 핸드폰으로 아내를 불러 승용차로 귀가했다.
그런데 집에 와서 호주머니를 더듬어 보니 지갑이 없다. 황당한 기분이 든다. 분명히 지갑에서 돈을 꺼내 지불을 했는데 말이다. 지갑 속에는 주민등록증, 카드, 운전면허증 그리고 한 달 용돈이 들어 있는데 어찌하면 좋을까.
그런 ‘지갑이 '분실되었다’ 생각하니 돈보다는 카드가 우선 걱정이 된다. 아까는 눈이 안파 걷는 것도 제대로 걸을 수 없어서 아내를 불렀는데 이제는 물불가리지 않고 직행으로 동사무소, 해당기관을 가서 자초지종을 말하고 분실신고를 했다. 입에 침이 마르고 하늘이 빙빙 돌고 가슴까지 두근거린다. 하룻밤을 심기가 불편한 가운데 보내고 의사선생이 ‘명일에 또 오라’해서 이튿날 어제 치료받았던 안과의원에 갔다. 돈을 받았던 사무원에게 설마하고 물어보았다.
“혹시 어제 지갑하나 보지 못했습니까?” 하니 싱겁게 “이게 아닙니까.”하고 지갑을 내민다. 뛸듯이 기쁘다. 어찌나 반갑고 감사하던지 지갑에서 바로 약간의 돈을 꺼내 “이거 과일이나 사 잡수세요!” 건너 주고 돌아왔다. 기분이 날을 것 같다. 좋아서 정신이 이상한 사람처럼 자꾸 웃음이 나온다.
지갑을 찾아서 고마운 일이었지만, 돌려주려고 했다면 어제 전화라도 해 줬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그랬다면 동사무소에 가서 고생스럽게 주민등록 분실도, 해당기관에 가서 카드 분실신고도 하지 안했을 것이고 그렇게 속도 태우지 안했을 것 아닌가. 그런! 생각을 하니 고마운 사람이긴 하지만 원망스러운 마음도 없지 않다. 하기는 그래서 옛날 말에 강물에 빠져 죽게 된 사람 건져 주었더니 ‘내 짐 꾸러미 달라’했다는 말이 생겨났을 것이다. 그러면서도 나는 빙그레 웃음 지어 진다.
동료들과 베트남 호지명시를 갔을 때 일이다. 이곳은 우리나라 보다는 못 살기 때문에 인건비도 저렴하여 전신 마사지를 하게 되어도 우리나라에서는 수 만원을 주고 해야 하지만 단 ‘몇 천원이면 마사지를 할 수 있다’고 한다. 그 말에 혹하고 ‘동남아나 중국에 가면 마사지 한번 정도는 받고 오는 것이 기본 코스’라는 말을 들었다. 이런 차에 외국에 나와 호기심도 발동하여 친한 동료들과 함께 밤에 마사지를 받으러 갔다. 마침 현지인 안내하는 사람을 만나 따라갔다. 네 사람이 각기 그들의 오토바이 뒤에 타고 가게 되었다. 그런데 업소가 가정 집 같은데 휑한 기분이 든다. 도착하니 네 명에게 모두 가운을 주면서 방에 들어가라고 한다. 모두 가운을 입고 마사지를 받았다.
옷 속에는 지갑도 있고 귀중품도 있고 하여 벗은 옷은 잘 개어서 머리 위에 가지런히 놓았다. 혹시나 분실 될까 우려하면서 ‘옷을 머리 위에 놓으면 안심이 되겠지’ 하고 마사지를 받았다. 그런데 마사지를 하는데 큰 수건으로 눈을 가리고 마사지를 해준다. 사람을 눕혀서 마사지를 했다가, 천장을 보게 될 때에는 꼭 타월로 눈을 가린다.
몸뚱어리도 적고 빼빼한 사람이 덩치가 큰 나를 자유자재 몸태질을 한다. 눈을 가려 마사지할 동안에는 눈을 마주 칠 수 없게 한다. 그래서 아마 서비스하니 서비스를 해주는 사람은 받는 사람보다는 쑥스러우니 그런가 보다 하고 좋게 생각하며 받았다. 그리고 그들이 오토바이로 태워다 줘 무사히 호텔에 왔다.
숙소에 당도하니 외국 여행 경험이 많은 동료가 “혹시 돈 지갑 쓰리 당 했을지 모르니 확인하라”고 한다. 그 말을 듣고 호주머니 속을 보니 지갑이 있다. 안심이다. 그러면 “지갑 속 내용물도 확인하라”고 한다. 아니 나 다를 까 지갑을 헤적거리니 1달러 지폐 몇 장 만 있고 카드도 없다. 그리고 10달러 이상 고액권도 감쪽같이 사라졌다. 지갑은 놔두고 알맹이만 가져갔으니 현장에서 올 때는 이상이 없는 줄 알고 안심을 했던 것이다.
