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
|
|
 |
|
|
| 오늘 방문자수 |
    |
| 어제 방문자수 |
 |
| 최고 방문자수 |
 |
| 방문자수 누계 |
   
|
|
|
|
|
|
|
|
|
|
|
|
|
|
| 글쓴이 : 박원명화 |
날짜 : 11-09-10 02:29
조회 : 2093
|
|
|
|
고향 가는 길
박원명화
어찌된 일일까. 꼼짝없이 차안에 갇힌 모양이다.
고속도로는 차량의 홍수를 이루고 있다. 앞도 뒤도 끝이 없다. 사람들은 여기저기 차창을 열고 앞뒤를 둘러본다. 도대체 어디까지 이 지경이 되어 있을까?
집에서 나온 지 벌써 네 시간. 아직도 서울을 빠져 나가지 못하고 멈칫거리고 있다. 걸어서 왔어도 두 번쯤은 왕복했을 시간이다. 명절 때마다 홍역처럼 치르는 귀성전쟁, 민족의 대이동이 시작된 것이다. 집을 나설 때 단단히 마음을 다졌지만 추석 연휴가 긴 탓인지, 하필이면 때가 한창 붐빌 시간이라서인지 차가 꼼작도 않으니 짜증이 날 지경이다. 경기 불황이란 말이 밥 먹듯 되풀이 되면서도 자동차는 날로 늘어만 간다. 그런 만큼 도로망도 확충되어야 할 터인데, 언제쯤 그런 소통이 이루어질런지….
교통 방송을 줄곧 틀었다. 도로마다 온통 북새통이란 말 뿐, 어느 길을 가나 거북이 걸음이다. 마음을 느긋하게 먹고 앞차가 움직이는 대로 리듬을 맞춘다. 톨게이트를 벗어나기도 전인데 벌써 한쪽 다리가 뻐근해진 것 같다. 차안에서 나와 갓길을 따라 걷는 사람들이 제법 많이 눈에 뛴다. 나도 남편에게 핸들을 맡기고 잠시 차 밖으로 나와 그들 무리에 끼어본다.
덥지도 춥지도 않은 초가을, 추석이 일러서인지 아직 예년과는 비교할 수 없이 산과 들은 푸르름으로 덮여있다. 고추잠자리 한 때가 허공을 가르고 날아간다. 자유롭게 날아오르는 그 넉넉한 유희가 오늘따라 부럽게만 느껴진다. 나뭇가지에 앉아 있는 고추잠자리를 잡으려고 한쪽 팔을 살짝 뻗어보지만 잽싸게 도망간다. 보이는 것도 아니련만 느끼는 감각이 놀랍다.
해찰하면서 걷는 아베크 템포인데도 차는 따르지 못하는 느림보처럼 저 만치 처져있다. 이따금 고개를 돌려 차에 눈을 맞춰가며 들녘의 정취에 취한다. 코스모스는 계절의 전령처럼 피어 사열하듯 늘어서있다. 살랑대는 모습이 너무 귀여워 절로 웃음이 난다. 꽃이라기보다는 마치 어린아이의 여린 손만 같다.
정체가 좀 풀리는 듯 사람들이 다시 차에 오른다. 시계를 보니 출발한지 여섯 시간이 지났다. 그제야 겨우 서울을 벗어났으니.......어머니는 벌써 어디쯤 왔느냐고 몇 번이나 핸드폰을 울리고 있다. 가고 있는 우리보다 기다리는 어머니의 마음이 더 조급하신 것만 같다.
귀성길은 고행길이다. 그런데도 웃으며 치러야 할 무슨 의례처럼 밝은 얼굴로 나선다. 그러나 사실은 길에다 시간을 다 헌납하고 막상 도착해서보면 며느리 노릇도 제대로 하지 못하는 처지가 되어 있다. 이미 큰 형님이 송편도 빚어놓고 전도 부쳐놓고, 차례음식을 다 준비해 놓은 상태다. 멀리 산다는 이유만으로 면죄부를 받지만 늘 미안한 마음은 어쩔 수가 없다.
차는 가다 서다를 수없이 반복하면서 오후 3시가 넘어서야 천안에 들어섰다. 잠시 쉬어갈 요량으로 휴게소를 넘보니 입구부터 만원이다. 교통경찰의 호각소리, 먼저 가려는 차들의 빵빵거리는 소리가 부산하다. 남들은 다 귀향길에 있는데 그들은 귀향은 커녕 시민들의 교통안전을 위해 수고를 하고 있다. 그들이 있기에 그래도 이만큼 질서가 유지되는 것이 아닌가싶어 고마운 마음이 든다.
망향휴게소를 벗어나고부터 막혔던 길이 조금씩 열리기 시작한다. 차는 기다렸다는 듯이 시원스레 내닫는다. 청주 가로수길에 들어선 것은 어둠이 깔리기 시작할 무렵이다. 예나 지금이나 청주의 가로수 길은 터널 같은 운치가 돋보인다. 반대편 차로에 이어지는 불빛들이 유난히 눈이 부신다. 불빛들이 멈춰있지 않고 그렇게 빠르게 움직이는 것이 전에 없이 신기해 보인다.
