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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쓴이 : 김영월 |
날짜 : 12-12-09 23:08
조회 : 1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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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통 不通
김 영월
매년 가을이면 전직 퇴직자 모임에서 북한산으로 간단한 산행을 마친 뒤 근처의 컨벤션 센터에서 중식 요리 대접을 받는다. 그 동안 자주 만나지 못하는 동료들을 만나게 되고 성찬을 대하는 기회인만큼 누구나 즐거운 맘으로 부담 없이 참석하는 탓에 넓은 홀이 꽉 찰 정도로 약 칠 백 명쯤 모이는 대단한 자리인 듯 싶다. 특별한 공식 행사도 없이 그냥 모여 옛 직장 동료들끼리 푸짐한 식사와 함께 정담을 나누며 선물 하나씩 받고 헤어질 뿐이니 약간 싱거운 느낌도 없잖다.
뭔가 소통이 부족한 모임이라는 아쉬움 속에 종로구 부암동에서 경복궁까지 친한 동료 서너 명과 함께 걷기로 했다. 언덕길 위에 있는 고급 주택가에 ‘연세대학교 이승만 연구소’ 라는 간판이 눈에 띠어 한 번 가 보기로 했다. 육중한 철제 대문이 조금 열려 있어 밀고 들어가니 넓은 정원이 나오고 조용한 분위기가 느껴진다. 대학생 같은 청년 두 명이 맞아 주며 약간의 설명을 해 준다. 이곳은 개인 소유인데 주인이 연세 대학교에 기부하여 연구소로 활용하고 있으며 종로구 이화동에 있는 사저, ‘이화장’과 연계하여 건국 대통령이자 초대 대통령인 이승만을 심도 있게 연구하는 기관이라고 했다. 연구실 겸 자료실이라고 보여 준 넓은 거실엔 탁자 위에 많은 자료들이 수북히 쌓여 있었다. 전에 나는 이화장이나 다른 장소에서 낯익은 전시물이지만 새로운 게 있는지 호기심으로 둘러보는 중이었다. 바로 이때, 어디서 나타났는지 관리인 아저씨가 벼락 치는 소리를 했다. 누구 허락도 없이 들어 왔느냐고 당장 나가라는 것이다. 아주 거친 목소리로 다그치며 우리들을 쫓아내려고 애썼다. 동료 중 한 명이 볼멘 목소리로 전후 사정을 얘기하고 이 대통령의 부정적인 면 보다 긍정적인 면을 부각해서 국민들께 이해시키려 하는 것이 아마도 연구소의 목적일텐데 이곳에 오는 관람객들을 한 명이라도 반갑게 여겨야 되지 않겠느냐. 또한 그것이 재산을 기부한 이의 참 뜻이 아니겠느냐 항변해도 쇠귀에 경 읽기일 뿐이었다. 관리인은 아직 연구 중이며 이곳이 관람 장소로 개방되지 않았다는 점만 강조했다. 그러면 입구에 ‘연구소 개방 불가’라는 안내문이 붙어 있어야 마땅치 않느냐는 설전에도 관리인은 끄떡없이 그냥 무조건 나가달라는 식으로 막무가내일 뿐이다. 마치 ‘의리의 사나이, 돌쇠’처럼 행동하며 관리인으로서 낯선 침입자들을 대하는 일관된 자세에서 한 발도 물러나지 않았다. 사극에서 오로지 주군을 위해 맹종하는 인물을 보는 듯했다. 다른 건 모른다. 나는 나의 임무에 목숨 걸고 충성할 따름이다 하는.
잘못 발을 디뎌 놓아 기분만 상하고 다시 발걸음을 옮기는데 ‘윤동주 문학관’이 어서 들어오란 듯 손짓한다. 민족시인인 윤동주 문학관이 부암동 언덕에 왜 자리했는지 의아해 했는데 그가 이곳에서 연희전문대학(현 연세대학교)재학시절에 잠시 하숙했던 인연으로 자주 산책했던 장소이었다. 그는 언덕 위에 올라 밤하늘을 바라보며 북간도 고향을 그리는 ‘별 헤는 밤’과 ‘자화상’ 같은 명시를 남겼다. 종로구에서 언덕 위에 ‘서시’를 적은 시비를 세우고 윤동주 언덕이라 명명하고 오래 전에 물탱크로 썼던 구조물을 개조하여 문학관을 건립하였다. 참으로 참신한 발상이 돋보인다. 무엇보다 윤동주 시인(1917년 12월 30일- 1945년 2월16일)이 일본의 후꾸오까 형무소에서 8.15해방을 반년 앞두고 28세의 나이로 옥사할 당시에 처절한 느낌을 그대로 재현하여 지하실 어두컴컴한 물탱크 안 물때 낀 벽면에 영상실을 만들어 그의 일생을 돌아보게 했다. 시대를 잘못 타고난 천재 시인, 윤동주를 이곳에서 만남으로 횡재한 기분이 들어 이승만 연구소에서 받은 스트레스를 풀 수 있게 돼 다행이었다.