아마도 나 모르게 타월로 눈을 가리는 동안 다른 사람이 감쪽같이 와서 호주머니 속 지갑을 털어간것 같다. 눈을 가릴 때부터 약간은 의심했는데 설마가 현실로 돌아온 것이다. 황당하다. 안마할 때 눈을 가린 것이 이제 보니 흉증부리다. 돈 보다는 카드가 걱정이다. 처처하다. 가무리질이 야속하기만 하다. 훔쳐간 사람이 ‘카드로 많은 물건을 몽땅 사버리면 어떨까’ 하는 걱정 때문에 여행 기분이 완전 사라져 버렸다.
모든 것이 창망하다. 여행지가 이제는 모두 시덥지 않게 느껴지고 불안하다. 여행이고 뭐고 흥이 나지 않는다. 기가 막혀 허허 웃음이 나온다. 복수분반분이다. 부랴부랴 낯선 외국에서 늦은 밤 PC방을 찾아가서 카드분실 신고를 했다. 걱정이 태산 같다. 마음 같아서는 가만 두지 않고 싶지만 어찌할 도리도 없다. 내 지갑을 가져간 사람은 반드시 천필염지하리라.
속바람 상태에 귀국 후 해당 기관에 가서 확인 해 보니 다행히 카드를 사용하지 안했다. 해외에서도 분실신고가 제대로 된 것이다. 탄연하여 이제 해우해진다. 다행이라 생각하고 휴! 한숨을 쉬었다. 언제부터 나는 선망후실하기를 잘 한다.
우리나라는 내가 잘못하여 잃어버린 것도 주어서 그 이튿날 돌려주는데 그 나라는 내 호주머니 속에 있는 것도 신출 교묘하게 빼내 갔으니 기가 막히다. 값싼 여행이라고 희희낙락 했는데 결국 비싼 여행을 한 셈이다.
분실은 자기 의지와 상관없이 누구나 당 할 수 있다. 경험은 철학이다. 설마는 낭패를 초래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 싼 게 비지떡이다. 지갑을 소매치기 당하고 빈털터리로 돌아오니 허탈감에 싸여 흥미가 없었다. 그래도 불행 중 다행인 것은 가진 현금은 다른 사람이 가무리질 했지만 카드는 이상이 없었으니 천만다행으로 여긴다. 잃어버린 지갑을 되찾으며 몇 년 전 여행에서 당한 일이 새삼스럽게 떠올라 회상해 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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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병식 |
12-12-12 09:2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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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실한 지갑을 다시 찾아서 다행입니다. 작품을 읽으면서 허둥대는 모습이 떠올라 한참 웃었습니다. 전에 장백일 선생님이 쓴 글에 어느날 쓰리를 당했는데 나중 돌아온 지갑에 보니 '임마 돈즘 넣고 다녀라'고 써있더라는 이야기가 생각나서입니다. 눈수술을 하셨다니 당분간 많이 불편하시겠습니다. 외국나가 돈털리고 돌아온 사람이 많은데 피해를 입르셨군요. 그나마 누구처럼 협박을 당하지 않는 것만으로도 좋은 경험이 되지 않았나 싶군요. 빠른 쾌유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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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권섭 |
12-12-12 10:3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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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회장님 감사합니다. 안질을 치료하고 두서없이 쓰다보니 부끄럽습니다.
좋으신 말씀 감사합니다. 너무 지나치게 신변잡기가 되지 않았나 두렵고 떨립니다.
늘 격려해 주시고 좋으신 말씀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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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재문 |
12-12-12 12:0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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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참 많은 것을 잃고 살아왔습니다. 다시 찾은 것도 많지만 영원히 잃어버린 것도 꽤 많습니다. 어떻든 잃고 나서의 그 허탈감을 그 무엇으로 표현한다는 말입니까? 이제 앞으로는 더 잃지 않고 살아야지 하면서도 또 잃게 되지 않을까 노심초사하며 삽니다. 감사합니다. 김권섭 선생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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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권섭 |
12-12-12 13:4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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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봉 선생님 감사합니다. 요즘 날씨가 추운데 어떻게 지내셨습니까?
반갑습니다. 지갑을 분실하고 여운이 남아 회상해 봤습니다.
늘 건강하시고 구름같은 인생 즐기면서 정답게 삽시다.
樂而不流 哀而不悲 남은 인생 즐겁게 웃으며 삽시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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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진철 |
12-12-12 20:0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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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많은 사람이 지갑을 잃어버린 경험을 했을겁니다
저도 국내에서도 잃어 버란 적이 있고 해외에서도 경험이 있습니다
제일 걱정이 되는것이 바로 그 카드라는 것이지요
김선생님처럼 허둥대며 이리저리 사용 중지를 하고 나면
진땀이 흐르지요.