10여 시간의 긴 종주 끝에 어렵사리 고향보은에 도착했다. 그때는 벌써 진한 어둠이 깔린 깊은 밤이다. 골목 어귀에 들어서자마자 우리들의 발자국 소리를 들으셨는지 어머니의 반가운 목소리가 대문을 열고 나온다.
“어서 오너라. 그래 얼마나 고생을 하였는고.” 어머니의 말씀은 언제 들어도 따뜻한 정감이 넘쳐난다.
올해도 어김없이 즐거운 명절 분위기가 온 집안에 가득하다. 떨어져 살던 형제들은 피곤도 잊은 채, 그동안 묻어두었던 이야기에 밤 깊은 줄을 모른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늘 한가위만 같아라.’는 말처럼 모든 것이 풍성하다. 비가 많아 작황(作況)이 걱정된다는 형님의 한숨에 형제들의 동정어린 위로가 흐뭇하다.
차례를 올리고 나니 이젠 서울 올라갈 일이 걱정이다. 또 얼마나 막힐 것인지….그러면서도 집에 간다는 안도감과 기쁨은 마음부터 성급해진다. 이런 순환은 내년에도 그리고 후년에도 아름다운 민족의 서정으로 정겹게 이어질 일이리라.
|
|
| 일만성철용 |
11-09-10 07:11 |
 |
|
아무리 지체해도, 찾아갈 고향과 어머니가 고향 보은에서 기다리고 계시니 얼마나 부러운지 모르겠네요. ilman은 도시에서 나서 도시에서 자라다 보니 고향이 없어요. 자란 곳은 흔적없이 대형 아파트 촌으로 바뀌었구요. 부모님은 돌아가신지 30년도 더 되었구요. 하여 고향 가는 사람들을 부럽게 부럽게 TV로 보고 있는 걸요.
|
|
|
|
| 임병문 |
11-09-10 11:37 |
|
|
박원명화 선생님, 선생님이 가셨던 그 길이 얼마나 그리운 길인지, 얼마나 소중하고 가슴벅찬 길인지 저마저 그 길에 편승하고 싶어 졌습니다. 항시 건강하시기 바랍니다. 며칠후 뵙겠습니다.
|
|
|
|
| 강승택 |
11-09-10 21:12 |
|
|
귀성길 고생길 그러면서도 즐겁고 신나는 길~ 찾아갈 고향이 있고 반갑게 맞이해 줄 부모님까지 계시니 열시간인들 어찌 피곤타 하리오. 이번 추석도 좋은 추억 많이 쌓으시고 오시기 바랍니다.
|
|
|
|
| 김용순 |
11-09-11 07:57 |
|
|
우리식구는 옛날에 귀성을 잃었습니다. 가까운 아버님 산소에 갔다 오면 끝입니다. 고향에 있던 조부모님 산소 마저도 개발에 사라 졌습니다. 모두들 외국으로 흩어져 명절이라도 모일 식구도, 마땅히 갈 곳도 없어 달랑 부부가 TV특집 프로로 시간을 버립니다. 고생스러워도 그나마 행복이라고 생각하십시요. 잘 다녀 오십시요.
|
|
|
|
| 박원명화 |
11-09-12 20:23 |
|
|
고향가는 길이 멀고 먼 나라 가는 것만큼 길고 지루하고 그렇습니다. 이젠 아이들도 다 혼사를 끝내고 보니 제가 살고 있는 서울집을 찾아오는데, 제게는 아직 고향에 살아계신 시모가 있어 가뵈어야 하는 제 도리가 있고, 그러자니 아들내외에겐 번잡한 명절을 보내게 되는 것 같아 며느리에게 미안한 마음도 있답니다. 부족한 졸작에 호응을 해주신 일만, 임, 강, 김 선생님 고맙습니다.
|
|
|
|
| 박계용 |
11-09-15 03:45 |
|
고향 가는 길
얼마나 멀고 먼 길인지.....언젠가 저도 태평양을 날아가는 시간 보다 더 긴 시간을 길에서 보낸 일이 있습니다. 그래도 밤비가 차분히 내리던 한밤에 귀성길은 행복했습니다. 언제나 고향에 가볼지......올 추석 명절도 가족과 행복한 한가위 되셨기를 늦은 인사드립니다.*
|
|
|
|
| 김정자 |
11-09-16 22:56 |
|
박원명화 국장님의 시댁이 보은이시군요.
정감어린 목소리로 다정스럽게 들려주시는 고향길의 푸념이
아름다운 노랫소리로 들리네요.
그렇게 고생하셨지만, 그만큼 행복하신 추석 보내셨겠지요.
잘 읽었습니다.
|
|
|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