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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쓴이 : 이방주 |
날짜 : 14-08-21 13:12
조회 : 1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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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손
감자 껍질을 벗긴다. 예전에는 모지랑숟가락으로 벗겼지만 지금은 감자칼이 있어 몇 번만 손이 가도 하얗게 벗겨진다. 그렇지만 군데군데 껍질이 남기도 하고 흠집이 있는 곳은 한 번 더 손이 가야된다. 별로 힘이 들 것도 없는데 귀찮다고 그냥 두면 깔끔하지 못해서 조리 후에 후회한다.
여름 셔츠는 다림질을 하지 않고 입어도 된다. 그러나 조금 귀찮더라도 다림질해서 입으면 훨씬 더 깔끔하고 품위가 있어 보인다. 한 번 더 손이 간 것은 노력 이상의 가치를 갖게 된다.
청탁 받은 원고를 보내 놓고 다시 살펴보면 어휘나 문장의 오류가 발견된다. ‘진작 한 번 더 손질을 할 걸’하고 후회하지만 소용없다. 내 글을 아끼고 사랑하는 건 바로 나로부터 시작된다. 사랑은 손이 가는 것으로 현실화된다. 손이 가야 한다. 한 번 더 손이 가야 한다. 한 번 더 가는 손이 위대하다.
첫돌을 막 지난 손자 녀석이 할머니한테는 잘 가는데 할아버지는 외면한다. 나는 그냥 섭섭했다. 한 번 안아주고 싶어 팔을 내밀면 얼굴을 휙 돌려 버린다. 마음 돌릴 길을 알지 못했다. 제 엄마가 섭섭해 하지 말고 사랑의 손길로 한 번 더 쓰다듬어 주면 된다고 일러 준다. ‘착하다’하면서 머리도 쓰다듬어 주고, 공놀이를 같이 하며 ‘잘했다’손뼉도 쳐주니 조금씩 가까이 온다. 그렇게 관심을 함께 가지니 오랜만에 만나면 품에 안겨 얼굴을 비비기도 한다. 어린 아기도 손이 한 번 더 가면 마음을 연다.
채소밭이 깔끔한 것은 농부의 손이 한 번 더 간 것이고, 아기가 똘똘하게 자라는 것은 엄마의 손이 한 번 더 간 것이다. 새로 산 운동화가 발에 편안한 것은 마지막 손질을 할 때 정성스런 손길이 한 번 더 갔기 때문이다. 담임교사의 따뜻한 손길이 한 번 더 간 학급은 폭력 없이 웃음꽃만 피어난다. 모두가 착하고 가치 있는 손길이다.
보도에 의하면 최근 어느 유아원에서 교사가 대여섯 살 어린 아기들에게 주먹질을 했다고 한다. 아이들이 얼마나 학교가 무서웠을까? 화가 난 엄마들은 교사에게 주먹질로 되돌려 줬다고 한다. 최근에 어느 부대에서 선임병사들이 폭력으로 후임병사를 죽음에 이르게 했다고 한다. 요즘은 장교나 사병이나 모두 지성인인데 그런 일이 일어나는 것이 이해할 수 없어 답답하다. 이들의 손은 악의 손이고 공포의 손이다.
강원도 소방방재청 소속 고 정성철 기장은 추락하는 헬리콥터에서 끝까지 조종간을 쥐고 있었다고 한다. 세월호 참사 구조 지원업무를 마치고 춘천으로 돌아가다가 운행 조건의 악화로 광주에서 추락한 사건이다. 정 기장은 헬리콥터가 추락하는 마지막 순간까지 조종간을 놓지 않아 더 큰 참사를 막을 수 있었다고 한다. 그의 꽉 쥔 왼손 주먹 안엔 불에 녹아내린 검은 플라스틱 덩어리가 있어서 시신을 수습하는 동료들의 마음을 아프게 했다. 착한 마음이 담겨 있는 손이다. 사랑의 손이고 희생의 손이다. 아무나 따를 수 없는 위대한 손이다.
손은 공포일 수도 있고 사랑일 수도 있다. 어떤 마음을 담아 손을 내밀어야 하는지 생각하게 한다. 한 번 더 보내는 사랑의 손이 밝은 사회를 지탱할 것이다.
(2014. 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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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권섭 |
14-08-21 18:2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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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적인 손보기는 정성과 사랑과 情의 표시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감자의 흠집을, 여름 셔츠를, 글쓴 원고를 손보기 한다면 아름다운 작품이 될 것입니다.