그런데 영원히 잃어 버렸을때 말고 가볍게 어디 두었는지
잊어 먹고 분실 실고를 하고나서 찾게 되면 은행까지 가서
재발급 받아야 하는데 좀 곤혹 스럽기도 하지요
그래서 요줌은 카드를 없애고 한개만 남겨 놓고 사용합니다
분실신고도 쉽고 해제신고도 쉽게 말입니다.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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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권섭 |
12-12-13 06:5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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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선생님 안녕하셨습니까?
몇 십년만에 왔던 12월 초순의 한파 참으로 매서웠지요!
외국에 가서 밤 늦게 카드를 분실하니 참으로 황망하고 진땀이 나더군요.
지금은 카드 휴대 조차 될 수록 않고 다니는 요즈음 생활이지요.
좋으신 말씀 감사합니다.
그렇게도 부지런하시고 자상하신 모습 늘 흠모합니다.
늘 건강하시고 가정에 평화가 함께하시길 기원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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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희순 |
12-12-12 23:2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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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지폐가 구겨지는 것이 싫어서 장지갑을 애용합니다.
그러다보니 여름철에는 지갑을 바지 뒷주머니에 넣고다니게 됩니다.
한번은 고속버스 안에서 지갑을 잃었지요. 우여곡절 끝에 다음 날 아침 그 버스의 안내양이 고속버스회사 사무실에 맡겨놓은 지갑을 되찾았습니다.
그런 경험 때문인지, 선생님의 현장감 넘치는 일화에 바로 공감이 되는가 봅니다.
구김살 없이 시원한 작품 즐감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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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권섭 |
12-12-13 07:0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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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작가님 반갑습니다.
지갑을 잃어버리니 참으로 난감하고 당황이 되더군요!
국내에서 잃어버려도 난감할 테인데 외국에서 잃어버리니 언어가 문제고
해당기관이 눈에 띄지 않고 겁이 나더군요!
호랑이한테 물려가도 정신만 있다면 산다는 마음으로 어떻게 많이 걱정하며
발을 동동 구르며 대응한 것이 무사히 해결했습니다.
그러나 귀국 후에도 걱정이 되었지요.
부족한 글 읽어주시고 격려해 주시니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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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만성철용 |
12-12-23 04:0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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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세상에 이런 일이'란 글을 쓰겠다고 벼르는 사람입니다. 부제는 '모든 것을 매달고 다니는 사람'으로 할 것입니다.
저는 제가 소지하고 다니는 모든 물건을 옷에 매달고 다닙니다. 하루 일과 중에 매다는 일로 많은 시간을 보내고 있거든요. 지갑, 차키, 핸드폰, 카메라 등은 물론 모자까지 대롱대롱 매달고 다니며 삽니다. 금년 초겨울에는 경주에 갔다가 어느 귀한 분에게서 선물 받은 지갑을 잃고 김작가님과 똑 같은 고생을 하다가 찾았습니다. 찾아 등기로 보내 준 호텔 직원에게 그 지갑 속에 절반의 돈을 주고, 여행 중 잃었을 때 물심으로 도와 주던 모임 친구들에게도 금일봉을 내놓고 즐거워 하였습니다. 카드도 중요했지만 그보다 선물 받은 지갑을 잃었을 때의 참담함은 경험자만이 알 것이지요. 언제부터인가 하나도 잃지 않고 귀가하는 여행은 성공한 여행이 되었습니다. 내년에는 잃지 않고, 찾지 않고 사는 하루하루가되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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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권섭 |
12-12-24 19:2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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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만 선생님 안녕하셨습니까. 서울은 무진장 춥다고 하는데 외출 하실 때 조심해야 할 것 같습니다.
한강이 얼고 지붕처마에서 떨어진 물은 고드름이 열렸으니 오직하겠습니까.
선생님께서는 여행을 생활화하시니 소지품관리는 첫째로 신경을 써야하시겠습니다.
지갑, 차키, 핸드폰은 작아서 옷에 매단다고 하겠으나 카메라는 늘 목에 걸고 다니셔야
하겠습니다. 국내외의 문화유적지를 아름다운 사진으로 남기신 선생님은 참으로
훌륭한 문화유산의주인공이십니다.
자자손손 선생님의 문화유적기록물(글,사진)은 보물로 영원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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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자인 |
12-12-28 16:5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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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여행 중에 지갑 속의 돈을 잃어버리셨군요. 얼마나 황당하셨을가 미루어 짐작을 합니다.
카드를 쓰지 않았다니 다행이라여겨집니다. 선생님 글을 읽으며 다시 조심해야겠다는 생각을 갖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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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권섭 |
12-12-30 15:0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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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자인선생님! 다사다난했던 임진년이 지나가고 계사년이 되었습니다.
외국에가서 지갑을 잃어버린 순간 참으로 난감했습니다.
현금보다도 카드분실이 크게 걱정이 되었담니다.
정보화시대라 바로 분실신고, 범인이 카드는 사용하지 못해 다행이라 여깁니다.
김선생님 늘 건강하십시오. 열심히 활동하시는 모습 아름답습니다.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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