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글쓴이 : 김용순 |
날짜 : 11-08-14 14:48
조회 : 1777
|
|
|
|
4, 귀향
울란우데 역에서 북경(北京)행 열차에 올랐다. 꼬박 3일이 걸리는 여정이다. 국제 열차식당, 통 유리창 밖으로 파노라마처럼 펼쳐지는 시베리아 풍경에 넋이 빠져, 와인 잔을 기우리며 행복한 피로감에 젖는다.
열차는 몽골 울란바트로를 지나 다음 날 저녁, 어둠을 뚫고 고비사막을 가른다. 황량한 모래언덕에 한 포기씩 자라는 풀, 그것으로 동물들이 살아가고, 또 그 동물을 먹으며 사람이 살아간다. 눈을 뜰 수 없는 모래바람과 어디에도 있을 것 같지 않은 물, 극한적인 자연환경에서 살아 갈 수 있는 인간의 생명력이 참으로 경이롭다.
어디에도 인가(人家)의 흔적은 없고, 하얗게 보이는 모래와 꺼뭇꺼뭇 풀포기만 보인다. 어둠에 산양인지, 사슴인지 분간하기 어려운, 야생동물 무리가 열차의 가뿐 숨소리에 방향을 바꾸어 저쪽으로 달아난다. 열차는 몽골국경의 사막도시 ‘자민우드’에서 한참을 쉬었다가 다시 중국으로 향한다.
새벽 1시, 중국 국경도시, 내몽고 ‘알렌호트’에 도착한다. 큰 창고 같은 건물 속으로 들어간 열차는 덜컹거리는 소리와 충격으로 객차를 하나하나 분리시킨다. 년 전 몽골에서, 국경에서 국가 간 철로 폭이 달라 열차바퀴를 바꾼다는 소리를 들었을 때, 한마디로 불가능한 일이라고 일축하였다. 그런데, 지금 그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손님을 태운 객차를 하나씩 분리시켜 옆으로 나란히 세우고, 앞, 뒤쪽 대형 쟈키 2개가 객차를 들어올린다. 객차와 암수 쐐기로 연결되어 있던, 바퀴4개의 1세트, 앞뒤 2세트가 분리되었다. 분리된 넓은 폭, 2세트를 밀어내고 좁은 폭, 2세트를 밀고 들어와 앞, 뒤에 놓은 다음, 객차를 아래로 내려 연결 시켰다. 창고 바닥에는 좁은 폭과, 넓은 폭 선로가 이중으로 깔려 있다. 러시아와 몽골은 넓은 폭, 중국은 좁은 폭이다. 군사적인 이유로 철로 폭이 같지 않다고 하며, 이 작업은 한시간만에 완료되었다. 작업을 흥미롭게 지켜보며 육중한 열차의 바퀴를 바꿀 수 있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바퀴를 바꾸어 중국 철로에 들어선 열차는 거친 숨을 뿜어내며 붉은 간판들이 들어찬 지저분한 역들을 거치면서 북경을 향하여 달린다.
끝
|
|
| 강승택 |
11-08-14 19:28 |
 |
|
낭만여행,상상만으로도 지켜보는 저까지 행복했습니다. 세상 구경 願없이 하신 김선생님이 새삼 커보인다는 말씀 다시 한번 드리며 좋은 글로 남기시길 권합니다.
|
|
|
| |
| 김용순 |
11-08-16 10:06 |
|
|
강선생님, 흘러간 이야기를 지루하게 엮어 보았습니다. 끝까지 읽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그동안 선생님은 교직 때문에 힘들었지만, 이제 마음껏 떠나세요. 사실 사모님이 바쁘게 일하시면, 좀 그렇습니다만, 그래도 핑계를 만들어 보세요. 8월 느림회에서 뭉칩시다.
|
|
|
|
| 이진화 |
11-08-14 21:50 |
|
풍요로운 이미지와 유창한 어휘로 그려낸 바이칼 여행기를 읽으며 행복하고 즐거웠습니다.
좋은 추억을 가졌다는 것은 크나큰 재산인지라 멋진 여행을 하신 김용순 선생님이 매우 부럽습니다. 여름의 끝자락에도 매순간 기쁨이 가득하시길 빕니다.^^
|
|
|
| |
| 김용순 |
11-08-16 10:14 |
|
|
이진화 선생님, 하시는 일은 잘 되시죠? 정열적으로 움직이시는 모습이 아름답습니다. 지나간 이야기를 한 번 얶어 보았습니다.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리고 지난번 수필의 날 낭독한 사진 좀 보내 주십시요. 메일 (ys725kim@hanmail.net) 백둔리 가시는 길에, 전화주시고 꼭 들려 주십시요. 바로 가는 길에 있습니다. 혼자가 아니라도 괜찮습니다. .
|
|
|
|
| 임병문 |
11-08-16 08:32 |
|
|
이 여름, 신명나게 선생님의 여정을 좇아가고 있습니다. 가끔씩 드는 뜬금없는 생각은, 천리 客情은 어찌 푸셨는지 그것이 궁금합니다. 풍류란 시공을 초월해 사방에 널린것, 그것을 무심히 보낸다는 것은 언어도단이라는 생각을 해봅니다. 하물며 그럴 때에 강승택 선생님의 입장은 어떠했겠는지에도 관심이 갑니다. 지난 번 몽골의 여행이 무산되었을 적, 실망이 역력한 강 선생님의 표정이 아직도 새롭습니다. 김 선생님, 화이팅하시기 바랍니다. 강 선생님도요.
|
|
|
|
| 김용순 |
11-08-16 10:26 |
|
|
임선생님, 풍류란 사방에 늘려 있지요. 그런데, 시와 때를 잘 가리는, 분별력을 갖추는 것 또한 풍류의 '손자병법'이지요. 시원찮은 풍류는 꼭 휴유증을 남기는 법입니다. 입으로 풍류를 만들고, 시끄러운 사람들은 풍류인의 자격이 없지요. 나는 여태껏 자유인으로 살았습니다. 아내를 가장 사랑하는 것은, 아내가 깜쪽같이 모르는 것입니다. 막걸리 잔이라도 놓고 논해야 겠습니다.
|
|
|
|