정성철기장은 마지막까지 조종간을 잡고 대형사고를 예방하는 살신성인의 정신을 발휘했는데,
세월호선장은 자기 혼자 살겠다고 300여명의 생명을 외면했으니 인간이란 신과 악마의
양면성을 지닌 존재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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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방주 |
14-08-21 22:1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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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권섭 선생님, 우리가 어떤 손을 내밀어야 하는지 깊이 생각하게 하는 일들이 계속 일어나고 있습니다. 오늘은 의원들이 줄줄이 검찰에 불려가는 모습을 봅니다. 그들이 국민들을 향해서 어떤 손을 내밀었는지, 그들의 손의 모습은 어떻게 생겼는지 궁금한 하루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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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병식 |
14-08-21 20:3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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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잊고 있었지만 강원도 헬기 조종사의 주검은 마음을 숙연하게 했습니다.
위기상황에서도 피해를 최소화하려는 노력을 기울렸다는 의미에서 오래토록 기려져야 할 것입이다.
얼마전에 전해진 보도입니다.
광주에서 진행중인 세월호 재판에서 피고인들은 모두다 변명으로 일관했다고 합니다.
끝까지 자기들 죄를 벗어나려는 모습으로 보여서 쓸쓸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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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방주 |
14-08-21 22:2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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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병식 선생님, 결정적인 순간에 내민 손의 모습이 그 사람의 삶의 모습을 결정짓는 것 같습니다. 헬기 조종사의 주검에서 그의 최후의 손의 모습이 우리를 감동하게 했습니다.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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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진철 |
14-08-21 23:5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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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자 껍질을 다듬는 손길 처럼 한번 더 정성을 들인 사랑이, 힘은 들지만 세상을 아름답게 만드는것 같습니다. 그러나 사랑이 담기지 않은 손은 정성이 없는 손이겠지요. 사랑과 정성이 없으면 폭력적인 악의 손이 쉽게 뻗어나오는것 같습니다. 잘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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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방주 |
14-08-22 17:2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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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진철 선생님, 감사합니다.
손은 마음 가진 대로 내밀어지는가 봅니다.
그런데 마음 먹어도 용기를 내야 손이 나가는 경우도 있더군요.
마음은 행동으로 표현되어야 더 아름다운 손이 될 것 같습니다.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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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만성철용 |
14-08-22 10:2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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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의 주제로 제목이 내용이 곧게 나아가 한 편의 글이 되었군요. 먼진 수필로 오늘 아침을 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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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방주 |
14-08-22 17:2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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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만 선생님,
선생님의 응원에 제 손이 춤을 춥니다.
항상 좋은 말씀으로 응원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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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영보 |
14-08-25 21:5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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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판에 뿌린 상추씨. 너무 빽빽하여 모종을 옮겨 심어야 합니다. 실낱같이 가늘고 연한 싻들. 자칫 잘못 건드렸다가는 이내 부러지거나 떡잎은 으깨집니다. 한포기 한포기에 정성을 들입니다. 뿌리를 잡아 떡잎이 벌어지고 본 싻이 나와 자랍니다. 물도 주고 잡초도 뽑아주며 정성들여 만들어 둔 효소비료도 줍니다. 소담한 한 포기의 상추가 됩니다. 이 일련의 과정을 통해 무언가의 의미를 찾아 봅니다. 손길. 이는 단순한 생물학적인 육체의 일부가 다른 곳, 다른 부분에 맞대는 것만을 뜻하는 것이 아니라는 걸 압니다. 마음이며 사랑이며 베품 그리고 나눔이기도 할 것이라는 생각도 해 봅니다. 좋은 글을 통해 많은 생각을 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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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방주 |
14-08-25 22:2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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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보 선생님, 손은 양면적이지요. 미움의 손과 사랑의 손. 세상의 모든 생명은 사랑의 손을 기다립니다. 사랑은 가슴에 품는다면 손에 의해 생명에 전달되는 것 아니겠어요?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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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복희 |
14-08-29 11:0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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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자를 깎는 선생님의 손은 어쩜 우람한 외모와 거리가 멀어보이지만
자상하고 따뜻한 마음이 담겨 있는 손으로 느껴집니다.
손을 통해 많은 것을 깨우치게 하는 글이군요.
좋은 글 잘 감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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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방주 |
14-08-29 21:5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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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최복희 선생님
잘 안 믿어지시겠지만 저는 음식 만드는 일을 아주 좋아 합니다. 그리고 제법 맛있게 만듭니다. 특히 찌개는 웬만큼 맛이 나게 만듭니다.
한국 음식은 손길을 아주 예리하게 알아봅니다. 조금이라도 먹을 사람에 대한 사랑이 없으면 금방 음식맛에 전해집니다.
그래서 손길 이전에 마음이 중요하고 마음이 손길을 통해서 전해지므로 손도 아주 아주 중요합니다.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건강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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