요즘 ‘오빤 강남 스타일’로 한참 뜨고 있는 싸이(본명 박재상 35세)의 말춤이 우리나라는 물론 세계인들의 공감을 얻고 있다. 누구나 쉽게 따라 부르고 동작을 흉내 낼 수 있는 장점 때문에 남녀노소에게 크게 환영 받고 있다. 거기에 재미와 유쾌함을 얻으니 막힌 하수구가 뻥 뚫리듯 현실의 짜증을 잠시 벗어나게 함이 약간 저질스러운들 무슨 대수랴. 아무튼 불통의 시대에 그의 역할은 긍정적이 아닐 수 없다. 우리네 가정에서부터 사회, 국가 간에도 갈등이 증폭되고 있는 현실이다. 자신의 의견만 있고 남의 의견은 좀처럼 들으려 하지 않는다. 문인 사회도 세종대왕이 훈민정음을 창제할 때 ‘누구든 쉽게 배워 일상생활에 불편함이 없게 하라’는 정신을 떠나 대다수의 독자가 외면하는 어려운 글을 쓰고 있지 않는지 스스로 자문해 봄이 어떨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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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권섭 |
12-12-10 08:2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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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부회장님 안녕하셨습니까. 서울은 눈도 많이내리고 기온이 급냉하여 춥다지요.
이승만연구소와 윤동주전시관은 본인들의 살아온 歷程만큼 보여주는 단면같습니다.
이박사 본인은 그렇지 안했겠지만 당시 밑에서 간신배들이 날 뛴 실상을 보는 것 같습니다.
현재 남겨진 모습대로 적나라하게 보여주면 보는 관람객에 따라 평가는 하는 것이지
더이상 무엇을 조작하여 보여 주겠다는 것입니까.
저도 거기 안 간 것이 다행입니다. 좋은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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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재문 |
12-12-10 09:0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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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참 많이도 변했습니다. 민주화가 된 것 같기도 하고 안 된 것 같기도 하고 그렇게 느낄 때가 한 두번이 아닙니다. 어쩌면 그렇게 변했는지 모르겠습니다. 윤동주 시인이야 말로 조국을 노래한 시인이라 생각합니다. 저도 별헤는 밤등 윤동주 시인의 시를 좋아합니다. 그 시인을 다시 떠올리게 하는 수필 잘 읽고 갑니다. 김영월 부회장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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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원명화 |
12-12-11 10:2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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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념관이니 연구소니 하는 것들을 들여다 보면 적이 실망스러울때가 많습니다. 그래도 후손들에게 그 분들의 업적을 소개하고 그 분들에 대한 일생을 볼 수 있게 하기 위해 그 많은 자료들을 수집해 준 것에 그나마 감사할 수 밖에요. 저 역시 윤동주 시인을 흠모합니다. 시인의 이름을 앞세워 자신의 배를 채우고자 하는 사람들이 있는 것 같아 안타깝기도 합니다만 .부디 윤동주 시인의 이름이 헛되지 않기를 바랄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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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진철 |
12-12-12 20:1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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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간만에 불통 = 쇠귀에 경읽기라는 공식을 확인하였습니다
그러고 보니 글을 쓴다는 분들중에 많은 분들이 남의 글 잘 읽지
않고, 남이 지적하는 소리 듣지 않으려고 하고
불통의 경지에(?) 이른 분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
선생님의 말씀을 듣고 소통의 길로 나아가야겠다는 생각을
다시 한번 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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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희순 |
12-12-12 23:2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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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 通(통할 통)하지 않으면
그것이 병이 되어 痛(아플 통)하게 된다는 이치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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